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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31, 2015 19:33에 작성됨.

그럼 앞서 내 설명을 하도록 하지. 쓰읍-. 나는 창립한지 상대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 소규모 프로덕션의 유일 프로듀서! 간단히 줄여 P라고 불러주길 바래! 기간이 짧은 만큼 열심히 한다곤 하지만 아직 일하는 날보단 노는 날이 많지만 이건 아직 소속 아이돌들이 신인이라 그런 거니 무능하다고 욕은 하지 말아달라고 제군들! 하는 김에 소속 아이돌 소계도 해볼까! 제 1번 아이돌 무카이 타쿠미 양! 내가 프로듀서로 취업하고 스카우트부터 시작해 담당하게 된 아이돌이니 만큼 가장 오래 얼굴을 맞대고 살았다고 할 수 있겠군! 그래봤자 반년도 되지 않지만 말이지! 다른 아이들도 몇 있지만 그녀들은 나중에 기회를 잡고 소계 하도록 하겠어!
 
“그런고로 바이크 투어링 핫☆지★마루요!”
“앙?”
 
시선이 따갑다. 전직 폭주족 아이돌 타쿠미의 시선이 시선만으로 사람을 찌를 수 있으면 배때기에 난도질을 할 수 있을 만큼 매서워서 조금 움찔해버리고 말았다.
 
“하, 하지만 오늘은 일이 없어서 어쩔 수 없는걸!”
“어이, 어이 이 자식. 일이 없는 건 전적으로 프로듀서인 네 녀석의 무능력함 때문 아닌가?”
 
그 왜 765프로덕션의 민완프로듀서처럼 말이야, 라며 소파에 앉아 고개를 까딱거리는 타쿠미 양. 것 참. 매일 말하지만 그쪽은 비교대상이 너무 다르다니까요. 나처럼 아무 생각 없이 이 바닥에 뛰어든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런 사람이 스카우트했다고 덥석 물어버린 나도 나지만.”
“쑻.”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아니니까.”
“그럼 이번 기회에 좀 더 귀여,”
 
“뭐라 했냐.”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실 타쿠미가 꺄삐삐삐☆한 활동도 불평 없이 해준다면야 공백을 반 정도는 채울 수가…….
 
“아니 그것보다 타쿠미 양! 투어링이에요 투어링!”
 
텅텅 빈 주말 스케줄 표를 손바닥으로 치며 황금 휴일을 강하게 어필. 프로듀서 실격인 모습에 눈가를 살짝 찌푸리지만 찔리는 것이 있는 듯 이내 크게 한숨을 쉬었다. 프로듀서로서 말하자면 지금 이 상황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승낙한다는 단계니까 걱정하지 않는다. 일단 나도 프로듀서 나부랭이니까 담당 아이돌의 멘탈 체크는 필수란 말이지. 음.
그러며 그녀, 무카이 타쿠미에게 간사한 소인배 부자마냥 양손을 비비며 접근하다 한 소리 듣고 말았다.
 
“쳇, 이상한 얼굴하고는.”
“오째서 구론마를 하는고야아아아아아아?!”
“성가신 태양이군!”
“네, 네 성가신 태양. 안녕 칸자키.”
 
벌컥! 거리며 힘차게 젖혀지는 사무소 문. 경첩이 삐꺽거리는 낡은 건물이라 여자 친구처럼 소중하게 다뤄달라 그리 부탁했건만.
 
“하인과 동포여! 타천사의 심안을 피해 무슨 언약을 나누는가!”
“바이크 투어링. 오늘부터 주말동안 일이 없어서. 아 그러니까 타쿠미. 까삐비한 일을 받아야 한다니까.”
 
