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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30, 2015 15:05에 작성됨.

"처음 뵙겠습니다. 765 프로의 프로듀서, 카이키 데이슈라고 합니다. 오늘, 이 하루사토 마을의 축제에 불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후루사토 마을의 촌장을 가장 먼저 찾아가, 고개 숙이며 인사한다. 이것은 일종의 불문율. 집단의 책임자 혹은 리더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은 예의를 표한다는 의미

 

후루사토 마을 같이 폐쇄적인 작은 사회일수록 촌장과 같이 집단의 리더의 권력은 강하다. 이곳에서 라이브를 할 수 있는 것도, 어디까지나 이들의 초청이 있었기 때문. 다르게 말하면, 얼마든지 그 마음이 바뀌어 쫓겨날 수도 있다

 

아니, 쫓겨나는 것을 넘어서, 아이돌들이 차마 말로 못 할 짓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고는 해도, 다 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에서 그런 흉흉한 일이 있을까, 라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얻어야 할 교훈은, 타인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일 것이다

 

"별 것 아닐세. 우리가 바라는 건 어디까지나 축제의 여흥을 위한 것. 분위기만 잘 띄워주면, 우리 모두 765 프로 아이돌들의 팬이 되겠지"

 

히죽 웃으며, 촌장은 말한다. 하지만, 그것만일리가 없다.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도심 속에 있는 약소 기획사의 아이돌이라고 해도, 그들을 부르고, 고용하여, 인력을 사용해 무대를 만드는 일까지 전부 다 실질적으로 돈이 들어간다

 

돈이 들어가는 일에는 언제나 귀찮은 파리들이 꼬이기 마련이고, 구린내가 나기 마련. 돈의 흐름에는 항상 사람의 욕망이 따라다닌다

 

"아니요, 저희 사장님께서도 감사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이쪽이다. 미나세 이오리가, 하기와라 유키호가 자신들의 뒷배경을 사용할 생각 없이 자신들의 힘만으로 톱 아이돌이 되고 싶다 한들, 현실은 녹록치 않다

 

부모 마음이라는 건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것이다. 아이를 길러본 적이 없기에, 부모 마음이라는게 뭔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금지옥엽과도 같이 키운 딸이 걱정되기는 하겠지

 

하나는 굴지의 대기업, 하나는 일본의 3대 야쿠자 조직 중 하나. 왜 이런 집안의 딸들이 아이돌을 하겠다는 것인지 솔직히 미스터리다

 

집안의 힘을 빌리지 않은 채 성공하고 싶다면, 일단 포장마차를 비롯해 큰 돈이 흐르지 않는 사업부터 시작하는게 좋을 것이다

 

남성공포증을 고치고 싶다면, 정신병원에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다들 목적지는 톱 아이돌이다. 대체 그 과정 사시에서 뭘 거쳐서 아이돌이 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뭐, 딱히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어차피 내가 여기서 일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물론, 돈을 위해서다

 

*

 

"기재가 낡았어......"

 

이래서야 소리가 잘 나올지 모르겠다. 그래도 노래를 부를 수만 있다면 문제 없겠지만,

 

"치하야짱! 이쪽도 준비 OK야!"

 

"응. 수고했어, 하루카"

 

그때, 뚜벅뚜벅,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모래와 흙으로 이루어진 학교 운동장의 바닥에서도 확실히 울리는 발소리. 하루카의 표정이 살짝 경직된다. 그것만으로도 누구인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어서오세요, 프로듀서"

 

"그래. 준비는 다 끝났나?"

 

"네. 어떻게든. 기재가 조금 낡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한계이겠죠"

 

"흠...이제와서 다른 곳에서 방송용 기기를 공수해 올 수도 없는 노릇. 네 가창력과 성량에 의지하마, 키사라기"

 

"네. 맡겨주세요"

 

불길하고 흉흉하며 수상한 남자. 하지만,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다. 그가 일을 똑바로 하고, 나에게 제대로 된 일거리를 가져다 준다면, 나는 신경쓰지 않으니까. 하지만, 하루카는 다른 듯 했다

 

그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엄청난 친화력과 사교성을 가진 하루카는 그 사람을 은근히 두려워하며 멀리하고 있었다. 뭐, 하루카도 사람이니까, 싫어하는 사람 정도는 있을 수 있겠지

 

그러나, 동시에, 거기서 나와 하루카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이돌이 목적이 아닌 수단인 나와 아이돌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자 꿈 그 자체인 하루카. 거기서, 프로듀서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다

 

"치하야는...프로듀서가 무섭지 않아?"

 

"꺼림칙하기는 해. 하지만, 그는 우리의 프로듀서야. 실제로 우리들을 위해서 일감을 가져오고 있기도 하고. 너무 싫어하는 티를 내기보다는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 하하하...그렇겠지...? 역시, 치하야는 강하네..."

 

"......"

 

나는 강한게 아니다. 그저『노래를 부른다』라는 목적 하나에만 집착해서 다른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 것 뿐.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나와 프로듀서는 어딘가 닮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목적 이외의 것에는 언제나 서투르고 실패하니까

 

*

 

촌장과의 교섭은 끝났다. 이웃 마을의 주민들까지도 찾아온다고 하니, 엄청난 인파가 몰려오겠군. 나는 카메라를 들어올려 녹음 기능을 틀어보았다. 붉은 글씨로 REC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음...카메라는 잘 돌아간다. 배터리도 문제 없고. 이제 라이브만 진행하면 된다. 이미 학교의 운동장 외곽 그리고 주변에는 점포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볶음국수라든가, 포장마차의 음식이라든가, 라면이라든가 그리고 바베큐라든가

 

고기인가. 고기이군. 고기. 고기. 고기가 좋다. 하나 먹으러 갈까

 

"아, 프로듀서 씨......"

 

고기를 굽는 불판의 앞에 하기와라 유키호가 있었다. 방금 전까지 눈을 빛내며 입맛을 다시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다시 소심하고 겁쟁이 같은 하기와라 유키호로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하기와라는 고기를 좋아한다고 했던가

 

의외로 취미가 맞는다

 

"너도 고기 냄새에 이끌려 온 건가, 하기와라"

 

"......부끄럽지만, 그, 그래요"

 

"고기를 좋아하는 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내세울 일이지"

 

고깃집에서 채소 같은 걸 주문할 필요가 없듯이, 사람은 고기만 있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 굽든, 튀기든, 삶든, 찌든, 훈제로 만들던 간에 고기는 좋은 것이다

 

"젊을 때는 일단 고기다. 고기를 먹고 있으면 인간은 행복해 진다고, 하기와라. 뭐 젊은이도, 늙은이도, 인생에 고민은 끊이지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 그 따위 고민은 모두 해결되는 거야"

 

"역시 그렇지요!"

 

고기는,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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