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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마음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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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1, 2016 14:38에 작성됨.

싸움같은 건 관두자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자신은 이미 피에 젖은 채 수많은 이들을 짓밟고 올라서 있었다.
짓밟은 이들의 피에 젖은 채.

 

 


 

 

 

마코토는 그 날도 조용한 하루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인간계로 온 이후로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그것은 아무리 인간을 싫어하고 인간계를 싫어하는 그녀라도 이 곳에서 사는 방법을 몇가지 터득할 수 있는 세월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깨달은 것 중 한 가지는, 그 여자가 자신의 방으로 찾아온 날은 반드시 조용한 하루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날도 유키호는 태연하게 마코토의 방으로 놀러왔다. 이젠 피난이 아니라 놀러오는 셈이라는 것을 마코토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걸 한 마디로 축약했다.

 
"이 방에 오려면 신관직을 사퇴하고 오라고."

 
아주 간단한 말이었다.
마족인 그녀에게 자꾸 다가선다는 것이 신관으로선 이상한 일이라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듯, 유키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그 사실에 대해 토를 달지 않은 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걸어가 마코토가 앉아있는 테이블 맞은 편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본 마코토은 내일부턴 이 방에 의자를 하나만 둘지 고려해보기 시작했다.


"하우...그렇게 재촉할 필요 없잖아.. 내가 사퇴하려고 하지 않아도, 난 결혼하게 되면 자연히 신력을 잃는다고..?"
"유키호 널 누가 데려가겠다고 하긴 해?"
"이..이래봬도 일국의 공주라고? 내가 찾지 않아도 데려가겠다는 사람은 많아!"


그렇습니까-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린 마코토는 대 위에 앉아 낮잠을 청하고 있는 비룡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비룡도 그 주인과 함께 인간에게 꽤나 익숙해 진 것 같았다. 아직도 인간을 싫어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리고 그 인간을 싫어하는 비룡이 귀엽게 생겼다고 만져봤다가 손 끝을 물린 유키호는, 아직도 작은 비룡이 귀엽다고는 생각하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비룡을 만져보고 싶은 것이 틀림없지만 또 물릴까봐 머뭇머뭇거리는 유키호를 본 마코토는 한숨을 푹 내쉬며 물병을 들어 잔에 물을 따랐다.
그 순간, 왕궁에서 먼 곳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

 
"꺅!"


그 거대한 폭음에 유키호는 자신도 모르게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마코토는 묵묵히 창 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 검은 연기가 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뒤에 마코토가 보고 있는 방향을 본 유키호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또 마족들이구나...어떻게 말릴 수도 없고.."
"계급 싸움인가보네."
"아아, 맞아! 마코토쨩은 마족이잖아? 정말 어떻게 말릴 방법은 없는거야? 저렇게 매일 싸워대면 정말로 곤란한데..."


2년의 시간동안 인간계는 많이 변했다. 마족들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저런 계급 싸움 때문에 간혹 마을이 파괴당한다는 것은 큰 손실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으려던 유키호는 마코토가 자신을 굉장히 이상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옷차림에 별 이상은 없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신관이란 직위에 어울리는 수수한 드레스, 그 뿐이었다.
유키호가 혹시 옷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은걸까 까지 고민하게 되었을 때, 마코토가 입을 열었다.

 
"싸움을 왜 말려야하지?"

 
그리고 그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은 것은 유키호였다. 결국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마코토를 바라보던 유키호는 고개를 휙휙 내젓고선,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왜 말려야하냐니, 싸우는 건 좋지 않잖아? 기분도 상하고, 또..."
"어째서? 싸움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는데."
"에? 그, 그렇지만, 싸우는 건 충돌이잖아? 사람끼리 충돌한다는 건 기분이 나쁜 일 아냐?"
"마족에게 싸움만큼 흥분되고 기쁜 일은 없어. 왜 기분이 나빠야 하는거야?"