말없이 가운데 손가락.
출신이 출신인 만큼 행동거지가 거친 건 알고 있지만 저런 행동은 좀 삼가줬으면 하지만. 그래도 뭐 초기에 비하면 뭐, 음, 뭐. 어쩐지 자신을 향하는 태도는 나빠졌음 나빠졌지 좋아지지 않은 미묘한 상황이었지만 곧 일만 잘하면 상관없지, 낙관적인 생각으로 고민하는 것을 멈추었다. 그 틈에 예의바르게 문을 닫고 들어온 칸자키가 질문을 던진다.
매우 안쓰러운 일본어를 구사하는 중2병 아이돌 칸자키 란코양. 사람에 따라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지는 이도 있지만 의외로 이 캐릭터가 먹혀들어 당당히 이 프로덕션의 간판 아이돌을 하고 계시는 비싼 몸이시다. 시기상 타쿠미 양보다 늦게 아이돌 활동을 시작했지만 인지도만 따지만 그녀보다 많은, 타쿠미 양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씁쓸한 아이일까. 그래도 이로 인한 시비 관계가 없으니 이 또한 소규모 프로덕션의 장점이 아니겠는가. 물론 첫 번째 이유는 선배를 깔보지 않고 후배를 업신여기지 않는 프로덕션의 올바른 아이들이라 생각하지만.
 
"오오! 동포들의 연회! 여의 참가야 말로 심연으로 가라앉는 진혹곡을 일깨워 문을 열수 있을지라!"
 
어, 그러니까. 저도 참가하고 싶어요. 프로듀서! 라는 거지. 미묘한 눈으로 타쿠미를 보니 그쪽도 미묘하게 식은 눈으로 칸자키 양을 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자신과 다른 세계의 인간을 보는 듯한, 비유하자면 동양인이 서양인을 보는 신기함과 동시에 저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으리라 저도 모르게 느끼고 있는 그런 시선이었다.
 
뭐 타쿠미양이 이쪽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개성적인 아이는 만나지 못 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이 업계에 발을 붙이지 않았다면 이런 개성 넘치는 아이는 만나지 못 했을 테지.
안쓰럽지만 그만큼 순수하고 착한 아이니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인이여?"
"뭐 응. 이번 주는 너도 별일이 없으니. 참가는 자유. 그런데 너 말이지 탈 수 있냐?"
"여는 타천사 칸자키 란코! 여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자! 그럼 이만 여는 소환 의식에 답하리라. 와하하핫!"
"데려다 줄까."
"무다무다!"
 
다시 이미 노쇠하신 문을 벌컥 열어버린다. 재수 없게도 그것이 문의 마지막 운명이었던 모양인지 빡 하는 짧은 파쇄음에 이어 윗 경첩이 떨어지는 모습에 히익 거리는 칸자키. 아아. 퇴근하기 전에 할일이 늘었어.
 
"그, 그럼 저는 이만! 어둠에 삼켜져라!"
"튀었네."
"어, 그러네."
"어쩔 거냐?"
"고쳐야지 문. 텐션 가라앉는다. 갑자기."
"아니 그거 말고."
 
부리나케 계단 아래로 사라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탈색한 것이 분명한 잿빛 머리카락이 전부 사라진 다음에야 몸을 돌린다.
 
"저 녀석, 잘못 알고 있는 모양인데 놔둘 거야?"
"음……. 뭐. 이제 와서 뭐라하는 것도 불쌍하고 오고 싶어 하니까 말이지."
 
뭣하면 뒤에라도 앉힐 생각이라 가벼운 어조로 던지며 이럴 때를 대비해 구비해 두었던 경첩을 서랍에서 뒤적거려 찾는 것과 동시에 언젠가는 해야지, 해야지 하고 미뤄두고만 있는 수납 책상을 만들기 위해 한 구석에서 쓸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전동 드릴을 들었다. 사무실 꼴만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진 예산은 적고, 게다가 예산만이 아니더라도 굳이 돈을 쓰며 시중에서 파는 비싼 제품을 사고 싶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수제로 만들려 벼르고 있는 중이지만 어째 만들 기분이 나지 않아 미루고, 미루고 있던 것이 벌써 일주일을 넘어 버렸다. 좋은 향기가 나는 원목을 아는 후배에게 얻어 기분 좋게 전동드릴과 톱을 산 것이었지만 설마 처음으로 쓰게 되는 것이 사무소 문을 고치는 일이 될 줄이야.
 
"미리 말하지만 내 뒤에는 안 태울 거야. 꼴사나우니까."
"걱정 마쇼 걱정 마. 내 쪽에 두 명은 충분히 타니까. 힘내면 세 명도 태울 수 있지요. 걸리면 벌금이지만."
 
