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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걷다"

댓글: 3 / 조회: 1929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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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7, 2015 18:17에 작성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

밤인지 낮인지 구분할 수 있는건 지금 눈앞이 검지 않다는 사실뿐

그런 환상같은 안개 속을 헤매이는 인영이 하나

길게 기른 밝은 흑발에 갈색 눈을 한 소녀

그 눈은 조금 흐려진 채로 천천히, 천천히 걷는다


이곳은 어디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거지?

나는 어딜 향해 가고 있는거지?


소녀는 자신의 상황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이내 당황하고 안절부절한다


"여긴 어디?"


마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듯 깊게 잠긴 목소리가 흘려나온다

이 소녀를 아는 사람들은 아마 경악하면서 그녀의 건강을 걱정하겠지

그러나 그건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

"누구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불안해진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하지만 짙은 안개에 가로막혀 그녀의 목소리는 반향마저 삼켜지고 이내 침묵이 감돈다


"대체 왜 이런곳에 내가..."


---

"...이대로 서 있어봤자 답이 안나오는건 마찬가지일까"


불안했던 태도가 거짓말같이 머리에 피가 돌기 시작하자 이내 태도를 바꾼다

그리고는 다시 천천히 자신이 자각하기도 전부터 걷기 시작했던 방향을 향해 걷는다


"...이 안개는 대체 뭐지..."

"이런건 본적도 없는걸"


눈앞조차 보이지 않는 안개, 그럼에도 습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다, 바람마저 한점 불지 않는다

살짝 바닥을 손으로 훑어보지만 실망스럽게도 흙이나 모래같은건 단 하나도 짚어지지 않는다

단지 조금 검은 빛을 발한다는 점밖에는 없어 더욱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흙조차 만져지지 않고 바람도 전혀 불지 않아..."

"여긴 정말 어디인걸까..."

 

? "너무 이른걸"

"!"

"누구?!"

? "저기 누나"

? "이쪽은 안돼"

? "돌아가주길 바라는데"

"누구시죠?"

"대체 여긴 어디인거죠?"

? "..."

? "나는 말했어"

? "이쪽으로는 오지 말아줘"


"..."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체 누구인걸까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살짝 풍기던 존재감은 이내 사라져버렸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였을까, 이쪽으로는 오지 말라니

위험한 것이라도 있는걸까

 

(...하지만, 어째선지 그리운 듯한 목소리였는데...)


---

"...아무래도 그 사람은 나에게 피해가 될 말을 하려 한건 아닌거 같아"

"역시 돌아가는게 좋을까"


아주 잠깐 오고 간 대화였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을 읽은 소녀는 이내 그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정 반대방향, 즉 자신이 걸어온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안개 속에서는 이게 정확히 걷고 있는건지도 조금 의문인걸..."


레슨 중에서는 평형감각을 기르는 류의 훈련도 포함하고 있었기에, 그 레슨이 성과가 있길 바라며 천천히 걸어간다


"...하지만 신기한걸, 생각보다 오래 걸었다고 생각하는데 몸은 전혀 피곤하지 않아, 어떻게 된 일일까"


단순히 시간감각이 사라져서 오래 걸었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이 끝이 없어 보이는 길도 아직 힘이 있으니까 걸을수 있는것

별로 지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상하다기보단 차라리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길을 걷는다

 


"?"


뭔가가 있다

이 위아래만 간신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짙은 안개 속에서 소녀는 그제서야 자신의 몸 이외에 눈에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다


"...이건 미나세양의 인형?"


아마도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이것은 자신의 사무소의 동료인 미나세 이오리가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인형일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곳에 떨어져 있는거지?

미나세양이 이 인형에 가지는 감정은 정확한 말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녀는 이 인형을 자신의 친구에 가까운 감정으로 대하고 있을터

그런데 이런 영문 모를 곳에 조금은 처량하게 혼자 바닥을 구르고 있다


"일단은 가져가는게 맞을까"


근처에 미나세양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허나 자신이 길을 찾으며 만나게 될 수도 있을터

이내 그 인형을 주워들어 다시 길을 걷는다


걸으려고 했다


"?!"


갑자기 바지를 잡히는 감각에 놀라고 만다

방금 전의 인형과의 조우도 이 안개 속에선 대단히 드문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뒤를 잡혀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누, 누구?"


바로 뒤돌아보자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아니, 또래에 비해 비교적 장신인 그녀의 시선에는 아무도 없었다


? "...돌려줘"

"?!"


다시금 들려온 자극에 또다시 놀란다

그리고는 시선을 조금 내려 다시 상황을 확인한다


? "우사짱을 돌려줘"

"..."