그러나 두 사람의 의견은 전혀 맞지 않았다.
유키호는 멍하니 마코토를 바라보았지만, 마코토 또한 굉장히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유키호는 마족이 어째서 평생을 싸우는 지 알 것 같다는 기분을 느꼈다. 마족은 싸움이라는 것에 대해 그들과 느끼는 것이 다른 것이다.

 
"...저기 마코토쨩, 마족들은 그렇게 모두들 싸움을 즐거워해?"
"일반적으론? 특히 계급 싸움은 우리들의 평생이니까. 그걸 말릴 이유가 없지."
"아니...하, 하지만, 어째서 싸움이 그렇게 즐거운거야?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는 일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즐거워. 다른 이를 쓰러뜨리는 것도, 싸우는 동안에 느껴지는 그 전율도. 너희는 그런 걸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게 즐겁다니... 죽는 게 무섭지 않아?"
"왜 죽음을 무서워 해야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유키호는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이어봤자 토론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이건 토론이라기 보단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늘어놓는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마코토의 성격을 보아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유키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우리 언니도 그렇게 되었을까?"


그 질문에 마코토는 유키호를 내려다보았다가 잔을 바라보았다. 물이 담긴 백색 잔은 말 그대로 새하얗다는 것 외에 아무런 표현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잔과 크게 색차가 나지 않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마코토는 조용히 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그건 아닐걸?"
"에? 그래? 마족들은 모두 싸움을 즐거워 한다면서..?"
"일반적인 것이 모두는 아니잖아. 싸움을 싫어하는 녀석도 있어."


잔에 담긴 물에 그녀의 얼굴이 비췄다.


"...그 녀석처럼."


마코토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유키호는 알아듣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했다. 조금 달라진 분위기를 눈치챈 듯 비룡이 눈을 떠서 주인을 바라보았다. 잔에 담긴 물을 가지고 장난치듯 이리저리 잔을 기울여보던 마코토는 찻잔을 놓았다.
마코토의 검은 눈동자가, 저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코토는 성년이 되기 전부터 계급 싸움에 참가했었다.
본래 성년이 되고 나서야 계급 싸움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성인이 아닌데도 성인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보이는 그녀는 계급 싸움에 참가해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제일 먼저 죽인 것은, 마계의 일반적인 관습대로, 부모님이었다.
성년이 되지 않은 하루카는 계급 싸움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이지 않았지만, 마코토는 계급 싸움에 참가하자마자 부모님을 상대로 계급 쟁탈에 도전했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수월했다. 보통은 부모에게 도전한 이는 반드시 패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부모보다 훨씬 더 강했고, 그렇게 쉽게 계급 쟁탈의 첫 발을 내딛었다.
그 때, 죽어버린 부모님을 붙잡고 울고 있는 그녀의 동생이 꼴사납다고 생각했다.

 
이기고, 죽인다. 그걸로 족했다. 마족이라는 것의 생활은 이상할 정도로 간단했다. 먹지 않아도 되고, 잠들지 않아도 된다. 물론 그런 것을 할 순 있었지만 그건 단지 취미 생활과도 같은 부가 조건에 불과할 뿐, 필수 조건은 아니었다.
필수로 해야만 하는 것은, 싸우는 것 뿐.

 
쉴 새 없이 싸우고, 도전해 오는 이들을 남김없이 죽였다. 아마도 자신이 계급 싸움에 참가하고서 직위가 가장 많이 바뀌었을 거라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도전을 받은 이는 반드시 죽었고, 그리고 그에 도전한 이도 반드시 죽었다. 마코토는 별로 인정을 베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패해도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마족은, 승리한 자가 죽였을 때가 가장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싸움에 흥미를 잃은 것은, 인간을 죽였을 때였다.
우연히 인간계에 들어갔다가 인간에게 습격을 당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인간을 죽였다. 그녀는 그 때부터 인간을 싫어했었다.
패했을 때 살려달라고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은 추잡했다. 상대를 죽일 심산으로 먼저 공격한 주제에 자신의 목숨은 구하고 싶어하는 것이 역겨웠다. 그 것의 피를 손에 묻혔을 때, 어쩐지 손이 더럽혀 진 듯한 느낌이었다.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목숨을 구걸하는 그 것의 모습은 떠올리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듯한 느낌이었다.

