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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마유가 현실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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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8, 2016 05:44에 작성됨.

주말을 맞이한 아침.

나는 따끈따끈한 이불을 계속 덮은채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켜서 데레스테를 기동시켰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주말의 평범한 아침.

하지만 나는 오늘 매우 기분이 좋은 참이다.

 

왜냐면 어제 단차에서 나의 최애캐인 사쿠마 마유의 SSR을 뽑았기 때문!

덕분에 아이커뮤에 자랑글도 작성해보고, 저녁에는 SSR 마유 카드의 친밀작을 끝내고 레벨까지 다 올리고 잤다!!

 

데레스테가 기동되자 나는 스킬작을 위해 은색 테두리인 레어 카드들을 모조리 SSR 마유에게 먹이려고 버튼을 눌렀다.

등급이 높은 카드가 들어있음을 확인했다는 체크를 하고 레슨 버튼을 초이이이이스!!!

 

[퐁!]

 

P 「엑.」

마유 「......?」

 

10평 남짓한 좁은 원룸 안.

갑자기 '퐁'소리와 함께 짙은 안개가 나타났다가 점점 옅어지더니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내가 몇번이고 좋아한다고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다녔던 그 소녀.

아니, 캐릭터.

사쿠마 마유.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내 위에 그대로 나를 보고 누워있는 형태다.

만약 이불이 없었다면 그녀의 흉부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겠지.

 

P 「가 아니라!」

마유 「진짜로... 와버렸네요.」

 

한 순간 멍하니 있던 그녀는 나를 보고 갑자기 생긋 웃어주었다.

 

P 「어...어...어...어째서......?」

마유 「......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생긋

 

그러더니 그녀는 내 위에서 누워있던 어정쩡한 자세를 고치기위해 '영차'하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유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사쿠마 마유. 프로듀서 씨를 정말정말정말 좋아해요!」

 

정말로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라보는 그 표정에 소위 말하는 '뿅간다'라는 어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

.

.

.

.

.

 

 

여차저차해서 일단 나는 간단히 세안만 한 후에 좌식용 탁자를 펼쳐 마유와 마주보고 앉게 되었다.

 

마유 「......」 방글방글

 

어디 창작물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났기에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

 

P 「그러니까... 사쿠마... 양?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는거죠?」

마유 「P 씨라면 저에게 그냥 반말 쓰셔도 된답니다?」

P 「아, 저기... 그럼 마.. 마유라고 할게.」

마유 「좋아요! 그런데 저도 여기에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는걸요오? 카드 합성이 되려는 순간에... 정신을 차리니 여기 있는거니깐요.」

P 「그.. 그래.」

마유 「혹시... 마유가 있는게 폐가 되는...건가요?」

P 「아니, 그럴리가! 오히려 귀여운 마유가 이런 누추한 곳에 있는게 신경이 쓰이지.」

마유 「P 씨가 있는 곳이... 제겐 천국과 같답니다아~?」

 

귀, 귀여워어어어어어!!

난 분명히 전생에 분명 나라를 구한게 분명해!!!

 

P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자랑해야지!!」

마유 「P 씨이~?」

P 「으..응?」

마유 「혹시 이 폰을 찾으시는건가요오~?」 흔들흔들

P 「어, 언제 폰을?!」

마유 「폰은 압수할거에요오. 폰을 본는 대신 그 시간에 이 마유를 봐주세요. P 씨가 보낼 인생의 일분일초라도 더더더 그 눈동자에 이 마유를 새겨주세요. P 씨의 귓속에 마유

의 목소리를 숨소리를 마유가 움직일때 생기는 모든 소리를 담아주세요오.」

 

마유는 배터리가 빠져있는 폰의 뒷면을 보여주면서 이쪽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냥 게임 속의 캐릭터로서 바라볼 때는 잘 몰랐는데, 얀데레라는거 좀 무섭구나라는 생각이 드네.