그곳에는 자신이 알고 있던 미나세양과 꼭 닮았지만

나이만큼은 전혀 달라 보이는 소녀가 있었다


---

당황한 그녀는 이 눈앞에 나타난 기이한 현상을 보며 조금 생각을 정리하려 한다

그러나


? "내 친구를 돌려줘"

"...아"


그제서야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 인형에 생각이 간다

그랬구나, 자신은 이 어린 소녀에게서 친구를 뺏어가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해, 훔쳐가거나 빼앗아가려 한건 아니었어"

? "..."

? "괜찮아"


자신의 손에서 주인의 손으로 돌아간 인형에 한결 빛이 감도는 착각을 느끼며 그녀는 묻는다


"...저기, 미나세양?"

이오리 "..."

이오리 "이오리라고 불러줘"

이오리 "그거, 싫어"

"..."

"이오리?"

이오리 "응"

"이오리는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고 있어?"

이오리 "모르겠어"


...생각했던 것 만큼 간단한 일은 아닐것 같다

이 소녀는 분명 자신이 알고 있던 미나세 이오리가 맞다

하지만 그 나이에 걸맞게도 이 소녀에게 자신에 대한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하나 사라져버렸다는 상실감을 뒤로 하고 질문을 던진다


"이오리는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있어?"

이오리 "?"

이오리 "여기는 『 』이야"

"...?"

"뭐라고?"

이오리 "그러니까, 여기는 『 』이야"


...대화가 통하는 듯 하면서 통하지 않는다

아니, 무언가 분명 말을 하는듯이 입을 달싹거리는 소녀였으나 들리지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 알고 있는듯한 기색에 다음 질문으로 옮긴다


"그럼 이오리는 여기서 돌아갈 방법을 알고 있어?"

이오리 "..."

이오리 "저쪽으로 가면 돼"


이내 자신이 가던 방향 그대로를 가리킨다

다행히도 자신이 목표했던 방향이 맞는것 같다


"고마워"

"...같이 가지 않을래?"

이오리 "?"

이오리 "아니, 난 우사짱만 있으면 돼"

"...그렇지만"

이오리 "다른건 필요없으니까"

"..."

이오리 "괜찮아, 기다리고 있으면 신도가 찾아올거야"


...어째서인지 더이상의 설득이 무의미함을 직감한다


"...그럼 난 가도록 할께"

이오리 "응"

"..."

"저기 이오리?"

이오리 "응"

"조금, 조금더 있으면 우사짱 말고도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될거야"

이오리 "?"

"그러니 기대하고서, 조금만 기다려줘"

이오리 "..."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가, 자기자신도 이해하기 힘든 말을 자신보다 훨씬 어린 소녀에게 남기고 다시 길을 나선다


이오리 "..."


---

소녀와 떨어져 다시금 천천히 걷기 시작한 그녀는 방금전의 상황에 대해 조금씩 정리한다


"...역시 그녀는 내가 알던 미나세양일까"

"아니면 그것과 닮은 무언가일까"


알수는 없다

하지만 그 소녀 역시 자신에게 악의를 지니고 무언가 말을 한건 아닐터

그렇다면 소녀가 가르쳐 준대로 천천히 걸어가는 수밖에는 없다


? "흐응, 이런곳을 헤매는걸까"

"?!"


이 동네는 대체 어찌된 것인지 기척도 소리도 없이 갑자기 말을 거는게 일상인걸까

그녀는 식은 땀을 흘리며 이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인영을 노려본다

조금 거리가 있어서인지 검은색과 붉은색 기조의 옷과 망토...인가? 그리고 위에는 갈색의 머리칼, 이정도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 사이에 차갑게 빛나는 녹안만은 왠지 모르게 보이지 않아도 느껴진다


"누구시죠?"

? "충고하도록 할께"

? "이 곳에서 빨리 돌아가도록"

?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

"이미 충분히 알고 있어요"

? "..."

? "그렇군, 이미 돌아가는 중이었다는건가"

? "그렇다면 더 할말은 없겠지"

? "조속히 그 느린 발을 이끌어 어서 이곳에서 사라지도록"

? "■■■"

"...!"

"당신, 누군데 내 이름을 알고 있는거야!"


그러나 그 사람은 나타났을 때와 똑같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이건 뭐하는 경우지, 욕지기가 흘러나온다


"...젠장.."

"나도 이런 이상한 곳에 한시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아"

"하지만..."


---

몸은 지치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마음이 먼저 지쳐버린다

이번에 나타난 그 소녀(목소리만큼은 자기또래의 것처럼 들렸으므로)의 명백한 축객령에 이게 뭐냐고 화까지 난다

그러나 처음의 목소리와 이오리가 가르쳐준 방향을 믿고 다시금 발을 옮긴다


? "햄조오! 어딨어어! 햄조오오! 자신이 잘못했어! 돌아와 햄조!"

