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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10일과 100일과, 1000일과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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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4, 2015 22:17에 작성됨.

#4.

  그렇게 다시 시간은 흘렀다. 아즈사와의 식사 후에도, 치하야의 생활에 큰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그녀의 주 일과는 강변에서 혼자서 하는 연습이었다. 그래도 사소한 변화라면, 종종 댄스 레슨에 치하야가 참여한다는 점 정도와 일과를 마치고 혹은 점심시간에 치하야와 아즈사가 어울린다는 점 정도였다. 참여한다고는 해도 일주일에 두 세 번, 딱딱한 의무감에 참여하는 정도였으며 식사를 잠깐 같이 한다거나 퇴근하기 전에 사소한 인사나 잡담을 하는 정도였지만. 그렇게 이주일 정도가 지났고, 치하야가 아이돌 후보를 시작한 지 약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응, 치하야쨩도 수고했어~”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치하야가 먼저 혼자 사무소 밖으로 나갔을 때였다. 한 남성이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치하야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치하야”

 

  남자는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뿐이지만, 치하야의 반응은 강했다. 순식간에 표정이 변해서, 평소에도 차갑던 표정이 더욱 차가워진 치하야는 남자를 경계하며,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남자를 혐오하면서 그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뭐야”

 

  짧은 단어였지만, 그 안에는 강하게 거절하는 느낌이 있었다. 남자 또한 그걸 알아채고 잠시 머뭇거리지만, 다시 말을 잇는다.

 

“아직도 노래하겠다는 생각은 그대로냐”

“…응”

 

  지긋지긋하다는 어투를 가진 질문에, 치하야는 긍정한다. 하지만 그 긍정의 단어는 거절의 느낌을 품는다.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느끼지만, 남자는 계속해서 노력한다.

 

“제길, 어떻게 된 게 네 어미라는 사람은…”

 

  남자는 갑자기 다른 사람 탓을 하고 싶은 듯이 투덜거린다. 그런 남자를 보면서 치하야는 다시 반복이구나, 하는 감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이 남자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강압적이고,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쳇, 그러니 내가 움직이지…”

“여긴 어떻게 안 거야?”

 

  그렇기에 남자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치하야는 질문한다. 분명히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은 어떻게 내가 여기 다니는 지 안 것일까. 그런 불쾌함을 담은 질문에, 남자는 대답한다.

 

“그 다카키 뭐시기라는 양반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딸이 아이돌 활동을 시작하게 되어서, 법규상 전화했다고 말이지”

“…….”

 

  분명 그런 법이 있는 거겠지. 그런데 어째서 이 남자에게 연락이 간 것일까. 분명히 자신과 관련된 연락은 어쨌든 그 여자에게 가기로 되어 있을 터인데. 그 여자에게 가는 쪽이, 좀 덜 귀찮은데.

 

“솔직히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 아이돌이라니, 그 무슨 해괴하고 허황된… 당연히 반대했는데, 네 어미라는 작자가 다시 전화해서 허락을 내린 모양이더구나. 그 여자는 너를 양육하기로 한 주제에 제대로 관리는 안 하고 내 참…….”

“그런 얘기를 하러 온 거야?”

 

  그냥 돌아가. 뒤에 얘기를 잇지 않았지만, 치하야나 남자나 그렇게 말했고 그렇게 들었다. 그렇기에 남자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이상할 대답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그냥 갈 수는 없다. …너, 나한테 와라”

“무슨 소리야, 이제와서”

“더 이상 치구사에게 너를 맡길 수가 없구나”

“그 얘기는 끝났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런 얘기까지 내 귀에 들어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구나”

“상관하지마, 어차피 남이야”

“아무튼 좋다. 이미 네 방도 빼놨고, 이 사무소도 내일 그만둔다고 연락할 거다. 얌전히 학교나 다녀라”

“잠깐, 방을 빼놨다니, 무슨 소리야?”

 

  남자에게서 나온 얘기에, 치하야는 강하게 반응한다. 방을 빼놨다니? 이 둘에게서 떨어져서 어떻게든 얻은 하숙방을 빼놨다고? 보호자가 없으면 안 된다는 투의 귀찮은 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억지로 별로 바라지도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집에서 머무는 형식을 취했는데, 이걸 없애버렸다고? 그걸 어떻게 했는데, 이 둘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얼마나 많은 번잡함을 감수했는데, 그걸 제가 뭐라고 함부로?

 

“나도 잠시동안이라면 묵인해주려고 했지만, 너무 오랫동안 밖에 나와 있었던 것 같구나 너는. 남들도 슬슬 이상하게 볼 거고…”

“그런 건 상관없어! 당신이 뭔데 멋대로 남의 방을 빼는 거야!?”

“네 보호자로서의 권리라는 게 있어”

“멋대로 떠들지마!”

 

  밤 중에, 치하야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남자는 그게 약간 거슬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를 막기 위해 억압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역효과일 뿐이었다.

 

“이제와서 보호자라고? 당신들 멋대로 할 때는 언제고!?”

