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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조회: 991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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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8, 2016 01:38에 작성됨.

 

<그야말로 어른>

 

 

“저기 봐, 우즈키.”

“린? 무슨 일이에요?

“카에데 씨지?”

“그러네요, 테라스에서 독서라도 하고 계신 걸까요.”

“어른이네.”

“어른이네요…….”

“우리도 저런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자.”

“힘내서 어른이 되죠!”

 

한편.

“타카가키 씨? 뭘 그렇게 집중해서 봅니까?”

“아, 프로듀서 씨? 저기 이건…….”

“어디……유머 잡지? 나 참, 미팅 준비하라니까 이런 거나 읽고……압수입니다. 미팅 끝나도 안 줄 거에요.”

“아, 아앗……!”

“빨리 미팅 준비나 하세요.”

“……훌쩍.”

 

 

“저기 봐요, 린! 카에데 씨에요!”

“스마트폰을 진지한 표정으로 보고 있네. 스케줄 점검이라도 하는 걸까.”

“어른이네요~!”

“어른이네. 우리도 저런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자.”

“네엣! 시마무라 우즈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편.

“타카가키 씨, 인터넷 화면은 왜 그렇게 노려봅니까?”

“아뇨, 그게 뭘 검색하려고 했는데 뭐였는지 까먹는 바람에…….”

“…….”

“그렇게 측은한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

“……훌쩍.”

 

 

 

 

<메르헨 데뷔>

 

“아, 사기사와. 잠깐 괜찮을까?”

“무슨 일인가요, 프로듀서 씨?”

“다름이 아니라, 다음 방송에서 오퍼가 들어왔는데 말이야……곡 선정이 조금.”

“메르헨……데뷔? 이건, 나나 씨의…….”

“일단, 이게 라이브 영상인데.”

“…….”

“…….”

“……할 수 있겠어?”

“……이건, 그…….”

“……미안.”

“아뇨, 노력……하겠습니다.”

“고마워. 나도 최대한 협조할게.”

“저기, 그럼 부탁이…….”

 

“안무 연습 할 때, 같이 해 주실 수 있나요?”

“엩.”

“싫으신가요……?”

”어? 아, 아니, 그건…….”

“협조한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나요……훌쩍.”

“아, 알았어! 나도 같이 할 테니까!”

'......생각보다 쉽네요.'

 

이후 엉망진창 우사밍 했다.

 

 

 

<타치바나에요>

 

 

“타치바나 아리스입니다. 타치바나라고 불러 주세요.”

“그래, 타치바나. 우리 사무소에 온 걸 환영한다. 와 줘서 고마워.”

 

1달 후

“어떤가요, 프로듀서 씨!”

“잘하는데? 타치바나 너 배우는 게 빠르구나.”

“에헤헷, 고맙습니다.”

 

다시 2달 후.

“프로듀서 씨, 저……이번 시험지입니다만.”

“어디 보자. 이야 전부 95점 이상이네? 잘했다, 잘했어. 칭찬의 의미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마.”

“에헤헷, 감사합니다.”

“보면 볼수록 대견하단 말이야, 아이돌 활동 하면서도 학업도 챙기다니. 역시 타치바나야.”

“…….”

 

또다시 3달 후.

“저, 어땠나요?”

“최고야. 지금까지 그 어떤 때보다도 멋진 퍼포먼스였어.”

“감사합니다. 저, 그러면…….”

“그래, 머리 쓰다듬어 줄게. 이리 온.”

“에헤헤헷.”

“장하다, 장해. 우리 타치바나.”

“…….”

 

거기서 1달 후.

“타치바나, 오늘은 일찍 왔네?”

“아리스에요.”

“그래, 타치바나.”

“아.리.스.에요!”

“……? 그래, 너 타치바나야.”

“그러니까, 아.리.스.에요!!!”

“………? 그래, 너 타치바나 맞잖아?”

“으아아앙! 프로듀서는 바보! 멍청이!”

“……? 나가버렸네……. 센카와 씨, 제가 뭐 잘못했습니까?”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나요. 대화의 흐름을 잘 떠올려보세요.”

“……?????”

 

 

 

<약점>

 

“으음, 아나스타샤. 유원지에 온 건 좋은데.”

“네?”

“어째서 아까부터 절규계 코스터만 타는 걸까.”

“프로듀서, 절규계가 сла́бое(주 : 약점)……이라고 들었습니다.”

“……방금 그 단어는 번역 안 해주니?”

“Нет(부정)……별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그러니, 다음 번엔 저것을.”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저거, 혹시 타면 죽는 거 아닐까?”

“безопа́сность, 괜찮습니다. 일본의 놀이기구, 매우 안전합니다.”

“……아니, 내가 안 좋거든.”

“프로듀서, 혹시 저게 бояться……그러니까 무서운가요?”

“아, 아니? 그럴리가! 하하하!”

