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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죄송하지만 사직하겠습니다.」 미시로 「......」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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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9, 2015 13:40에 작성됨.

카렌은 1인 병실에 있는 침대에 앉아 TV 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렌이 의식불명에서 깨어난지 일주일째.

하지만 언론은 이미 그녀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지 오래이기에 일절 언론매체로 그녀의 쾌유 소식이 나가는 것은 없었다.

연예뉴스는 매일같이 나오는 자극적인 뉴스로 채워지고 있었고, 그것은 이미 카렌도 인지했다.

오히려 이렇게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좋을 따름이었다.

 

곧 흥미를 잃은 그녀는 침대 맡에 있던 리모컨을 들고 TV 채널을 돌렸다.

그러자 마침 나온 것이 디즈니 社에서 만든 신데렐라.

그걸 보게 되자 무심코 카렌은 346 프로덕션의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떠올라버렸다.

 

시마무라 우즈키, 혼다 미오, 시부야 린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인 '뉴 제네레이션'.

그들은 최근에 급격히 인지도가 올라가서 연말 가요대제전 같은 곳에서 초대 가수로 나가는 등의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물론 신데렐라 프로젝트로 결성된 다른 그룹들도 그야말로 절찬리에 각광을 받고 있는 중이다.

 

'똑똑'하는 경쾌한 노크소리와 함께 가볍게 문 손잡이가 찰칵하며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의사 「오늘도 삼시세끼는 잘 챙겨먹었지?」

카렌 「네, 선생님.」

 

저녁이 다 되어가는 지금, 마지막 회진을 돌며 확인하는 담당의가 병실로 들어온 것이었다.

 

담당의는 간단하게 몇가지 질문들을 하고서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의사 「원래 몸 상태는 음식섭취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 뿐이니까 이제 내일모레쯤이면 퇴원해도 될 것 같아.」

카렌 「정말요?!」 활짝

의사 「물론이지. 다만 통원치료는 필요하니까 잊지말고. 그리고......」

 

헛기침을 몇 번하고서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짓는 담당의.

 

의사 「이미 알고 있겠지만 격한 운동을 하면 절대로 안 돼. 뛰는 것도 당분간 금지구.」

카렌 「알겠습니다.」 싱긋

의사 「뭐, 나머지 사항은 내일 부모님과 함께 들으면 될거야.」

 

그 때, 마침 문이 벌컥하고 열리며 또다른 방문자들이 병실로 들어왔다.

 

나오 「으으, 춥네.」

린 「그러게.」

 

그 둘은 코트 안에 손을 깊숙히 찔러넣고서는 병실 안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담당의는 '그럼 이만'이라고 얘기하고서는 눈치 좋게 바로 그 자리에서 빠져주었다.

 

린과 나오는 카렌이 의식을 찾기 전까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지금은 다시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물론 카렌이 '너희 둘이 화해하지 않으면 나도 다시 드러누워버릴꺼야!'라며 협박한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도 그렇게 얘기하자마자 결국 화해한 린과 나오를 보고서는 기분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카렌이었다.

 

카렌 「어서와.」

 

카렌이 인사를 하면서 병상에서 일어나려고하자 나오가 괜찮다는 손짓을 하며 대꾸했다.

 

나오 「여기 나오 언니님께서 오셨지만 그렇게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된다구?」 씨익

린 「언니 대접 받고 싶은거였어?」

나오 「그, 그런거보다는 너희보다 1년은 세상을 더 살아본 경험이 있다는거라고!!」

카렌 「어쨌든 나오 언니는 우리보다 어른스럽겠네에?」 히죽

나오 「무, 물론이지.」

카렌 「그럼 어른답게 햄버거 사다줘.」

린 「잠깐, 카렌. 먹어도 괜찮은거야?」

카렌 「응, 내일모레면 퇴원이래. 그래서 이 병실에서의 마지막을 기념하고자 햄버거를 먹고싶은걸? 아, 감자튀김도 부탁할게. 나.오.언.니~☆」 활짝

나오 「아니, 잠깐! 그거랑 어른스러운거랑 무슨 상관인건데!!」버럭

린 「나오는 쿨하지 못하네에~.」

카렌 「못하네에~.」

나오 「이럴거면 올때 진작 연락해주지! 사다올수도 있었잖아?!」

카렌 「그치만 갑자기 생각나버렸는걸. 아무래도 나.오.언.니.는 마음씀씀이가 좁네에~.」

린 「좁네에~.」

나오 「아, 알았어. 사오면 되잖아, 사오면! 린도 따라와!!」

카렌 「어른이 연약하고 어린 린을 추운 바깥에 데리고 나가려고 하는구나아~.」

린 「하는구나아~.」

나오 「큭...... 카렌, 너 나중에 보자고!」

 

나오는 붉그락푸르락하는 얼굴을 애써 감추려고 노력하면서 린과 카렌을 뒤로하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카렌 「나오 갔지?」

