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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그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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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5, 2015 23:43에 작성됨.

그의 소원

“잘 부탁드립니다!”

765의 프로듀서는 인사하고 문을 닫았다. 수첩을 보니 남은 일정은 346의 프로듀서와의 만남이었다. 다가오는 10주년 라이브는 765와 346의 합동으로 열리기 때문에 자주 만나 회의를 할 필요가 있었다. 벌써 11시가 다 되었지만 라이브가 얼마 안 남은 시점인 만큼 쉴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고, 리츠코나 다른 스태프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는데 자신만 쉰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죄악감이 엄청났기 때문에 곧바로 346프로덕션으로 향했다. 막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려고 했을 때였다.

 

キミにありがとう

(키미니 아리가토)

너에게 감사를

キミとおめでとう

(키미토 오메데토)

너와 축하를

キミと出会えたあの日から

(키미토 데아에타 아노 히카라)

너와 만난 그 날부터

'重ねてきた想いとともに

(카사네테키타 오모이토 토모니)

쌓아온 기억과 함께

ずっと道は続いてる

(즛토 미치와 츠즈이테루)

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아, 사장님.”

최근에 바꾼 벨소리 때문에 반응하는 것이 늦어졌다. 바꾼 이유는 1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노래의 가사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 눈물이 나올 뻔했다. 이 노래에서 말하는 ‘너’는 팬들뿐만이 아닌, 아이돌들과 함께 노력한 자신들도 포함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 기분 좋은 기억은 사장의 뜬금없는 말로 인해 끊겼다.

“346과의 미팅은 나중에 하고, 축하파티가 있으니 돌아오게나.”

“네!? 저기 축하파티는 라이브가 끝나면 하는 것 아니었나요?”

“그건 아이돌들과 함께 하는 거고, 오늘 회사 관계자끼리 조촐하게 하자는 말일세. 아, 오는 길에 일본주도 몇 병 사오게. 오토나시군이 마시고 싶다는군.”

전화가 끊어지자 그는 못 말린다고 생각했다. 그의 고용주는 엉뚱한 면이 있었다. 보통 그런 축하파티는 아이돌들과 함께하는 축하파티가 끝나고 해야 하는데 라이브 시작도 전에 축하파티를 한다니... 하지만 사장의 그런 면도 그가 765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긴 했다. 조금 자제해 줬으면 하지만 말이다. 그는 346의 아이돌인 다카가키 카에데가 광고하는 술을 사가기로 했다. 말풍선에 “전술이라니 전 술이 생각나네요.” 라고 되어있는, 그녀가 웃고 있는 모습이 병에 인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보고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그는, 어쩌면 자신의 유머 감각이 심하게 뒤틀려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문을 열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간이 포장마차라도 된 듯, 한가운데는 어묵이 끊고, 주위에는 술안주들이 놓여져 있었다. 그것까진 다 좋았다. 그렇지만 모두 뻗어 있는 것은 도대체 뭐하자는 건가, 사장이고 코토리고 뭐고 모두가 다 엎어져 있었다. 그는 우선 불을 끄는 등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주위를 살폈다. 다시 보니 장소가 어질러지지 않았을 뿐이지 사람 쪽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사장은 개구리처럼 엎어져 있었고 리츠코는 인간 토마토라 해도 좋을 정도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코토리는 다카기 사장과 요시자와 기자가 끈적한 키스를 하는 자신의 망상을 생중계로 보도하고 있었는데, 다 큰 처자가 아니 어른이 할 행동은 아니었다.

“이게 원인인가?”

많은 사람들을 쓰러트리고 당당히 서 있는 그것은 보드카였다. 나중에야 알게 된 거지만 346의 사장이 아이돌 아나스타샤의 부친에게서 받은 러시아산 진품(드럼통만한 통에 넣어 보냈다고 한다.)을 765의 사장에게 보내온 것이라고 한다. 그 독한 술을 게다가 많은 양을 들이켰으니 이렇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람들이 쓰러졌으니 당연히 축하파티는 취소됐고 346과의 회의도 이쪽에서 취소했으니 할 일은 없었다. 아니, 할 일이 없기보다는 일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쓰러진 곳에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집에 가는 편이 낫다 싶었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을 놔두고 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지막 희망인 리츠코까지 엎어졌으니 안전하게 그들을 집에 보낼 사람은 오로지 그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통감한 그는 앞으로 술을 가져오면 반드시 리츠코는 입술도 대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안의 난장판을 대강 정리한 뒤에(다행히도 보드카로 인해 응급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조용히 계단을 내려가 건물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타루키정 앞의 길가에 선 그는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하루카와 부딪힌 뒤로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처음에는 제대로 된 일거리도 잡지 못했던 그녀들이 이제는 새로 들어온 후배들을 챙겨주고 있었다. 그는 무대 뒤에 있었지만 그녀들의 옆에서 같이 성장하였다. 아니, 모두가 성장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적마저도 그녀들 덕분에 올바른 길로 가게 된 경우가 있었다. 왠지 감개무량하달까, 자신의 아이가 훌륭하게 자란 것을 본 부모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그 성장에 대해서 그는 축하를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축하해야 할지 몰랐다. 술이라도 가져올까 생각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어른들이라면 모를까 미성년자들이 대부분인 아이돌들을 축하하기 위해서 술을 쓰는 것은 영 아닌 것 같았다. 그는 관두고 뻗은 사람들을 돌려보내기 위해 사람들을 부르려고 휴대전화를 꺼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액정이 잘 보이지가 않았다. 빛이 비쳐서 그런 것 같았다. 가로등이 있나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하늘에서 그 빛의 근원을 찾았다.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어떤 말을 떠올렸다. 옛날에 할머니한테 들었던 말이었다.

‘보름달에 소원을 빌어라.’

“뭐, 아무도 없고 별로 힘든 일도 아닌 것 같으니까...”

합장하고 눈을 감은 그는 잠시 생각한 뒤에 마음속으로 소원을 읊었다.

“앞으로 많이 축하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는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갈 것이기 때문에, 소원을 비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혀 그것을 이루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그의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다짐한 뒤, 하려던 일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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