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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DOLM@STER SiDE @ 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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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31, 2015 03:29에 작성됨.

언제였을까?

그 아이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 날…….

 

한창 어린 시절의 흐릿한 기억.

벛꽃이 막 흐드러지게 피던 봄날의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

무리를 지어 놀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는 와중에 한 아이는 그네에 홀로 앉아 우두커니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그렇게 있던 것이 오래되어 익숙해진 것처럼.

옆에 그 누구도 없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긴 일상에 작은 변화의 순간은 너무나도 갑자기 다가왔다.

 

“저기…….”

 

친구들이란 존재를 곁에 두기에 낯설어 했던 한 아이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어쩌면 그 누구도 자신의 곁에 앉아서 이야기를 걸어줄 사람이란 없을 줄 알았던 그 아이는 또 다른 또래의 아이가 다가옴에도 선뜻 말을 건네지 못하고 있었다.

 

“너, 우리 마을에 살고 있는 거 맞지? 전에 한 번 본 적 있어.”

 

밝은 목소리에 선명한 눈망울, 청아한 음성과 맑은 피부.

누군가의 관심을 처음으로 받아보는 그 아이가 기억하는 봄날에 만났던 상대방의 모습이었다.

 

“난 하루카야. 앞으로 같이 만나면 함께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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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뭔가 숨이 막혀오는 통증에 소년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을 떴다.

 

‘꿈인가……?’

 

기숙사의 창 밖 풍경은 한참 깊은 새벽의 검은빛 안개로 가득했고 책상 위의 전자시계는 오전 3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참 작업하던 중이었는데…….”

 

책상 위에 DAW(Digital Audio Workstation)로 쓰고 있는 노트북과 맥북 두 대가 켜져 있고 그 주변으로는 악보와 가사를 쓰고 지우는 노트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이미 몇 잔 마신 것인지도 모를 정도의 캔 커피가 실내 바닥에 뒹굴었고 기타에 연결된 앰프와 멀티이펙터의 진공관은 아직도 선명하게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발 신 자 : 신지 선배

수신시간 : 오전 2시 50분

어이, 쿄스케! 설마 이 늦은 시간까지 악기 만지작거리는 건 아니겠지?

나이어린 청소년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키가 자란다는 걸 명심하라고.

573 프로덕션에 제출할 것들은 내가 좀 마감시간을 연장시켜놨으니

엄한 짓 하지 말고 이불 속으로 좀 들어가라고! 아침엔 우유 꼭 먹고!

기숙사 방 냉장고에 넣어뒀으니 챙겨먹어라.」

 

“후……, 역시 신지 선배라니깐.”

 

마감기간에 쫓겨 새벽을 지새웠지만 다행히 마감기간이 밀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건만 그는 다시 기타를 집어 들고 의자위에 앉아 Dm(D 마이너) 파워코드를 내려 그었다. 강력하게 걸린 디스토션으로 인해 한층 날이 섰지만 뭔가 서글픈 느낌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파워코드를 하나씩 연주해보고 그걸 악보에 옮겨 적고 고민하다 지우고 또다시 연주하고 악보에 옮겨 적길 몇 시간 더 반복해서야 나름 만족할 수 있는 멜로디 하나가 간신히 완성되었다.

 

“휴, 겨우 한 마디를 뽑아냈네. 얼른 저장하지 않으면 또 지난번처럼 한꺼번에 자료가 공중에 날아가겠지.”

 

이런 작업을 얼마간 더 지속하다보니 다시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환기를 위해 연 창문 너머로 새들의 지저귐과 지나가던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동시에 아직 차가운 새벽공기가 방 안에 가득한 채취를 밖으로 내몰고 있어 제법 밖이 쌀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수업이 있었지? 슬슬 움직여야지.”

 

다시 악기를 한쪽에 정렬하고 책상 위 선반에서 전공수업교재인 실용음악개론서를 집어 들고 기숙사인 샤쿠지이료(石神井寮)를 나선다. 기숙사를 나서는 출입인식기에 학생증을 접근하자 출입문이 열렸다.

 

『도쿄예술대학 학생증

 학적번호 - 2111823

 소    속 - 음악학부

 학    과 - 실용음악과

 이    름 - 마츠시타 쿄스케(松下京介)

 생년월일 - 헤이세이(平成) 6년 2월 3일

 [헤이세이 26년 3월 31일까지 유효함]

 위 사람은 본 학교의 학생임을 증명합니다.

