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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혼다 남동생입니다. 누나가 몸살에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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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3, 2016 00:30에 작성됨.

※이 글은 제 글(클릭)(클릭)과 HARUMON님 글(클릭)의 뒷 이야기입니다. 안 읽어도 상관은 없지만...

 

안녕하세요. 혼다 남동생입니다. 이름요? 댁들이 언제 내 이름 궁금해 했다고?

누나가 아이돌 하겠다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모르긴 몰라도 누나 본인이 어제 "내일이면 1년인가..."라면서 갑자기 감수성에 잠긴 표정으로 중얼거렸으니 틀림 없을거다.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저 선머슴이 아이돌이라고? 아니 뭐, TV틀면 심심치 않게 누나가 나오고 최근에는 씀씀이도 좋아지는걸 보니 누나가 아이돌인건 맞는거 같지만...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친구들이 누나 사진(사인 동봉) 같은걸 요구할때는 당황한 적도 있다. 얘네들이 남 누나에는 왜 관심 가지나 하고.
그치만 뭐, 누나가 아이돌 해서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누나가 아이돌을 한다고 나선 1년동안, 누나가 어딘가 다른 사람이 된 것이 느껴졌으니까. 말하는거 보니 넓고 얇게만 사귀어 왔던 교우 관계도 굉장히 깊어진 느낌도 들고, 학교에서 그렇게 잘나갔으면서 학교 따분하다고 말하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한층 더 생기가 넘치기도 하고. 뭐, 지금의 누나가 훨씬 낫다. 그건 확실해. 용돈 잘 나와서 그러는거 아니냐고? 닥쳐.
그래서, 잘난 아이돌이신 우리 누나가 지금 어떤 상태인고 하니,

"하, 하하... 이래서야 아이돌 실격이네. 몸 관리도 재대로 못하고..."

열병이 나서 드러누워 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누나는 셔츠 한장 입고 침대에 누워서, 얼굴이 상기된채 뜨거운 숨을 내뱉고 있다. 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서 속이 비쳐 보일 지경이다. 많이 아프긴 아픈가보다.

"그거, 그냥 몸살이지?"

"응...아마도. 어떡하지... 오늘 마지아와 녹음 있는데..."

"어떡하긴 뭘 어떡해. 오늘 못한다고 연락해야지. 별 수 있어?"

"아,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오후에 녹음 있는거니까 그 전에 어떻게든 추스를 수 있을거야!"

"그 모습으로 퍽이나 녹음 잘 하겠다. 시끄럽고, 내가 연락해 둘테니까 그냥 오늘은 푹 쉬어."

"동생...!"

누나가 나를 막으려는건지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이마에 맺힌 땀이 선명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내 눈살이 찌푸려진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애초에 아프질 말던가. 내가 연락할게."

누나는 예전에 비해 나아진건 맞지만, 이상한 고집이 생겨 버렸다. 그정도로 아프면 좀 쉴 생각이나 하면 좋을텐데 말이지. 과할정도로 중간에 멈추질 않으려고 든다. 예전부터 있던 머리에 열받으면 그대로 행동하는 충동적인 성격이 이상한 방향으로 뻗어버린거 같다.
뭐 열받으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항상 늘 정말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러는거 하루이틀 사이에 고쳐질거 같진 않으니 중2병 소리 듣는 한이 있어도 시니컬하게 살래요.

"잠깐, 연락을 하더라도 프로듀서는 부르지ㅁ..."

누나가 말을 채 다 하기도 전에 문을 닫고 내 방으로 돌아 왔다. 스마트폰을 들고 연락처를 뒤적거리다, '형님'이라고 적힌 연락처에서 멈췄다. 나는 저번에 어쩌다 누나의 프로듀서를 만난 뒤, 프로듀서를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니, 내가 멋대로 부르고 있다. 형님은 저 못미더운 누나를 정말로 챙기고 이해해 주는 대단한 사람이야. 누나가 신뢰하는 이유가 있어. 그러니까 이런 일 정도는 확실하게 알려줘야지.
응? 누나가 말리지 않았냐고? 내가 누나 말 들을 이유가 어디 있어? 또 쓸데없이 자존심 부린다고 부르지 말라고 하는거겠지. 누나는 어깨에 힘을 뺄 필요가 있다. 누나 고등학생이라고? 형님 말대로 아직 어른 아니라고?

Prrrrrr......

[네. 신데렐라 프로젝트 담당 프로듀서입니다.]

"저...형님. 저에요. 혼다 남동생인데요..."