"...이 목소리는"


이젠 놀라지도 않은채, 한쪽에서 들려오는 애타는 목소리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이 목소리는 역시 그녀의 사무소 동료의 한사람인 가나하 히비키겠지


히비키 "햄조오오! 미안해애!"

"가나하양! 거기 있는거야?"

히비키 "정말이지... 어딨는거야..."

"여기야, 이쪽에 있어!"

히비키 "미안해... 잘못했어..."

"지금 그쪽으로 갈께!"


그렇게 말하고는 그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대체 어디로 간거지?"

"가나하양! 대체 어디 있는거야!"


나타난것과 같이 갑작스레 또다시 사라져버린다

이 불합리한 상황에 다시금 화가 치민다


? "쥬잇!"

"?!"


그리고 갑자기 발치에서 들려온 동물의 울음소리에 깜짝 놀란다

이 안개속의 침묵에 몸을 맡기다 보니 소리에 더욱 민감해져버린 것 같다

이내 몸을 숙여 그 동물을 바라본다


? "쥬잇쥬잇!"

"너는 가나하양의..."

"...햄조로구나"

햄조 "쥬잇"


이 햄스터는 때때로 명민한 모습으로 진짜 햄스터가 맞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주인의 말을 잘 알아듣고 따르는 히비키의 애완동물 중 하나인 햄조였다

물론 햄스터의 구분따위 그녀에게 할 방법은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 이 햄스터가 햄조가 아닌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

조금은 편의주의적인 생각으로 결론내리고서, 그녀는 이 눈앞의 소동물에게 말을 건낸다


"저기, 가나하양이 걱정하고 있어"

햄조 " 쥿?!"

"아마도 너를 찾아서 저 안개속을 헤매고 있는 모양이야"

햄조 "쥬잇..."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보는 이 방향으로 가면 찾을수 있을거야"

햄조 "!"

"가서 가나하양을 안심시켜 주렴"

햄조 "쥬잇!"


말이 통하는지는 전혀 알수 없지만, 최소한의 전달은 어떻게든 된 모양인지 햄조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보더니 이내 부리나케 달려가기 시작한다


"..."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까"


자신은 더이상 그것을 알수는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둘이 만났기를 바라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

체력적으로는 아직, 아니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혀 지치지 않는 현 상황에 다시금 의문이 인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바에야 조금 진정한 채로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는게 좋겠지

그렇게 결론짓고는 여유마저 느껴지는 자세로 계속 걸음을 옮긴다


"..."

"이건...?"


라멘냄새?

이 무미무취의 안개 속에서 난데없이 특유의 잔향이 느껴진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데 대체 이건 어디서 나는건가


? "오야, 이런 곳을 헤매이고 계셨군요"

"아..."

? "오랜만이옵니다"

"...시죠씨"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사무소의 동료, 시죠 타카네는 이내 고아한 말투로 인사를 건낸다


"시죠씨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고 계신가요?"

타카네 "..."

타카네 "톱 시크릿입니다"

"...! 시죠씨!"

타카네 "진정하시지요, 저로써는 이 상황과 장소에 대해 가르쳐 줄 권리가 없사옵니다"

"대체 말끝마다 그 비밀주의..."

타카네 "후후, 허나 이 길의 끝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드릴수 있지요"

"..."

타카네 "지금 오신 그대로.. 아니 조금 더 왼쪽으로 가시는게 좋을것입니다"

"...대체 시죠씨는 여기에 왜 와계신거죠"

타카네 "톱 시크릿...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타카네 "소원"

타카네 "이라고만 해두지요"

"..."

타카네 "아, 이것은 프레젠-토이옵니다"

"...?"


시죠 타카네가 품속에서 꺼내 쥐어준 물건은...


"이건... 나침반?"

타카네 "역시 이 안개 속을 아무런 지침없이 거닐기엔 위험하다 여겨지기에"

타카네 "그럼 다음에 다시 뵙도록 하지요"

"..."


이윽고 모든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그녀를 지나쳐, 안개 속을 향해 걸어가 사라져버렸다


"...감사합니다"


---

시죠씨에게 받은 나침반은 어째서인지 방향표시는 하나도 없고 침 하나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자신이 지금 향하는 방향은 하얀색

그리고 처음 가고 있던 방향은 붉은색

그 묘한 물건의 형태에 의문을 표하지만, 그 의문에 답해줄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어찌됐던 지금은 이 물건만을 믿고 천천히 다시 걸음을 옮긴다


? "응훗후↘ 거기 가는 언니→"

? "급하게 가지 말고 우리랑 놀지 않을랭?"