뭐라 하던 애들한테는 무르단 말이야.
들으라는 듯 깊게 한 숨을 쉬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굽힐 그도 아니었다. 대답해 줄 생각도 없는 듯 한눈에 보기에도 무거운 파란색 드라이버를 당기자 나사기 위잉 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과연 전동이라는 이름값은 하는지 거침없이 들어가는 나사못이 네 개가 끝까지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프로듀서는 감탄했다.
 
"오오 확실히 수동으로 하는 것과는 다른걸. 어때 타쿠미 이거 멋지지 않아? 타쿠미?"
 
드라이버가 작동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앉아있었던 소파. 이미 그곳에 그녀는 없었다.
프로듀서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반성하곤 그녀에게 LINE을 넣는다. 온갖 이모티콘이 난무하는 딱봐도 비는 쪽이 분명하고 작위적이기까지 한 그 내용에 돌아온 것은 너무나도 냉정한 침묵뿐었다.
그래도 그녀가 화가 나 의도적으로 답장을 하지 않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도 이런 애니까 뭐. 오늘이라고……."
 
오히려 평소에 답장이 오면 무슨 일인가 부들부들 떨 정도로 그녀가 문자를 보네는 일은 적었다. 그렇다고나 할까 폰을 붙들고 열심히 문자를 적는 그녀도 이미지상 떠오르지 않는데다 읽음 표시는 뜨고 있으니 정말로 언짢았던 것이라면 연락이 올 것이라.
뭐 그러니까.
 
"옷!"
[열 받았어.]
 
적당히 아무 생각 없이 쓴 듯한 이 문자가 그녀 나름의 장난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무카이 타쿠미는 내가 찾아낸 아이돌이니까.
 
 
 
 
Pampera 250. 2000년대 극 초반 당시 일본 아이들의 영웅이자 우상이었던 남자가 다뤘던 바이크다. 이제는 고물이라 불린 만큼 오래된 것이라, 아니지. 중고로 구입할 당시에도 충분히 퇴물소리는 들었던가. 아무튼 어린 시절 점포 앞에서 바이크 조정하는 것을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었던 녀석이라 내 나름의 의미가 있기에 계속해서 다루고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장소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는 곳이다. 고등학교 때 우연하게 발견해서 지금까지 질리지도 않게 찾아오는 내 나름의 비밀장소라고 할까. 이런 사람 많이 다니는 곳을 비밀장소하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말이야.
시계를 보면 새벽 6시. 봄이지만 으슬으슬해 두터운 재킷을 장롱에 넣어두는 걸 미뤄뒀던 걸 다행으로 여기며 앞섬을 굳게 닫는다.
 
"어-이."
 
안주머니 속 손난로를 만지작거리며 조금 기다리자 스쿠터에 탄 타쿠미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검은 바지를 입고 붉은 머플러까지 감은 것이 명백히 쌀쌀한 새벽날씨를 의식한 것이 보여 미안한 짓을 해버렸나 잠시 생각해 버린다. 생각해봤자 여기서 다시 돌아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입 밖으로 내지는 않을 테지만.
 
"더럽게 춥네. 젠장."
 
오히려 미안하다고 하면 더 화내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지고 있는 손난로를 그녀에게 건네주는 것뿐이었고 희미하게 휘발유 냄새가 베여든 그것을 받아들어 조금이라도 추위를 녹이려는 듯 장갑 사이에 넣고 비빈다.
 
"칸자키는 오는 거 확실해?"
"어 음. 온다고는 했는데 말이지. 10분만 더 기다려 보고 전화해보지 뭐."
"일어나 있으면 좋겠다만."
"아직 학생이니… 어 너도 학생이었지?"
 
내 손가락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이며 낄낄 거리는 프로듀서 자식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한 방 먹이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저 자식은 일부로 그러는 것이 분명할거야. 좋은 사람인척 하고 있지만 본바탕이 장난기가 넘쳐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프로듀서 자식과 둘 만 있을 때 억제하고 있었던 본성이 나오는 것처럼 저 녀석도 비슷한 분류여서 사람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난다는 것쯤 이제 와서 놀라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뛰어난 일처리와 포용력으로 동료의 신뢰를 얻는 그의 방식은 높게 쳐주고 있다.
 
"동포들이여! 여를 맞이할 준비는 되었는가!"
 
