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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sidestory - 사죠 유키미는 외톨이에서 외톨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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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6, 2016 13:52에 작성됨.

하늘로 솟은 장대 위에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낸 삼각형이 걸려있었다. 점선면 중 면에 해당하는 부분을 대부분 제거해, 장대와 연결되는 부분만을 남겨놓은 심플한 모습이다. 사람 몸뚱아리를 겨우 뉘일 정도의 크기의 삼각형들이 장대에 꽃혀선 계곡 속의 분지를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장대들마다 까마귀 몇 마리가 달라붙어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배부르게도 먹는구만. 이쪽은 있던 식욕도 사라지는데."

 

병사는 방해된다는 듯 까마귀들을 창으로 걷어내었다. 날카롭게 벼려진 창날을 보고 까마귀들이 조금 떨어진 곳으로 도망쳤다. 병사가 더 이상 쫓지 않을 거라는 걸 학습했기에 멀리 도망치지 않은 것이다.

까마귀는 새끼들의 몫까지 충분히 배를 불렸고, 병사는 까마귀의 만찬을 망치기 위해 힘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까악."

 

병사들이 절퍽거리는 바닥에 힘겹게 발을 내딛으며 작업을 시작했다. 까마귀의 무리는 병사들이 아직 오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관찰하며, 곧 끝날 만찬의 후희를 즐기고 있었다. 그 중, 무리에서 약간 떨어져 있던 한 까마귀가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까악까악."

 

까마귀는 어느 키 작은 여자아이를 향해 날아갔다. 병사들 중 누구도 그 까마귀를 제지하지 않았다. 검푸른 색 장발 머리카락의 어린 소녀 앞에서, 그 까마귀는 검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페로, 수고했어."

 

"일 끝났지? 돌아가라. 소대장이 우유 데펴놨을 거다."

 

'그 로리콘이 말이지' 병사들이 반 농담삼아 수근거렸다.

 

".....좀 더, 있을래....."

 

툭, 삼각형 위에 묶여 있던 시체에서 머리가 떨어져내렸다. 잘 썩어 진물처럼 변해버린 뇌가 두개골의 그릇에서 엎질러진 스프처럼 흘러나왔다.

 

"니가 여기 있으면 우리도 소대장한테 까인단 말이다. 미친 광신도 새끼들도 귀여운 몬스터도 없으니 그냥 가."

 

풍선 터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었다. 장대에 매달린 썩은 시체들을 내리는 도중, 가스가 가득 찬 배가 터진 것이다. 나지막한 비명소리와 욕설의 교환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폭죽처럼 터져나오는 내장들을 뒤집어 쓴 병사들이 얼굴을 찌푸리는 동안, 고참급 병사와 이야기하는 소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들이 썩은 뱃속을 뒤집어쓰는 모습이 재밌다는 듯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유키미, 부탁이니까. 이런 건 아저씨들이 치우고 있을 테니까 유키미는 돌아가줘."

 

".....알았어. 가자, 페로."

 

검은 고양이가 자기 몸 중심의 한 점을 향해 구겨져들어갔다. 구겨진 점은 다시 한 번 펼쳐지며 이번엔 흑표범이 되었다. 사죠 유키미라고 불린 소녀가 그 위에 능숙하게 올라타자, 페로는 병사들을 향해 고개를 한 번 숙인 다음 빠른 속도로 계곡 분지를 벗어났다. 이런 곳에 자신의 주인을 더 이상 둘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리라, 라고 병사들은 추측했다.

 

".....이 미친 광신도 새끼들...."

 

노가리를 깔 좋은 핑계거리를 제 발로 차버린 고참 병사가, 이곳엔 없는 불특정 다수의 누군가를 향해 원망 섞인 저주를 내뱉었다.

 

"분대장님! 위!"

 

"어?"

 

페로가 박차고 나간 길에 있던 장대가 천천히 부러졌다. 병사의 머리 위에, 장대 끝에 매달려 있던 무언가가 떨어져내렸다. 병사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그것이 액체처럼 흩어지며 분대장의 온 몸을 뒤덮었다. 시체 썩은 물이 갑옷 사이로 스며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입 안에 들어있던 썩은 물을 뱉어내던 병사의 눈 앞에, 자그마한 무언가가 보였다. 아직 덜 썩은 여자아이의 얼굴이었다. 나이는 유키미 정도일까.

