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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는 귀엽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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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1, 2015 00:00에 작성됨.

 

 

“히비키는 귀엽사옵니다.”

 

그 말을 들은 시죠 타카네는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다가 뭔가를 깨달은 것이 있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타카네가 있는 곳은 765프로의 사무실이었다. 프로듀서와 오토나시 코토리의 책상 위, 일정표를 제외하면 정돈이 잘 된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파에 앉아 학교 숙제를 하고 있는 가나하 히비키와 그 맞은편에 앉아서 히비키를 바라보고 있는 시죠 타카네를 제외하면 말이다.

 

타카네는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했다. 그러면 누가 ‘히비키는 귀엽사옵니다.’라는 말을 했을까? 히비키? 아닐 것이다. 지금 수학문제를 앞에 두고 끙끙거리고 있는 히비키가 그런 말을 할 여유는 없어보였다. 더군다나 히비키의 평소 말투와도 확연하게 달랐다.

 

그러면 누굴까? 소거법으로 따지자면 한 사람밖에 없었다. 시죠 타카네는 그 한 사람이 범인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해보았다.

 

“히비키는 귀엽사옵니다.”

 

타카네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타카네의 예상이 맞았다. 방금 전에 들었던 것과 똑같았다. 시죠 타카네 자신이 한 말이었다.

 

“응? 뭐라고 했어, 타카네?”

 

이번에는 들었나보다. 수학문제에 집중하고 있던 히비키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뭐라고 했는지 정확한 내용은 모르는 것 같았다. 만약에 그 내용을 제대로 들었다면 저렇게 순진한 얼굴로 타카네를 바라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굴을 잔뜩 붉히고 당황하여 ‘우, 우걋! 무, 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노, 놀리지 말라구!’라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타카네는 달빛처럼 은은히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히비키는 귀엽사옵니다.”

 

깜빡깜빡하고 커다란 하늘색 눈동자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수차례 반복한 후.

 

“우, 우걋! 무, 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노, 놀리지 말라구!”

 

조금 늦기는 했지만 완벽하게 타카네의 예상대로였다. 타카네는 히비키의 반응에 입을 가리고 소리내어 웃었다.

 

평소 당당하게 ‘자신은 완벽하다구.’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타카네에게 귀엽다는 말을 듣고 당황한다. 부끄러워 까무잡잡한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어쩔 줄 몰라 두 손의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그것을 허벅지 사이로 숨긴다.

 

그 모습도 역시나.

 

“히비키는 귀엽사옵니다.”

 

“타카네! 나 숙제하느라고 바쁘다구! 놀리지 말라구!”

 

부끄러운 건지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는 태도로 히비키는 타카네에게 버럭 소리 질렀다. 하지만 타카네는 놀리는 것이 아니었다. 타카네는 진심으로 히비키가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타카네는 고개를 좌우로 저은 후에 히비키를 마주보고 말했다.

 

“히비키는 귀엽사옵니다.”

 

“므으…….”

 

히비키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힐끔힐끔 그 옥색 눈동자로 타카네를 살폈다. 가끔씩 뻐끔 입이 열렸다가 닫히는 것을 보면 어째서 타카네가 계속 해서 자신을 귀엽다고 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타카네를 당황하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거 같았다. 타카네는 그 모습 역시나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대신 히비키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기 위해 기다렸다.

 

유키호에게 차를 타 달라고 부탁했다면 차를 가져왔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히비키는 진정했는지 얼굴에서 붉은 기를 몰아내고 타카네를 바라보았다. 타카네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히비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히비키는 히죽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타카네는 예쁘다구.”

 

타카네는 히비키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말을 들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히비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작전이 성공하자 신이 나서 말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발이 예뻐. 루비처럼 빨간 눈이 예뻐. 키도 크고 몸매도 좋아서 예뻐.”

 

히비키는 뾰족한 송곳니가 드러날 정도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타카네는 정말로 예쁘다구.”

 

이번엔 반대로 타카네가 루비처럼 빨간 눈을 깜빡이며 히비키를 바라보았다. 히비키는 타카네의 장난에 제대로 복수를 했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만약에 히비키에게 갯과 동물의 꼬리가 있었다면 즐거움으로 활기차게 파닥거렸을 것이다.

 

히비키의 생각은 절반만 맞은 것이었다. 히비키의 발언은 확실히 타카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타카네가 히비키에게 귀엽다고 한 것은 장난이 아니었다. 시죠 타카네 가장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감정은 히비키의 발언으로 인해 극도로 증폭되어버렸다.

 

시죠 타카네는 말했다.

 

“히비키는 귀엽사옵니다.”

 

그리고 타카네의 입에서 단어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언제나 손질이 잘되어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면 달필 서예가의 붓처럼 생동감이 느껴지옵니다. 그리고 커다랗고 청아한 옥색의 눈동자는 절세미인의 섬섬옥수에 끼여진 옥가락지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짙은 피부는 옥토처럼 생명력이 넘쳐흐르고, 그 감촉은 아직 세상의 혹독함을 덜 겪은 어린 생명체의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사람들은 햇살에는 향이 없다고 말하지만 저는 히비키의 살내음읕 맡을 때면 어두운 밤일지라도 녹음을 비추는 한 여름의 햇살을 느끼옵니다. 히비키는 다른 자들을 속일 줄 모르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속에는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가 있사옵니다. 목소리조차 물처럼 듣는 이의 마음에 스며드니 말 못하는 짐승들도 히비키의 말을 잘 듣는 것이겠지요.”

 

여기서 시죠 타카네는 숨과 단어를 고르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우, 우갸우갸.”

 

그리고 가나하 히비키는 타카네의 거침없는 찬사에 완전히 휩쓸려버려 당황하고 있었다. 신봉의 경지에 다다른 찬사는 히비키의 이성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방대했다.

 

히비키는 부끄러움과 당황으로 울상이 되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고, 뭐라고 하고 싶은데 무얼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결국 히비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수밖에 없었다.

 

타카네는 그런 히비키를 보며 말했다.

 

“히비키는 실로 귀엽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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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빨리 쓴다고 썼는데 완성하니 딱 자정을 넘긴 시간이네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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