"...그리 급한건 아닌데"


후타미 자매를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분명 지금까지는 자신과 관련되거나 자기를 아는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긴 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자매들만큼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이 공간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들 중 하나였다

 

"아미, 마미, 일단 이곳의 설명을 해주지 않겠어?"

아미 "당사자가 가장 잘 알탠뎅?"

마미 "왜 우리들한태 물어보는거야?"

"...?"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잘 안다니, 대체 무슨 소리야?


아미 "저기저기 언니"

마미 "왜 돌아가려는거야?"

"...?"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미 "그도 그럴게, 언니는 자기 발로 이곳에 들어왔다구?"

마미 "그래놓고는 갑자기 마음을 바꿔 돌아가고 있는걸"

"...내가 스스로 이곳으로 왔다고?"


영문을 알 수 없다

정신을 차린 순간 이곳에 있기는 했지만 절대 이 이상한 곳에 자청해서 들어올 생각 따위 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네"

"아미, 마미, 그런 이상한 소리로 놀리면 화낼거야"

아미 "에에, 불합리해!"

마미 "마미는 잘못한거 없는걸!"

"...너희들!"


아미? 『글쎄, 조금만 더 갔다면 원하는걸 손에 넣을 수 있었을탠데』

마미? 『왜 자기가 돌아와놓고선 마미들에게 화내는걸까?』


"?!"

"무슨 소리야!"

아미? "아미는 이제 몰라요~"

마미? "그럼 바이바이~"

"기다려! 아미! 마미!"


영문도 알수 없는 소리만을 남긴 후 후타미 자매는 사라져버렸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조금만 더 가면 원하는걸 손에 넣을수 있었다고?

내가 원하는건 그저 이곳에서 벗어나는것 뿐인데

단지 그것 뿐인데

...그것 뿐...?


---

"...어서 가자"


의문감만을 잔뜩 품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아까보다 조금 더 속도를 낸다


? "..."

"!"


그러나 이내 눈앞의 인영에 걸음을 다시 멈춰버린다

이 돼먹잖은 세계의 등장인물들은 죄다 소리소문 없이 튀어나와서 할 말만 하고는 사라져버린다

이번에도 그런걸까, 경계하면서 천천히 다가선다


? "너무 경계하지 않아도 돼"

"...! 프로듀서!"

P "이 이상한 곳에서 고생 많았구나"

"어떻게 여기에?"

P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곳이 좋지 않은 곳이라는 것만은 알 것 같아"

"...그렇네요, 아까부터 이상한 일들만 잔뜩 벌어지고 있는걸요"

P "어서 같이 빠져나갈 길을 찾자"

"네, 프로듀서와 함께라면 안심할 수 있을것 같아요"

P "믿음이 고마운걸, 그럼 출발할까"


그리고는 프로듀서는 자신과 엇갈려 지금까지 왔던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 프로듀서?"

P "왜 그래?"

"그쪽은 출구의 반대쪽이에요"

P "그럴 리가? 난 이쪽에서 왔다구?"

"하지만 전 저쪽이 출구라..."

P "이런 곳에서 만난 사람의 말을 믿는거야?"

"...네?"

P "나라면 이 영문도 모를 곳에서 만난 사람의 말은 믿지 않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해"

"..."

P "분명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말한 이 길이 맞는 길이야, 네 프로듀서인 내 말을 믿지 못하는거야?"

"...그렇네요"

"가도록 하죠"


납득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내 천천히 발걸음을 돌린다

그러나 그 순간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꿰뚫는다


"프로듀서, 한가지 말씀 안드린게 있는데요"

P "또 무슨 일이야?"

"프로듀서, 전"

"여기서 누굴 만난 적이 있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

P? "..."

? "이런, 역시 이 정도로는 안되는건가"

? "제법인걸?"

"...여긴 어디고, 원하는게 뭐야?"

? "질문은 한번에 하나씩 하라고 배우진 않은걸까"

"...그럼 먼저의 질문이야"

"당신, 누구야?"

? "나?"

? "나는 나야"

P? "너의 프로듀서"

"너 자신"

? "그리고 너의..."


신출귀몰하게 바뀌던 얼굴을 이내 손으로 가린다

그리고 손가락 사이의 녹안이 번뜩인다

녹색?... 청록색?...


"그딴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려 하지마!"

? "내 답은 이것 뿐인걸"

? "그럼 내 차례야"

? "그런 너는 누구야?"

