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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키마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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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30, 2015 13:09에 작성됨.

리허설 시간. 대기실에 남아있는 일부를 제외하고 5명 정도의 아이돌은 무대에서 리허설 준비를 보고 있었다

 

"우와, 우리 대형 스크린 화면에 나오고 있어!"

 

가나하는 신이 난 듯 큰 소리로 외치고, 그 옆에 있는 키쿠치와 하기와라도 동감한다. 무대 위에서, 넓고 커다란 관객석들을 돌아보던 아마미가 중얼거렸다

 

"어쩐지...실감이 나지 않네..."

 

"뭐가? 이 무대에 선 게?"

 

"네...어렸을 때, 아빠랑 함께 갔던 콘서트에서 저, 제일 뒷자리에 앉았었어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한 듯, 아련한 눈빛으로 무대의 저편, 관객석을 내다보는 아마미

 

"그랬더니 무대 위의 아이돌들이『제일 뒤에 있는 사람도 잘 보이니까~』하고...정말 잘 보이네요. 여기서의 경치"

 

"실제로 라이브가 시작해, 관객석이 어두워지면 안 보일지도 모른다?"

 

"헤헤헤, 그럴지도 모르겠지만요...저, 오늘 라이브만큼은, 맨 뒤에 있는 사람들도, 맨 앞에 있는 사람만큼 즐길 수 있는 라이브로 만들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다는 아이돌의 꿈. 그리고, 지금─그녀는 그때의 꿈을 이루려고 한다. 이런 걸 인간승리라고 부르는 거겠지. 게다가, 언젠가는, 오늘 아마미의 라이브를 본 사람들 중 누군가가 미래의 아이돌을 꿈꾸고 같은 과정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멋있겠구나...그러면..."

 

순환하는 우상의 굴레. 아이돌(우상)은 다른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어, 그들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이끈다. 765 프로도 언젠가 지금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의 아이돌들을 계속 내놓을 수 있겠지

 

그때, TV를 통해서, 그들의 세대교체를, 그리고 계속되는 순환을 본다면 나는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씁쓸해할까. 기뻐할까. 만족스러워할까

 

"얘들아. 잠깐 이리로 와보지 않을래?"

 

그때, 프로듀서가 우리들을 불렀다. 다만, 그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좋은 소식을 전달하려는 것 같지 않았다

 

*

 

"에에~ 류구코마치가 있는 곳에는 태풍이 불어서 오기 힘들 것 같다구요?!"

 

"그래...이쪽은 쨍쨍한데 말이야..."

 

류구코마치가 출장간 곳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신간선을 타고 와야 한다. 지금 핸드폰으로 조회해보니, 신간선은 현재 운영중지 상태라고 한다. 이런 엄청난 태풍 속에서 기차를 움직이는 건 무리인 듯 하다

 

"도착은 좀 늦어지겠지만, 스케쥴은 그대로 진행할 수 있을거야"

 

그 이후에 다시 류구코마치에서 연락이 왔다. 전차도, 기차도 운행중지라 렌터카를 빌렸더니 이번에는 펑크가 났다고 한다. 마치 하늘이 류구코마치의 도착을 일부러 막으려고 하는 듯 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라이브장이 개장을 했음에도, 류구코마치는 오지 않았다. 이제 여기에 있는 인원만으로 어떻게든 해야 한다. 키사라기가 있긴 하지만, 역시라 3인조 유닛인 류구코마치가 없으면 상당히 곤란하다

 

솔직히 대중들에게 있어서, 류구코마치와 키사라기를 제외하면 다른 아이돌들은 듣보잡 수준이니까. 그 점이 아이돌들의 긴장감을 더 악화시키는 듯 했다. 게다가 무대의 공연 리스트도 재조정에 들어갔고, 급조된 스케쥴로 인해 여기저기서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개연 시간도 30분 뒤로 밀려났고......여기선, 무슨 수를 써야 했다

 

"얘들아, 류구코마치 대신, 우리들이 힘내자. 어떻게든 버텨보는 거야"

 

"아뇨...이렇게 된 이상...류구코마치의 차례는 싹 다 밀어버리는게 어떨까요?"