[아...네. 동생분. 어쩐 일로 전화를...?]

"그게, 누나 오늘 일정 빡빡한가요?"

[아뇨. 오후의 마지아와 녹음 뿐입니다만. 무슨 일 있습니까?]

"누나가... 몸살로 앓아 누웠어요."

[...! 저, 혼다양은 심한 몸살입니까?]

"아뇨,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누나는 바보라서 하루만 있으면 아픈것도 잊고 나으니까."

[...그렇군요.]

"형님?"

[하지만 제가 아는 혼다양은 바보가 아니라 명석한 머리로 상황을 파악한 뒤 모두를 배려해주는 사람입니다. 걱정이 되니 병문안을 가겠습니다.]

"...형님이라면 그렇게 말할줄 알았죠. 네. 알겠어요. 누나한테 그렇게 이야기 해 둘게요."

삑.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놀랐잖아. 누나가 바보라는 말에 동의하는줄 알고. 그 잠시동안의 공백에, 한없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동생이라는 포지션을 이용해서 너스레를 떤게 말실수 한건가 하는 생각부터 해서, 형님이 누나를 생각해 주고 있다는게 내 착각 아니었나 하는 생각, 아니면 생각보다도 누나가 더 멍청한건가 하는 생각 등등. 결국 쓸데 없는 생각이었지만.
누나는 자기가 이것저것 생각은 많이하는데 말을 하면 적당한 소리밖에 안 나온다고 했었지. 누나가 그렇다는 자평에 별로 동의하고 싶진 않지만, 의외로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 오해 사기 좋은 성격인거 같긴 한데, 알게 뭐람.

 

부모님 두분 다 일을 나가셨기 때문에 나는 큰맘먹고 누나를 간병하기 위해 학교를 쉬기로 했다. 물론 정당하게 학교 땡땡이 치고 싶었을 뿐 아니냐는 질문이 나를 많이 곤란하게 하진 않을거다. 사실이거든. 뭐 누나 간병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열은 내렸네."

"그렇네... 땀을 뺐더니 몸도 좀 가벼워 졌어."

"아직 점심도 안됐으니... 잘 하면 녹음에 참여 할 수 있을래나..."

"아니, 아프면 오늘은 좀 쉬라니까. 그러다 픽하고 쓰러지면 민폐인거 알아 몰라? 먹고 싶은거 있어? 오늘만은 특별히 사와 줄게."

"특별히 같은 소릴... 동생, 너 나한테 약점 잡힌거 잊었어? 평소에도 노예처럼 부려먹혔으면서 무슨."

"먹고 싶은거 없나보네?"

"...후라이드 치킨."

"치킨 엄청 좋아하네... 갔다올게."

우산, 지갑, 휴대전화. 대충 챙기고 집 앞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픈 사람이 먹고 싶다는거니까 재대로 하는 집 같은걸 찾아가고 싶지만, 이 근처에는 치킨 전문점 같은게 없다. 있어도 문 열 시간이 아니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린다. 기분 찝찝해지게 시리. 비가 올때마다 작년의 그날이 생각난다. 나는 누나가 자기 혐오가 담긴 표정을 지을수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오디션에 붙은것만으로 이미 톱 아이돌이 된거처럼 좋아하던 누나가 첫 라이브 하러 나갔다 오더니 방구석에 쳐박혔으니까. 자존심이 상한거였는지, 아니면 기대와 너무 달라서 실망했던건지, 혹은 그런 헛된 기대를 했던 자기가 혐오스러웠던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쩌면 셋 다였을지도.
prrrrr...
그 와중에 전화가 울렸다.

"네. 여보세요. 혼다입니다."

[아, 저 그게... 혹시 미오쨩 동생 전화 맞나요?]

"ㅇ, ㅇ, 여ㅅ... 아니 시마무라 우즈키씨인가요?!"

하마터면 전화기 떨어트릴 뻔했다. 아니, 누나가 신세 지고 있는 두 여신님들중 한분이 어찌 이 누추한 전화에.

[저... 미오쨩 동생, 맞는거죠?]

"네, 네, 네. 제가 혼다 미오 남동생입니다."

[다행이다. 잘못 걸었나 했네요. 헤, 헤헤.]

아아. 귀가 녹아내린다. 어떻게 누나같은 사람이 이런 천사같은, 아니 여신님의 리더인걸까. 심장이 바운스바운스한게 내 생명에 안좋은 영향이 가고 있는거 같지만 애써 진정하기로 했다. 아니, 진정하기 전에 해야 할 말이 있잖아.