 

P 「그, 그럴게. 그래도 폰은」

마유 「......」

P 「마유가 원하는대로 해줘야지. 핫하하.」

마유 「헤헤...」방긋

P 「그러고보니 배가 고픈데 아침 먹을게 없네.」

마유 「잠시 냉장고를 봐도 될까요?」

P 「봐도 상관은 없는데?」

마유 「그럼 실례할게요.」

 

마유가 냉장고를 열자 그곳에는 계란과 반찬용기에 담긴 김치가 다였다.

잠깐... 김치라... 어?

 

P 「잠깐, 마유.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마유 「P 씨라면 뭐든지 여쭤봐도 된답니다아~?」

P 「어떻게 한국말 쓸 수 있는거야? 생각해보니 여기 한국인데 너무 자연스럽게 얘기하네?」

마유 「P 씨를 위해서라면 란코쨩이 쓰는 쿠마모토 사투리도 쓸 수 있어요오~?」

 

전세계 언어를 다 통달할 기세의 오로라가 느껴졌어.

사랑 받는 건 좋은데...... 무, 무겁구만.

 

P 「마유가 왔는데 김치에 밥만 줄 순 없지.」

마유 「흥흥~♪」

P 「마유, 뭐하는거야?」

마유 「부엌 좀 빌릴게요. 아, 원룸이라서 부엌이 없다고 해야하려나요? 헤헷.」

P 「요리할게 없는데 요리하려구?」

마유 「요리실력을 얕보시면 곤란하답니다? 간단하게 된장국이랑 계란프라이 해드릴게요.」

 

그리곤 능수능란하게 된장과 간장 같은 조미료들을 꺼내고 냄비에 물을 받는 그녀.

 

P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고 있는거 같네?」

마유 「게임 속에 있어도 말이죠오. 결국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이쪽 세상을 볼 수 있다구요? 지금쯤이면 린쨩이 엄청 화내겠네요.」

P 「어... 뭐라고?」

 

파를 쫑쫑 썰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가는 마유.

 

마유 「P 씨도 사실은 프로듀서가 아니고 게이머고, 저희는 그저 게임 캐릭터잖아요? 그렇다면 어쩔수 없는거에요. 우리를 매일 바라보고, 귀여워해주는 화면 너머의 게이머에게 연심을 품는건 말이에요.」

P 「......」

마유 「게임 속이라고 해도 사실은 여기랑 하등 다를 것 없는 세계에요. 어쩌면 P 씨의 심적세계 중의 하나로 기능할지도 모른다고 아키하쨩이 그랬으니깐요.」 쫑쫑

P 「갑자기 엄숙해지네......」

마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있던 세계는 여기랑 하등 다를게 없는 세계에요? 나라도 있고, 대중교통도 있고.」

P 「그렇구나.」

마유 「게임 안 세상은...... 카드들도 하나의 사람으로서 각자 숨쉬고 살아있는 세계에요.」

 

그리고 마유는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국에 파를 넣고, 계란프라이를 접시에 옮겼다.

 

P 「어쩌다보니 아침밥 신세를 지게 되었네.」

마유 「괜찮아요. P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P 「밥그릇에 밥이라도 담을까?」

마유 「그냥 앉아만 계세요. 마유가 해드리고 싶어요.」

 

마유가 완곡하게 도움을 거절하기에 나는 가만히 좌식용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았다.

몇 분 있지않아 좌식용 탁자에는 된장국과 밥, 계란프라이, 김치가 올라왔다.

 

P 「근데 어째서 1인분이야?」

마유 「마유는 P 씨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답니다?」

P 「아니, 그래도 나 혼자 먹는건 좀......」

마유 「사실 진짜로 배가 불러서... 그렇답니다아.」

P 「그, 그렇구나. 그럼 미안하지만 밥 좀 먹을게?」

마유 「네에. 맛있게 드셔주세요. 아, 혹시나라고 생각하실까봐 말씀드리지만요오. 피라던가 머리카락이라던가 안 넣었으니깐요오?」

P 「풉!」 콜록콜록

마유 「어머어머, 괜찮으세요?」

P 「아, 아니. 괜찮아. 미안해.」

마유 「정말... 그런 얘기 들었다고 사레 들리시면 어떻해요오. 저는 그런 저급한 사랑... 하지 않아요오?」

P 「응, 그렇지. 밥 잘 먹을게.」

 

그렇게 소소한 헤프닝이 끝나고 아침밥을 다 먹었다.