익숙한 음색. 익숙한 안타까움. 바이크 투어링의 마지막 참가자. 프로듀서는 헥헥 거리며 힘들게 외치는 그녀가 타고 온 물건에 관심을 두더니 그녀가 보지 못 하도록 고개를 돌려 낄낄 거리기 시작했고, 타쿠미는 저럴 줄 알았다는 듯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칸자키 너 진짜 최고다."
"크레타의 미궁?"
 
그녀가 힘들게 여기까지 몰고 온 새하얀 바구니가 달린 아줌마 자전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시간대에 도둑이 있을리도 없으니 자전거 자물쇠를 걸어둔 채 방치해두고 처음 예정대로 칸자키를 뒤로 태운채 산을 올랐다. 잘 정비된 도로를 달리는 덕에 금방 산 중턱까지 올라갈 수 있었고 정상까지 올라간다해도 속도를 낸다면 10분도 걸리지 않을 높이었다. 그보다 문제였던 것은 한껏 입을 삐죽이며 삐졌다는 것을 어김없이 보여주는 란코 였는데 이건 전적으로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헷갈린 그녀쪽에 있지 않은가 반문하다 머리를 쥐어뜯긴 것은 여담이다.
뭐 하이바 덕분에 머리를 흔드는 선에서 끝났지만 운전중이였으면 위험했단 말이야.
 
"제피로스의 날개! 제피로스의 날개!"
 
바이크 첫 경험 란코짱 대흥분(웃음).
 
"하인이여! 제피로스의 힘은 여기서 끝이 아닐 터! 바람을 가르고 공간을 가르리!"
"하이바 푹 뒤집어쓰고 얌전히 있기나 하쇼."
 
 인공 굴 처럼 산 안 쪽으로 파여있는 부자연스러운 장소. 그 장소에 잠시 위화감을 느낀 칸자키와 달리 두 명은 별 신경도 쓰지 않고 굴 안 쪽으로 탈것을 집어 넣었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모습이 그들이 이 장소를 얼마나 많이 왔는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었다. 칸자키로서는 모르겠지만 더 안 쪽에는 모토부터 시작해 천막, 도색용 스프레이에 심지어 리어 스탠드까지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비밀장소라 부르는 것이 마냥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아직 제 구실은 하고 있지만 여기 저기 녹슨 리어 스탠드는 이 장소가 비밀장소로 쓰여진 세월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인이여. 이 언약의 땅은?"
"이 녀석이 좋아하는 곳. 넌 처음이겠지만 네 선배들은 허구한날 끌려다니지. 너도 오늘 부터 일거다."
 
그러며 씨익 웃는다. 그가 따라 웃으니 순식간에 사나워 지는 그녀의 표정. 양 손을 보이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곤 시선을 지평선 쪽으로 넘기곤 짧게 탄성을 뱉는 그. 그녀들이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그 끝에서 절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천지가 탄생하는 날.
 
떠오르는 해. 밝아지는 하늘. 눈앞에 있는 것만 같은 생명의 넘실거림. 많은 추억이 담겨있는 그가 사랑하는 이 거리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소.
 
 -어이 프로듀서. 여기 온 거 몇 번째더라?
 -어…….
 -아니, 아무래도 좋아. 그런데 말이지 프로듀서.
 
일출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빨라서 멍하게 보고 있으면 금방 눈이 부실 위치까지 올라오고 만다. 그것을 가리듯 타쿠미는 정면에 서서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심결에, 정말로 무심결에 하이바를 누르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그. 칸자키가 위에서 전해지는 힘을 느끼고 불평을 하고나서야 황급히 손을 거뒀고 그러든 말든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 와서 이런 말하기도 그렇지만.
 
주위는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중앙집권적인 그녀만의 매력.
 
"―군!"
 
-싫다고 하는 아이돌을 잘도 시켜줬으니 말이야. 끝까지 잘 부탁한다고 프로듀서 자식.
 
"P군!"
"어? 아. 어. 죠가 동생. 어. 지금 타쿠, 아니. 잠깐. 뭐야. 이거 잠시. 나 지금 여기서 존 거야?"
"응! 응! 아, 맞다 치히로 씨가 P군 찾아와달래!"
 