"...같은 질문이라니, 악취미네"

? "뭐 어때?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걸"

"난-"

"...?"


말문이 막힌다

아니, 할 말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심상이 언어로, 언어가 목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나는...

누구지?


아이돌 활동을 하는 17세 소녀

한 아이의 누나였던 소녀

노래밖엔 남지 않았다 믿은 소녀

동료들에게 구원받은 소녀

가장 친한 친구였던 소녀와

가장 아낀 동료였던 소녀를

눈앞에서-

 

"아아.."

"으아아-"

"으아아아아아!!!"


두통이 달린다

이건 건드려선 안된다

이대로는 무너진다 직감한다


"으..아...윽..."

"허억, 허억..."

? "스스로도 대답못할 질문을 잘도 물어본거네?"

? "꼴을 보니 이리저리 어깃장 놓을 필요도 없겠어"


? 『그럼 저곳에서 다시 보자고』


---

얼마 후

간신히 진정된, 아니, 세뇌에 가까운 자기암시를 덧씌워 애써 진실을 다시 가슴속 깊은 곳에 파묻어 버린채 힘겹게 일어난다


"...어서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더이상 머릿속에 무언가를 담아놓을 여유조차 사라진 채로 힘겹게, 힘겹게 그저 한걸음씩 출구를 향해 발을 옮긴다


? "저기저기 언니"

"..."


어느새 옆에 따라붙어 함께 걷기 시작한 화려한 금발의 소녀에게 관심조차 주지 못한다


미키 "왜 그렇게 울상인거야?"

미키 "그런거 재미없는거야"

미키 "너무 힘을 주면 쓰러질때 더 아픈거야"

"..."


그럼에도 소녀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는지 보폭을 맞추며 재잘거리기 시작한다


미키 "저기저기, 미키적으로는 역시 웃는게 좋은거야"

미키 "미키만큼은 아니라도 충분히 예쁜데 그렇게 찡그린 얼굴이면 왔던 복도 도망치는거야"

"...그만해둬"

미키 "! 벙어리가 아니었던거야?"

"..."

미키 "헤에, 역시 목소리도 예쁜거야"

미키 "저기저기 언니, 노래 부를줄 알아?"

"..."


혼자 말을 하고 혼자 납득하며 계속 말을 잇는 미키에게 점점 정신이 쏠린다

이럴 시간이 없는데

한시라도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하는데

하지만 그런 절박함과 관계없다는 듯이 미키는 계속 혼자만의 대화를 이어간다


미키 "미키도 노래는 좋아하는데"

미키 "막상 부를려면 배울게 너무 많은거야"

미키 "그래서 귀찮아서 관둬버렸어"

미키 "언니, 노래 한번만 불러줄 수 있어?"

미키 "언니는 목소리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니까 가수가 되면 성공할거 같은거야"

미키 "미키는 귀찮은건 싫으니까 무리인거 같지만"

"..."


미키 "아후..."

미키 "미키, 졸려졌어"

미키 "그럼 잘자는거야"


자기 멋대로 달라붙고 떨어진다

말 그대로 한마리의 길고양이처럼 가볍게 다가온 미키는 이내 그대로 앉은 채로 졸기 시작한다


"..."

"계속 잠들어 있더라면-"

"이 슬픔을 잊을 수 있겠지-"


허밍에 가까운 노래가 울려퍼진다

이 변덕스러운 고양이만을 위해

자장가처럼 조용한 노래가 퍼져나간다


---

시죠씨에게서 받은 나침반의 흰바늘에만 의존하여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 무색무취의 세계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몸의 상태는 최상이다

시간개념이 사라져갈 정도로 오래 있었으나 피로감은 물론 갈증과 허기까지도 눈씻고도 찾을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은 차근차근 무너져내려가 어느새 만신창이가 되어있다

잠깐의 휴식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도리어 마음을 병들게 하는 독이 되어 마치 깊은 늪에 빠져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어느새 멈춰선 그녀는 다시금 눈에 빛이 사라져간다


"..."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계속 이대로..."

? "어라? 여기는 어디죠?"

"!"

? "저기 아가씨? 혹시 여기가 어디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또다시 아는 인물을 만나자 그제서야 감각이 돌아온다

아즈사씨는 여전히 길을 헤매는 중인가 보다

...이젠 자신이 아즈사씨보다 더 헤매고 있지만


아즈사 "여긴 역시 어디인걸까요..."

"그러게요..."

아즈사 "그나저나 아가씨도 길을 잃은건가요?"

"...네"

"어쩌다보니 이젠 돌아가는 길을 알아도 돌아갈 엄두가 안나기 시작했어요"

아즈사 "어머..."