린 「저래뵈도 착실한 성격이니까 진짜루 햄버거 사러 나갔을거야.」

카렌 「후우......」

린 「그래서 진짜로 가는거야?」

카렌 「응, 가야지. 이 주소로 찾아가서 용서를 구해야겠지.」

 

카렌은 침대 옆에 마련된 자그마한 테이블 위에 놓여진 국제우편용 편지봉투를 아련히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카렌 「분명 나오는 몸이 회복된 뒤에 가라고 할테지만 그러기엔 지금 내가 하루하루 심적으로 힘든걸.」

린 「그래...... 그러면 나오에겐 계속 비밀로 해둬야겠네.」

카렌 「부탁한건 가져온거지?」

린 「응, 네 부모님께는 '책을 가져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하고선 네 방에 들어갔으니까.」

 

그리고서 린은 옆으로 메고 있던 커다란 학교 가방에서 여권과 항공권을 꺼내서 카렌에게 넘겨주었다.

 

카렌 「고마워. 네가 항공권 구입할때 쓴 돈은 귀국하고서 바로 줄게. 지금은 부모님 몰래 가야하는 상황이니까.」

린 「괜찮아, 몇십만엔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나는 걱정이 될 뿐이야.」

카렌 「정말 괜찮대두! 어차피 미국이나 유럽 가는 것도 아니고, 고작 이웃나라인 한국에 가는 것 뿐인데.」

린 「건강도 건강이지만 언어도 잘 안 통하잖아.」

카렌 「걱정두! 여기 스마트폰 있으면 다 잘 될거라구!! 뭐, 내가 영어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린 「1박 2일 안에 해결할 수 있겠어?」

카렌 「그 이상은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칠거 같으니까...... 못 만나더라도 귀국은 해야지.」

 

여권과 항공권을 바라보며 카렌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카렌 「프로듀서...... 내일 사과하러 갈게요.」

 

 

한편, 346 프로덕션 대표이사실.

 

미시로 「휴가?」

 

미시로 전무는 의자에 앉은 채로 책상 위에 올려진 서류를 바라보았다.

내용을 확인한 후에 안경을 끼고 서류를 바라보던 눈을 치히로에게 향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미시로 「어째서 휴가서를 나한테 내는거지? 나는 자네의 직속상관이 아냐. 이마니시 부장에게 가서 내도록.」

치히로 「제가 휴가를 가는건 전무님께도 영향이 가는 일이기에 이렇게 직접 드리러 온겁니다.」

미시로 「영향? 무슨 영향을 얘기하는거지?」

치히로 「저는 내일 아침 비행기로 부산에 갈 예정입니다.」

미시로 「부산이라면...... 한국을 말하는건가?」

치히로 「그렇습니다.」

미시로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지?」

치히로 「호죠 카렌 양도 내일 아침 출발편으로 부산으로 갑니다. P 씨에게 사과를 하겠다면서요.」

미시로 「카렌이?」

치히로 「예. 물론 그녀는 제가 따라간다는 걸 모르고 있지만, 어쨌든 같이 갈겁니다.」

미시로 「몸이 약한 카렌이 가서 쓰러지거나 하면 우리 프로덕션에 폐가 될 수도 있다, 뭐 그런 이야기인건가?」

치히로 「전무님, 모르는척 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드릴 말씀이 무엇인지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미시로 「좋아. 날 다그칠 정도의 배짱은 있다는거군.」

치히로 「그,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꾸벅

 

아차싶어 고개를 퍼뜩 숙이는 치히로.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들었는지 전무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미시로 「P를 여기 데리고 올 수 있다면 데려와봐. 만약 내 앞에 데려온다면 그의 복직은 내가 책임져주지.」

치히로 「감사합니다!」 꾸벅

미시로 「그 녀석도 카렌이 가서 직접 사과를 한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어려울거야. 나도 그의 퇴사를 막지는 못 했으니.」

치히로 「알겠습니다.」

 

그리고서 미시로는 치히로가 낸 휴가서를 찢었다.

 

치히로 「저, 전무님?」

미시로 「그냥 휴가서를 찢은 것 뿐이야.」

 

미시로는 찢은 휴가서를 바로 옆의 휴지통으로 던저버리고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는 치히로를 향해 얘기했다.

 

미시로 「자네가 부산에 가는건 자네의 휴식 때문에 가는건가?」

치히로 「그, 그건......」

미시로 「아니지. 너는 회사일로 가는거다. 출장 경비는 사측에서 내도록할테니, 나중에 영수증 챙겨서 반드시 총무과에 제출하도록.」

치히로 「......」

미시로 「우리 프로덕션엔 A 같은 정치꾼이 아니라 아이돌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진지한 프로듀서가 필요해.」

치히로 「가, 감사합니다!」 꾸벅

미시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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