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힛키마스 18

댓글: 2 / 조회: 1124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2-28, 2015 12:34에 작성됨.

최근 들어서, 사무소 내의 분위기가 좀 그렇다. 그 원인은 하나. 호시이 미키의 부재 때문이다

 

평소에도 허구한 날 잠만 자고 있어서, 화려한 외견이나 레슨 때 보이는 재능을 빼면 그닥 존재감이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자주 넘어지는 하루카가 훨씬 더 존재감이 넘친다) 이렇게나 3일 내내 사무소에 안 나오는 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프로듀서도 호시이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듯 하지만 감감 무소식

 

"미키는...괜찮은 걸까?"

 

하기와라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어온다. 나도 사정은 잘 모르는 쪽이지만. 호시이는 워낙 마이페이스 기질이 넘치는 녀석이니......

 

"어딘가 아픈 거라면 호시이네 집에서 연락이 왔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호시이네 부모님은 사정을 잘 모를 가능성이 높아. 프로듀서도, 딱히 호시이의 부모님에게 연락을 한 것 같지는 않고...아마 어디에선가 놀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미키에게는 미키만의 사정이 있겠죠"

 

키사라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다른 사람들 모두 불안해하고 있는데, 그녀만큼은 흔들림 없이 곧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수근거릴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프로듀서도 분명 무슨 생각이 있으실테고. 우리들은 언젠가 돌아올 미키를 기다리며 라이브의 준비에 집중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아, 확실히 그렇네! 미키, 그래보여도 레슨과 라이브에는 엄청나게 진지하니까! 절대로 소홀히 할 리가 없어! 분명 금방 돌아올 거야! 그도 그럴게, 미키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치하야만은 존경의 의미로 계속 치하야 씨라고 부르잖아? 리츠코 씨는 자기에게 ~씨 라고 붙여서 안 부른다고 머리 아파하시던데"

 

키사라기의 말을 아마미가 거들어준다. 키사라기는 고맙다는 듯이 살짝 웃고, 아마미도 헤헤, 라며 활짝 웃어주며 화답한다. 음......보기 좋은 우정이다. 키사라기의 곁에 아마미 같은 사교성 좋은 소녀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한 사람의 공백. 여기 모여있는 소녀들은 전부 내가 없던 시절, 반년이라는 시간을 더 호시이와 함께했다. 함께 활동하고, 연습하고 지내오면서 그 빈 자리가 분명 크게 느껴지겠지

 

그래서 불안감이 느껴질 것이다. 호시이가 퇴출당하면 어떻게 하나, 호시이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하나──그리고 호시이가 없을 경우 그들의 라이브가 어떻게 되나, 하고

 

불안감은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한 번 의심에 사로잡히면 사람은 몇 번이고 의심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의심암귀 속으로 밀어넣는다

 

믿으니까. 믿고 싶어서. 믿고 싶으니까. 믿고 싶어지지만 그래도 현실의 호시이 미키는 그 자리에 없다. 그런 불안감으로 모두가 흔들리고 있을 때, 키사라기는 쐐기를 박아넣었다. 그 쐐기를 아마미라는 망치가 두들겨 좀 더 깊게 박아넣는다

 

흔들림은 멈춘다. 어느 때에도 흔들리지 않는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언가 카리스마 같은 걸 은은하게 풍긴다. 마치 정신적 지주처럼

 

"치하야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루카의 말대로 미키는 레슨에서만큼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으니까요. 자, 그럼 모두들 일어나서 다시 레슨을 진행하죠"

 

최연장자인 미우라 씨와 또 한 명의 엄격한 프로듀서인 아키즈키 씨가 없는 지금, 흔들리는 집단을 유지하는 건 키사라기, 아마미, 시죠 씨 이 세 사람. 지금만이라면 이걸로도 어떻게든 되겠지만,

 

라이브 직전까지 호시이 미키가 나타나지 않으면......곤란해지는데......

 

*

 

그리고 며칠 뒤, 호시이가 돌아왔다. 프로듀서가 열심히 설득한 모양인데

 

"허니~"

 

"자, 잠 미키?!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허니는 이제 특별한 사람이니까 괜찮아!"

 

......어디서 뭘 하고 온 겁니까, 당신은......

 

어느새 다른 아이돌들에게 둘러쌓여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호시이. 키사라기와 아마미는 창가에 기대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키사라기의 표정을 보면 안심한 것도 있지만 약간 화난 것도 있는 모양이다

 

"호시이의 부재에 화가 나긴 했었나 보구나"

 

"전혀 그렇지 않다, 라고 말한다면 분명 거짓말이겠죠...라이브의 준비, 소홀히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프로 의식이 강한 키사라기의 입장에서 호시이의 갑작스러운 탈주는 인정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까 본심을 최대한 억누르고 라이브의 성공을 위해서 연습에 매진했던 거겠지

 

"그래도 다행이네, 이걸로 모두가 다 함께 라이브에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죠?"

 

"아아, 그래...그보다, 너희 단체복 노출이 좀 심하지 않냐?"

 

특히 호시이나 시죠 씨의 경우에는 위에 노란색 비키니 상의와 스포츠 브라만 입혀놓은 것 같다. 둘 다 몸매가 좋기는 하지만 말이죠

 

"선배......변태"

 

"남자고교생으로서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리고 그와 비교될 정도로 절벽인 키사라기.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말하면 맞을 것 같으니까

 

"이제 라이브만 남았구나......"