"이제 이 길을 가지 않아도 되는거 아닐까"

"돌아가더라도 내가 있을 자리는 없는게 아닐까"


이런식으로 말하는게 얼마만일까

마음속에 꾹꾹 눌러담은 말들이 터지기 시작한다


"애초에 이곳에 들어온건 제 자의였다면서 몰아세워요"

"전 그런 적도 없는데 왜 제멋대로 들어와놓고 이제는 돌아가려고 발버둥치냐고 해요"

아즈사 "...아가씨"

"차라리 그냥 여기서 눌러붙어버릴까요"

"왜 이러고 있는건지, 굳이 돌아갈 이유도 없는데"

아즈사 "그건 아니에요"

"...아즈사씨?"

아즈사 "아가씨를 기다리는 사람이 분명 있을거에요"

아즈사 "돌아갈 이유가 없다니, 그런 얘기를 들으면 그 기다리는 분도 슬퍼할 거에요"

"..."


여전히 자상하면서도 의외의 강건한 태도로 훈계를 잊지 않는다

역시 아즈사씨는 아즈사씨구나...


"...죄송해요"

아즈사 "후후, 주책이네요 저도"

아즈사 "그럼 저도 슬슬 가볼께요"

"같이 안가드려도 되나요?"

아즈사 "저, 길을 잃었다가도 집은 신기하게도 잘 찾아들어가거든요"

아즈사 "그럼 아가씨도 원하는 길을 찾아가길 바래요"


"..."

"...가볼까"


---

겨우 다시 걷기 시작한 다리는 천근만근같음에도 한걸음씩 몸을 옮긴다

하지만 이내 또다시 한 인영에 가로막힌다

 

? "이게 무슨 상황이지?"

"...또 너야?"

? "내가 경고하지 않았던가"

? "여기서 빨리 나가라고"

"..."

? "직접 돌아가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나도 가려고 했어"

? "말뿐인 얘기였나? 겨우 그정도로 지쳐서 비척대는걸 보니"

"나도 돌아가려고 했다고..."

? "그러더니 이것저것에 홀려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떨고 있지"

? "그렇게 굼떠서야 언제쯤 돌아갈 셈이지?"

"그만해!"

? "..."

"좋을대로만 떠들다가 사라지는데다"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는 명령이나 해대"

"뭐가 그렇게 잘난건데?"

? "호오?"

"적어도 사람한태 말할땐 얼굴 정도는 보이라고!"

? "...꼭 그러길 원해?"


고개를 젓던 여인은 이내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 드러난 얼굴은


하루카 "이제 직성이 풀리니 치하야짱?"


꿈에서라도 보고 싶었던 친구의 얼굴이었다


---

치하야 "하루카...?"

하루카 "보지 않길 바랬는데"

치하야 "무슨 소리를..."

하루카 "치하야짱, 치하야짱은 여기에 있으면 안돼"

하루카 "여기는 너의 세계가 아니야"

치하야 "그런 얘기 하지마..."

치하야 "내가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하루카 "역시 나 때문이었구나"

치하야 "..."

하루카 "...떠나줘"

하루카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야"

하루카 "날 아직도 친구라고 생각해준다면"

하루카 "그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줘"

치하야 "하루카...하루카!"


이 세계까지 들어오면서 만나고 싶었던 하루카는 나타났을 때처럼 다시금 사라져버린다


치하야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치하야 "하루카... 어째서..."


그동안 그렇게 고통받아가면서도 참아왔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치하야 "...왜 날 떠나는거야?

치하야 "...왜 날 거부하는거야?"

치하야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런거야?"

치하야 "...유우도... 너도... 그리고..."


---

P "...어때?"

치하야 "...프로듀서"

치하야 "...가 아니구나"

? "응, 그럴리가"

? "바라 마지않던 재회의 맛은 어땠어?"

치하야 "..."

? "그러니까 처음부터 말했잖아"

? " '너'의 출구는 저쪽이라고"


그것의 손은 시죠씨의 나침반의 붉은 쪽과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치하야 "..."

? "이렇게 헤매면서 무너졌다가 일어섰다가..."

? "계속 반복하는거, 지겹지 않아?"

