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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에게 키스하고 말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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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1, 2015 01:37에 작성됨.

오늘은 치하야의 사진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오늘 찍는 사진은 발매를 앞둔 앨범의 부록 사진집에 들어갈 것이다. 아이돌 개인 앨범에 부록으로 사진집을 넣는다니. 옛날에 개인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에도 텅텅 비어가는 금고에 벌벌 떨었던 것을 생각하면 감개무량하다.


라디오 방송을 끝낸 치하야를 차에 태우고 촬영장소로 데리고 갈 때, 치하야에게 여기에 대해 말하니 치하야는 웃어주었다. 맑고,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회사사정이 나아진 것 이상으로 치하야도 많이 변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단순히 ‘아이돌로서의 격이 올라갔다.’라는 말이 아니다. 치하야라는 인간이 성장했다. 상처를 끌어안고 과거에 묶인 채로 노래하던 소녀. 치하야는 노래만이 삶의 의미라 생각하고 다른 것은 무관심하게 대하던 소녀였다. 765프로의 동료들에게조차 미묘하게 거리를 두고, 노래를 하지 못한다면 아이돌을 할 이유가 없다고 태도에서 숨김없이 내비쳐보였었다.


치하야의 나이와 그녀의 과거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릴 때, 자신보다 어린 동생이 눈앞에서 죽었다. 그 때문에 가족관계는 파탄이 났다. 그 누구도 버틸 수 없을 그런 환경. 그러했기에 치하야는 노래에 그토록 집착을 했을 것이다. 죽은 동생을 잊지 않기 위해. 무너지는 자신을 다잡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싶은 자신과 노래를 부르기 힘든 현실과의 괴리를 버티기 위해.


그러나 치하야는 극복해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할 수 있게 되었다. 동료들과의 벽을 허물었고, 노래 외의 일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노래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동생을 추모하는 듯이 노래를 불렀던 그녀가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를 때.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를 불렀다.


프로듀서로서 그녀의 변화를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어느 날 내 안에 새로운 감정이 싹튼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과거를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전신전령을 다해 쫓는 이 소녀를 동경하게 되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촬영 장소에 도착하니 촬영 담당자가 달려와 즉시 머리를 조아렸다.


“정말 죄송합니다! 촬영준비 중에 기자제가 파손돼서…… 정말 죄송합니다만 1시간만, 딱 1시간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지금 대신할 것을 가지러 갔으니 1시간만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담당자는 비굴할 만큼 머리를 조아렸다.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필수로 익히게 되는 태도다. 이 정도로 비굴한 태도를 취하면 화를 내는 입장에서도 화를 낼 수 없게 된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천 번, 만 번 사죄드려도 부족할 겁니다! 이해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전부 저희들의 잘못입니다! 단지 바라건 데 1시간만 기다려 주십시오! 딱 1시간만!”


이대로 뒀다가는 1시간 내내 사과할 것 같다. 나는 두 손을 펼쳐보여 거기까지만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쪽 사정은 잘 알았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건 그 정도로 하셔도 충분합니다. 지금 책임소재를 따져도 상황이 나아지는 게 없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는 걸 따져봤자 서로 기분만 나빠질 뿐이지 않습니까. 1시간 이라고 하셨습니까?”


“물론입니다! 더는 안 바랍니다. 아니, 그 이상 바라면 도둑놈이지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1시간 뒤에 돌아오겠습니다. 준비가 다 되면 저에게 전화주십시오.”


한 두 번 보고 다시는 안 볼 사이도 아니었다. 이 정도로 적당히 빚을 만들어 두면 훗날 여러모로 편리해질 것이다.


감사하다며 머리를 조아리는 담당자에게서부터 내 옆에 서 있는 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는데, 치하야?”


치하야는 난처한 표정으로 웃었다. 옛날의 그녀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표정이었다.


“어쩔 수 없죠. 적당히 차에서 쉬죠. 저도 조금 피곤하기도 하고요.”


