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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 없는 세이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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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1, 2015 08:57에 작성됨.

우는 것이라면 쉽겠지만- 슬픔에는 휩쓸리지 않아-

 

낙후된 시설 탓일까, 벽을 사이에 두고도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반주도 없는 오직 한 사람의 목소리로만 이루어져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마음에 와닫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맑고, 투명하고, 힘있으면서도 애잔함이 살짝 묻어나는, 이 모든 요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소리에, 나는 더욱 가까이 다가가 아예 벽에 대고 귀를 기울여. 두고간 물건을 가져온다는 본래의 목적을 잠깐 잊어버리고는.

 

이 날개가 꺾여버린다면- 살아갈 수 없는 나이니까-

 

그렇게 끝나는 이름 모를 노래.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알고 있어. 같은 사무소 소속의, 키사라기 치하야. 몇 번 얼굴을 마주친다던가 간단한 인사정도는 나누어봤지만 별로 가까워지지 못한 사람. 그 동안 뭔가 굉장한 실력이라는 건 대충 짐작했지만 이렇게 실제로 노래를 들어보는 건, 처음. 그리고 이 처음이-

 

내 마음을 뺏어가버렸어.

 

어쩜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걸까? 저 애, 나랑 동년배, 아니아니 한 살 더 어린 걸로 알고 있는데. 부르는 노래는 어떤 걸까? 잘 알려진 노래? 그러면 평소에 알고 있던 노래? 어쩌면 데뷔 곡? 이 시간이라면 아마 정규레슨도 아닌 빈 시간일텐데 어째서 여기 있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인 체 무심코 차가운 철제 문고리를 잡고, 그대로 힘을 주어 열어버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살짝 열려진 문. 틈새로는 익숙한 풍경과, 혼자서는 다소 넓은 공간에 홀로 서 있는 푸른 머리의 한 사람이 보여.

 

".......?"

 

그 사람은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을 당혹스러운 눈으로 바라봤어.

 

"아, 그......그러니까......"

 

나는 곤란한 웃음을 지으면서, 저기 멀리 벽에 기대있는 가방을 가리켜. 미안, 이게 없으면 사무소로 못 돌아가거든. 그러자 그 사람은, 키사라기 치하야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 완전히 문을 열고, 슬쩍 안으로 들어서 조용히 문을 닫은 다음, 바닥을 가로질러 가방으로 향하는 나. 그냥 빨리 챙기고 나가면 될 것을, 저 애가 이 쪽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게 신경쓰여서 말을 건네고 봐.

 

"저기,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그러자 그 애는 벽면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고는 조금 늦게 대답해.

 

".......한 2시간 전부터네요."

 

"혼자서 연습하는 거야?"

 

"네."

 

"와아, 대단하네! 나는 레슨시간도 힘들어 죽겠는데."

 

"별로, 그렇게까지 말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딱딱한 말투. 같은 또래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말이지. 나는 놓여진 가방을 들어올리며 정 반대 방향에 놓여있는 또 다른 가방에 눈길을 줬어. 이 애의 것인가보네. 여고생이 흔히 다는 인형같은 장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오래 쓴 흔적이 보이는 회색 크로스백. 물건을 통해 주인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다는 말,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아.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이제 내 짐도 챙겼으니 나가야겠다. 그게 굳이 여기까지 헐레벌떡 돌아온 이유니까.

 

"........"

 

그리고 더 이상 이 애의 연습을 방해할 수도 없는 노릇.....그러니까, 나가자, 나가야하는데......그러질 못하겠어.

 

"저기, 아마미씨."

 

아까부터 얼쩡거리는 게 신경쓰였는지, 이번에는 그 쪽에서 내 이름을 불러. 아마미씨, 라는 조금의 친함도 없는 부름에 조금 낙담.

 

"으, 응?"

 

"따로 또 할 일이 남아있는 건가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망설이다가 응, 이라고 대답했어.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런 건 없었지만, 지금 이제 막 생겨났거든.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 애를 바라보았어. 그렇게 대답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 지, 곤혹스러운 표정.

 

"저기 있지.....잠깐만이라도 좋으니 여기 있으면 안될까."

 

"네?"

 

"아까 무심결에 노래하는 걸 들어버렸는데......굉장했어."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요?"

 

"그러니까 좀 더 듣고 싶어졌지 뭐야. 괜찮다면......들려줄래?"

 

싫다면 어쩔 수 없고. 내가 웅얼거리는 사이에 그 애는 잠깐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 쪽의 시선을 피했어. 어찌보면 무례하다고 볼 수 있는 부탁인데 용케 들어주다니, 차갑기만 한 건 아닌 것 같아.