? "저곳이라면 네가 원하는걸 이루어줄 수 있어"


치하야 『하루카와 타카츠키양이 있는 곳으로 떠날 수 있는 방법을』

 

---

~ Prologue ~

아마미 하루카와 타카츠키 야요이의 결혼식

동성혼이 합법화된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지지를 받았고, 그 와중에 톱 아이돌로서의 인지도를 쌓고 있었던 그 둘의 결혼은 세간에 화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사무소의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행해진 결혼식


그러나 그 결혼은 고통과 절망으로 얼룩진 채 막을 내렸다

신혼여행만이 남은 두 사람의 앞을 음주운전하는 트럭이 덮치고 그대로 손쓸 도리도 없이 두 사람은 사망했다

그 둘과 가장 친했던 친구인 키사라기 치하야의 눈 앞에서


어째서 이렇게 돼버린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치하야는 또다시 눈 앞에서 소중한 이를, 이번에는 두명이나 잃은 그 지옥같은 날 이후로 쓰러진 채 끝내고 싶지 않은 꿈을 꾼다

가끔씩, 이따금씩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피를 끓여 내는 듯한 비명과 함께 다시 진정제를 맞고 쓰러지게 되는 매일이 계속된다


어디가 현실인가, 어디가 꿈인가

지금의 치하야는 어디에 있는걸까

치하야는 꿈속에서라도 행복을 찾고 있을까


프로듀서는 그런 그녀에게 다시 현실로 돌아오라는, 일어나달라는 부탁을 할수가 없었다

키사라기 치하야는 꿈을 꾸며 오늘도, 내일도, 그 속에 있을 두사람을 찾아 헤맨다


---

응 그러네

처음부터 나는 이러기 위해 이 세계로 왔던거야

하루카와 타카츠키양이 없는 세계를 거부하고

그녀들이 있는 이곳을 헤매이며 그녀들에게 거부당하고

그렇게 현실로 끌어올려졌다가 다시 세상에 저주를 뱉고는 가라앉았어

계속 이렇게 고통받는 챗바퀴를 도느니

이번에야말로 끝을 향해


하루카와 타카츠키양이 쉬고 있을 "끝"을 향해-


---

다리에 다시 힘을 줘 일어난다

놀랄만큼 가벼운 다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정을 마칠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치하야는 지금껏 걸은 길을 반대로, 끝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열심히 걸었던 지난 시간은 아랑곳없이 체감상 반각(15분)도 걸리지 않은 채 이 세상의 또다른 끝에 도달한다


치하야 "...하루카"

치하야 "...타카츠키양"


지금 갈께


? "떽이에요 떽!"

치하야 "!"


이곳에 와서까지 보고 싶었던 두 사람 중의 한명, 치하야가 동생 유우의 모습까지 투영해가면서 아꼈던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들어보니 밝은 주황색의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청록색의 눈을 지닌 소녀가, 그녀의 귀여운 얼굴에 안어울리게 짐짓 화난 표정과 손을 허리에 댄 자세로 치하야를 마주보고 있었다


야요이 "치하야씨"

치하야 "...타카츠키양"

치하야 "...보고 싶었어"

야요이 "저도 그랬어요"

야요이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치하야씨"

치하야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야요이 "치하야씨는 아직 이곳에 올 사람이 아닌걸요"

치하야 "...아니, 이곳만 넘으면 그런건 상관없게 될거야"

야요이 "정말 그러면 안된다구요!"


야요이는 필사적으로 치하야를 막는다

그러나 치하야는 요지부동, 이대로는 그대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날 셈이다


야요이 "그렇게 목숨을 쉽게 여기고 싶은거에요?"

치하야 "...이젠 더이상 무리야"

야요이 "하나만 더 말씀드릴께요"

야요이 "전 살고 싶었어요"

치하야 "...!"

야요이 "그도 그렇잖아요?"

야요이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사무소의 전부가"

야요이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하루카씨와의 결혼을"

야요이 "축복해 마지않던 날이라구요!"

야요이 "동성결혼이라는 난관이 있어도"

야요이 "하루카씨와 사무소의 모두가 있으니까"

야요이 "극복할 수 있었다구요!"

야요이 "너무나도 행복했다구요!"

야요이 "...그런데"

야요이 "왜 나인거야?"

야요이 "왜 하루카씨인거야?"

야요이 "너무나도 살고 싶었는데!"

야요이 "행복해질 수 있었는데!"

야요이 "누구보다 행복해질 자신 있었는데!!"

 

그리고 제풀에 못이겨 쓰러진다


치하야 "타카츠키양!"

야요이 "다가오지 마!"

치하야 "아..."


그런 타카츠키양을 향해 달려서나 외마디 외침에 다시 멈춘다


야요이 "나는 그렇게나 살고 싶었는데"

야요이 "하루카씨도 그렇게나 살고 싶었는데"

야요이 "치하야씨는 왜 그렇게 이기적이죠?"

치하야 "윽..."

치하야 "...아니야 타카츠키양... 난 너희들을..."