 도쿄도 다이토구 우에노공원 12-8 / 도쿄예술대학장』

 

“그럼,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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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그리고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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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프로덕션 사무소에 늦은 저녁까지 일하고 있던 프로듀서 켄지는 문득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여, 켄지! 오랜만이다. 잘 살고 있었나?”

“아, 신지군!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네! 어떻게 지내?”

“뭐, 대학원에서 지박령이 될 첫 단계를 밟은 이상 이래저래 눈치를 보는 건 적응하긴 아직 어렵긴 하지. 그나저나 넌 취직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응, 이번에 765 프로덕션에서 일하게 되었어.”

“오늘 신주쿠에 갈게. 내가 한 턱 낼 테니 술이나 한 잔 하자.”

“대학원에 있는데 많이 빠듯하지 않아? 내가 한 번 살게.”

“에이, 괜찮아. 우리 친구 아닌가? 일단 장소와 시간은 문자로 보낼 테니 늦지 않게 오라고.”

 

켄지는 고등학교 동창인 이노우에 신지의 목소리가 반가웠지만 한 편으로는 갑작스런 연락이 무슨 사연인지 알 수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신지의 모습을 떠올리면 겉모습은 모범생이나 당시 학교에서 손꼽히던 반항아였던 녀석이었다. 그래도 밴드에서 사용하는 악기들을 제법 잘 다뤄서 주변에서 학생 몇 명을 좀 끌어 모으더니 어느 틈에 팀을 결성했고 나름 실력이 좋았던지 옆에 있던 학교의 학생들이라면 남녀 할 것도 없이 팬이 되었다. ‘코믹 마켓’이란 곳에서 CD 좀 제법 팔았다고 하던 녀석과는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서로 다른 곳으로 흩어져버렸다. 그래도 당시에 엄두도 낼 수 없던 금발 염색에 청중들을 휘어잡던 그 카리스마를 켄지는 곧 다시금 떠올릴 수 있다는 것에 추억이란 소중한 것임을 느꼈다.

 

「발 신 자 : 이노우에 신지(井上信二)

수신시간 : 오후 7시 50분

이 장소가 아마 적당할거야.

[츠나하치 / 도쿄도 신주쿠구 신주쿠 3-31-8]

한 10시쯤에 만나자. 예약 이미 해놨으니 늦지 않게 건너와!」

 

“프로듀서~! 뭐 보고 있었나요?”

 

리츠코가 멍하게 있던 켄지를 불렀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영 좋은 의미로 부른 게 아니었다.

 

“아……, 미안. 잠깐 지인으로부터…….”

“프로듀서! 아직 업무를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은 건 이해하지만 지금 우리가 정리해야 할 스케줄이 아직도 많이 있다고요. 얼른 9시까지는 마감하고 퇴근은 해야죠.”

“미안해, 리츠코. 얼른 정리를 하자.”

“하아, 그래요. 요 며칠 동안 늦잠 자느라 저도 지친다고요. 얼른 집에 가서 샤워라도 좀 하고 자고 싶어요.”

 

켄지와 리츠코는 765 프로덕션에 주어진 스케줄들을 정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코토리는 이미 집안에 일이 있어 먼저 퇴근했기에 두 사람이 남은 업무를 처리해야 했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정리는 3시간 넘도록 이어졌다. 일찍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리츠코처럼 켄지도 오타에서 신주쿠역을 통해 건너오고 있을 신지를 생각해 좀 더 업무를 서둘러야 했다.

 

“휴우, 오늘까지 분류할 내용은 대강 끝났네요. 수고하셨습니다, 프로듀서.”

“아, 이제 퇴근할거야, 리츠코?”

“당연히 집에 가야죠. 얼른 가서 쉬고 싶어요. 프로듀서는요?”

“아까 연락왔던 친구와 좀 만나기로 했어. 신주쿠로 건너온다 했으니 여기서 잠깐 기다리다가 신주쿠역으로 나가려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과음하면 안돼요. 그렇게 되면 아이들에게 실망을 줄 수 있다고요.”

 

역시나 깐깐한 리츠코였다. 그래도 일일이 지적뿐만 아니라 조언을 해주는 리츠코가 고마운 켄지였다. 벽에 걸린 시계는 오후 9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켄지도 사무실의 자리를 정리하고 곧 사무실에서 나와 신주쿠역으로 향했다. 금요일이라 신주쿠역 주변에는 야간의 여흥을 즐기려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도착한 전철에서 쏟아져 내리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켄지는 신지를 찾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살피며 다녔다.