 

".....전쟁은, 이전에 끝났잖아...."

 

시체가 또 한 구 떨어져내렸다. 여자아이를 뒤집어 쓰는 호사를 누린 주제에 그런 말 하지 말라는 듯 분대장을 나무라고 있었다. 계곡 분지를 빼곡히 메운 시체들이, 이 세상 모든 것을 규탄하듯 썩어가고 있었다. 전쟁도, 내전도 끝난 이 나라는 아직도 시체 속에 잠겨있었다.

 

 

--

 

 

마을 외곽, 버려진 저택이 사죠 유키미의 은신처였다. 전쟁과 내전을 거치며 약탈당하고 파괴당한 이 저택에 언제부터인가 사죠 유키미가 들어와서 살고 있었다. 마을 아이들에게 귀신이 떠돈다는 걸로 이름높은 이 저택의 소문에 대해, 어른들 역시 반쯤은 방치하는 듯 한 분위기였다. 사죠 유키미를 본다면, 그리고 그녀의 행적을 본다면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

 

이 저택의 주인은 생전에 책을 좋아했던 건지, 아직 부숴지지 않은 방들에선 책이 한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내용 역시 알찬 것들이었다. 현 아베 정권에서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학교에 보급하는 것들보다 종이의 품질도, 내용도 월등히 뛰어났다. 그녀가 홀로 시간을 보내며 공부를 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오늘은 이걸....."

 

반쯤 망가진 저택이지만, 반은 멀쩡하다. 남은 반 만으로도 몇 가정이 살 수 있을 정도다. 여러 시설도 그런대로 작동하고 있어, 어린 마녀가 노련한 사역마와 같이 살기엔 충분하다. 그녀의 수입이 이러한 생활을 유지하고도 훨씬 남을 정도라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사람의 실루엣처럼 변한 페로가 적당히 요리를 만드는 사이, 그녀는 이능력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영특한 그녀는 능력의 취급을 스승 없이도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생활하는 데 불편함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

 

책장 넘기는 소리, 이름 모를 산새의 알이 팬 위에서 익어가는 소리, 끓는 물에 야생초를 투입하는 소리. 반파된 대저택에 삶의 소리가 쓸쓸히 울리고 있었다. 사죠 유키미는 이 침묵에 잠긴 곳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세상과 마주한 고아원도, 자신을 방치하던 고아원의 직원들이 내지르던 비명도, 전쟁터에서 산 채로 타죽어가는 아이의 비명도, 자신의 동반자 겸 사역마인 페로를 소환해내었을 때도, 그 때는 미숙했던 이능력 때문에 적에게 치명타를 내지 못해 본의 아니게 갖고놀다 죽이게 되었을 때도, 자신의 실력을 칭찬하면서도 거리를 두던 미시로 왕국의 병사들도, 대놓고 혐오감과 적대감을 드러내던 백성들도 모두 시끄러웠다. 격전이 끝난 후의 침묵 말고는 조용한 환경을 갖지 못했던 그녀에게 있어, 고기 썩는 냄새가 나지 않는 정적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이었다.

 

".....소란스러워."

 

그렇기에, 이 반파된 저택에 방문한 손님이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페로도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챈 듯, 어느 새 그녀 곁에 돌아와 있었다. 사죠 유키미는 이능력을 행사하는 도구인 검은 수정구슬을 공중에 띄우곤 가만히 응시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흑마녀가 사는 저택에 겁도 없이 침입한 만용에 취한 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죠 유키미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정숙함을 침범한 자들에 대한 불쾌감보다 호기심이 앞서고 있던 것이다.

 

".....나랑, 비슷해?"

 

무례한 침입자들의 정체는, 사죠 유키미와 비슷한 나이대의 어린아이들이었다. 유키미가 책상 옆에 있던 소리굽쇠를 건드리자, 저택 주변에 설치된 장치가 관찰당하고 있는 대상 몰래 기동되기 시작했다.