 

"고마워."

 

나는 작게 답례를 표하고는 조심조심 레슨실의 뒷편에 자리를 잡았어. 그 애는 잠깐 이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저 먼 곳을 바라보고는 숨을 후 들이키고, 노래를 시작해.

 

우는 것이라면 쉽겠지만- 슬픔에는 휩쓸리지 않아-

 

다른 무엇도 없이 오직 그녀의 입에서만 흘러나오는 아름답고, 다소 애달픈 선율. 나는 숨을 쉬는 것도 잠시 잊고, 그저 품 안의 가방을 꼭 끌어안으며 키사라기 치하야가 부르는 노래에 온 신경을 집중해. 노래하는 걸 좋아하긴 해도, 지식적인 측면은 많이 부족한 나. 그렇기에 뭐가 어떻고 저건 저렇고 하는 식의 세밀한 분석같은 건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눈 앞의 사람이 자아내는 음색과 가사에 대해서 힘껏 느끼고 생각해봐.

 

파랑새- 만약 행복이- 가까이에 있더라도-

 

무리를 벗어난 파랑새,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

 

저 하늘로- 나는 날겠어-

 

하지만 그 행복이 가까이에 있어도 택하는 건 혼자뿐인 하늘이라니. 강하구나. 그렇지만 조금은 쓸쓸하지 않을까.

 

"........끝, 이에요."

 

"어, 그렇네......."

 

감상에 젖어있는 사이 그녀의 노래가 금새 끝나고 말았다. 조용히 숨을 고르며 이번에야말로 가버리라는 듯 눈짓하지만, 미안.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정말 실례되는 행동인 걸 알고 있지만 좀 더 있고 싶어졌어.

 

"저기.....음......그러니까.......치하야.....쨩?"

 

"......네......?"

 

"아 미안미안, 혹시 이름으로 부르는 거.....싫어?"

 

".......편한 대로 하세요."

 

그리고, 너랑 대화하고 싶어졌어.

 

"음, 그러면 다시.....치하야쨩."

 

"그래서 본론이 뭔가요."

 

"좀 더 여기 있어도 괜찮을까?"

 

기가 막히다는 듯 이 쪽을 똑바로 쳐다본 치하야쨩은 곧 한숨을 후우 쉬고는 아까랑 똑같은 대답을 했어. 에헤헷, 다행이다. 혹시 거절당하면 어쩌나- 했는데. 어차피 이 뒤로는 할 일도 없으니까 사무소에 늦게 들어가도 괜찮겠지? 아, 일단 프로듀서씨가 걱정할테니까 미리 메일을 보내둘까.....아, 그러기 전에 잠깐.

 

"치하야쨩은 이 뒤로 스케쥴 있어?"

 

".....연습이 끝나면 사무소에 돌아갔다가 다시 집으로 갈 예정입니다만."

 

"그래? 그럼 잘 됐네. 그 때 나랑 같이 돌아가지 않을래?"

 

"상관 없습니다."

 

"응."

 

그렇다면 프로듀서씨에게 이렇게 보내자. 좀 있다가 치하야쨩이랑 같이 돌아갈게요, 라고. 꾹꾹꾹.......좋아, 송신. 메일을 보내고 나서 시선을 치하야쨩에게로 향했어. 이번에는 오디오 카세트로 향하더니, 어떤 CD를 안에 넣고 한참 만지작거리네. 그 동안 흘러나오는 뒤죽박죽의, 뭔가 분위기 있는 음악소리. 뭘까?

 

"저기, 그건 뭐야?"

 

다시 말을 걸어볼까, 아니면 참을까 고민하다가도 결국 전자를 따르고 말았네.

 

".....방금 전 노래의 MR이에요."

 

하두 귀찮게 굴어서인지, 조금은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치하야쨩. MR이라......잠깐, 그렇다는 건?

 

"헤에, 그렇다는 건 아까 그 노래....."

 

"네. 제 데뷔곡입니다."

 

아이돌이 된 지 얼마 꽤 되었건만, 아직까지는 레슨이 힘겨운 나로서는 꿈만 같은 이야기다. 그래, 그 정도 노래실력이라면 오히려 데뷔 안 한게 이상할 정도니까.

 

"치하야쨩은 대단하네. 벌써부터 데뷔라니."

 

"추켜세울 정도는 아닙니다."

 

치하야쨩은 아까부터 계속 이런 말만. 겸손한 것도 좋지만, 때로는 칭찬이나 감탄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별로 원했던 형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 첫 무대가 되는 것이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겠죠."

