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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d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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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4, 2016 01:34에 작성됨.

 

 토마스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보통 이 말을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명언으로 알고 있지만, 그 뒤에는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99가 아닌 수만의 노력을 쏟아도 1%의 영감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천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천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천재는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말 그대로 하늘이 내려준 재능, 기프티드(Gifted), 여러가지 더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것처럼 선천적인 능력이다. Genius의 뜻이 규칙을 새로 만드는 자라는 뜻인 것처럼 천재는 처음부터 상식에서 벗어난 존재다. 

 

 어린 나이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면 영재라고 말한다. 그 능력이 뛰어나 보통 사람보다 월등한 사람을 수재라고 말한다. 하지만 천재는 경계를 넘은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들의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는 것이다.

 

 단순히 지적 능력이 뛰어난 것뿐만이 아니다.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재능의 스포츠 선수도, 세기의 발명가도, 상상도 못 할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도 모두 천재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치노세 시키는 말 그대로 천재였다. 스스로 기프티드라고 칭하는 것처럼 신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존재였다.

 

 

-

 

 

 "벌써 올해도 마지막이네-"

 

 밤늦은 시간에도 사무실의 형광등은 새하얗게 밝혀져 있었다. 아이돌들의 스케쥴도 모두 끝나고 사무원들도 모두 퇴근한 시간이었지만 프로듀서는 혼자서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아니, 혼자서 남아있는 건 아니었다. 

 

 "응? 무슨 말 했어, 시키?"

 

 한참 동안 서류 더미에 집중하던 프로듀서는 시키의 말을 듣지 못해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프로듀서의 눈에는 소파 위에서 맨발로 뒹굴거리는 시키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에도 시키는 옷을 단정히 입고 다니는 편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얼마나 뒹굴었는지 소파에 반쯤 엎드려있는 채로 단추가 여기저기 풀려있는 데다가 셔츠가 반쯤 말려 올라간 상태였다. 프로듀서는 황급히 고개를 숙여 서류 더미를 바라봤다.

 

 "으응? 그냥, 너랑 만난 것도 벌써 이렇게나 되었구나~ 싶어서. 그게, 벌써 올해도 끝이잖아? 일 년이 스피디하게 지나가 버렸어~"

 "아아, 그러냐. 나도 순식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주로 쉬는 날도 없이 바빠서 말이야."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프로듀서의 머릿속에는 방금 본 광경이 지워지지를 않았다. 새하얀 허리의 라인이 자꾸만 떠올라 서류의 글자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프로듀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몸과 함께 의자가 기울어졌다.

 

 "피곤한 거네~ 피곤한 거지~? 에너지 드링크 필요해?"

 "응... 아, 아니. 그건 부작용이 몰려오니까 안 돼."

 

 평소라면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휴식을 취하면 될 일이었지만 오늘은 일이 제법 많다. 밤샘도 각오하고 있었다. 회사원은 공휴일이라던가 연말이라면 쉬거나 휴가를 받지만, 예능 프로덕션에 휴일이라는 건 없다. 오히려 휴일이나 연말연시는 배로 바쁘다. 남들이 쉴 때, 그 빈 시간을 채우는 것이야말로 아이돌의 일이었으니까. 

 

 "커피 정도가 좋겠네."

 

 사실 그렇게 급한 일도 아니고 바쁘게 처리해야 할 일도 아니었지만, 프로듀서는 기어코 일을 내일까지 끝내기로 정했다. 오랫동안 휴일이라는 게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무리를 해서라도 몰아서 일을 처리하고 연초에는 쉬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응? 그러면 타줄까...? 시키 쨩의 특제 에너지 포션."

 "부탁한다."

 

 시키는 화학이 특기였다. 그녀의 천재성은 아이돌 쪽이 아니라 과학, 특히 화학 쪽의 부분에서 두드러졌다. 아이돌이 되기 전에는 미국의 대학에서 유학을 했었다. 심지어 그 대학에서도 월반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런 그녀의 나이는 이제야 18살. 그런 천재적인 시키가 어째서 대학도 연구도 그만두고 여기로 돌아와 아이돌을 하고 있는 것인지 시키 본인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그녀에게 직접 물어봐도 재미가 없고 질려서라는 애매한 대답뿐이었다.

 

 그런 사정이 있어서인지 시키는 향수라던가 드링크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고 잘 만들기도 했다. 향수를 만드는 것은 시키의 취미이기도 해서 많은 동료 아이돌들이 부탁하기도 했고 시키도 흔쾌히 향수를 만들어주고는 했다. 물론 그 평가는 말할 것도 없다.

 

 "자, 여기여기. 달~콤하고 힘이 솟아나는 커피랍니다."

 "고마워."

 

 시키가 다가와서 커피를 건네자 향이 확 퍼졌다. 어떻게 한 것인지 프로듀서는 알 수가 없었다. 분명히 사무실 안에는 싸구려 믹스커피밖에 없었을 텐데. 커피의 향은 믹스 커피 따위에서도, 카페에서도 맡을 수 없는 특이한 향이었는데 알 수 없지만, 기분이 좋았다.

 

 "이거 어떻게 한... 시키, 맨발로 돌아다니지 말랬잖아."

 

 커피에 대한 걸 물어보려던 프로듀서였지만 시키가 맨발로 서 있는 걸 보니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귀찮은걸~ 내추럴한 모습이라구~?"

 

 능청을 떠는 시키의 모습에 프로듀서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바닥에 뭐라도 있어서 다치면 어떻게 할 거야. 그래서는 무대에도 못 서잖아?"