 

“여~! 아카바네! 여기다, 여기!”

“아, 찾았다!”

 

고등학교 때 사귀었던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 있듯이 두 사람은 졸업 후 3년 간 서로를 본 적 없지만 그 때 가지고 있던 기억으로 서로를 찾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예나지나 그 안경은 여전하네.”

“어디에서 건너오는 거야?”

“응, 다이토에 있는 도쿄예대에서 수업 끝나고 건너왔지.”

“세상에! 그러면 너 정말로 그 쪽으로 진로를 잡은 거야?”

“재미있어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올 줄 누가 알았겠어? 다만 동대학원까지 가게 된 건 정말 운이었다고.”

 

켄지는 고등학교 때 문제아라고 찍혔던 신지가 도쿄예술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당시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도 신지만큼은 자신들도 감당 못한다고 손사래를 칠 정도였는데 이런 재능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또 한편으로는 이제 대학원에 진학할 정도의 나이가 된 신지와 자신의 흘러갔던 세월이 길었음에도 묘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자, 얼른 가자고. 아마 거기엔 손님들이 몰려들었을 거라고.”

“그래, 일단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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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츠나하치입니다! 몇 명이신가요?”

“아까 전화로 예약했던 이노우에 신지입니다만, 자리 있지요?”

“네에, 이쪽으로 앉으세요.”

 

다이쇼(大正) 13년(1923년)에 자리 잡은 튀김가게인 츠나하치에는 그 명성에 맞게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미 곳곳에 츠나하치 지점이 있지만 이곳 총본점에는 예약 없이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양한 튀김요리를 술과 함께 곁들여서 식사하고 있었다.

 

“주문은 아까 말씀하신 ‘츠나하치 정식’으로 드릴까요?”

“네, 맥주는 ‘아사히 블랙’으로 부탁드려요.”

“잠시 기다려주세요.”

 

켄지는 6천 엔에 육박하는 가격에 신지가 무리하는 게 아닌지 걱정했지만 그 뒤에 신지가 종업원에게 선불로 계산하는 것 때문에 놀랐다.

 

“법인카드로 계산 가능하죠?”

“물론이지요. 영수증은 전산처리까지 해서 드리겠습니다.”

“어……, 어이!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아, 걱정하지 마. 법인이라 해도 적당한 선에서 결제하면 회사에서도 뭐라 간섭 안한다고.”

“회사라고……? 너 대학원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

“어, 대학원에 있지. 다만 내가 운영하고 있는 작곡 팀이 573과 계약관계여서.”

“5…… 573이라고!?”

 

음악뿐만 아니라 게임 및 애니메이션 산업으로도 유명한 주식회사 573 프로덕션의 명성은 그 이름만 들어도 울던 아이도 눈물 뚝 그칠 정도이고 573에서 나온 작품들은 하나같이 그 시대의 표상으로 여겨질 정도로 엄청났다. 자신이 있는 765에 비하면 너무나도 거대한 산맥이 눈앞에 있음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켄지였다.

 

“아, 외주로 있다 보니 그리 크게 건지는 건 없어. 그냥 아맥스(AMAX)라는 나만의 기획팀을 꾸려서 이정도 왔다고 할까.”

“아맥스라면……, 너 그거 고등학교 때 결성했던 밴드 이름 아냐?”

“응, 맞아. 그 때 머릿속에서 계획한 걸 대학교에 들어가서 좀 더 사람들을 모아서 키워냈고, 지금에는 좀 어느 정도 먹고 살만 해.”

 

켄지는 드라마나 소설에 있을법한 신데렐라와 같은 성공 스토리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뤄낸 것에 대해 복잡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은 이제 겨우 대학을 졸업하였고 취직한 곳은 아직 언론에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은 영세한 프로덕션이고 이제 갓 프로듀서란 직책을 맡아 이러저러한 일을 도맡아서 해야 하니 친구의 성공이 더욱 부럽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가 외주로 있는 곳이 워낙 괴짜다 보니 거기 조건을 못 맞추면 눈 깜짝할 사이에 업계에서 추방당한다고. 며칠 전에 너도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봤을 거 아냐?”

 

신지의 말이 맞았다. 573 프로덕션은 수많은 인재들을 끌어들이면서 그 인재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흥행작들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벼락부자와 같은 가파른 성장속도를 과시해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제작자들에 대한 인식과 대우를 윗선에서는 너무나도 형편없이 해왔고 자신들의 지침에 따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잔혹한 인사명령을 내려 퇴출시켜왔다. 심지어 그로 인해 몇 명이 자살했다는 소식도 간간히 들려왔다. 한 회사의 빛과 그림자가 너무나도 명확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신지군은 결단력이 좋으니깐 어떻게든 잘 남을 수 있었던 거 아닐까나.”

