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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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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9, 2015 17:17에 작성됨.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우연히 시마무라 우즈키를 보았다. 사내 공원의 한쪽, 분수대가 있는 곳. 노을이 저물어가는 그곳에서 시마무라 우즈키는 춤추고 있었다

 

딱히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무언가 연습을 하려는 듯 하다─라고 할까. 그런 감상이 있었다

 

'그보다...어디서 본 춤이었더라...'

 

머릿 속에서 기억이 날까 말까하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래서, 백댄서들로 그 세 명을 선택했어

 

아마 죠가사키 미카의 백댄서로 최대한 활약하기 위해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너무 지켜본 탓일까, 우연히 빙글 돌던 시마무라와 눈이 마주쳐 버렸고,

 

"우왓?!"

 

당황한 듯이 시마무라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어이쿠, 아프겠다. 레슨실의 매트 바닥도 아닌 벽돌로 이루어진 딱딱한 바닥에 엉덩이부터 떨어지다니...골반에 악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걱정이다

 

아이돌인데, 춤추고 노래할 때마다 골반과 허리에서 통증이 오는 외상형 디스크 같은 것에 걸리면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특히나 거기에 내가 원인 중 하나가 된다면 엄청나게 무거운 죄책감이 내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괜찮아?"

 

"아, 네...괜찮아요! 저, 이래 보여도 자주 실수하니까요!"

 

싱긋, 웃으며 다시 일어서는 시마무라. 끈기와 근성만큼은 있는 듯 하다. 그래도 아프긴 한 것인지, 아야야~ 하고 분수대 앞에 앉았다

 

나는 그냥 지나쳐 가야 할 지, 않으면 응원의 한 마디라도 던져줘야 할 지 정하지를 못 해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갑자기 시마무라 우즈키는 말했다

 

"사실 저...연습한다고 하기는 하는데...잘 안 되고 있어요"

 

"......"

 

방금 전의 밝은 미소와 대비되는 어두운 표정. 노을에 의한 음영이 드리워졌기 때문일까, 애환이 느껴지는 쓴웃음으로 보였다

 

"미오짱처럼 유연성이나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린짱처럼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아이돌이 되겠다며, 언제나 웃고 노력해와서...드디어 그 기회를 잡았는데...정작 여기에 와서도 이러고 있네요"

 

하하하, 하고 시마무라는 어색하게 웃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격언이 떠올랐다. 시마무라도 분명 엄청나게 노력했겠지. 노력하고 노력해서, 드디어 그 노력의 결실을 본 듯이 이 346이라는 대기업에 들어왔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열심히 노력한 그녀보다 훨씬 더 잘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나 단순히 재능만으로, 그동안의 노력을 뛰어넘는 사람을 본다면, 좌절하고 무너져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다수의 불합리와 마주할 수 있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월등한 재능이나 타고난 신체능력으로 넘어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가까이 있을수록, 그것을 보고 있을수록 점점 더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고, 자책하며 자학을 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계속 땅만 파면서, 자기암시를 걸고, 결국 마지막에 포기하게 되어버린다

 

......아아, 이 어찌나, 나의 옛날 모습과 똑같은지......

 

"시마무라. 나는...흔하디 흔한, 입에 발린 말이나 위로 같은 것은 하지 못 해"

 

"아, 아니요! 괜찮아요! 딱히 위로받고 싶어서 그런 것은...!"

 

"하지만, 내 나름대로, 네 진로에 도움이 되는 말 정도는 해 줄 수 있어"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회사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관찰하면서, 나는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틈새시장 공략이라고, 들어본 적 있지?"

 

"에...?"

 

"시부야는 쿨한 인상이다. 실제로도 쿨한 소녀겠지. 뭐, 약간은 감정적인 면도 있는 듯 하지만. 혼다는 열정이 넘친다. 활발하고 전형적인 리얼충이지. 그 녀석들은 자신의 캐릭터성이 뚜렷해. 그렇다면, 너에게 남는 건 뭘까?"

 

요염함? 어울리지 않는다. 4차원적인 캐릭터? 어울리지 않는다. 중2병? 어울리지 않는다. 퇴폐미? ...오, 의외로 이건 꽤 괜찮...아니아니, 이게 아니지

 

"그럼 너는 큐트한 아이돌이 되는거야. 실력이 떨어지면, 캐릭터성으로 승부를 보는 거야. 평소에 짓는 미소, 해 볼 수 있어?"

 

"음...이렇게요?"

 

자연스럽게 나오는 밝은 미소. 사진을 찍는데 어색해서, 제대로 미소조차 짓지 못 하는 내가 보기엔 어떻게 이런 미소가 평범하게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일 정도로 부드러우며 밝다

 

"그 미소가, 너의 무기가 될 수 있을거야. 그 미소와 자연스러운 귀여움으로 밀고나아가는 거다"

 

"자연스러운 귀여움이라고 말해도...그게 뭔지 모르겠는데요?"

 

"모르는게 더 좋아. 그걸 알고, 의식하면, 오히려 더 '가짜'인게 보일 테니까"

 

시부야, 혼다와 함께 셋이서 지낼 때, 보이는 시마무라는 말 그대로 귀여운 소녀였다. 설탕을 넣을 때도, 봉지에 매듭을 지을 때도, 그야말로『소녀』라는 단어가 이토록 어울리는 사람은 또 없을 거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귀여운 소녀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네가 믿는대로 행동해. 그 '진심'을, 그 '자연스러움'을, 그 '진짜'를 사람들은 애정으로 호응을 해줄테니까"

 

아이돌에 대해서 냉소적이거나 비관적인 사람들이 항상 말하는 것이 있다

 

──그건 전부 연기

 

──소속사 빨

 

──실력은 형편없고 남는 건 얼굴이랑 몸매 뿐

 

전부 틀린 말은 아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런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외의 사람들의 인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거짓말쟁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네 진심을 속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줘. 어중간한 마음이나 거짓이 아닌, 솔직하고 담백한 진실은, 그 어떠한 사람이든 눈치챌 수 있어. 의심하지 말고, 네가 믿는 대로 행동해. 그럼 너는 '인형'이 아닌, 네가 바라던 대로의 아이돌(우상)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정신 차리고 보니, 나, 너무 아는 척 하는 거 아니야? 입으로는 무슨 말인들 못 하겠어? 하지만, 그래도 시마무라에게는 내 말이 제대로 응원으로 들린 모양이다

 

"네! 시마무라 우즈키! 열심히 하겠습니다!"

 

노력말고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말은 그 이상의 답은 없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지. 그렇지만, 정말로 노력의 결실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느낀 사람이 있다면─그 사람에게는 그 노력에 정당한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시마무라 우즈키. 그녀가 정말로 아이돌(우상)이 되지 못 한다면, 그 동안 그녀가 해 온 노력은 전부 물거품이 되어버리듯이,

 

"그보다...방금 전의 그 말은...제가, 귀엽다는 뜻인가요?"////

 

"......"

 

좋아. 도망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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