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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명함! 경찰을 부르는 나의 프로듀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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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2, 2015 14:06에 작성됨.

"신데렐라 오디션에 응시하셨죠?"

"네"

"그 프로젝트에 결원이 3명 나왔습니다"

"그래서...제가 그 중 한 사람으로...?"

"네"

그저 탈락한 이들 중 그나마 나은 사람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나가버린 사람의 대타 취급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것은...!

"데...데뷔! 제가...드디어 아이돌에...!"

어, 어떻게 하죠?! 이런 식으로 꿈이 이뤄질 줄은 몰랐어요! 우, 우선 마마마마마에게 전화를 해야...! 아으, 흥분으로 손이 떨려서 지금은 무리에요...!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네! 물론이에요! 시마무라 우즈키, 열심히 하겠습니다!"

몇 년을...대체 몇 년 동안 기다린 끝에야 얻은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습니다. 같은 꿈을 꾸던 사람들이 하나둘 씩 떠나가면서도, 이웃 분들이 쟨 왜 안 될 것에 목을 매다는 거냐고 수근거리는 것도 참아가면서, 지금까지 버텨왔어요...그러니까, 그러니까 놓치고 싶지 않아요!

 

 


[지, 진짜니?! 우즈키, 진짜로 데뷔하는거야?!]

"응! 그래! 내가 진짜로 데뷔하는 걸로 결정되었어! 응, 바로 돌아갈게!"

통화를 끊은 뒤에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벅차오르는 이 마음을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다면, 사거리 한복판에서 저 아이돌 데뷔해요! 라고 외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응?"

그 순간 눈에 들어오는 건 하나의 꽃집...예쁜 꽃들이네요...아, 좋은 생각이 났다

"안녕하세요!"

"아, 어서오세요"

주변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한가득! 마치 이 모든 꽃들이 다 저를 축복하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럼, 무슨 꽃을 사갈까......다, 다만 나에겐 사치라고 할 만큼 비싸네......

"어떤 걸 찾으시나요?"

"아, 좀처럼 사고 싶은 걸 정하지 못 해서......"

"누군가에게 드리고 싶으신 건가요?"

"네! 물론, 저 자신에게지만......"

여태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온 저 자신에게 주는 상이자 선물인 꽃...조금, 이상하려나요..하지만,

"그래도 저에게 있어선 정말로 행복한 기념일이라서요"

"그러면...이 아네모네는 어떤가요? 꽃말은 기대, 희망, 그런 느낌을 원하는게 아닐까 생각해서 추천해드리는 거에요"

앞으로, 아이돌로서의 생활에 대한 기대와 희망...좋아요, 이걸로 할래요!

 

 

 

"저 이외의 분들은 이미 부서에 들어가 있는 건가요?"

"아, 아뇨...다시 뽑은 분들 중에서는 당신이 첫번째입니다. 부서에 배속되는 건, 남은 둘의 선별 후 함께 이뤄질 것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시마무라 씨는 당분간 대기해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시마무라 우즈키, 열심히 하겠습니다!"

또 기다림의 시간이네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전 이미 아이돌이 되는 것이 확정되었으니까요! 다른 두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지 기대되네요

"그 외의 질문은 없으십니까?"

"아...? 에, 그러니까...CD는 언제 낼 수 있나요?"

"현재 기획 중입니다"

"저기, 그러면 방송에는 언제 출연할 수 있나요?"

"현재 기획 중입니다"

"과연...그럼 라이브는 언제쯤 할 수 있을까요?"

"현재 기획 중입니다"

반복적으로 같은 말만 계속하시는 프로듀서 씨...으으, 그렇겠죠. 이제 막 시작하는 부서니 어쩔 수 없는 거겠죠...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은 단 하나

"그렇다면...어째서 제가 선택된 건가요?"

저...사실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고, 사교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리더십이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닌데...어째서?

"미소입니다"

미소...미소만큼은 자신 있어요! 다른 두 명이 선택될 때까지, 시마무라 우즈키! 계속 레슨을 받고 있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 아니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모른다는 건 상당히 답답한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고서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내 친구들은 각기 부활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본인들이 뭘 하고 싶은 것인지 확실하게 진로를 정한 듯 했다. 아니, 그저 학창생활에 잠깐 하는 것이라 해도 '지금 나는 이런 걸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 공부를 못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로라든가, 대학이라든가는 아직 생각조차 못 하고 있다. 부모님의 뒤를 이어 꽃가게를 운영할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모르겠다

'그러고보니...최근에 아이돌 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오던 남자가 있었지'

나이는 20대 쯤 되었을까, 큰 체격에 무서워보이는 인상의 남자였다. 밤에 만난다면, 무심코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아버릴 정도로. 게다가 한 번 이거다 싶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인지, 몇 번이나 거절했는데도, 매일 아침 찾아와서 권유를 한다

'아이돌, 이라......'

솔직히 아이돌이 뭘 하는지는 자세히 모르겠다. 그저 춤추고 노래하기만 하는 건 아니겠지만, 애시당초 내가 아이돌을 한다고 해서 진심으로 할 수 있을까? 거기에 재미를 붙이고, 열정이 생길 수 있을까? 그저 단순히 외모가 좀 예쁘다고 해서 아이돌 권유를 하는 거라면 더더욱 실망이다

"있지있지, 린. 그 이야기 들었어?"