마족에 둘러싸여 살아간 그녀가 처음으로 다른 종족을 접했을 때의 감각이었다.

 
성년이 되었을 때, 마코토는 이미 재상위에 올라있었다.
그녀의 동생은 막 이제 싸움에 참가한 풋내기였고, 싸움도 싫어했다. 계급 싸움에 참가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 자신의 동생을 본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돌아봤을 때, 자신은 싸우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왕과 싸운다면, 그렇다면 반드시 이길 것이다. 이길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마코토는 왕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왕과 싸운다면, 더 이상 싸울 수 없다. 그 이상 강한 상대가 없다는 소리니까.


그 사실을 깨달은 뒤 씁쓸하게 웃었다. 만약 저 최강의 자리를 가진다면, 자신은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깨달았다. 자신은 왕이 될 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동생에게 도전했다.
재상위에 있는 그녀가 이제 막 싸움에 참가한 동생에게 도전했다는 것은 마족들에게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곧 마족들은 수긍했다. 그녀가 부모를 죽였던 것 처럼, 자신의 혈족인 동생도 죽일 생각인 것이라고.
그녀와 싸운 이는 반드시 패배했고, 그리고 반드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들은 동생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자신의 동생에게 패했다. 태어나서 싸움을 시작한 이래, 첫 패배였다.

 

 

 

 

 

 

"마코토쨩?"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마코토은 조용히 유키호를 바라보았다. 잠시 생각에 빠졌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무슨 일이냐는 듯 그녀를 바라보자, 유키호는 음, 하고 내뱉곤 말했다.


"뭐 싸움 이외에 재미있다고 생각한 일은 없어? 정말로?"
"...없어."

 
태어난 이래, 쭉 싸움만 해왔다.
더 싸우고 싶어서, 일부러 하루카에게 도전해 지기까지 했다.
그래, 그 때 졌을 때 그녀는 분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더 싸울 수 있어서, 오히려 기뻤다. 왕이 된다면 책임 뿐만이 아니라 더 이상 싸울 수 없다. 그건 지루한 일이었다.
이제 싸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제서야 재상위에 다시 올랐다.

 
"으응...싸움같은 거보다, 세상엔 훨씬 더 재미있는 일이 많을거야아.."
"관심 없어."
 

그런 뚱한 말에 유키호가 약간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마코토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그런 것엔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변하지 않는 그 표정을 보던 유키호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결연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좋아, 같이 나가자!"
"또 무단 외출이야?"
"우..기왕이면 시찰이라고 해줄래? 싸우는 것 같은 일 외에도, 훨씬 더 재미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려줄 테니까."
"...유키호 너, 남의 일에 신경 좀 꺼줘."

 
 

 

 

 

 

그렇게는 말했지만, 결국 마코토는 유키호의 손에 붙잡혀 끌려나오고 말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불타는 것인지 알 수 없던 마코토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그녀를 따라 걸었다. 그녀의 어깨 위에 앉은 작은 비룡은 지쳤다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인간의 도시는 꽤나 시끌벅적했다. 밖으로의 외출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마코토로선 꽤나 정신없는 마을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머릿속에 와서 박혔다. 마족의 마을보다 시끄럽진 않지만, 훨씬 더 정신없는 마을이었다. 그건 물론 유키호가 마코토을 끌고 온 곳이 시장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저곳, 화려한 물건들이 널려있는 길거리.
그 길거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던 유키호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아, 예쁜 목걸이..!"

 
그 목소리에 무신경한 눈길로 유키호가 본 것으로 시선을 옮긴 마코토은 호오, 하고 작게 내뱉었다. 예쁘게 세공된 붉은 보석이 달린 금목걸이었다. 그리고 마족인 마코토의 눈에는 그 외에도 다른 것이 보였다.
그 세공법은 마족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스타피스 메모리즈라는 것도 마족인 마코토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주변엔 마력이 감돌고 있었으니까.