 

[괜찮아? 여긴 무서운 영주님이 살던 곳이라고..... 아, 거기 무너진 기둥 조심해.]

 

[그 영주는 전쟁으로 죽었잖아. 여긴 이제 빈 집이라고.]

 

이곳에 새 주인이 들어왔다는 것을 침입자들은 모르고 있었다. 아마, 어디선가 줏어들은 모험자의 흉내를 내고 싶었던 것이리라.

 

[돌아가자... 선생님이 여긴 오면 안 됀다고 했잖아.... 게다가 무너져 있어서 위험하다고..... 저기 벽이라던지...]

 

[헹, 그럼 넌 벽돌 조각이나 들고서 먼저 돌아가. 난 여기서 보물을 얻고선 고아원을 나설 거야!]

 

흠, 흔히 있는 고아인가. 사죠 유키미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인가 시작된 왕가의 오랜 폭정은 흔해빠진 비극들을 양산해댔다. 어린 그녀가, 더 어렸을 때의 단편적인 기억이지만 어딜 가도 시체가 즐비했었다. 가장 많은 건 굶어죽은 시체였다.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떨거나, 혹은 죽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게 당연했었다. 사죠 유키미가 있던 성당 고아원이 도적의 습격을 받았던 때는, 유행하던 전염병이 사실은 왕가의 신무기 실험의 일환이었다는 소문이 돌 때 즈음이었다. 고아는 그 이전부터 사방에 널려 있었다.

 

[여긴 무서운 악마가 산다는 곳인데.....]

 

[악마 같은 건 없어! 있었다면 군대가 와서 진작에 쓸어버렸겠지.]

 

[아..... 혹시 옛 성당 터에 있는 그 사람들? 헤에---]

 

그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게 바로 사죠 유키미다. 협력자를 아무런 이유 없이 공격할거라는 말에 유키미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우린 보물만 슥싹해가면 되는 거지!]

 

[저기, 보물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먼저] [시꾸러! 보물은 모험자들 꺼야!]

 

고아의 아이는 무엇이 되는가. 유키미는 그 답을 알지 못했다. 대부분은 무언가가 되기 전에 죽었고, 된 후의 미래는 사람에 따라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는 선에서 한정하자면, 모험가가 되겠다고 설치는 부류들은 그 무언가가 되기 전에 전부 죽어버렸다. 차라리 사죠 유키미처럼 살인에 필요한 기예를 익히고 전쟁을 찾아나선 자들이 생존률이 더 높았다. 일단 굶어 죽을 일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토노키자카 제국에 재상 타카가키 카에데의 반란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 전쟁의 수요는 몇 개월 전까지 끊이지 않았으니.

그럼, 슬슬 뭣도 모르는 고아들에게 고요함의 소중함을 알려주도록 할까.

 

"가자."

 

사죠 유키미가 작업용 정장을 걸쳤다. 마녀를 연상시키는 챙이 넓은 모자와, 입과 코, 목 아래를 전부 가리는 넓은 마스크. 어두운 색으로 곳곳의 핏자국을 감추는 로브. 험한 산길에는 적합하지 않은 복장이라 아까는 다른 옷을 입고갔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작업용 정장을 입을 수 있었다. 사죠 유키미의 사역마가 당황해서 허둥대는 동안, 그녀는 검은 수정구슬을 챙기곤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사죠 유키미가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그녀는 어린아이들의 등 뒤에 있었다.

 

"뭐, 뭐야?!"

 

"히이익!!!"

 

그녀가 검은 수정을 써서 만들어 낸 분신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었다. 검고 고운 수정 입자를 뿌리며 나타난 마녀의 무리에 아이들이 겁먹기 시작했다. 숫자는 네 명. 애초에 전투력 같은 건 가지지 않은 꼬마들이다. 적당히 겁줘서 쫓아낸 다음, 고아원 쪽에 정식으로 접근금지 요청을 내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그러니까 가자고 했잖아.....!!"

 

"시, 시꺼!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다 처리하겠어!! 간다-앗!"