 

"그, 그렇지......"

 

그러고보니 치하야쨩은 처음에 여기 오게 된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낌새였지. 누구라도 작고 낡은 건물이 사무소라는 걸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그 뭐랄까......사무소의 규모에 불만을 품기보다는 아이돌 그 자체를 탐탁치 않다고 생각하는, 그런 느낌. 어쨌든 간에, 이리저리 조작하다가 드디어 마지막으로 오디오의 재생 버튼을 누른 치하야쨩이 노래를 부를 준비를 한다. 흔히 아이돌이 부르는 발랄한 음악과는 거리가 먼 다소 비장한 반주가 흘러나오고,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노래하는 치하야쨩.

 

무겁게 울리며 곡의 시작을 알리는 첼로, 전체적으로 들리는 기타와 드럼소리, 그에 어우러지는 사람의 목소리. 전까지의 무반주보다도 더욱 풍부해진 노래가 이 쪽을 파고들어온다. 이미 잔뜩 빼앗아가버린 마음인데, 여기서 또 뭘 가져가려는 걸까. 이게 실제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연되는 것이라면, 이걸 듣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이제 막 데뷔하려는 아이돌의 노래라고는 상상도 못할 노래에 압도된 체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 날개가 꺾여버린다면- 살아갈 수 없는 나이니까-

 

그녀의 노래가 끝나고, 지금 단 하나밖에 없는 관객인 나는 뒤늦게 작게 짝짝짝 박수를 쳤다. 그러자 치하야쨩은 깜짝 놀랐다는 듯이 이 쪽을 껌뻑껌뻑하며 쳐다보았다.

 

"잘 했어!"

 

"......별로, 그렇지는."

 

"아니야, 정말이야! 진짜 잘 불렀어! 왜 이제야 데뷔 준비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

 

치하야쨩은 고개를 저었어. 왜 그러지?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 나는 느낀 것 그대로를 말하는 것 뿐인데.

 

"대단해.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아."

 

"그, 그런......"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치하야쨩의 얼굴이 가까이 보이고 있었어. 아몬드 형의 새침한 눈매, 곧게 빛나는 갈색 눈동자. 오똑한 콧날과 당황한 탓에 살짝 벌려진 작은 입술. 전체적으로 단아한 생김새. 양 볼에는 살짝 붉은 기가 도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이 쪽과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돌리면서도, 흠칫흠칫 이 쪽을 바라보는 그녀.

 

"이야아, 정말 부럽네. 나, 노래하는 건 좋아하지만 부르는 건 솔직히 그다지라서."

 

"그런가요."

 

"응. 계속 연습하고 있지만, 실력은 안 붙고.......데뷔도 아직 한참 멀었다, 라는 느낌."

 

그 뒤로 여기 765 사무소에 들어와서 생긴 여러 일화들이나 다른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 아이돌이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와 쭉 품고 있던 꿈 톱아이돌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던 나는 곧 치하야쨩이 아무 응답을 해주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 이런, 아무래도 좋을 법한 이야기를 해댔나봐.

 

"아, 미안해. 내 이야기만 잔뜩 해버려서. 많이 지루했지?"

 

"저기......"

 

키가 약간은 더 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살짝 숙인 탓에 나를 올려다보게 된 치하야쨩이 이 쪽을 불렀어.

 

"응?"

 

"당신은 따로 연습할 때가 있나요?"

 

"으음, 그게 레슨을 따라가는 것도 버거워서 하지는 않는데......"

 

되도 안되는 변명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하기 싫어서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나을 것 같네.

 

"그렇습니까? 그러면 어쩔 수 없군요."

 

지나가듯 하는 이야기였지만, 사실은 뭔가 아쉬움이 있는 게 아닐까 내 마음대로 상상해보며 이렇게 말해봐.

 

"혹시 치하야쨩, 내가 노래하는 거 듣고 싶어?"

 

그러자 삽시간에 확 조용해지는 레슨실. 치하야쨩은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

 

"음......어디보자, 조건이 있는데 괜찮겠어?"

 

"뭔가요 그건."

 

아무렇게나 던진 말에, 가만히 있던 그녀가 반응했다. 그렇다는 건 듣고 싶다는 거네. 치하야쨩의 노래에 비하면, 아니 일반인과 비교해도 솔직히 좀 질 것 같은.....그런 마음이 드는 내 노래실력이지만 드, 듣고싶다면야 어쩔 수 없지. 그 전에 먼저 조건을 구체화 해볼까.

 

"존댓말 금지."

 

"네?"