 
"어때, 예쁘지? 이 보석. 특별 세공한 거야. 아가씨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정말요? 으응, 색이 투명해서 예쁘다..."

 
유키호와 장사꾼이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은, 마코토에겐 별 관심 없는 내용이었다.
대체 이 여자는 무슨 생각인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지루한 듯한 비룡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마코토은 다시 한 번 울리는 갑작스런 굉음과 검은 연기에 시선을 돌렸다.

 
"아, 무, 무슨 일이죠? 또?"
"이거, 또 마족들끼리 한 판 붙었나보군."


뒤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장사꾼을 돌아본 유키호는 되물었다.


"또 마족들이에요?"
"그래. 아무래도 메모리즈가 들어오고 나서 확실히 편해지긴 했지만, 마족들이 여기저기서 싸워대서 시장판이 엉망이 된다니까. 정말 곤란해."


그 목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릴 생각이었지만, 마코토는 다시 한 번 일어나는 검은 연기와 굉음에 비명을 지르는 유키호를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목소리만은 도저히 흘려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의 눈 앞에 있는 수많은 인간들은 도망칠 곳을 찾는 듯 이리 저리 피하고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 슬슬 짜증을 느끼던 마코토는 자신의 옷깃을 붙잡는 손에 시선을 돌렸다.


"마코토쨩, 어떻게 안 될까...? 응?"

 
그녀의 옷깃을 붙잡은 채 그렇게 말하는 유키호의 모습에 마코토는 순간 진짜로 신음을 흘릴 뻔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검은 연기와 비명소리들에 짜증을 느꼈다.
이대로라면 이 쪽까지 휩쓸려 버릴 것은 뻔했다. 목걸이를 내놓았던 장사꾼도 그걸 예감했는지 장사판을 챙기고선 도망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던 마코토는 자신의 옷깃을 잡고 있는 유키호의 손을 떼어놓았다. 사람들이 밀려오는 데 그렇게 행동한 그에 유키호가 당황하기도 전에, 마코토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검은 옷이 잠깐 눈 앞에서 펄럭이나 싶더니, 금방 검은 연기 앞에 선 마코토의 모습에 유키호는 놀라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유키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검은 구체 덩어리가 마코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마코토쨩?!!"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비명을 지르듯 외치며 그녀는 눈을 꼭 감아버렸다. 하지만 폭발음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다.
마코토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맨손으로 주문을 흩어 버리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지만, 재상인 마코토에게는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주문을 봐선 지금 계급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이 마족들은 꽤나 약한 마족에 속했다.
마코토의 추측을 인정하듯, 검은 연기 더미 안에서 두 명의 마족이 나타난 것을 본 마코토는 싸늘하게 미소지었다.


"어이, 너희들."

 
그리고 마코토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마코토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감히 지금 누굴 공격한거지?"


공격이라고 하기엔, 본인이 뛰어들었다.
그 점을 지적하려고 한 마족이 입을 열려는 순간, 마코토가 발을 내딛었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그가 머뭇거렸을 때, 마코토는 이미 그의 눈 앞에 있었다.
마코토의 발이, 가볍게 그 마족의 턱을 올려쳤다. 굉장히 가볍게 친 것 같았지만, 거대한 그 마족이 뒤로 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본 유키호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녀는 마계의 재상이었다.
왕 다음으로 강한.
 

"제대로 배우지 않았나보군. 계급 싸움은 두 사람이 하는 거야. 계급 싸움을 할 땐 다른 이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게 원칙인데, 기본도 몰라?"


싸늘한 검은 눈동자가, 다른 한 마족을 돌아보았다. 그 눈동자에 눈에 띄게 당황하며 뭔가 말하고 싶은 듯 더듬거리던 마족을 본 마코토는 가볍게 말했다.