 

리더 격으로 보이는 아이가 굵은 나뭇가지를 들고 분신에게 달려들었다. 나무 뭉동이는 훌륭한 무기고, 가공 방식에 따라선 금속제 무기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런 다 썩어가는 나뭇가지는 사람은커녕 토끼도 죽이지 못한다. 애초에 사죠 유키미는 저런 하품 나오는 공격에 분신을 희생시켜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분신이 적당한 크기의 수정구를 만들어내 대충 던졌다. 부딛히더니 깨졌다.

 

"으, 으... 으아아앙~"

 

그리고 울었다. 리더가 당하자(?) 아이들 사이에 공포가 전염되기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꺼지라고만 해 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녀는 이상한 점을 눈치채었다. 아이들 중 한 명이 울지 않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타났을 때도 별로 당황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와아! 멋지다! 거기 너, 이거 어떻게 한 거야?!"

 

게다가 이젠, 사죠 유키미가 있는 쪽을 정확히 지목해선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우연일 것이다. 사죠 유키미는 예상 외의 사태에 당황하지 않았다. 우연찮게 본체를 발각당하는 경우는 의외로 자주 있다. 대처 수단은 마련해두었다. 유키미는 수정 구슬을 꺼내 조금 큰 소리로 주문을 암송하였다. 그녀가 암송하는 주문에 맞춰 결정의 파편들이 떠올라 아이들을 조준하였다.

 

"그거구나! 좀 보여줘!!"

 

그리고, 자신을 지목한 여자아이가 활기차게 웃으며 기운차게 달려왔다. 목표는 사죠 유키미.

 

"엣."

 

만일 전쟁터였다면 결정의 창 같은 걸 날려 꿰뚫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죠 유키미는 이 아이들을 해칠 생각이 없었다. 방금 전 까지 같이 일하던 사람들한테 쫓길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을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이 모든 우연과 필연이 겹쳐, 사죠 유키미는 이름 모를 고아에게 습격당해 바닥에 엎어진 것이다.

 

"꺄흥!"

 

"꺄흥, 이래! 어라.....? 나보다 작아?"

 

소녀에게 덮쳐진 순간, 유키미는 필사적으로 페로를 찾기 시작했다. 이럴 때 그녀를 지켜줘야 할 동반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유키미가 페로를 찾는 동안, 소녀는 유키미가 쓴 복면을 내려버렸다.

 

"귀여워! 언니랑 뽀뽀하자!"

 

"에."

 

그 와중에 이 언니야가 뽀뽀를 청해왔다. 유키미도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고 있다. 험하게 살다 보면 그런 일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페, 페로!!!!!"

 

언젠간 강간당했을 때 처럼 애처롭게 페로의 이름을 불렀다. 물론 첫 경험 때와는 다르게, 이번엔 수정구슬을 통해 결정 파편을 꽂아버릴 만한 여유가 있었다. 하늘을 마구잡이로 날아다니며 혼란스러운 자수를 놓던 결정 파편들이 언니야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페로가 수정구슬을 치워버렸다.

 

"에....."

 

잠시 후, 엎드려 울던 아이들이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유키미가 수정 구슬로 언니야의 머리를 내리치고 있었다. 평범하게 아파보였다. 페로는 벌 서는 자세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

 

"유키미는 아이돌인 거야? 대단해! 나중에 내가 성공하면 그 때 부하로 부려먹어 주지!"

 

사죠 유키미는 잠깐 과거의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곧 이와 비슷한 인물을 기억 속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코세키 레이나....."

 

"그건 누구야? 잘 들어! 장차 위대한 아이돌이자 모험가가 될 이 몸의 이름은......"

 

사죠 유키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된 걸까. 그녀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된 둘을 노려보았다. 금발 언니야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고, 페로는 찔리는 게 있는 건지 움찔거렸다.

 

"그럼.... 여긴 무서운 영주님도 악마도 유령도 없는 거야?"

 

"....흑마녀는 있어...."

