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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야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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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4, 2016 14:48에 작성됨.

아마도 나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만

 

아이돌의 공연은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하기와라 유키호라고 할까

 

"으으으......"

 

"유키호, 아직도 겁나는 거야?"

 

"미안해...하루카, 마코토 군...나는 역시 안 될 것 같아"

 

하기와라는 남성공포증도 모자라서 대중에 대해서도 공포를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자신을 내세우는 것도 두려워한다. 이래 가지고서야, 아이돌은 고사하고 사회생활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뭐, 나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만

 

그래도, 이 소녀는 아이돌. 내가 있는 765 프로의 상품. 불량품은 본래 폐기처분이겠지만──그녀의 뒷배를 생각해보면 도저히 그런 일은 할 수 없다

 

참 곤란한 아가씨다. 왜 이런 작은 사무소에 야쿠자의 딸과 재벌가의 딸이 있는 걸까. 만약 운명의 신이라는게 있다면 지금이라도 속으로 온갖 욕을 다 해주고 싶다

 

"하기와라 유키호"

 

"......네?"

 

"마음만 먹으면, 이 라이브를 보고 있는 사람들 중 남자는 전부 빠지게 할 수 있다. 다른 핑계를 대서라도 말이지. 적어도, 네가 노래를 하는 동안에는 불가능하진 않다"

 

하기와라 家의 이름을 들먹이면 가능할 것이다. 그럼 불만을 느껴도 군말 없이 따르겠지. 물론 그랬다가는 은근슬쩍 하기와라 집안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걸 미리 눈치채고 하기와라 家에서 나선다고 해도, 언론사는 그것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야쿠자의 딸이 아이돌이라. 하, 어떤 사단이 일어날지 볼 만 하겠군. 다르게 말하자면, 내 위치도 하기와라 家에 드러나 버릴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 덤으로 미나세 재벌에게서도 피하고 싶다

 

사기꾼이라는 건 원래 누구에게나 미움받기 마련이다. 서민이든, 재벌이든, 정치인이든, 야쿠자이든 간에 말이다. 특히 하기와라는 정경유착의 역사를 100년이나 써내려간 엄청난 집안이다

 

일본 3대 야쿠자 일가 중 하나다운 관록이라고 할까. 위엄이라고 할까. 전혀 자랑스러워할 것이 없는 범죄의 기록이다만, 대중은 실망할 것이다. 폭력에 굴복하는 것을 원치 않겠지. 그러니까, 무관심이라는 늪으로 하기와라 유키호를 묻어버릴 것이다. 연좌제라고 할까. 765 프로의 다른 아이돌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마치 암세포와 같다. 하나가 말썽이니 다른 것들 모두 말썽이라니. 이대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는 없다. 적어도 본전은 제대로 뽑고 가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나는 별로 어울리지도 않는 위로라는 것을 해주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은─돈을 위해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일이 곤란해진다. 모두가 곤란해진다. 아이돌은 대중의 관심으로 먹고 사는 직종. 특별취향의 고객들만 받아들인다고 해서, 너 하나만을 위해 모두가 희생할 수는 없는 것이다─라는 거다"

 

"잠, 프로듀서! 말이 심하잖아요!"

 

"너도 문제다, 키쿠치 마코토"

 

감싸돌기만 하니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변할 수 없다. 하기와라 유키호는 예전과 같이, 주변에 있는 야쿠자들의 벽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아이는 오냐오냐 키우면 엇나가 버리지. 중국에 사회 문제로 떠오른 '버릇없는 소황제'만 봐도 알 수 있을거다"

 

"유키호는 아이가 아니에요! 고등학생이고, 알 건 다 아는 나이라구요!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잘 알고 있어요!"

 

"아니, 모른다. 이렇게 옆에서 지켜주기만 하는 기사님이 있으니, 공주님은 허구한 날 납치당해서 잠자는 공주처럼 입맞춤으로 깨워줄 왕자나 기사를 기다리겠지. 디즈니 공주들의 변천사를 모르는 모양이로군?"

 

뭐, 나는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냥 주워들은 대로 지껄일 뿐이다. 거기에 속아넘어가는 바보들이 있으니까, 내가 사기를 그만둘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키쿠치 마코토는 모르고 있다. 지금 나와의 담론 중에서도, 하기와라 유키호가 다 듣고, 자기에 대한 자학이 심해져 간다는 것을. 보호하면 보호할수록, 좀 더 안쪽으로 말려들어가 버린다

 

유치한 어른의 심술이다. 후, 나도 참 어른스럽지 못 하군. 뭐, 이런 어른도 있는 거다

 

"두 사람 다 이제 그만──"

 

"알겠어요! 할게요! 저, 할 수 있어요!"

 

아마미 하루카가 나와 키쿠치를 중재하려고 끼어든 그때, 하기와라 유키호가 일어섰다. 아무리 자존감이 낮아도, 이렇게나 얕잡아 보이면 누구나 화가 나기 마련이다.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이다. 그래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유키호...?"

 

"나, 할 수 있어...모두에게 폐만 끼치고 싶지는 않아...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렇다면 무대에 나서라, 하기와라 유키호. 네가 센터다.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

 

채찍질을 많이 했으면, 이제 당근을 던져줄 차례다. 아무리 어른스럽게 굴려고 해도, 결국에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미성년자. 고교생 수준. 사기꾼을 상대로 이기려 하다니, 가소롭다. 정말로 유치한 어른의 전형이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진짜로

 

"네가 무대의 주인공 역할이다. 아마미와 키쿠치는 옆에서 도와주도록. 벗어나지 못 하게, 양 옆에서 막는 거다"

 

무대는 세워져 있다. 판도 깔아줬다. 등장인물도 전부 등장시켰다. 이쯤되면 슬슬 움직여라, 하기와라 유키호

 

하기와라는 부들부들 거리며 장판 밖으로 얼굴을 내밀다가 다시 힉! 하고 놀랐다. 정말 번거롭게 해주는 아가씨군. 시간 = 돈이 많이 드는 여자다

 

"프, 프로듀서...하,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요..."

 

"뭐지?"

 

"저기 있는...개 만이라도, 어떻게 해주지 않으실래요?"

 

이젠 개까지 무서워 하는 건가. 하지만, 예전에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다면 어쩔 수 없다. 트라우마─라는 것일 테니까. 나라고 해서 그런게 없는 건 아니다. 어쩌면 내가 사기꾼의 길에 빠져든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알 게 뭐냐. 나는 지금의 직업이 마음에 드는데. 싫어하지 않으니까,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하고 있는 거다

 

"물론 그 정도는 해주지. 보신탕이라도 끓이면 되는 건가?"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짖지 못 하게만 해주세요...저도, 다른 곳을 보고 노래할테니까요"

 

그 정도 부탁이라면...못 들어줄 것도 없다. 마지막까지 손이 많이 간다. 그녀와 결혼하는 남자가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고생하겠군. 일단 하기와라파의 두목과 맞서 싸워 이기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만

 

그리고, 라이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중간과정에 살짝 삐걱거리긴 했지만, 그런 걸 신경쓰는 독자는 없겠지. 다 아는 내용을 몇 번이고 돌려보는 건 정말로 재미가 없으며 시간 낭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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