"재상, 마코토다. 도전하고 싶다면 특별히 내가 너에게 도전한 걸로 해서 나와 싸우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 도전해야만 하는 불편함을 없애줄게. 재상위에 도전하겠어?"
"아, 아니요!!"

 
인간계에 간 재상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곳에 있을 줄은 몰랐던 듯 그는 재상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렇게 외쳤다. 그런 그의 모습에 차가운 미소를 짓곤 마코토는 가볍게 말했다.
 

"죽고 싶진 않다는걸까. 좋아, 봐주지. 기분이 바뀌기 전에 가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그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재빠르게 인파를 헤치고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던 마코토는 그대로 기절해 버린 마족을 발로 차 버린 뒤 유키호에게로 걸어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몰라 머뭇거리던 유키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마코토가 말했다.

 
"가자."
"에, 에?"

 
그 말에 당황해서 그렇게 내뱉으며 그녀를 보는 유키호를, 마코토는 힐끗 보고선 말했다.

 
"싸움보다 재미있는 것이 있다고 가르쳐 준다고 했잖아?"

 
그 말에 잠시 멍하니 그녀를 보던 유키호는 잠시 뒤에야 고개를 끄덕이곤 웃으며 말했다.

 
"응, 가자!"

 

 

 

 

 

 

 

한참을 싸우고 나서야, 싸움에 질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 땐 이미 자신이 재상위에 올려준 마코토의 동생은 왕이 된 후였다.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 그녀의 동생이었지만, 왕이 지레 공포에 질려 먼저 그녀의 동생에게 도전했고, 바보같은 실수를 해서 패했다. 그리고 성품 좋은 하루카는 전 왕을 살려둔 채로 왕이 되었다.

그런 일련의 이야기는 그녀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돌아보았을 땐 피에 젖은 자신과, 수많은 시체들 뿐. 그 뿐이었다.

 
"...싸움보다 재미있는 것이라.."

 
그렇게 중얼거린 마코토는 적은 편지를 비룡의 목에 걸었다. 비룡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계로 가져가서 하루카에게 보여줘."


그렇게 말하자, 비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모습이지만 그 비행 속력은 그대로였다. 간단히 먹을 것까지 걸어준 마코토가 창문을 열자마자, 비룡이 재빠르게 방을 나섰다.
그 비룡의 작은 그림자가 밤 하늘로 사라지는 것을 보던 마코토는 고개를 내젓곤 말했다.
 

"그런 건 없었어."
 

싸움에 흥미를 잃고, 재상이 되었다.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때, 싸움에서 가장 먼 자리 중 하나인 재상이 되기로 결심했다. 왕은 그녀에게 있어 그 책임이 귀찮은 직업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번 하루카에게 패한 그녀는 다시 왕위에 도전할 수 없었다. 그건 하루카에게 있어서 최대의 안전 보장일지도 모른다.
재상이 되고 나서, 뭔가 다른 흥미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싸우는 것보다 훨씬 더한 전율이 느껴지는 일은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마코토는 손에 들린 메모리즈를 바라보다가,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하얀빛의 보석이 걸린 목걸이 형태의 메모리즈였다. 오늘 하루 종일 쇼핑만 한 유키호가 그녀에게 선물이라며 준 거지만,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재미없는 밤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코토는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마왕성의 상주자가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된 지금, 마왕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듯 보였다. 본래 인간이었지만 마족의 일원으로 편성된 그녀는 마왕의 왕비로, 마족들의 서열 싸움엔 참가하지 않았지만 통념상 마왕 다음 가는 자리로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서열 싸움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마족들도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마족이라고 해도 전에 인간이었던 이와 싸우는 것은 별로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큰 일도 없이 함께 마왕성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보내던 치하야와 하루카는, 그 날 한 통의 편지를 받을 수 있었다.
 

"수고했어!"
 

편지를 갖고서 마계까지 온 비룡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하루카는 편지통을 열어보았다. 하루카의 무릎 위에 엎드린 채로, 치하야는 흥미로운 눈길로 그 편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편지를 펴 본 하루카는 쓰게 웃었다.