시계를 보니 잠든지 2시간 지난건가. 아무래도 2시간은 부족한지 뇌가 맹렬하게 비명을 지르지만 애써 무시하고 사람을 니트로 만드는 우사기 소파를 벗어나 높은 데시벨을 울리며 소매를 끄는 소녀를 비틀 비틀 거리면서도 쫓아간다.
냉수라도 마시고 싶은데 이 발랑까진 꼬맹이가 들어줄 리가 없겠지.
아쉬운 대로 입 냄새 제거용으로 구비했던 껌을 입에 털어 넣고 발랑까지 꼬맹이 입에도 하나 넣어준 다음 빈 봉투를 꾸깃꾸깃 구겨 안주머니에 넣었다.
 
"우물우물, 빨리 빨리!"
"네, 네. 거 천천히 좀 갑시… 아."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던 리카가 우뚝 멈춘다. 이상하다는 듯 그녀의 고개를 돌려 그의 다소 경직된 시선을 따라가 모퉁이에서 걸어 나온 자신의 선배격인 여성을 보고 눈을 반짝인다.
 
"P군 P군! 굉장해 타쿠미 언니야! 안녕! 타쿠미 언니! 신인 죠가사키 리카야! 리카라고 불러줘!"
 
머리울리니까 꺅꺅 거리지 좀 마. 시끄러운데다 발랑까진 꼬맹아. 정말이지 내가 어쩌다 이 녀석의 프로듀서가 됐는지 모르겠다. 좀 더 정확히는 다른 프로듀서 하나와 함께 이 꼬맹이가 속한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  것이지만.
 
물론 지금은 신데렐라 프로젝트니 그를 이 꼴로 만든 너구리같은 상무니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가장 큰 난관은 보다시피 눈앞에 있는, 미시로라는 거대한 사업 판에 합병 되기 전 담당했던 자신의 담당 아이돌.
낙하산에 가까운 그의 상황에 주변이 보는 시선을 의식할 때마다 목구멍이 바짝바짝 마르는 마당에 좋지 않은 방식으로 찢어진 전 파트너를 대면하자니 식은땀이 줄줄 흘러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임이 분명해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입가에서 맴돌 뿐이다.
밑에서 꺅꺅 거리는 죠가사키 리카의 말도 들리지 않게됬을 무렵, 그녀 무카이 타쿠미가 움직였다.
 
"타쿠미."
 
그녀의 이름 한번 부르는 게 지금은 얼마나 어려운지.
그녀의 얼굴을 본다는 게 지금은 얼마나 어려운지.
 
"계약 연장은 하지 않기로 생각했으니까. 이번 년도까지 만이다. 프로듀서."
 
잠깐, 이라 잡을 용기가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입술 색이 변할 만큼 이를 악물고 손톱이  살을 파고들도록 주먹을 쥐는 것 뿐.
눈치 없는 중학생 아이돌이 처음 듣는 그녀와 그의 관계에 탄력을 얻어 꺅꺅거리자 타쿠미는 쓴 웃음을 지었고 그의 어깨를 두들기고 떠났다.
 
"……젠장."
 
이건 위로받은 꼴이 아닌가. 연상도 아닌 연하에게, 그것도 사회인도 아닌 학생에게. 꼴사나움도 이런 꼴사나움이 없다.
 
"P군?"
 
그제야 이상을 느낀 리카가 조심스레 그를 부르지만, 얼굴을 쓸어내리는 것으로 마음을 다스린 후 소녀의 작은 어깨를 붙잡고 앞으로 이동했다.
 
"자, 자. 어서 갑시다."
"아, 응."
 
쓰게 웃는다. 이 어린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해 봤자 어찌 될 일도 아니니까. 이 대형 프로덕션에 들어 온 후로 매일하는 자책과 후회지만, 이미 나는 집어 삼켜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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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한지 224일째. 처음 올리는 것이 이런 허접한 글이라니 죄송할 따름이지만 좋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마스 패러디를 처음 써보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완성된 캐릭터를 가지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고민 되더군요.
창작 소설과 달리 캐릭터 성이 잡혀 있으니 나아갈 방향이 잘 잡히지 않는 느낌입니다.
 
+ ㅓㅠㅑ 20kb라니 지금껏 올리던 사이트 기준으로 15kb밖에 되지 않았는데 나눠서 올릴걸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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