“어이, 목소리가 크다고”

“…….”

 

  치하야도 주위의 집중을 사는 것은 피하고 싶어했기에, 그 말에 잠시 입을 다문다.

 

“잘 들어, 나랑 치구사의 일은 그저 둘의 일일ㅃ”

“그래 알아, 그리고 내 일은 그저 내 일일 뿐이야”

“어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치하야, 네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어쨌든 이제부터 너는 내가 관리할 거고”

“멋대로 결정할 수 없는 일 일텐데?”

“치구사에게는 내가 말해두마… 아마 그 여자도 그걸 찬성할테지”

“멋대로 단정짓기는, 짜증나”

“더 이상 너가 막무가내로 사는 모습을 내버려둘 수가 없단 말이다! 노래를 하겠다더니 이제는 아이돌이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어쨌든 오늘 저녁부터 그리 할… 뭐야, 지금은 바빠”

 

  강압적으로 설득하던 남자는, 이내 걸려온 전화에 말을 끊는다. 멋대로 이런 상황을 만들더니, 이제는 또 멋대로 남의 결정마저 부정한다. 그리고는 어거지로 사람을 설득하더니, 전화가 오면 제 사정이 먼저인지라 전화를 받는다. 최소한 중요한 순간이라면 전화라도 끄지 그래? 무시하거나? 이런 제멋대로인 남자는 정말 최악이다. 치하야는 눈 앞의 남자를 더욱 경멸하기 시작한다.

 

“내가 나중에 전화할테니… 뭐? 선물? 알았으니 잠깐”

“흥, 다른 여자랑은 잘 놀고 있나 보네?”

“잠깐잠깐, 알았으니 일단 끊는다… 미안하군 갑자기 전화”

“…….”

 

  말을 계속 치하야에게 이으려던 남자는, 치하야의 눈빛이 극단적으로 변한 것을 눈치챈다. 자주 보지 못한 눈빛이지만, 극단적인 거부의사가 담겨 있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는 눈빛이었다.

 

“아무래도 방금 온 전화가 오해를 산 모양인데”

“…….”

 

  치하야는 이제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으려다가, 치하야의 태도를 보고는 말을 끊었다. 더 이상 말을 해도 잘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정도의 태도다. 남자는 혀를 차며 치하야에게 한 발짝 다가간다. 그러자 치하야는 뒤로 물러서며 경고한다.

 

“오지마”

“어이”

“한 발짝만 더 오면 신고할거야”

“신고라고…? 허 참…”

“…….”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다. 젠장, 일이 더럽게 꼬였다. 남자가 짜증을 참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자니 치하야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멋대로 방을 뺐으면, 나도 멋대로 생활하겠어”

“무슨 소리냐 그건”

“노숙을 하던 뭘 하던, 알아서 살 멋대로 생활할 거란 소리야”

“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란 말이다”

“당신이야말로 남을 멋대로 하면서, 남한테는 뭘 바라는 거야”

“…….”

 

  남자는 말문이 막혀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잠시 후에 허 참, 하는 탄사를 몇 번 내뱉고는, 생각한다. 여기서 지면 안 되겠지. 남자 특유의 호승심이기도, 나이가 많기에 생기는 고집이기도 했지만 남자는 이 생각을 따르기로 결정한다.

 

“뭐, 밖에서 지내봤자 얼마나 버티겠냐…”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포켓에서 수첩을 꺼내 무엇인가 적더니, 그녀에게 건낸다.

 

“내 집 주소다. 여기로 오면 된다”

“안 가”

“너도 잘 곳 정도는 필요할테지… 뭐하냐, 안 받고”

“안 가”

“어이… 하아…”

 

  순간 남자는 언성이 높아지려고 했지만, 나이를 헛먹은 것은 아닌 듯이 자제하더니, 계속해서 주소를 적은 쪽지를 묵묵히 치하야에게 건낸다. 하지만 치하야는 계속해서 이를 무시한다.

 

“너 정말…!”

“안 간다고 했잖아”

 

  남자는 슬슬 인내심에 한계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상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이 쓴 쪽지를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고, 바람에 날려가지 않게 주머니에 있던 동전으로 이를 고정한다.

 

“여기 두고 같테니, 잘 챙겨라”

“…….”

“그럼 집에서 보자”

 

  그렇게 말을 마친 남자는 치하야에게 등을 돌려 그대로 돌아간다. 이를 보고 있던 치하야는 그 남자가 사라질 때까지 자리에 서서 지켜보다가, 남자가 사라지자 무너지듯이 자리에 쭈그려 앉는다. …최악. 그녀는 그렇게 작게 뇌까릴 수 밖에 없었다.

 

“…저기, 치하야쨩…?”

 

  그 때, 조용히 건물 출구에서 아즈사가 나온다. 그래, 이렇게까지 싸우고 있었는데, 당연히 누군가 보겠지. 그 정도는 알고 있지만, 치하야로서는 부끄러울 뿐이었다. 아니, 사실 지쳐버려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더 강했지만. 그렇기에 치하야는 아즈사에게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

“…….”