"저, 저기, 저번에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번이라니 무슨... 아. 그건 이제 괜찮아요. 아무 일 없이 넘어갔잖아요.]

...시마무라 우즈키는 여신이며 천사고,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할수 있다.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도 괜찮다니. 정말 그때는 큰 민폐를 끼쳤습니다.

"저...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아... 그게, 저도 린쨩도 오늘은 일이 바빠서 찾아가질 못하니까, 미오쨩의 상태라도 알고 싶어서... 미오쨩은 괜찮은가요?]

"괜찮아요. 흔한 몸살이고, 아마 내일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활기차게 출근 할 거에요. 그런데... 이건 누나한테 직접 전화 하는게 더 알기 쉽지 않나요?"

[이미 미오쨩에게는 전화 했지만... 미오쨩은 자기 힘든걸 내색을 안하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동생분에게도 전화 한거에요.]

"그렇군요. 보잘것 없지만 이 한몸, 오늘은 누나를 위해 열심히 간병해서 내일은 출근하기 싫다고 해도 출근하도록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믿고 있을게요. 헤헤헤...]

여신님께 신뢰를 얻기 위해 애써 듬직한 척 말을 꾸며냈다. 이런식으로라도 호감도를 쌓아 가야지. 최소한 밉보이진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아, 린쨩? 린쨩이 바꿔 달라고 하네요. 잠시만요.]

그대로 전화를 끊을줄 알았는데, 시부야 린이 전화를 넘겨받는 소리가 났다. 저, 저기, 심장이 터질거 같습니다. 실물로 처음 봤을때도 심장이 멎는줄 알았는데. 두 사람 다.

[여보세요.]

"아...네. 혼다 미오 남동생입니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오랜만이네. 잘 지내?]

"네... 저는 잘 지내요."

[흐응. 그래 잘 됐네. 이쪽은 잘 못지낼 뻔했는데.]

...으윽. 그래. 이게 정상이지.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 원망의 말을 안 들을리 없다.
지금 필요한건 뭐? 스피드.

"정말 죄송합니다! 저... 그게 순간 욱해서... 아니, 좌우지간 죄송합니다!"

[아니, 화내려고 한 말은 아니니까. 하지만, 다음부터 그러지 마. 경고야.]

"네, 네... 감사합니다."

내가 미쳤다고 그런 짓을 했지. 그 짓거리는 두고 두고 내 흑역사로 남으려는 모양이다. 으아아. 으아아아.

[뭐, 이 말 하려고 전화 바꾼건 아니고, 이 김에 조금 듣고 싶은게 있어.]

"네? 뭐죠? 뭐든지 대답해 드릴게요."

두 여신님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인들 못하리까. 네. 질문만 하시죠.

[미오, 집에서는 어때?]

"집에서요? 음... 혹시 이런 농담 아세요? '동생과 오빠, 혹은 동생과 누나는 서로 죽고 죽이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말."

[...알거 같네.]

"뭐, 평범한 남매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끔씩 죽도록 싸우는것만 빼면."

[일방적으로 맞는게 아니고?]

"뭐 일단 싸우는거라고 해 두죠. 그런데, 프로덕션에서의 누나는 어때요?"

[...프로덕션에서의 미오?]

내 말에 시부야 린은 한템포 늦게 대답을 했다. 그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겠지.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소리도 잔뜩 들을지 모른다.
하지만 듣고 싶었다. 누나 일이잖아. 말 그렇게 해놓고 누나 걱정하고 있는거 아니냐고? 시끄러. 보면 모르냐.

"저... 우리 누나, 보다시피 영 못미더운 부분이 많은 누나라서... 집안에서는 난폭하게 굴기도 하고, 은근 잘난척도 하고, 저 나이씩이나 되어놓고 가끔씩 위아래로 남자형제가 있는데 목욕한뒤 옷도 재대로 안 챙겨입고 나오는걸 보면 걱정이 되어서요. 민폐를 끼치진 않았을지..."

[...처음에는 나도 영 못미덥긴 했지.]

"역시... 그런가요."

[그래서 내가 미오를 챙겨주려고 한 적도 있어. 하지만... 어느샌가 내가 미오에게 의지를 하고 있더라고. 지금의 미오는... 네가 알던 철부지 누나는 아닐거라고 생각해.]

"...네. 그거면 됐어요. 다행이네요. 두분이, 누나를 아껴줬으면 해요. 보기보다 여린 타입이니까."

[그리고 보기보다 무리하는 타입이지. 무리하는거 같으면 억지로라도 좀 쉬게 해줘. 동생 권한, 이라는 걸로 말이지? 후훗.]