 

"히키가야 군...?"

 

어차피 못 올 거라면, 확실히 스케쥴표에서 없애버린다. 류구코마치에 매달려서 전체가 흔들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무리 류구코마치의 인기가 대단하고, 여기에 몰려온 관객들 대부분이 류구코마치나 키사라기의 팬이라고 해도, 여기에 모여있는 건 류구코마치가 아닌 765 프로의 멤버들. 절대로, 류구코마치의 덤이니 뭐니 그런 취급을 받을 사람들이 아니라고 봅니다"

 

관객을 기만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이건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맨 마지막의 단체 라이브 쯤에는, 류구코마치도 참가할 수 있을테니까, 류구코마치 대신 노래를 부른다는 건 전부 배제. 그리고, 나머지 남는 시간을 다른 사람으로 채우도록 하죠. 누구, 자신있는 사람 있어?"

 

"미키가 할래! 류구코마치가 없다면, 미키라도 반짝반짝 빛나서 잔뜩 기대를 끌어모아 볼거야!"

 

호시이 미키는 화려한 소녀다. 재능도 넘치고. 항상 잠들어 있지만, 제대로 일할 때에는 그 누구보다도 주목을 끈다. 키사라기가 노래에 재능이 있다면, 호시이는 퍼포먼스에 큰 재능이 있다

 

"...좋아. 한 번 해보자. 도박이 되겠지만, 여기서는 할 수 밖에 없으니까. 책임은 전부 내가 질게. 미키 말고, 다른 사람 더 없니?"

 

"그럼 저도 나설게요"

 

프로듀서의 말에 키쿠치가 대답했다

 

"남성관객들이 대부분이긴 하겠지만...여성관객들만이라면, 저만으로도 충분할 거에요"

 

오만한 말일수도 있겠지만, 키쿠치의 말은 사실이다. 그녀에게는 대체 무슨 페로몬이 흘러나오기라도 하는 것인지, 765 프로의 멤버들 중에서, 가장 여성팬들이 많은 건 키쿠치다. 보이시한 연상의 여성에 대한 동경─을 노리고 선택된 멤버라고는 해도, 여성팬들의 수와 집착은 평범하게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이라고 보기는 힘들 정도니까

 

"이번 기회에, 765프로의 다른 멤버들이 류구코마치에 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자! 알겠지!"

 

나는 키사라기에게 조용히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키사라기. 네 무대는, 3개의 곡이 끝날 때마다, 그 중간중간에 들어가게 될 거야. 할 수 있겠어?"

 

"제가...쉼표 역할이군요"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키사라기는 대답했다

 

"해보겠습니다. 문제 없을 거에요. 이번 무대는, 저 하나만을 위한게 아닌, 모두를 위한 무대니까요"

 

급조한 것이긴 해도, 준비는 만전. 이제부터 우리끼리 어떻게든 해봐야 한다

 

"저, 저기 치하야...치하야는 나중에 크게 소리 질러야 하는 무대가 있지? 그, 그렇다면 그 이전의 쉼표 역할은 내가 할게"

 

"하기와라 씨...?"

 

드물게, 하기와라가 용기를 낸 듯 나섰다

 

"나도...계속 긴장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조금이라도 돕고 싶어"

 

겁쟁이에 소심한 소녀 대신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소녀가, 눈 앞에 있었다. 그렇다면, 그 등을 떠밀어주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

 

"부탁할게, 하기와라"

 

"응...기대하며, 보고 있어줘, 히키가야 군"

 

그리고 개연 시간. 첫번째 순서는 호시이 미키. 초반부터 전력으로, 화려하며 눈에 띄는 호시이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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