 

유키미는 그 셋 보다 자신이 더 무섭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소심해 보이는 소년은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그 말을 끝으로, 약간 늦은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산새 알 부침과 데친 산나물, 그리고 바이콘 고깃국이 오늘의 메뉴였다. 고아원에선 볼 수 없는 호화로운 메뉴에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역시 아이돌이 되면 이런 식사를 할 수 있는 거구나...."

 

검은 머리카락을 한 소녀가 부럽다는 듯 말했다. 그녀 역시 아이돌이 되어 성공하리라는 꿈을 쫓고 있었다.

 

"운이 좋다면..... 그리고, 모험자는 먹지 못해...."

 

"에엑?! 어째서?!"

 

'금방 죽으니까'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고깃국을 먹는 도중에 그런 식욕 떨어지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라고 그녀는 자신이 입을 멈춘 이유를 추측해내었다.

 

"유키미는 하이랭크 아이돌이야?"

 

"아니야.... 조금 응용폭이.. 넓을 뿐이야...."

 

"대단해! 그걸로 멋지게 싸우거나 하는 거지?"

 

약간 말라보이는 소년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사죠 유키미가 경험해왔던 싸움이란 멋진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진정으로 멋지다고 생각한 것은 정숙함이었다. 지금 이 상황은 그녀에게 있어서 멋진 상황은 아니겠지. 그녀는 질문에 천천히, 그리고 가능한 한 자세하게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멋진... 건... 아니야.... 그래도, 돈은 꽤... 벌 수 있어...."

 

"역시! 이제는 톱 아이돌의 시대인 거야!"

 

아무것도 모르고 날뛰는 꼬마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좀 더 상세하고 잔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슈트가 식지 않았다.

 

"난 톱 아이돌이 되서 뉴제네 기사단의 기사단장이 될 거라고!"

 

기록조차 애매한 전설 속의 이름을 댈 수 있을 정도라면 기사단장 따위에 만족할 리가 없다. 사죠 유키미는 그 이야기를 꺼내는 대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시부야 린.... 유명해?"

 

"알고 있구나! 역시! 이 언니야도 시부야 린님처럼 되고 싶어! 아이올라이트의 푸른 불꽃을 다룬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멋있을까~"

 

처음에 유키미를 습격한 언니야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이올라이트의 푸른 불꽃, 사죠 유키미는 얼마 전 일을 떠올렸다. 그녀는 전 재상 타카가키 카에데의 포고령에 따라 고용되어, 시부야 린을 몰아붙인 적이 있었다. 분신들을 이용한 차륜전으로 푸른 불꽃의 소모를 유도하고, 적당한 곳에 생채기를 입을 정도의 작은 함정들을 다수 설치해서 몰아가는 두뇌전이었다. 끝없이 타오를 것 같던, 무식하게 강했던 푸른 불꽃도 세가 기울 즈음, 사죠 유키미도 거의 한계에 달해 있었다. 시부야 린의 갑옷을 뚫고서 몸 곳곳에 박힌 검은 결정들이 다시 한 번 속에서 부러지는 동안, 사죠 유키미는 축축하게 젖은 살조차 태우던 푸른 불꽃을 살 째로 잘라내서 꺼트렸다.

 

".....니노미야 아스카가 아니었다면....."

 

시부야 린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니노미야 아스카의 개입이 없었다면 확실하게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지금도 자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결과에 분통을 터트리는 일은 없었다. 그저 쿠데타의 종범으로 처형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 전에, 니노미야 아스카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목숨을 부지한 게 다행이었다.

 

"아이돌 이야기 더 해줘!"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야.."

 

슈트가 식은 뒤로도, 여섯 아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말 못하는 페로는 그 모습을 보며 '냐옹~'하고선 울었다. 늦게 도착한 고아원의 선생님이 아이들을 끌고 갈 때까지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

 

"오늘은... 빨리.. 돌아갈께...."

 

유키미가 그 말을 하자 병사들은 왠지 흐뭇한 듯, 안심한 듯 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을 의아하게 쳐다본 유키미는 이내 그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반파된 은신처로 돌아왔다. 위험해보이는 파편들을 전부 치워서 그런지, 은신처의 정문은 이전보다 깔끔해 보였다. 부츠 바닥에 묻은 몬스터의 피를 근처 잡초 위에 닦고 나서, 그녀는 피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움직여 샤워실까지 왔다. 반파되기 전에는 따뜻한 물이 언제나 흘러나오던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런 기능은 없다. 대신 페로가 물을 끓여 유키미의 어린 몸 위에 끼얹어주었다.