“아니, 정반대로. 나는 우리 아맥스 팀원들의 의견을 따라서 여기까지 왔지, 그게 아니었으면 나도 영락없이 아르바이트 인생이었을 거야.”

“그럼 팀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 거야?”

“대학이 대학이다 보니 이쪽으로 재주가 있는 친구들이 많아. 물론 내가 있는 ‘실용음악과’도 그런 배경에서 최근에 만들어 진거지. 입학하는 친구들도 있으면 졸업하는 친구들도 있잖아? 그래서 인력들이 계속 물갈이가 되니깐. 뭐, 그것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지.”

 

도쿄예술대학 내 설치된 실용음악과는 매년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을 통해 들어온 학생들이 입학하고 졸업하는 순환을 활용하여 프로젝트 팀 기반을 다져온 것이니 이는 기획사가 인재를 육성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켄지는 신지의 능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 주문하신 정식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어느새 주문한 메뉴가 상에 정갈하게 자리 잡았다. 제철의 체소 및 과일 뿐만 아니라 싱싱한 새우와 생선, 오징어, 장어로 구성된 바삭하면서 깔끔한 튀김과 고슬고슬한 고시히카리 쌀로 지은 밥과 담백하고 시원한 미소된장국, 그리고 시원한 맥주까지 한 상을 이루니 일본 직장인이라면 한 번 쯤은 먹고 싶었던 정식메뉴가 두 사람의 입맛을 당겼다.

 

“크~! 맛있다. 역시 친구와 같이 식사를 하는 게 제일 기분 좋더라.”

“이거 정말 잘 먹을게. 덕분에 일에 찌들었던 몸이 보신하는 기분이야.”

 

두 사람은 건배와 함께 맥주 한 잔을 비우고 본격적으로 식사하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음식맛과 왁자지껄한 가게 분위기가 한껏 올라 시간은 점점 자정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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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지는 요즘 일하는 회사 어때?”

“아, 우리 765 말이야?”

“이제 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해도 뭔가 오는 느낌이 있을 거 아냐?”

 

신지는 켄지가 어떠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어차피 아이돌을 육성하는 프로덕션 업계의 현실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는 잔혹한 약육강식의 세계이지만 지금은 친구와 오랜만의 회포를 푸는 자리인 만큼 사심 없는 질문이었다. 이에 켄지도 신지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답을 했다.

 

“사실 이런 일을 이론적인 교육만 받아왔지만 아직 잘 모르는 게 많아. 아직 사람들 이름도 외우고 있는 것도 좀 버겁기는 해. 처음에는 작은 회사의 프로듀서라는 직책이 그리 와 닿지 않았는데 실제로 일들을 마주하다보니 현실의 벽이 높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야. 아직은 그 거리가 멀긴 하지만, 어쨌든 포기하고 싶진 않아. 있는 힘껏 달려가는 게 지금 하고 싶은 일이야.”

“켄지…….”

 

신지는 켄지의 솔직한 대답에 감동을 받았다. 어찌 보면 자신은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수년간 같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매너리즘에 흔들리지 않았던 적 없었던 것이 아직 켄지에게 털어놓고 있지 못한 사실이었다. 그런 자신의 보이지 않은 약함을 깨우쳐 준 옛 친구가 정말로 고마울 따름이었다.

 

“혹시나 음악 쪽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줘. 요즘 내가 주목하고 있는 녀석이 한 명 있는데 아마 이 친구가 아마 너에게 도움이 될 거야. 뭐, 네가 하고 있는 일이 프로듀서인 만큼 스카우트는 알아서 하라고.”

 

신지는 자신의 명함에 누군가의 명함을 함께 곁들여 켄지에게 건넸다. 그렇지 않아도 음악을 제작하는 전문 인력을 구하지 못해 신디사이저로만 작업을 의탁해왔던 켄지에겐 가뭄에 내린 단비를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도움을 줘서 고마워, 신지.”

“이쪽 세계가 험난한 건 솔직히 말하면 엄연한 사실이야. 그래도 항해를 하겠다고 하니 작은 나침반 하나 선물한 거니깐 크게 고마워 할 건 없어.”

 

의미심장한 이 한마디가 앞으로 켄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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