 "그러면 사상 초유의 휠체어 라이브라던가? 냐하하하~"

 

 프로듀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맛은 보통 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향은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익숙한 느낌, 한 번 맡으면 계속 맡고 싶은 그런 향.

 

 "어때, 괜찮아? 좋아? 중독되어버릴 것 같아?"

 

 시키는 갑자기 앉아있는 프로듀서에게 안겨들었다.

 

 "야야, 커피 쏟아져! 아니, 그게 아니라, 갑자기 무슨 짓이야!"

 

 두 사람분의 무게가 괴롭다는 듯 의자는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한껏 젖혀졌다.

 

 "처음에 만났을 때 말했잖아? 시키쨩은 너한테 관심이 있습니다~ 라고. 연구하고 싶어~ 더 알고 싶어~"

 

 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하기는 했었다. 시키는 프로듀서가 먼저 스카우트한 것이 아니라 시키 쪽에서 먼저 프로듀서에게 접근한 경우였다. 처음에는 프로듀서를 보고 단순한 흥미로 시작한 것이지만 지금은 제법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게 프로듀서의 생각이었다.

 

 "일단 좀 떨어져 봐. 이 상태로는 뭘 할 수가 없잖아."

 "쳇쳇, 알겠습니다~"

 

 시키가 떨어지자 프로듀서는 일단 커피를 책상 위에 올려뒀다. 정말로 쏟을 뻔했다.

 

 "정말이지, 아이돌이라는 자각을 조금은 하라고."

 

 프로듀서에게 종종 달라붙어 오는 시키는 골칫거리였다. 아이돌로서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프로듀서 자신도 시키 같은 여자아이가 달라붙어 오는 건 괴로웠다. 싫은 건 아니었다. 싫지 않지만 어쩔 수 없으니 괴로운 것이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였지?"

 

 시키는 원래 자리였던 소파로 돌아가지는 않고 옆자리의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커다란 백의에 가려졌지만, 그보다도 짧은 치마를 보고 있자니 아찔해져서 또다시 프로듀서는 고개를 돌렸다. 아이돌이라는 자각을 하라고 말한 게 불과 몇 초 전인데, 그냥 들을 생각이 없는 거겠지.

 

 "벌써 올해도 끝이라는 이야기였어."

 "아, 그래. 시키도 이제 인기 아이돌이네. 일거리도 한가득. 덕분에 나는 오늘도 철야. 뭐 나쁜 일은 아니라지만..."

 

 시키가 아이돌의 재능도 천재적인가 하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 두뇌가 어디 가지는 않았기에 모든 일을 쉽게쉽게 처리한 덕도 있었고, 그 특이한 캐릭터가 잘 통한 것인지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지만 벌써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먼저 데뷔한 아이돌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시키는 왜 남아있는 거야? 평소에도 그렇게 늘어져 있으니 너무 자연스러워서 물어보지 않았었는데."

 

 시계를 문득 쳐다보니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날이 벌써 지나버렸다.

 

 "응? 그냥~ 이라고 해야 하나. 어차피 시키 쨩은 혼자 살고 집에 들어가지 않는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괜찮아 괜찮아."

 "어이어이, 그것도 아웃이라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지만, 신경이 쓰이는 말이 있었다.

 

 "잠깐, 집에 안 들어간다고?"

 "응? 이것저것 하느라."

 

 이건 정말 위험했다. 집에 안 들어가고 무슨 일을 한다는 건가.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걱정하지 마, 아무리 프리덤한 나라도 아이돌이라는 자각은 있으니까. 그리고 그다지 위험한 일을 하는 건 아니라고?"

 

 실제로 문제가 발생한 적도 없고, 특출난 시키라면 문제가 될 일은 만들지 않겠지만 역시 불안했다. 프로듀서는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미행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용케도 아이돌을 하고 있네. 금방 질려버리는 게 아닐까 했는데."

 "시키 쨩의 브레인이라면 꼭 끝까지 해보지 않아도 구조를 전부 알아버리니까, 어떻게 될 지도 전부 보이니까 재미가 없어.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금방 해결되어버리는걸. 하지만 아이돌 활동은 아니잖아? 비논리적이고, 예측불가에, 두근두근거리는 느낌!"

 

 웬일로 시키의 표정은 조금 진지했다.

 

 "나는 금방 질려버려. 다 알아버리니까. 하지만 너는 알 수가 없어. 질리지 않아. 퍼펙트한 나도 결점이 있었다는 걸까나? 냐하하하."

 

 하지만 금세 웃어버리며 풀어졌다. 멋쩍은 프로듀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서류로 관심을 돌렸다. 왠지 모르게 커피에 다시 손이 가서 다시 한 모금 마시니 벌써 바닥이 보였다. 그렇게 적은 양은 아니었는데 벌써 다 마셨나 싶었다.

 

 "맛있네. 그러고 보니 아까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거, 뭘 넣은 거야?"

 

 프로듀서의 물음에 시키는 책상에서 내려와 프로듀서에게 다가갔다. 이번에는 엉겨붙거나 하지는 않고 조용히 다가가 귀에 입을 가져다 댔다.  

 

 "비-밀♡" 

 

 아주 가까이에서 불어오는 시키의 숨에서는 왠지 모르게 방금 전의 커피와 비슷한 익숙하고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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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더 이어질 듯 말 듯한 이야기네요. 물론 뒤의 이야기가 더 있긴 하지만...

 

 최근 드는 생각이 저는 항상 묘사도 빈약한 편에 대화도 짧게 써버리는 것처럼 여러모로 부족해서

 그나마 한 때의 커뮤니케이션 한 편이라는 느낌으로 쓰는 게 제일 괜찮은 느낌이더라구요. 그래서 그 쪽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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