 

"으윽....."

 

상처와 흉터에 따뜻한 물이 닿을 때 마다, 유키미가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흘렸다. 자상, 열상, 타박상, 외상, 화상, 동상 등등. 어린아이가 경험하기엔 너무 많은 고통의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제 때 치료받지 못한 쓰라린 흉터들이 따스함을 거부하고 있었다. 페로는 묵묵히 그녀에게 따스한 물을 끼얺고, 직접 만든 비누로 온 몸을 깨끗하게 문질러주었다. 비눗거품이 상처에 스며들 때 마다 유키미가 몸부림쳤지만, 페로는 그녀를 억누르곤 구석구석까지 씻어내리려 했다. 항상 있는 일이기에 유키미 역시 몸부림을 멈추려 했다.

 

"앗! 야생의 유키미가 나타났다!"

 

앗, 야생의 언니야가 나타났다. 유키미가 황급히 몸을 튼 순간, 비누거품이 그녀의 눈에 들어가버렸다. 유키미는 암흑 상태이상에 빠졌다.

 

"혹시..... 따스한 물로 씻는 거야?! 돌겨억!!!"

 

페로가 말릴 새도 없이 샤워실에 5명이 들어가버렸다. 아이들이 적당히 벗어던진 옷을 페로가 정리할 동안, 아이들은 유키미를 포위해 버렸다.

 

"비누다! 안 아끼는 거야?!"

 

"그거... 기름만 있으면...."

 

"따뜻한 물이라니..... 역시 혼자 사니까 여유가 생기는구나."

 

"게다가 아이돌이고.... 어라? 갑자기 왜 그래?"

 

"저, 저저저저저기 나, 남자랑여자랑 옷 벗고 이렇게 있는거거거거거....."

 

"남자가 그렇게 우물쭈물대는 거 아니야! 빨리 들어와!"

 

"유유유유유유키미의알몸이이이이이이!!! 어라? 흉터가...."

 

이렇게 떠드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따뜻한 물을 서로에게 끼얹어가며 놀았다. 페로가 물에 비누를 풀어 거품을 낸 건, 아이들을 위한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매끈매끈! 뷰티풀!"

 

"유, 유키미의 몸, 울퉁불퉁한데 매끈" "여자한테 실례잖아 이 멍청아!"

 

여섯 명이 들어가기엔 좁은 공간에서 서로 엉켜붙었다. 큰 민달팽이들이 서로 엉겨붙은 듯 한 매끄러움을 타고, 따스한 비눗물이 유키미의 상처 사이로 파고들어갔다. 웃으면서 노느라 아픈 줄도 몰랐다.

 

--

 

"....밤길, 위험해...."

 

이 근방의 위험한 몬스터는 정리되었다. 이 숲 주변의 밤길은 아이들에게도 그리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유키미는 다섯 명을 배웅해주기 위해 따라나섰다.

 

"아니, 유키미가 더 위험해 보이는데."

 

경호 일은 익숙하다. 그 일을 할 때의 긴장감 역시 지워지지 않는다. 유키미는 5명의 아이들을 경호해야 할 대상으로 정했다. 경호 일 중에서도 초고난이도에 속하는 일을 혼자 하고 있으니 긴장감도 그에 비례해서 상승할 것이다. 사죠 유키미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졸음이 몰려오는 걸까. 페로 위에서 꾸벅거리며, 몽롱한 목소리로 경호대상을 걱정해봤자 경호대상이 걱정해줄 뿐이다.

 

"아니야아......"

 

완전히 풀어져 버린 정신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모습을, 이런 정신상태를 보이면 안 된다. 휴식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취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졸린 건지, 사죠 유키미는 알 수 없었다. 긴장감과 위기감을, 과거의 상처들을 되살려내려 해도 도저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졸음 속에서 헤실거리는 그녀를 보며, 자칭 언니야가 웃으며 말했다.