“그러면 치하야는 차에 먼저 가 있어, 나는 마실 것을 사가지고 갈 테니까. 마시는 건 언제나처럼 차면되지?”


“아, 저도 같이 갈께요.”


“아냐, 넌 쉬고 있어. 아이돌이 휴식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프로듀서의 일이니까. 치하야는 내 일을 망칠 셈이야?”


“……그러면 부탁하겠습니다.”


치하야를 차로 돌려보내고 주위를 둘러본다.


등 뒤는 산을 끼고 앞으로는 시내가 흐른다. 숲은 울창하여 방금 전까지 도시 한복판에 있었다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숨을 들이마시면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맑은 공기가 내 안을 가득 채운다. 햇살조차도 따갑지도 약하지도 않고 적당히 따스하다. 바람은 머리카락을 살랑이는 정도로만 불어 춥지도 않다. 들리는 것은 새가 우는 소리와 바람에 풀과 나뭇잎이 사각거리는 소리뿐.


방금 전만 하더라도 일정이 어긋난 것에 불쾌함을 느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마음이 바뀐다.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화되어서 그런 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1시간을 쉬어야한다면 도시보다는 이런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 효율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데 최근 치하야가 조금 힘겨워 하는 기색을 보였으니 이런 식으로 쉬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 근처에서 자판기를 본 것 같은데 어디있는거지?

 


결국 자판기를 못 찾아, 촬영 팀에게서 음료를 뜯어내 차로 돌아간다. 차는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으슥한 장소에 주차해두었다. 일단은 아이돌이 타고 있는 차이기에 팬이나 파파라치에게 들키면 곤란하니까.


도로도 인도도 아닌 곳을 걸어 차에 도착.


“치하야, 차 가져왔어.”


대답은 없었다.


“치하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 안을 들여다본다.


“…….”


치하야는 자고 있었다.


차문을 살짝 열어두고, 조수석의 좌석을 최대한 뒤로 눕히고, 햇살을 받으며, 새근새근 조용히 숨을 쉬며, 두 팔은 가지런히 배 위에 올려놓고,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비록 드레스가 아닌 세미정장에, 꽃 침대가 아닌 낡은 차의 시트였지만 그런 것이 지금 이 광경의 아름다움을 퇴색시킬 수는 없었다.


그 모습은 말 그대로 잠자는 공주. 수 백 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아름다움을 가진 채 잠들어 있을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눈을 때지 못하고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


하하, 정신 차리자. 부끄럽구먼. 하하, 다 큰 성인남성이 잠자는 공주라는 묘사를 해버리다니 말이다. 치하야가 자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 아니잖아. 확실히 치하야는 예쁘긴 하지만 이제는 익숙하잖아. 하하, 뭘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음, 치하야 많이 피곤했나 보네. 벌써 잠이 든 걸 보니. 생각해보니 최근에 치하야의 일정이 빡빡하긴 했지. 하하, 이거 참 프로듀서 실격이네. 일이 들어온다고 아이돌의 컨디션은 생각도 않고 마구잡이로 받아버리다니 말이야. 하하, 반성하자, 반성. 그나저나 치하야 기특하네. 그렇게 힘든 일정인데 아무런 불평불만없이 다 소화해내다니 말이야. 하하, 다음에 새로 일을 받아올 때는 조금 널널하게, 치하야가 좋아할 만한 일로 채워야겠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을 때가 아니지.


날이 많이 풀렸다고 하더라도 아직 봄이라고 하기에는 이르다. 그늘에서 가만히 있으면 싸늘함이 몸에 스며드는 날씨. 이런 날씨에 잠이 들었다가는 자칫하면 감기에 걸려버린다. 가희(歌姬)를 표방하며 활동하는 치하야에게는 치명적이다.


모포가 없으니 내 겉옷이라도 덮어줘야지.


들고 온 음료를 치하야의 옆에 두고 외투를 벗었다. 외투를 치하야에게 덮어주기 전에 코를 박아 냄새를 맡아본다.


킁킁.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건 아니겠지? 빤지 얼마 안 됐지만 그래도 예민한 소녀에게 아저씨 냄새가 물씬 풍기는……아직은 아저씨 아냐!