‘필사적으로 허세부리는 프로듀서, 귀엽습니다. 미나미, 정보 감사합니다.’

 

 

<193cm와 148cm>

 

“히노, 오늘따라 기분 좋아 보인다?”

“프로듀서 씨! 받아주세요! 전력 트라이!!”

“어? 뭐라고?”

“봄바!!!!!!!”

“으악!”

 

“안녕하세요……어머, 프로듀서 씨?”

“아짱, 어서 와.”

“저기 미오, 소파에 프로듀서 씨가 사타구니를 붙잡고 주무시고 계신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아까 히놋치가 박치기를 하는데 프로듀서가 높이를 잘못 맞추는 바람에 히놋치의 어깨가 영 좋지 않은 곳에…….”

“저런……괜찮으셨으면 좋겠는데요.”

“괜찮을 거야, 프로듀서니까.”

 

 

**********

 

 

“……라는 단막극을 구상해 봤습니다.”

 

어두운 회의실에서, 프로듀서는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빔 프로젝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양 옆에서는 미즈키와 미유가 고개를 돌린 채 필사적으로 웃음기를 참느라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빔 프로젝터가 꺼지고, 회의실의 불이 다시 켜진다.

 

“그래서, 저거를 애니버서리 파티에서 하자고요?”

“네.”

“기각.”

“어째서! 저거 말고도 몇 개 더 있단 말이에요!”

“저게 끝이 아니야!?”

 

울상을 짓는 카에데를 손가락질하며 프로듀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내가 맨날 당하는 역할인가요!”

“첫 번째는 제가 당하는 역할이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나머지는 다 내가 당하잖아요! 그것보다 내가 절규계에 약한 건 어떻게 알았는데!”

“비.이.밀?”

“…….”

“아하하하하!! 두사람 정말 웃겨!”

 

상큼하게 윙크하며 대답하는 카에데를, 프로듀서는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보았다. 그것이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간신히 웃음을 억누르던 미즈키의 웃음보가 결국 터졌다.

 

“그나저나 P군, 절규계에 약했구나? 어때, 다음에 유원지라도 놀러 가지않을래?”

“......그런 건 댁 눈에 번들거리는 욕망부터 지우고 나서 물어봅시다.”

“아하하하하하!”

 

그렇게 한참을 웃어젖히다가, 잠시 후 웃음기가 어느정도 가라앉은 미즈키가 프로듀서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일단 진정하고. P군 포지션이 딱 거기에 어울리잖아?”

“아니거든요!”

“아냐, 미유도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거야. 그렇지?”

 

카에데와 미즈키, 프로듀서 세 사람의 시선을 받은 미유는 잠시 안절부절하더니 잘 익은 토마토처럼 얼굴을 붉히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봐, 맞지?”

“세상에, 미후네 씨마저…….”

“죄송해요……!”

“아뇨, 죄송할 건 아닙니다만.”

“아뇨, 저도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쪽이었냐.”

 

카에데에게 성큼성큼 걸어간 프로듀서는 그녀의 손에서 스크립트를 가로챘다.

 

“아무튼 이 안은 폐기입니다. 안 할 거에요. 허가도 안 할 거구요.”

 

그때, 회의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며 한 남자가 나타났다.

 

“아니, 그렇겐 안 돼지.”

“사장님?”

“’우연히’ 회의실을 지나가다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려서 말일세.”

“아니, 우연이고 자시고 여기 방음처리 돼 있잖아. 근데 그걸 당신이 어떻게 듣는거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자네의 그 계획, 내가 반드시 성사시키겠네.”

“어?”

 

사장은 프로듀서의 손에서 스크립트를 낚아챘다. 뜻밖의 전개에 프로듀서가 멍하게 있는 사이, 그는 재빨리 회의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달아났다.

 

“아, 잠깐만!”

“어딜!”

“그렇겐 못 해요!”

 

프로듀서가 그를 쫓아 나가려는 순간, 카에데와 미즈키는 그에게 달려들어 그의 허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젠장! 셋 다 한 패였냐!!”

 

 

 

그리고 몇 달 뒤, 애니버서리 파티장에서는 프로듀서 주연의 단막극이 엄청난 호응 속에 방영되었다고 합니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끄읏>

 

 

 

글저장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런 글에는 소질이 영 없다는 사실을......

생소한 스타일이다 보니까 단편보다 이거 쓰는 게 어째 더 힘드네요.

스크립트처럼 서술을 배제하고 써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요. 

길을 걷거나 잠시 멍때릴때마다 떠올라서 혼자서 큭큭거리던 소재들인데,

소재는 떠오르는데 쿨타임이 도저히 해소되질 않아서 되는대로 휘갈겨 보았습니다.

 

 

새벽 2시 40분. 잠이 안 와서 읽어봤습니다.

제가 쓴 건데도 신기하게 재미가 없네요.... 날이 밝으면 이불을 좀 걷어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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