 

여태까지 내가 봐 온 감상으로는, 라이브, 반드시 성공한다. 이제부터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르겠지. 사람들의 관심도, 언론사의 관심도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는......내가 있다

 

프로듀서도, 사무원도 아닌 일개 알바생. 그것도 키사라기 치하야의 학교 선배이자 딱 1살 차이의 남자. 악의적인 스캔들의 제물이 될 수도 있다

 

'이번 라이브를 끝으로...나도 이 765와는 끝이겠군...'

 

하기와라나 키사라기에겐 미안하지만......작별인사 정도는 하고 갈 수 있겠지

 

 

 

 

 

 

오늘은 날씨가 좋다. 라이브를 하기에는 딱 좋은 날이다

 

*

 

"뭐랄까, 감개무량하구만...765 프로가 설립된 이래, 이런 대규모 라이브는 처음이니까 말이야"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동안 류구코마치나 키사라기 투톱 체제로 그나마 아이돌 사무소 구색을 낸 우리 765 프로는 아이돌 대운동회에서 승리한 기점으로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규모 라이브는 이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지만, 그래도 실제로 이뤄진다고 생각하니 뭔가 느낌이 다르다

 

"아뇨, 이제부터 시작이죠. 오늘의 이 날을 기점으로, 우리 765 프로는 정점. 즉, 톱 아이돌을 향해서 나아갈 겁니다"

 

프로듀서가 희망찬 목소리로 말한다. 정점, 톱 아이돌. 멋진 울림이다. 내가 눈 앞에서 봐 온 소녀들이 언젠가 모두들 찬양하는 그런 아이돌이 된다면, 분명 멋있겠지. 하지만──거기에 내 자리란 없다

 

"사장님, 프로듀서"

 

"음? 무슨 일이지, 히키가야 군"

 

줄곧 마음 속에만 담아두었던 말. 이제는 꺼낼 때가 되었다

 

"저, 이번 일을 끝으로, 알바를 그만둘 생각입니다"

 

"...자, 잠깐, 히키가야 군?! 어째서야?! 그동안 같은 사무소의 동료로서 잘 지내왔잖아!"

 

동료, 인가...그렇게 생각해주니 뭔가 좀 쑥스럽다. 그렇다고는 해도, 잘라내야할 때는 확실히, 미련이 남지 않도록 밀어내야 한다

 

당황한 프로듀서와 달리, 사장님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큰 동요 없이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겠나? 아이돌들에게 미리 말 안 하고 가면?"

 

"마지막의 무대만 보고 갈 겁니다. 라이브가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주세요. 분명,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겁니다"

 

내가 그렇게까지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녀들은 내가 여태까지 봐왔던 사람들 중에서 그 누구들보다도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다. 특히나 하기와라의 경우에는 내 부재를 알았을 때, 가장 크게 흔들려 라이브에서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오늘 라이브가 성공하면, 765 프로에도 큰 관심이 생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시기하고 질투하며, 물귀신처럼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늘어져 다시 추락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도 늘게 되죠"

 

특히나 프로듀서도 아닌 단순히 알바생. 그것도 아이돌들 대부분과 나이 차이가 크게 안 나는 고교생이라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스캔들이랍시고 악의적인 기사에 시달릴 수도 있겠지

 

이런 말을 하면 정말 꿈도 희망도 없지만, 아이돌은 연애가 금지되어 있다. 유사 연애대상으로서 순결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입장인 만큼 조금이라도 남자의 손때가 묻어있지 않은, 맑고 깨끗한 '처녀'이기를 중요시 하지 않으면, 분명 역풍을 맞아 무너져 내리겠지

 

"저도, 그들이 톱 아이돌이 되는 걸 보고 싶습니다...하지만, 그건 TV로 봐도 충분해요. 제가 곁에 붙어 있으면, 분명 발목을 붙잡는 걸림돌이 되어버릴 겁니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니?"

 

"이 회사에 들어온 바로 그 순간부터요"

 

짧다면 짧다고 할 수도 있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도 있던 3개월.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 내 생애, 언제 또 이렇게 수많은 미소녀, 미인들과 마주보고 대화하며 지낼 수 있을까

 

특히나 그녀들이 한 걸음, 또 한 걸음 계단을 밟고 올라가, 톱 아이돌로의 길을 걷는 모습을 뒤에서 쳐다보면 씁쓸함과 동시에 동경심도 생긴다

 

아이돌(우상). 그 단어와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져 언젠가는 끝난다──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동안 수고했네, 히키가야 군. 돈은...두둑히 챙겨주지"

 

"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사장님, 프로듀서 씨"

 

떠난다면 씁쓸함이 남을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나 때문에 그녀들이 톱 아이돌이 될 수 없다면, 그건 지금 이 순간, 떠나기를 결심한 것보다 더 마음이 아픈 결과로 남을 것이다

 

*

 

창밖을 올려다본다. 맑고 푸른 하늘. 쨍쨍하게 내려쬐는 햇빛

 

오늘은 날씨가 좋다. 퇴사(退社)를 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