……다행스럽게도 별 냄새는 나지 않는다. 매일 페X리즈를 뿌린 보람이 있다.


외투의 끝을 잡고 위아래로 강하게 휘둘러 먼지나 혹여나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냄새를 털어낸다. 그리고 그것을 조심스럽게 치하야에게 덮어준다.


외투의 위치를 조정하다가 치하야와 얼굴과 가까워졌다.


확실히…….


치하야는 예쁘다.


몸은 말랐지만 얼굴은 젖살이 남아있어 소녀 특유의 둥글둥글한 귀여움이 잘 살아있다. 피부는 메이크업이 되어있는 것을 감안해도 잡티하나 없이 깨끗하다. 코는 오똑하고, 속눈썹은 길다. 지금은 눈을 감고 있어 모르지만 눈을 떴을 때의 치하야의 눈도 아름답다. 크고 동그랗다. 눈동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깊이가 있다.


아이돌이니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입술을 향하게 되면 말이 바뀐다.


립밤을 발라 살짝 붉으면서도 윤기가 나는 입술 사이로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가 보인다. 그리고 그 좁은 틈으로 미약한 숨결이 새어나온다.


습기 차고 따뜻한 숨결이 얼굴에 닿는다.


그리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어느새 치하야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765프로의 가희 키사라기 치하야. 담당 프로듀서에게 성추행 당하다.’, ‘미성년자 아이돌에게 몹쓸 짓을 한 인면수심의 프로듀서.’, ‘765프로의 프로듀서 잠든 아이돌에게……’

 

“내 감도 많이 나빠졌군. 아니 너무 나쁜 쪽으로 발달한 건가? 자네가 이런 자였을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고용하지를 않았을 것을.”


사장님……


“저 스스로도 제가 바람직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저는 적어도 현실에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아요.”


코토리 씨……


“다행이네요. 그쪽이 제 운명의 사람이 아니라서.”


아즈사 씨……


“우리 아이돌들에게 가까이 오지마세요. 저는 프로듀서로서 아이돌들을 지켜야하는 의무가 있으니까요.”


리츠코……


“인간에게는 도리라는 것이 있사옵니다. 그런 인간의 도리를 잊은 자를 우리는 축생이라고 칭하지요. 알겠사옵니까? 축생?”


타카네……


“가까이 오지마! 한 번 더 우리들에게 가까이 오면 용서하지 않겠다!”


마코토……


“변태가 우리를 프로듀싱하고 있던 거였어? 기분 나빠.”


이오리……


“본인은 프로듀서가 짐승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면 짐승에게 너무 실례라고 생각한단 말이지.”


히비키……


“프로듀서는 로리콘이었던거군Yo! 그러니까 우리 앞에서 사라져.”


아미……


“프로듀서는 범죄자였던거에Yo! 그러니까 당장 감옥으로 가버려."


마미……


“흐, 흐엣. 여, 역시 남자는 무서워요오.”


유키호……


“프로듀서, 경찰이에요, 경찰.”


하루카……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프로듀서. 앞으로는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미키……


“웃우! 꺼져 쓰레기!

 

나의 야요이는 그러지 않아!



“헛?”


여, 여긴?


주위를 둘러본다.


숲, 개울, 도로, 그리고 그토록 찾던 자판기. 내 안에 흩어져있던 퍼즐조각들이 맞아떨어진다.


“아, 맞다. 음료수를 뽑으러 자판기를 찾고 있었지.”


하하. 나도 피곤한가 보네. 걸어다니다가 졸다니 말이야.


하하. 꿈이었지만 참 실감났지.


하하. 내가 치하야에게 키, 키, 키, 키스를 하는 꿈이라니.


하하. 그럴 리 없잖아.


하하. 치하야는 미성년자인데다가 내가 담당하는 아이돌이라고?


하하. 방금 전은 꿈이야 꿈. 단순한 개꿈.


하하. 치하야가 기다리니 빨리 음료수를 사서 돌아갈까.