그동안 마유가 있는 세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설거지만이라도 하겠다는 내 제안을 물리고는 굳이 혼자서 설거지를 하는 그녀였다.

 

마유 「아슬아슬했지만... 설거지도 끝냈네요오.」

P 「아슬아슬하다니 뭐가?」

마유 「저, 이제 여기 있을 수가 없거든요.」

P 「그게... 그게 무슨 뜻이야?」

마유 「말 그대로에요. 이 세상에서 사라질 시간이 거의 다되었어요.」

P 「잠깐, 마유. 사라지다니?」

마유 「잠시동안이었지만 같이 있어서 행복했어요.」 생긋

P 「어째서? 어째서 가야만 하는건데?!」

마유 「P 씨......」

P 「이제야 겨우 만나서 1시간 동안 얘기한게 다인데! 좀 더 같이 있고 싶어!!」

마유 「그럼... 저를... 껴안아 주시겠어요?」

P 「마... 마유...」

 

그 말을 하자 갑자기 마유의 몸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발부터 천천히......

 

나는 그녀가 나타날때처럼 갑자기 사라지는게 싫었다.

그래서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푹]

 

P 「?!」

 

복부 쪽에서 깊숙이 들어온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

마유를 한껏 끌어안던 팔의 힘을 풀고 그녀와의 사이를 아주 살짝 벌여서 아랫쪽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식칼.

이제까지의 자취생활에서 수없이 나의 식생활을 지탱해준 식칼이. 도마 위의 재료가 아닌 나의 복부를 꿰뚫고 있었다.

너무나 강렬한 통증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뒤로 고꾸라져 쓰러져버렸다.

 

P 「하악... 하악...」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아픔.

나의 몸은 조금이라도 더 살기위해 폐를 있는 힘껏 팽창시키며 숨을 쉬는 것이 고작.

 

천장을 바라보던 나의 시야에 갑자기 한 명의 여성이 들어온다.

리본을 머리에 매달고 있는 귀여운 소녀, 사쿠마 마유.

 

마유 「제가 왜 찔렀을거 같나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하반신은 이미 절반 정도 사라져있었다.

 

마유 「저의 마음 속에는 P 씨를 사랑하는 마음과 증오하는 마음. 두 개가 있답니다.」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따뜻하게 보듬는 그녀.

 

마유 「저는 이렇게나 당신을 사랑하는데. 그리고 당신도 저를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나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꼭 끌어안는 그녀.

 

마유 「어째서 저를 죽이려고 하셨나요?」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어 부정했다.

그녀를 죽이다니,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마유 「그야... 저는 '레어' 등급 사쿠마 마유인걸요오. 당신이 좋아하는 SSR 등급의 사쿠마 마유가 아니라요.」

 

힘들게 숨을 쉬면서 곰곰히 생각했다.

레어... 레어 카드. 마유가 처음으로 데레스테에 나왔을때...... 소중히 간직했었는데......

그런데 내가 무슨 짓을... 했었길래......

 

마유 「그런데 어째서 저를 SSR 등급의 사쿠마 마유에게 스킬작을 한다면서 '먹이려'고 하셨죠?」

 

점점 의식이 흐려진다.

숨도 점점 차오른다.

 

마유 「저는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요오. 그래서 혼자 사라지려고 했답니다.」

 

나의 머리를 끌어 안은채로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

 

마유 「하지만...... 같이 있고 싶다고 한건...... P 씨... 맞죠?」

 

눈 앞이 TV가 지지직거리는 것마냥 흐려진다.

 

마유 「그러니까... 같이 가요. 천국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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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오늘의 사건사고입니다. 20대 남성이 숨진채로 원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흉기로 사용된 식칼에 다른 지문이 일체 검출되지 않았던 점으로 보아 자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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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스가의 말.

 위통물을 쓰려다가 해피해피한거 쓰려니까 잘 안 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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