 
"그게 뭐야, 하루카?"
"응, 마코토가 보낸 건데..."
"어디, 응... 계급 싸움이 인간들에게 상당한 불만을 얻고 있는 것 같으니 인간계에서는 계급 싸움을 중지시켜라... 라고?"
 

그렇게 묻는 치하야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인 하루카는 편지를 접어 비룡에게 주었다. 하루카의 뜻을 이해한 비룡은 편지를 테이블 위에 갖다 올려놓았다. 그 비룡을 보고 웃은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말했다.


"오늘 하루는 마왕성에서 마음껏 쉬다 가. 사육사들이 잘 보살펴줄거야."

 
그 말을 들은 비룡은 기다렸다는 듯 방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하루카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고선 미소지었다. 그 미소에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하루카를 올려다보던 치하야의 귓가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하루카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마코토도 변한 것 같네."
"마코토..도?"


치하야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보충 설명을 하라는 듯한 눈동자로, 치하야는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이해한 하루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원래 마코토라면 인간들이 불만을 갖든 싫어하든 화를 내든 상관하지 않았을걸?"

 
그 말에 치하야도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편지의 내용을 상기하고선 말했다.


"마코토답구나. 어느 쪽이든."
"그치?"

 
치하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루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왕의 자리를 억지로 떠넘겼다.
그래놓고선 이런 식으로 숙제만 안겨주다니, 너무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카는 치하야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면 치하야가 작게 웃는 것을 즐기며.


"내일 마계 전체에 공식 발표를 해야겠구나~"
"그러네."


그렇게 수긍하는 치하야를 본 하루카는 아무 말 없이 생각했다.
과거, 그녀가 본 마코토의 모습을.

 

피를 끌고 다니는 사람 같았던 그녀의 모습을.
그렇게 생각한다면, 많이 변했다- 그렇게 생각하던 하루카는 치하야를 내려다보았다.

 
마코토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분명히 뭔가 좀 더 바뀔텐데.


"...마코토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상상이 가지 않으니까 보류려나..."
"응? 뭐라고 했어, 하루카?"
"으응,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참, 그보다 오늘은 일이 일찍 끝날거야!"
"그래? 잘 됐구나."
"그러니까- 오늘 밤엔 둘이서 오붓하게 보내자구요!"
"....나이도 한참 많으면서 어린애같네, 하루카는."


그 말에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치하야를 보던 하루카는, 잠시 숨을 돌렸다. 이렇게 어린애 취급 당하면 곤란한데.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재빠르게 몸이 먼저 행동한다.


"이렇고 저런일 까지 해놓고 그런 말을 꺼내는 거야? 에잇~!"
"자, 잠깐, 하루카! 뭐하는 거야?!"
"어린애가 할 수 없는 '놀이'잖아 이건?"
"하루카!"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의 행동에 화를 내는 치하야를 향해, 싱긋 웃어보인다.

 
"[어른]이라고 인정하게 해 줄 테니까, 치하야쨩~."
"꺅! 잠깐만, 하루카! 하, 하지마, 아하하, 간지러워! 진, 진심이야!? 지금!?"
"후후, 오늘의 하루카씨는 하루각하니까 각오하라구?"
"말도 안...!!...!"

 
치하야의 항의의 목소리는, 거의 퍼붓다시피 하던 가벼운 키스를 금방 딥키스로 바꿔 온 하루카의 입술에 의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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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마코유키에 평범하게 지내고 있는 하루치하만으로 끝낼 생각이었지만

역시 천성이 하루치하P인지라(..)

참. 뒤늦은 치하야의 설정은 혼혈이었죠< 흐르는 마족의 피는 2/5 정도 일까나..

 

아-이제 슬슬 복귀준비를 해볼까..후..후후후..

다음에 밖에 나올 때가 되면 한 네개? 정도 올리고 소설은 아마 길--게 접을 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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