하하. 지갑이 외투 상의에 있었지.


하하. 그런데 왜 와이셔츠뿐일까.


하하. 분명히 입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현실도피는 그만두자. 도움이 안 되니까.


우선 현재 상황을 돌이켜보자.


누가? 내가!


언제? 방금 전에!


어디서? 차에서!


무엇을? 잠자는 치하야에게!


어떻게? 키스했다!


왜? 치하야가 예뻤으니까!


우와아아……범죄자가 여기 있네.


속이 쓰려온다.


치하야는 미성년자야? 난 성인이라고? 성인이 미성년자를 건드리면 범죄야? 아니 성인이 성인을 건드려도 범죄가 성립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치하야는 내가 프로듀싱하는 아이돌이야? 아이돌에게 스캔들이 일어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하는 게 나라고?


더군다나 치하야는 그 때 자고 있었다고? 아무런 동의 없이 키스하는 건 아무리 봐도 범죄야? 그래도 치하야의 입술 부드러웠지. 키스했을 때에 깨지 않았으니까 조금 더 했어도……야이 미친새끼야아아아!


자판기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머리를 박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내 안의 번뇌야 사라져라! 반성하라 짐승아! 지금 저지른 것만 해도 충분히 위험하다고! 너의 입장을 떠올려라! 치하야야? 미성년자야? 네가 담당하는 아이돌이라고? 치하야가 아무리 귀엽고, 예쁘고, 아름답고, 청초하고, 쿨뷰티하고 (치하야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는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칸이 부족해서 더 이상 쓰지는 않겠다.)하더라도 흑심을 품으면 안 된다고? 더군다나 잠 잘 때 키스라니! 삐뽀군(일본경찰청 마스코트)이 당장 소환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고? 그리고 치하야가 알아차렸다면…….


자판기에 머리를 부딪치는 것을 그만둔다.


알아차렸다면……


위산의 양이 갑자기 급증한다. 속이 쓰린 정도가 아니라 위 자체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속쓰림이 엄습한다. 머리는 쭈뼛쭈뼛서고 등이 서늘해진다. 그러면서도 식은땀이 새어나온다.


사회적 말살? 그건 가벼운 편이다.


아까 전 정신을 잃었을 때에 본 사무소 모두의 차가운 태도가 현실이 될 게 뻔하다. 이건 확실히 견딜 수 없다. 그러나 이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이 남았다.


치하야의 반응이다.


만약 내가 키스를 했을 때, 치하야가 깨어났더라면?


이 때 치하야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오랫동안 치하야를 본 나였기에 여러 가지 예상반응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여러 가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는 말을 바꿔 말하면 ‘알 수 없다.’가 된다. 이것도 저것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울거나, 화내거나, 도망가거나, 경멸받거나. 그러나 ‘이렇게 반응할 거다!’라고 특정지을 수가 없다.


……아, 그러면 혹시 기뻐했을 수도……정신차려라 짐승새끼야아아아아!!!!


다시 자판기에 머리를 박았다.


서른 넷, 서른 다섯, 서른 여섯……


기뻐했을 수도? 뭐가 ‘기뻐했을 수도’냐! 반성안하냐? 반성 안 해!? 결과는 둘째치더라도 짜샤! 수단 자체가 글러먹었잖아! 그리고 어디까지나 억측에 비약이잖아! 치하야야? 그 치하야라고? 요즘 인기 절정의 아이돌 가희 치하야라고! 평소에는 쿨하지만 가끔씩 보여주는 귀여운 모습으로 심장에 직격타를 가하는 치하야라고? 기계를 잘 모르는 모습도 귀엽고, 어른스러운 성격이지만 (치하야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는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칸이 부족해서 더 이상 쓰지는 않겠다.) 그 치하야가 나 같은 거에게 키스 받은 걸 가지고 기뻐할 리 없잖아! 아까 부정하기는 했지만 난 아저씨라고! 치하야에게는 충분히 아저씨 취급 받을 수 있을 나이라고? 그런 아저씨에게 키스 받아서 기뻐할 리 없잖아! 그리고 난 프로듀서야! 언제나 곁에서 지켜보는 프로듀서라고! 그런 프로듀서에게 키스 받아서 기뻐할 리 없잖아! 가까운 연상의 이성이 언제나 자신을 이렇고저렇고그런 시선으로 지켜본 걸 깨달으면 당연히 기분 나쁘지! 지금까지 보여준 호의가 전부 흑심을 잔뜩 품고 있다고 여길게 뻔하잖아! 더군다나 잘 때 키스라니! 자신이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이 이상의 것을 당할 수도 있었다는 것을 떠 올리면 기분 나쁨이 절정을 찍잖아! 더군다나 키스하고 도망치는 거냐! 누가 보더라도 범죄자잖아! 이 한심한 새꺄아아!!!!