 

"친구랑 실컷 놀아서 졸린 거 맞잖아."

 

"그렇지? 그러고보니 나도 좀 졸린다."

 

"고아원 선생님 설교 한 세트면 금방 잠이 오겠네..... 하아....."

 

잠이 깨었다.

 

".....친구?"

 

개념은 알고 있다. 의미도 알고 있다. 자주 듣는 단어다. 하지만 사죠 유키미는, 그것이 너무 생소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낮선 이국의 문화를 접하고 컬쳐 쇼크를 받은 듯 했다. 이유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잠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끼며, 유키미가 천천히 언니야를 쳐다보았다. 벌벌 떠는 고개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예전에 목에 입은 상처가 욱신거리며 시선이 완전히 돌아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친.... 구?"

 

"유키미, 여길 봐!"

 

"히익!"

 

페로가 몸을 낮추었다. 자칭 언니야의 손이 유키미의 얼굴을 잡고, 그녀의 얼굴을 억지로 돌려버렸다. 움츠러 든 눈동자가 마주칠 곳을 잃고서 흔들리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전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공포가 유키미를 잠식해 들어갔다.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은 폭력 속이다. 여긴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다. 따스함이 상처를 자극해, 몸과 마음을 뒤집어엎고 있었다.

여긴, 있어선 안 된다. 아프다. 새로운 고통은 더 이상 필요없다. 유키미의 눈에 눈물이 차올라 떨어지기 시작했다. 페로와 만난 날 이후로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건 약점일 뿐이다.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손조차 올라가지 않았다.

 

".....저기, 유키미."

 

"안 들려...." "에비!" "꺄악!!"

 

"음, 저기 말이야 유키미. 우리 고아원에 한 번 안 와볼래?"

 

자칭 언니야가 말했다. 별빛조차 구름이 가린 밤에, 유키미의 시야에서 빛나는 다섯 명이 있었다.

 

"아이돌이라면 환영이야! 이몸의 부하들을 양성하라고!"

 

"책 가져와. 재밌는 거 많잖아."

 

"심심하면 그냥 와. 아, 고기 좀 챙겨오고."

 

"그..... 유키미라면, 언제 와도... 난 환영이니까....."

 

"알겠지? 꼭이다! 죠가사키 고아원 어디 있는지 알지?"

 

유키미의 모습은 사라졌다. 거대한 표범의 모습을 한 페로가,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였다. 숲 바깥에서, 그들이 사라질 때 까지.

 

--

 

그날 밤 유키미는 꿈을 꾸었다. 지독한 전쟁이었다. 시체가 시체를 죽이고 내장이 내장을 끊어내는 곳이었다. 유키미는 정처 없이 헤메고 있었다. 때론 검은 결정을 하늘에 던져 비처럼 뿌리며, 안개처럼 부숴 천천히 굳혀 갉아내고, 날카롭게 갈아낸 결정을 휘둘러 무언가를 토막내고, 창으로 무언가를 꿰뚫고, 갈고리로 내장을 끄집어내고, 결정의 짐승으로 사람을 잡아먹고, 작은 조각들을 뿌려 사람을 천천히 죽이고, 거대한 결정 덩어리로 일격에 죽였다. 상처입고 상처받은 끝에, 드디어 그녀가 사랑하는 정숙이 찾아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이 없었기에 아무것도 없는 정숙을 다시 뒤집어가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죽음의 소리를 잊기 위해 필사적으로 능력을 휘둘렀다.

모든 추악한 것들을 다 치웠을 때, 그녀가 바라던 다섯 명이 나타났다. 즐겁고 따뜻했다. 유키미는 그곳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추악한 것들을 파괴하고 치워버렸기에, 파괴당해 쓸려나간 그녀는 그곳을 볼 수 조차 없었다.

 

".......책. 고기."

 

그녀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책과 말린 고기를 챙기고 마을을 향했다.

침입자라면 페로를 보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이곳을 나가는 건 자신이어야 했다.