"...어? 뭐를...?"

그러고보니, 지금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하는 도중이었지. 너무 상념에 빠져있었나

"최근에 학교 근처에 나타난 수상한 사람 이야기 말이야. 은근히 눈매가 무섭고 자꾸 우리 학교 근처에 나타나길래 야쿠자가 아닌가 그런 소문이 돌아"

"어디의 누구가 그 야쿠자의 애첩이라든가, 부하라든가, 원한을 샀다든가 이상한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

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주변의 수근거림, 컹컹! 하고 짖는 개. 그래, 이 남자는 전신에 수상함을 두르고 다니는 듯한 사람이었다. 여전히 내 곁에서, 명함을 내밀고 있는 남자에게 시선 한 번 돌리지 않은채 말했다

"저기, 당신. 이제 이 근처는 안 오는게 좋을거야. 이상한 소문이 흐르고 있으니까"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만. 하다못해, 명함만이라도..."

하아...진짜 끈질긴 남자네. 그때, 갑자기 다가온 경찰관 두 사람이 남자의 팔을 붙잡았다. 결국 누군가 신고한 모양이로구나

"저기, 잠깐만요! 그 사람, 데려가지 마세요...수상한 사람 아니에요. 그저, 나하고 볼 일이 있는 사람일 뿐이니까!"

그래도...나도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었고, 몇 번이나 보고 다닌 사람이 경찰에게 잡혀간다는 걸 눈 앞에서 보면...좀 그렇잖아?

 


근처의 카페. 테이블 위에 올려진 건 두 잔의 쓰디쓴 블랙커피. 친구들은 이런 걸 무슨 맛으로 마시냐고 하지만, 나는 이 씁쓸함이 목 안으로 들어가 가슴 안쪽으로 퍼지는 듯한 느낌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기 말야, 대체 나의 어디를 보고 아이돌이 되라고 하는거야?"

외모라고 하면 곧바로 나가버릴거다

"...미소입니다"

"뭐? ...내가 당신 앞에서 웃은 적이 있던가?"

혹시 스토킹 한 건 아니겠지? 정말로 그렇다면 진짜로 경찰에 신고할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아뇨, 지금은 아직..."

"......혹시, 적당히 둘러대고 있는거야?"

"......"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눠봐야 이 이상의 진전은 없겠네. 그냥 이상한 사람하고 엮였다 치고 넘어가자.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남자는 말했다

"지금, 당신은 현재 상태가 즐겁습니까?"

"......무슨 의미야? 그보다, 그게 지금 당신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

한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나를 꿰뚫어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도 모릅니다. 다만, 당신은 지금 열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마음을 움직일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지 신경쓰여서 말입니다"

"당신하고는 관계없어"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 그렇지만, 나는 이 일상이 소중한 것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는다. 생소한 경험을 해보자고, 이 일상을 버리기엔, 남자가 말하는 것이 크게 끌리지 않아

"그래도 만약, 당신이 열정을 가지고 해 볼 만한 일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

나는 대답하지 않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반복된 레슨, 레슨, 레슨. 저 레슨을 배우는 건 싫어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전까지 못 했던 걸, 연습을 통해서 할 수 있게 되니까 그때의 성취감이 즐거워서 좋아해요

다만, 여태까지 계속, 레슨만 받으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건...조금 지루해요

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건 알아요. 긴 시간동안 매달린 끝에 간신히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손에 넣었어요. 주제넘게 빨리 데뷔하고 싶다고 재촉하면 미움을 사버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니까, 참아야해요. 참아야 하는데......아무래도 프로듀서 씨에게는 제가 초조해하고 있다는 걸 들켰나봐요

"죄송합니다...계속 레슨만 받으며 기다리게 해서..."

"아, 아뇨! 괜찮아요! 저, 레슨 좋아하니까요!"

프로듀서 씨는 저를 잠시 내려다보시더니,

"지금, 한 명은 교섭 중이라, 오늘도 지금부터 만나러 갈 예정입니다만"

지금부터 만나러 간다...그리고, 지금 이 이야기를 제게 하시는 것은...

"함께...가보시겠습니까?"

"......네!"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대로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프로듀서 씨와 같이 앞으로 함께 아이돌을 하게 될 아이를 설득하러 가보도록 하죠!

다행히 미리 약속은 잡아두었는지, 프로듀서 씨가 안내해주신 곳은 근처의 공원이었습니다. 봄을 맞이해 만개한 벚꽃의 그림자 아래의 벤치에 앉아있는 긴 흑발의 소녀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듯 목줄을 붙잡고 저와 시선이 마주쳤습니다. 찰랑거리는 긴 흑발에 저절로 시선이 따라갑니다. 그 소녀는 조금 차가워보이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상이었습니다만...시마무라 우즈키, 여기서 물러나서는 안 되겠죠! 프로듀서 씨로 안 된다면, 제가 직접 설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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