눈웃음을 짓고 있을게 분명한 시부야 린의 웃음소리는 제가 여신이라고 지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누나는. 마음 속 한 구석에서 안심이 되었다.

 

"네, 네. 알아서 열고 들어오면 되잖아 동ㅅ... 프, 프, 프로듀서?!"

"호, 혼다양?! 그런 차림으로 문을 열어주시면 안됩니다!"

...그렇게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누나 걱정을 실컷 하고 후라이드 치킨을 사 든채로 들어오는데, 왠 러브코미디가 펼쳐지고 있었다. 으음. 그러고 보니까 누나는 얇은 흰 티 하나만 입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어서 훤히 비쳐 보이고 있었지. 형님하고 누나가 잘 되길 바라는 내 입장으로서는 꽤 반가운 상황이긴 하지만 내가 늦었기 때문에 저런 상황이 연출 될 줄이야.
멀찌감치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자니, 여차저차해서 누나가 대충이라도 차려입은뒤 형님을 방 안으로 들인것 같다. 최대한 소리를 안 내고 방 안으로 들어가 치킨을 싱크대에 내려놓고, 누나의 방 밖에서 소리를 엿듣기로 했다. 나쁜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이건 전부 커다란 대의를 위해서...!

"...하하. 내가 오지 마라고 말했던거 같은데... 동생이 말 안해준 걸까나."

"동생분은 혼다양을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걱정이 되어서 멋대로 병문안을 온 겁니다."

음. 음. 좋은 분위기다. 크으. 형님이 너무 좋은 남자라서 내가 뭘 안해도 될거 같아. 역시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

"혼다양은 평소에 다른 분들을 보살펴 주면서도 그 자신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성실하신 분입니다. 아플때 만큼은 무리하지 말고 맘 놓고 쉬시길 바랬습니다."

"아... 아니야. 그렇게 따지면 프로듀서야말로 우리보다 훨씬 더 무리하고 있잖아. 나보다 더 많은 아이돌을 돌봐주고 있고, 그러면서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하는 프로듀서에 비해서는 나는 보잘것 없어. 나는 그런 말 들을만한 사람이 아니야."

"프로듀서에게는 프로듀서의 일이 있는 법입니다. 혼다양은 아이돌이고 아직 소녀..."

"...안 왔으면 했는데, 프로듀서."

누나가 별안간 말을 끊었다. 어라. 뭔가 이상한데. 누나가 이런 식으로 말을 끊는 성격이었나. 하지만 프로듀서는 불쾌한 기색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혼다양. 혼다양이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는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이런 날마저 책임감에 얽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몸은 추스르는 만큼 낫는 법입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찾아 온 겁니다."

"으으응. 그런게 아냐. 나... 오늘만큼은 프로듀서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어. 프로듀서의 얼굴을 볼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반사적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순간 입에서 소리가 나올 뻔했다. 뭐, 뭐야 이거. 서, 설마 고백? 고오백? 누나, 안돼! 이 상황보다 더 좋은 상황이 있을거야! 열병으로 드러누운 상황이라는게 로맨틱한 상황은 아니잖아!

"무슨 말씀이신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게 남의 사랑이야기라 했던가. 누나면 남의 이야기까진 아니지만 내 가슴이 콩닥콩닥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하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뭐야? 이거 어떻게 진행되는거야?

"그게... 나, 조금 알아 버린거 같아. 프로듀서의 기분을."

"...설명해 주실수 있으십니까?"

"있지, 내가 아이돌이 된 이유, 들었었지?"

"네. 오디션 이후 개인적인 면담에서 들었습니다. 아이돌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학교에서 '이거다'싶은 것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뛰어들었다고."

"그때, 내가 말하지 않은게 있어. 나도 이제야 기억 난거야. 내가 누구에게서 아이돌에 대해 들었는지.
...야구치 미우, 알아?"

"...! 그 이름을 어떻게..."

"역시 아는구나."

잠시 정적이 맴돌았다. 나조차도 움직이지 않고, 바깥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추적추적한 빗소리만이 배경음이 되어 집 안을 채운다.

"어제 나를 데리러 프로듀서가 왔을때, 프로듀서는 보지 못했겠지만 난 미우랑 같이 있었어. 프로듀서를 본 미우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기억이 난거야. 내가 누구에게서 아이돌에 대해 들었는지. 그리고 자기는 아이돌을 그만 뒀다면서 쓸쓸한 표정을 짓던 미우의 모습도."