치하야 "너희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

야요이 "아녜요, 그럼 안되는 거에요"

야요이 "아직도 우리를 위하고 싶다면"

야요이 "돌아가서 더욱 가열찬 삶을 살아주세요"

야요이 "죽고 싶지 않았던 우리몫까지 살아주세요"

야요이 "타카츠키 야요이와 아마미 하루카의 친구"

야요이 "키사라기 치하야가 이 세상에 있었다"

야요이 "그걸 세상에다 박아넣고 와달라구요"

치하야 "...타카츠키양..."

야요이 "치하야씨라면 가능할 거에요"

야요이 "저와 하루카씨의 친구 치하야씨라면요"

치하야 "..."

치하야 "...미안해..."

치하야 "너희들이 치이던 순간에도 멍하니 있었어"

야요이 "누구라고 그럴거에요"

치하야 "유우때처럼 또다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야요이 "치하야씨의 탓이 아니에요"

치하야 "모두 너흴 위해 울어줄때도 그러지 못했어"

야요이 "괜찮아요, 그럴 상황이 아니었어요"

치하야 "미안해...미안해...미안해..."

야요이 "미안해하지 마세요"

야요이 "저희 몫까지 살아주시면 그걸로 됐어요"



하루카 "미안해"

야요이 "괜찮아요"

하루카 "너 혼자한태 힘든 일을 맡겼구나"

야요이 "하루카씨도 이리저리 바빴잖아요"

하루카 "..."

야요이 "..."

하루카 "제대로 돌아갔겠지?"

야요이 "타카네씨가 준 물건이 있으니까요"

하루카 "정말이지, 타카네씨는 결국 뭐하는 사람인걸까"

야요이 "살아있을땐 몰랐던 모습에 더 놀라는걸요"

하루카 "..후후"

야요이 "헤헷.."

하루카 "그럼 우리도 슬슬 돌아갈까"

야요이 "그럴까요"

하루카 "야요이~ 오늘밤은 재우지 않겠어~"

하루카 "막 이래보고"

야요이 "밖에서 그런말은 떽이에요 떽"


---

~ Epilogue ~


짹짹-

여명이 밝아오는 병원 개인실의 침상 위, 천천히 의식이 돌아오는 인영이 하나

치하야 "...현실?"

유키호 "응, 치하야짱, 돌아온걸 환영해"

치하야 "...하기와라양?"

유키호 "...시죠씨가 오늘밤이 지나면, 어떻게든 결말이 날거래서"

유키호 "억지를 써서 기다리고 있었어"

치하야 "..."

유키호 "...만나고 왔어?"

치하야 "...응"

치하야 "살아서, 세상에 이름을 박아버리기 전엔 오지 말라고 쫓겨났어"

유키호 "..."

치하야 "타카츠키양도 무리한 얘기를..."

와락

치하야 "하기와라양?!"

유키호 "무서웠어..."

유키호 "이전에 한번, 치하야짱이 한번 일어났을때"

유키호 "봐버렸어"

유키호 "트럭기사를 저주하면서, 세상을 저주하면서 울부짖었던걸"

치하야 "..!"

유키호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유키호 "하루카짱, 야요이짱에 이어서..."

유키호 "치하야짱이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걸...까...!"

유키호 "무서웠어.. 무서웠다구...!"

치하야 "..."

치하야 "하기와라양, 걱정해줬구나"

치하야 "그리고, 기다리기까지 해줬어"

치하야 "정말 고마워"

치하야 "이제 이런 걱정은 끼치지 않을께"

유키호 "치하야짱... 치하야짱!"

유키호 "으아앙-!"



P "어때?"

타카네 "과연, 제 소견이 짧았사옵니다"

P "치하야라면 돌아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P "프로듀서가 아니면 누가 담당아이돌을 믿겠어?"

타카네 "의기양양하시군요"

타카네 "허나 소원은 소원"

타카네 "댓가는 준비되어 있는 것이겠지요?"

P "...지갑사정은 고려해주길 부탁할께"

타카네 "걱정은 하지 마시길"



친우 두명을 잃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가희가 근 한달만에 깨어나

다시금 날개를 펴고 날아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전설이 되었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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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창댓에서 진행된 [하루카 "치하야짱? 무슨 일 있었어?" 치하야 " +2 한 꿈을 꿨어"]의 첫번째 에피소드, "호접지몽"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후일담 형태의 글입니다. 작중 프롤로그라는 이름으로도 어느정도 게재된 내용입니다만, 꿈속에서 겪는 이야기의 원본에 가까운 이야기니 시간 남으시면 한번쯤 읽어주고 오셔도 무방할것입니다.

이번 글도 창댓판에서 쓴 글을 옮겨와 다듬은 것이라, 등장인물이나 서술이 들쑥날쑥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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