일흔, 일흔 하나, 일흔 둘.


“자, 잠깐 뭘 하고 있는 겁니까!?”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사람의 목소리에 자판기에 머리를 박는 것을 멈췄다.


“그, 765프로의 프로듀서 씨 아닙니까? 지금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내가 프로듀서라는 것을 아는 걸 보니 이번 촬영팀의 일원인 것 같다. 아무리 마음의 동요가 심했다고는 하지만 관련업계의 사람에게 이런 프로답지 못 한 모습을 보여주다니. 나의 불찰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그것을 수습할 수 있어야 프로. 나는 자판기에서 손을 때고 머리와 옷차림을 정돈했다. 결코 서두르지도, 허둥대지도 않는다. 충분히 외향이 다듬어졌다고 판단되었을 때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이번에 촬영을 맡은 회사의 조끼를 입은 청년이 서 있었다. 표정은 당연히 당황 그 자체. 자판기에 머리를 박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침착하게 자신을 가다듬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나 이런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일단 허리를 굽혀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말았군요.”


“…….”


“흠흠, 변명하자면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어서 거기에 대하여 고민하다보니 조금 이성을 잃고 폭력적으로 행동한 것 같습니다. 이 모습은 부디 못 본 걸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앞의 청년은 갑작스러운 나의 태도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 한 것 같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네. 이 정도의 변화를 보고 얼이 빠지다니 말이다. 사회인이라면 이 정도는 익혀야한다고?


그는 한참을 할 말을 찾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사방으로 향하고, 입은 우물쭈물. 그러나 이내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찾고 있었습니다.”


모른 척해주기로 한 것 같다. 이렇게 한 명의 사회인이 길러지고 있는 거다.


“촬영준비가 끝난 겁니까?”


“촬영은 이미 하고 있습니다.”


“예?”


아직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데?


“예상보다 기자제가 일찍 도착해서 준비는 아까 끝났습니다.”


“전화주시기로 하지 않으……아!”


차에 휴대폰이 있었지!


“키사라기 양이 전화를 받아서 프로듀서 씨를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프로듀서 씨를 찾으라고 해서 이렇게 찾고 있었던 거고요.”


“아, 저, 그. 치, 치하야는 괜찮습니까?”


“네? 조금 피곤해 보이는 것을 빼고는 괜찮았습니다만?”


그, 그러면 내가 키, 키, 키스를 한 것을 못 알아 챈 건가? 다행……뭐야 이 인간쓰레기는? 범죄를 저질러 놓고 그걸 안 들켰다고 안도하고 있네?


“먼저 가주시겠습니까? 담배 한 대만 피고 곧장 가겠습니다.”


비흡연자이지만 일단 이렇게 변명한다.


청년은 알겠다라고 대답하고는 뒤돌아서서 현장으로 가버렸다. 청년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자판기 근처의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다행스럽게도 치하야가 알아채지 못했다고 하더라도……아, 정말. 치하야의 얼굴을 어떻게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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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올렸던 글입니다만 찾아보니 사라졌더군요.

 

오리지널 욕심 때문에 팬픽은 거의 손 놓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히비키로 불타올라서 적어도 썼던 건 마무리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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