 

 

 

 

 

 

 

 

--

 

피, 뼈, 근육, 피부, 내장, 시체. 좁은 공간에 이렇게 모여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주 보기 힘든 일인 것도 아니다. 사죠 유키미 역시 몇 번인가 이런 곳을 본 적이 있다. 대부분 고아원들이었다.

지금처럼.

 

피가 저벅이고, 내장이 펄떡인다. 아직 죽지 않은 신경을 밟은 건지 시체가 꿈틀거리며 튀어오른다. 방해되는 팔을 걷어차고 반 이상 뭉게진 두개골을 완전히 뭉게버리며 정처없이 걸어간다. 익숙한 썩은내. 비명의 냄새, 피의 냄새, 죽음의 냄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곳에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추악함이 감돌게 된다. 신경을 타고 흐르는 죄악이,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졌을 게 분명한 냄새를 거부하고 있었다. 구할 것 하나 없고 찾아볼 것 하나 없는 이 곳을 어린 여자아이 한 명이 떠돌았다.

 

그리고, 특이한 모습으로 정렬된 시체를 보았다. 최근 본 적이 있는 삼각형이었다. 다섯 명을 적당히 꾸깃꾸깃 접어서 삼각형을 만든 것이다.

 

"유, 유키미...."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그녀의 모습에 소대장이 말을 더듬었다. 거스르면 죽는다. 적어도 뉴제네 기사단에서 수사단이 도착하기 전 까진 닥치고 있어야 한다. 단련된 본능이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파장, 아니... 파동인가?

그것도... 상당히 강력해.... 한 곳에 모아서, 터트린 거야. 우선.... 지면에 파장을 꽂아넣어.... 움직이는 걸 막고.... 한명, 한명, 찾아죽였어.... 여유롭게.... 즐기면서.... 일부러.... 즉사시키지 않았어.... 도망치는 걸..... 갖고논.... 거야..... 내가 싸웠다간.... 죽겠지."

 

방금 전까지 몽유병 환자처럼 헤메이던 게 거짓말이라는 것 처럼, 그녀는 말을 끝내고 학살의 현장을 빠져나갔다. 입구에 두었던 고기와 책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더 이상 쓸모가 없었다.

 

"이 마녀가!"

 

누군가가 그녀에게 돌을 던졌다. 돌이 날아온 곳을 쳐다봤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누가 던졌는지 알 수 없었다. 마스크와 로브로 완전히 가린 얼굴이 그녀의 표정을 가려주고 있었다.

 

"저딴 게 있으니까...."

 

"저 년이 죽인 거 아니에요?"

 

"백년을 산 마귀할멈이래요. 다 쭈그러들어가지곤 회춘하려고 일부러 아이들을...."

 

사람들은 그녀에 대한 적의를 숨기지 않았다. 그녀를 알고 있는 병사들이 군중을 진정시키려 해도, 한 번 퍼진 적의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용서할 수 없는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자에 대한 증오심이 사람들을 먹어치워갔다. 정의와 평화에 대한 갈망은 피의 대가를 탄원하였다.

반드시 죽일 것이다. 악마와 손을 잡더라도. 추악한 맹세가 사죠 유키미에게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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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다 쓰고 보니 참 전형적이고 알기 쉬운 데다가 예측가능한 전개로구나. 하지만 난 클리셰를 사랑하는 남자 실버메탈.....

 

DariNA님한테서 받은 설정을 기반으로 한 번 써 봤습니다. 처음엔 마유나 아스카를 쓰려 했는데 결국 잡은 건 유키미.... 다크 판타지에 어울리는 유키미가 나쁜 거야! 최근에 베르세르크를 한 번 더 읽었으니 미우라 선생님이 나쁜 거에요!

 

오니기리 교의 심볼이 삼각형인 건 어디까지나 제가 집어넣은 설정이긴 한데.... 뭐 종교라면 심볼 하나둘 정도 있어도 이상할 건 없겠죠?

 

그리고 아이들 목욕하는 장면에서 하앍댄 분들은 구제불능의 변태입니다.

 

아무튼, 다크 판타지 느낌 가득한 단편이 되어버렸습니다만..... DariNA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 지 궁금하네요. 너무 어두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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