 

"우리 같은 또래잖아. 굳이 존댓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제가 알기로는 아마미씨가 한 살 더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고작 한 살 차이인 걸 뭐."

 

아, 그리고 이왕 말 꺼낸 김에 아마미씨도 금지. 그렇게 전하자, 치하야쨩은 나를 슥 보고는 어쩌면 좋을 지 알 수 없다는 듯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렸다. 설마 치하야쨩, 이대로 포기? 으으, 너무 큰 허들이었던 걸까.

 

"음.....저기 그렇다면......"

 

"좋습니다. 아니, 좋아."

 

"에.......?"

 

이걸로 된걸까. 아까의 고민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상쾌하게 결정을 내리는 치하야쨩.

 

"과연 어떤 노래일지 궁금하니 들려주지 않을래."

 

"으, 응."

 

그녀의 곧은 눈빛에 재촉받아 나는 잠깐 숨을 가다듬고, 배에 힘을 주며 그대로 목까지 밀어올리듯 첫 음을 뱉었다.

 

기본적으로는 외골수이지만-

 

아, 안됀다. 이건 틀렸다. 처음부터 음정이 어색해.

 

"......끝.......?"

 

하,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에는 치하야쨩의 눈빛이 무섭게 변해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음 소절을 불러.

 

때랑 상황에 변덕스럽기도 해-

 

그런 유연한 적응력-

 

잘 살려서 줄타기-

 

"어, 어때......? 역시, 못 들어주겠지?"

 

"응."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리는 선고도 서러운데, 그 뒤를 이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상세히 설명까지 해주는 치하야쨩. 윽....으윽....그만, 그만해.....이미 나는 너덜너덜이야.....우우.....

 

"왜 아직 데뷔를 못했는지 알 것 같네."

 

"그, 그래......"

 

"하지만, 개인적으로는......좋았어."

 

가차없는 공격에 휘청거리는 이 쪽에게 별안간 들려오는 감상. 그것도 좋은 쪽으로. 저절로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그럴 만한 구석이 내 노래에 있는 걸까? 으으음.......나로서는 전혀, 모르겠는데.

 

"노래, 정말 좋아하나보네."

 

"으, 응! 실력은 못 따라오지만은."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루카에겐."

 

"어......?"

 

칭찬인지, 비꼬는 건지 알 수 없는 말. 앞에서 했던 말을 볼 때 좋은 의미에서 한 게 맞겠지. 그렇게 믿자. 한꺼번에 칭찬이라고 할만한 말을 두 개나, 그것도 예상치 못했던 상대에게 들어서 얼떨떨한 나에게, 또 말을 걸어오는 치하야쨩.

 

"이름, 하루카 맞지?"

 

혹시 이름을 잘못 말해서 저러는게 아닐까, 해서 물어보는 걸까나. 괜찮아. 딱 맞았으니까.

 

"맞아! 봄 춘자에 향기 향자를 써서 하루, 카야."

 

"그렇게까지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아하하......"

 

전에 정식으로 소개할 때 한자까지 다 써가며 했으니까, 당연 알겠지. 내가 너무 오버했나보다.

 

"하루카."

 

"응."

 

"다음에도 연습하는 거, 보러 올거니?"

 

어라? 어째서인지, 좀 전의 냉랭한 태도가 많이 누그러졌다는 기분. 설마 치하야쨩 쪽에서 이렇게 물어볼 줄은 몰랐다.

 

"항상은 무리겠지만, 여유가 된다면 계속 볼 셈인데.....괜찮아?"

 

"연습에 지나치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야."

 

그 기준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한다면야 쫒겨나지는 않겠지. 일단은 승낙이라는 걸로 받아들이겠어.

 

"그래? 고마워."

 

"그다지 고마워할 것은 아니야."

 

치하야쨩이 작게 웃었다. 거의 한 일자에 가까운 입이 조금 위로 움직인 것뿐인데, 지금까지의 덤덤한 모습을 확 뒤엎을 정도로 강하게, 아주 강하게 뇌리에 박혀서- 그만 땀을 줄줄 흘리면서,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하루카?"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아니니까......"

 

위험했다. 정말로 위험했다. 뭔가가 확, 올라왔다. 같은 여자인데도 순간적으로 반할 것만 같았다. 후우, 후으.....심호흡.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다시 한 번 심호흡.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뒤 나는 치하야쨩이 다시 연습하는 것을 바라본다. 또 다시 여기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들으면 들을 수록 묘하다. 자꾸만 더 듣고 싶어지게 된다. 이 노래의 주인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게 된다.

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자세하게 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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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와 치하야, 초창기라는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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