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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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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7, 2016 02:11에 작성됨.

 

 

 

“제 5대 신데렐라 걸은, 시마무라 우즈키 양입니다!”

무대 뒤편,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귀청이 울릴 정도로 커다란 환호성이 들려온다.

그야 당연하지. 지금까지 사람을 끌어들이는 미소를 제외하고는 평범함으로 일관해온 소녀의 그야말로 동화 신데렐라와 같은 스토리였으니까.

내 머릿속의 절반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기쁘다. 기쁘지 않을 리가 없지. 저 아이 또한 내가 키워낸 아이돌이고 내가 데려온 신데렐라니까.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 나머지 절반은…….

“저, 잠시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천천히 다녀오세요. 이제 식도 거의 마감되었으니까.”

흔쾌히 허락하는 디렉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양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무거운 숨을 내뱉으면서 나는 스테이지 밖으로 나갔다. 등 뒤로, 무대로 올라선 우즈키가 울먹이며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회장 밖은 아직 햇빛이 남아 있었다. 초여름의 19시. 이제 슬슬 낮이 길어질 때이다.

회장 밖으로 나온 뒤, 뭔가에 이끌리듯 지하 주차장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도록 설치된 외곽의 난간으로 향해 거기에 기대어 섰다.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한 습관이 다시 돋아나 오른손이 가슴 안쪽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이미 담배는 끊은 지 오래 되었을 텐데.

“하아…….”

이제는 들을 사람도 없겠다, 무거운 숨은 무거운 한숨이라는 형태로 소리를 담고 입 밖으로 나왔다.

내 패착이었다. 투표 종료를 앞둔 월말 행사에서 카에데의 어리광을 받아들여 그녀를 명단에서 빼 버린 것이 결국 이런 형태로 나타나 버렸다. 107만표, 그리고 75만표. 32만표의 차이. 약 1.5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만약, 그녀도 그 행사에 참가했더라면.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인생에 만약은 없는 법.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비합리적이라고 여겨왔던 행동을 이미 네 번째나 반복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녀는 항상 마지막에 발을 빼는가. 그리고, 어째서 나는 몇 번이나 그녀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인가.

“프로듀서.”

“네.”

등 뒤에서, 지금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난간에 기대어 선 채, 고개를 절반만 돌려 말로만 대답한다. 지금은 말을 걸지 말아 주세요. 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프로듀서.”

발소리가 멎고, 아까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장이라도 뒤돌아서 그녀를 안고 싶었다. 미안하다고, 내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울부짖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그들 모두의 프로듀서가 아니던가.

결코 편향되어서는 안 되는 입장. 모두를 공정하게 이끌고 가야 하는 입장이 아니던가.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는 몸을 억지로 억누르듯, 나는 기대어 선 난간을 두 손으로 좀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삐그덕, 하고 낡은 난간이 적당히 하라는 듯 불만스런 비명을 지른다.

“프로듀서.”

난간에 정신이 팔린 사이, 목소리는 어느샌가 내 바로 뒤에까지 다가와 있었다. 달싹거리는 입술을 앙다물고, 나는 빌딩의 숲을 노려보는 눈에 힘을 주었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빙글, 하고 뒤를 돌아, 내 바로 뒤에 서 있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가까이 다가오던 그녀의 몸이 덜컥, 하고 다시 약간 밀려나간다.

“……2위,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신장 차이가 있으니 고개를 숙여도 표정이 다 들키게 된다. 그러니 나는 고개를 들어, 붉은 빛이 사라져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눈을 맞춰주지 않으시는군요.”

“……네. 그렇게 됐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지금 내 눈을 보면, 지나가던 초등학생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 텐데.

지금은 저는 저를 숨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 모습을 당신이 알아서도 안 됩니다.

나는 프로듀서니까.

“……들어가죠. 바람이 찹니다.”

“네, 돌아가요. 우리의 자리로.”

 

복도를 지나 무대로 돌아가면서, 내 발걸음에 맞추어 옆에서 걷고 있던 그녀가 말을 꺼냈다.

“저, 이번에도 못 됐네요, 신데렐라.”

“제……불찰입니다. 그렇게 당당하게 말해놓고…….”

정말로, 할 말이라곤 이것 밖에 없었다.

