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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Gloomy, Blue Life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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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30, 2015 00:37에 작성됨.

"하아..."

훗카이도로 간 지 하루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유우츠. 골치아픈 듯 오른손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기껏 훗카이도로 가니 폭설로 약속은 펑크에, 호텔 예약도 엉켜 버리고 오는 길에서 휴대전화까지 물에 빠트리다니...'

겹겹이 쌓인 불운으로 예정보다 빠르게 돌아오게 된 유우츠. 다행히 하네의 도움으로 동생들에게 일방적인 연락은 할 수 있었다.

손잡이를 비틀며 문을 열자

"다녀왔다..."

"어서 와. 저녁부터 먹을래? 아니면 목욕? 그것도 아니면..."

"...우선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 좀 해 주시겠습니까, 하야미 양?"

온갖 고생 끝에 집에 돌아가니 있어야 할 동생들은 보이지 않고 자신을 맞이해 주는 건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돌. 황당하다 못해 웃기기까지 한 상황에 유우츠는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

"...면목없습니다. 여러분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게 되다니..."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래. 우리도 프로듀서한테 항상 감사하니까 이런 때라도 그런 마음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니겠어?"

어쩔 줄 몰라하는 유우츠에게 아야가 시원하게 웃으며 답한다. 그런 아야의 말에 동의하는 듯 미소짓는 아이돌들. 그녀들에게 지금 눈 앞에 있는 프로듀서는 자신들, 자신들의 옛 동료, 더 나아가 346 프로덕션 아이돌 부서 전체를 구해 준 은인이기에.

"그래도 벽지까지 발라주실 줄은...대금은 제가 처리할 테니..."

"아. 그건 치히로 씨가 알아서 한다고 했어. 정 마음에 걸리면 치히로 씨한테 얘기하면 될 거야."

"그렇습니까...침구가 부족했을 텐데 혹시 불편하셨던 건..."

"그럴 줄 알고 침낭 가져왔으니까!"

"아, 예..."

그렇게 한창을 얘기하던 중 아스카가 생각났단 듯 진지한 얼굴로 유우츠에게 질문한다.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 옛날에 심적으로 꽤나 괴로웠던 듯 하던데..."

"..."

그 한마디에 순식간에 집안은 침묵에 휩싸인다. 이윽고 아스카가 탁자 위로 진단서를 올려놓는다.

"이거에 관해서 물어볼 게 있는데 말이야."

"...얘기하지 않으면...안 되는 겁니까."

"유우츠 씨. 우린 지난 몇 달 동안 유우츠 씨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 그러니까 힘들더라도 얘기해 줘. 도움이 되고 싶어."

"그래! 혼자서 마음 속에 담아만 두면 골병 난다구!"

방어적으로 나오는 유우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카나데와 아야. 그 옆으로 아스카가 그 둘의 말에 동의하는 듯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치에도...도움이 되고 싶어요!"

"적어도 쌍둥이한테는 언젠가 알려 줘야 하잖아요?"

치에와 아리스도 자못 진지하게 나선다. 그 말에 유우츠가 사이코와 소시오아게 눈을 돌리자

"오빠.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 해."

"히히~"

쌍둥이의 눈에는 평소같은, 그러면서도 약간은 다른 유우츠를 향한 신뢰의 빛을 띄었다.

"...좋습니다. 비록 넋두리이지만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들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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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된 탁자. 가운데에 놓여져 있는 진단서와 포트를 중심으로 각 자리에 홍차가 담긴 찻잔이 놓여 있다.

"우선 여러분이 알고 싶은 건 제가 항우울제를 처방한 이유, 그리고 제 이름의 변화군요."

홍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유우츠가 말을 이어간다.

"그렇다면 '한코츠 네츠토우(反骨 熱湯)', 그러니까 저희 백부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군요."

"아! 네츠토우 삼촌!"

삼촌의 이름이 반가웠던 듯 쌍둥이가 집중하기 시작한다. 유우츠 역시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육아에 무책임했던 저희 부모님과는 달리 백부님께서는 책임감이 강하신 분이였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저희 집에 와서 저희를 돌보곤 하셨죠. 부모님에게 화내면서 쓴소리도 하셨구요. 저희에겐 백부님이 아버지나 다름없는 존재이셨습니다."

"그러나 7년 전, 평소처럼 목욕탕 관리를 하시던 백부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병원에 가서 알아보니 뇌졸중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몇 달이 가지 않아 백부님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

"백부님이 돌아가신 후, 저 역시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적은 양의 약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약의 양이나 종류도 늘어났습니다. 결국 다니던 대학교를 중퇴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었죠."

"그렇게 2년 정도 지났을 때, 먹을 것이 떨어져 가게로 가는 저에게 한 아이가 다가오더군요. 제비가 날개를 다쳤는데 어떡하면 좋냐면서...울 것 같은 얼굴을 보니 그냥 갈 수 없어서 근처 동물병원을 소개시켜주고 그 날 이후 그 아이는 시도때도 없이 저에게 찾아와 놀아달라고 보챘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시간 때우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만 그 아이와 놀고 있다 보면 마음 어딘가가 편안해졌습니다. 그 덕분에 우울증도 치료할 수 있었죠."

"그 아이, 혹시..."

"여러분도 아시는 사람이니 굳이 말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뭔가 짠한 이야기네요."

"이름에 있는 한자의 경우에도 뭐랄까...백부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바꾼 것입니다. 사실 이름 자체를 갈아엎고 싶었지만 백부님께서 항상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그래도 네 부모님이 너에게 준 유일한 선물이지 않느냐?'라고 하시기에 그 뜻을 존중했습니다."

긴 이야기가 끝나고 홍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유우츠가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이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리셨습니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돌들. 프로듀서가 담담하게 꺼낸 슬프고도 빛나는 이야기에 어느새 분위기는 엄숙해졌다.

───────────────────────

"정말 데려다주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걱정 마. 어린애도 아니니까."

걱정하는 유우츠에게 안심하라는 듯 카나데가 웃으며 말한다.

"...어제, 그리고 오늘 이틀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몸 관리 잘 하고 푹 쉬어. 유우츠 씨가 아프면 나도 아프니까."

"...그럼."

가벼운 인사를 마치고 떠나가는 아이돌들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유우츠. 이윽고 5명 모두 사라지자 조용히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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