"..."

"그리고 난, 그런 미우를 보고도 은근히 속으로 '아이돌도 별거 아니겠지'하고 깔보면서 뛰어든 바보였어. 거기까지 생각하니까, 죄책감 때문에 잠을 이룰수가 없어서 잠을 설쳤고... 지금 이런 상태지. 미안, 프로듀서. 나의 활달함이 장점이라고 해 줬는데, 오늘만은 우울한 미오쨩으로 있고 싶어."

"..."

...내가 실수한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잘은 모르지만 누나가 프로듀서 형님을 부르지 말라고 한 이유가 그런 복잡한 머릿속 때문이었고, 그런걸 모르고 내가 형님을 부른게 누나를 더 심란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소리잖아. 이거... 내 탓인거지...?
한동안의 정적 뒤에 프로듀서가 입을 열었다.

"...야구치양 문제는,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혼다양. 친구분이 제 미숙으로 큰 상처를 입었군요."

"...아니야. 나도 미우의 얼굴을 볼 낯이 없으니까."

"하지만 혼다양. 제가 혼다양을 뽑은 이유에 대해, 기억하십니까?"

"미소...라고 했었지. 하지만 그건 시마무도 시부린도..."

"네. 그 두분께도 그렇게 답변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서로 다릅니다. 제가 혼다양을 뽑은 이유는, 혼다양이 미소로 사람을 이끄는 법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혼다양이 뉴제너레이션의 리더인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하하, 그렇게까지 추켜세워주면 좀 부끄러운걸..."

"혼다양. 당신은 주위에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야구치양도 그런 당신이기에 친구가 된 것이겠지요. 혼다양의 빛에 이끌렸기에. 그러니 기운 차리셨으면 좋겠습니다."

"..."

"혼다양?"

"...고마워 프로듀서. 조금은 기운이 나네. 나중에 우리 같이 미우에게 사과하러 가지 않을래? 둘다 사과할 일이 있잖아."

"...검토해보겠습...아니, 일정 잡아서 꼭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시마무와 시부린에게는 비밀로 해줘."

"...네."

 


그리고 한참의 정적이 흘렀다.

...머릿속이 복잡해 지려고 했다. 어...그러니까... 난 그냥 누나 연애사업을 부추기고 싶었을 뿐인데 뭔가 굉장한 말을 들은거 같아. 누나가 1년간 다른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정도로 달라졌을 줄은 몰랐다. 어쩐지 누나가 멀어진거 같아. 이해하기도 힘들고... 그래도 뭔가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된거 같은 기분은 드는데... 아 머리아파.
...아, 그래. 치킨, 치킨. 치킨이나 누나한테 갖다 줘야...
딱콩.

"아얏!?"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느샌가 내 눈 앞에서 누나가 나에게 딱밤을 먹이고 있었다. 어, 잠깐? 누나는 방 안에서 프로듀서 형님이랑 대화하고 있었던거 아닌가? 어느새 내 눈 앞에...

"동생, 내가 프로듀서 부르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

누나는 불만이 많다는듯 뺨을 부풀린채 한심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 어째서야. 어째서 그런 표정인거야??

"자, 잘만 대화 했으면서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해?"

"나도 생각 정리할 시간 필요하거든? 생각 좀 정리하고 이야기 하려고 했다, 왜?"

"그치만, 결론적으로 잘 됐잖아. 형님이랑 잘 되어 가는거처럼 보이던데!"

"뭐, 뭐가 잘 되어가?"

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내 시선을 피했다. 아직 아픈건지 식은땀을 흘리고, 부끄러운건지 그냥 아픈건지 모를 홍조와 함께 내 시선을 피하고 있는 누나는, 어린 내가 봐도 명백하게 속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흠흠. 나야 동생이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 모습을 형님이 귀엽다고 생각해 줘야 할텐데.

"누나, 이 김에 말하는건데, 형님 꼭 잡으라고. 형님만큼 괜찮은 남자가 어딨다ㄱ...아얏?! 아얏?!"

딱콩 딱콩. 이번엔 두대다.

"이, 이게 동생이라고 못하는 소리가 없어..."

...방금 말 취소. 이런 난폭한 여자는 암만 형님이래도 귀엽다고 느낄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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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뭔가 관찰자 시점에서 뉴제네와 프로듀서를 묘사해 보고 싶었던건데 잘 된건진 모르겠네요.

쓰고 싶었던 내용이긴 한데 뭔가 이야기 구조가 애매해서 뒷부분은 좀 날림입니다. 양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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