“아뇨, 프로듀서는 최선을 다 했어요. 제가 여기까지밖에 못 온 것은 순전히 제 능력……”

“아닙니다!”

발이 멈추었다. 한 걸음 정도 앞서서 멈추어 선 그녀는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

“당신은, 고작 여기에서 멈출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끝날 사람이 아닙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나는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애써 외면하고 있던, 내 가슴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의심암귀를, 나는 지금 끄집어낸다.

“지난 4년간 당신이 삼킨 눈물은! 지난 1년간 당신이 해 온 노력은!”

내 눈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색으로 빛나는 보석이 애처로운 빛을 띄었다. 너무나도 무거운 그 눈빛에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감정이 넘쳐흘러 목이 메이고, 입이 멋대로 경련하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된다. 이성은 필사적으로 절제의 제방을 세우지만, 이미 감정의 격류는 절제 따위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코! 이 자리에 어울리는 정도의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당신은.

“그것을, 당신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인데……!”

당신은, 어째서!

다음에 튀어나올 단어를, 나는 아랫입술을 씹을 정도로 강하게 입을 다물어 억지로 틀어막았다. 마치 떼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두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다음 말을 골라서 꺼내야 하는데, 감정의 격류에 표류하는 뇌는 생각하기를 거부한다.

그 때, 서늘한 무언가가 내 얼굴을 감쌌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짐작한 순간, 끓어올랐던 머리가 급속도로 식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저는, 지금이 더 좋은걸요?”

서늘한 손가락이 뺨을 내달린다. 소중한 보석을 만지듯 조심스레 쓰다듬는 그 손길이 지나갈 때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피부가 삽시간에 가라앉는다. 조심스레 눈을 뜨자, 다른 빛깔로 빛나는 보석이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신의 마음은 잘 알아요. 너무 잘 느껴져서, 그래서 너무 고마워서, 이것 말고는 해 줄 수가 없는 지금의 내가 너무 원망스러울 정도에요.”

“그게, 무슨.”

“하지만, 저는 지금이 더 소중해요. 당신과 함께, 목표를 바라보며, 이인삼각으로 뛸 수 있는 지금이.”

“…….”

“그래요. 저는, 분명히 신데렐라가 되지 못했어요. 이번에도 2등에서 멈추었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라고 말하며, 그녀는 내 뒷덜미로 손을 뻗어 내 목에 깍지를 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자세가 구부정해지며 내 머리가 그녀의 품에 안긴 모양새가 되었다. 그 상태에서, 그녀는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인다.

“이렇게 또 다시 1년간, 당신과 함께 앞을 보면서 뛰어갈 수 있어요. 제겐 그게 더 큰 상이에요. 나의 프로듀서님.”

그녀의 품에 안긴 채로, 그녀를 떨쳐내려 했던 두 손을 나는 다시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품 속에서, 소리를 죽인 채 오열했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렸네요……갑시다. 축하 파티를 하죠.”

“그러네요. 새로운 신데렐라 걸을 위하여.”

복도의 끝. 스테이지로 들어가는 방음문 앞에서, 그녀는 내 손을 슬며시 잡았다.

“우즈키의 시계는 12시가 되었어요. 하지만 내 시계는 또다시 11시 59분이네요.”

“그렇군요.”

“그럼, 제게 걸린 마법은, 아직까지 유효한걸까요?”

“그럴 리가 있나요.”

나는 그녀의 손을 놓고, 방음문을 크게 당겨 활짝 열었다.

“이제부터는 더 근사한 마법을 걸어버릴 거예요.”

문 너머에서 쏟아져나오는 빛을 받으며, 그녀는 나를 향해 방긋 웃었다.

“다음부터는 더 바빠질 겁니다. 내년 이 날에는 반드시, 당신께 유리구두를 신겨 드리겠어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나의 왕……아니, 마법사님.”

 

 

 

 

 

네, 여러분은 지금 카에데p의 발로 쓴 정신승리를 보고 계십니다.

아이고 우리 카에데씨 우짜면좋노....

 

내년엔 좀 더 넣어드리기 위해 오늘 1년짜리 적금 액수 좀 더 늘리고 왔습니다.

괜찮아, 내년엔 월말푸시같은거 없을테니까 꼭 신데걸 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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