 

  그리고 아즈사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그저 쭈그려 앉아있는 치하야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즈사가 말을 건다.

 

“날씨도 추운데, 그러고 있으면 감기 걸려”

 

  감기 따윈 아무래도 좋잖아. 치하야에게 조금만 기운이 남아 있었으면 이렇게 말했을 터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반응을 아즈사는 일종의 긍정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일단 어디라도… 들어가지 않을래?”

 

  아즈사가 어디부터 자신과 그 남자의 싸움을 지켜보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갈 곳이 없어진 상황이라는 것은 파악한 모양이었다. 이런 모습,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

 

  아즈사는 참을성 있게 치하야의 반응을 기다렸다.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쭈그려 앉아있던 치하야는, 겨우 입을 열어 묻는다.

 

“어디로… 말이죠”

 

  치하야의 목소리는, 그나마 다행이랄까 우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아즈사는 조금이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내 집에, 어때?”

“…….”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뻔한 대답이기도 했다. 이 사람은 너무 상냥해서 저러는 거겠지. 치하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즈사의 대답에 알겠다는 말도 됐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치하야를, 이번에는 아즈사가 조금 강요한다.

 

“어쨌든, 잠깐 쉬자”

“…….”

“그냥 잠깐만 쉬자”

“…….”

“잠깐 쉬는 거 정도면 되니깐, 알겠지?”

 

  잠깐만 쉬자, 라는 말이 겨우 치하야를 움직였다. 쭈그려 앉은 상태에서 치하야가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아즈사는 치하야를 부축해 일으키고는 같이 도로변으로 나가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택시는 바로 잡혔고, 아즈사와 치하야는 조용히 택시에 탈 뿐이었다.

  남자가 내려놓은, 그의 주소를 적은 쪽지는 동전으로 고정한 보람도 없이, 바람에라도 날려갔는지 어느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5.

  그렇게 기묘한 동거생활이 시작되었다. 치하야를 데려온 아즈사는 치하야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런 아즈사에게 치하야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은 같이 집에서 식사하고 잠에 들며, 낮에는 같이 사무실에 출근하여 일과를 마칠 뿐이었다. 기상, 아침식사, 각자의 일과, 보컬 및 댄스 레슨, 귀가. 단순하고, 어떤 의미로는 충실한 생활의 반복이었다.

  사실, 치하야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난감한 입장에 쳐해 있었기 때문에 성립하는 일과였다. 순식간에 자신이 돌아갈 장소, 그나마 거주하던 공간이 사라졌지만 다른 돌아갈 장소는 그녀에게 있어서 돌아가기 싫은 장소였다. 그렇기에 아즈사의 호의는 꽤나 편리하고 매력적이었고, 거절하고 싶다고 할 지라도 거절하고 나서의 결과, 그 남자의 집으로 돌아간다는 최악의 선택을 치하야로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여기에는 아즈사라는 존재가 치하야에게 묘하게 편한 사람이었다는 점도 한 몫 했겠지만.

  그렇기에 치하야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아즈사의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잠시동안만 신세를 지자고 생각했다. 일단 다른 장소를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그 남자를 만난 직후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다른 일을 할 기운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아즈사는 여전히 치하야에게 개인적인 일은 묻지 않고,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거나 TV를 보거나 할 뿐이었다.

  애초에 말주변이 없는 치하야에게 있어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뭔가 말을 꺼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사무적인 것이나 일이라면 똑부러지게 얘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일, 그것도 상당히 무겁고 말하기 아픈 일을 얘기하는 것은 그녀에게 지나치게 힘들었다. 그렇게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아즈사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고, 치하야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주일 정도 반복되는 일상은, 계속 반복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둘의 동거는 계속 이어졌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계속 신세만 지는 것은 치하야에게 있어서 부담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사무소에서 첫 월급이 나왔을 때(사실 그녀에게 있어서 그 돈이 월급인지 지원비인지 아니면 아주 사소한 일, 예를 들어 방송에서 지나가는 단역으로 목소리를 2초 정도 빌려준 일에 대한 보수인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아즈사에게 그 돈의 반절 정도를 봉투에 담아 건냈다. 그러한 행동은 너무나 익숙하게 보여서, 마치 치하야가 아즈사라는 집 관리인에게 월세나 관리비를 내는 듯이 보일 정도였다. 순간 치하야가 내미는 봉투에 잠깐 놀란 아즈사는 이를 거절하려고 했으나 치하야는 조금 강제적으로 그녀에게 돈을 건냈다. 아즈사는 그 강제에 난처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을 참고는, 그 돈을 일단 받아들였다. 돈을 건낸다는 것이 치하야에게 있어서 이 동거에 대한 최소한 필요한 행위라는 것을 아즈사도 이해한 듯 보였다. 그렇게 치하야에게 있어서 최소한의 동거 인정이 성립하였고, 둘의 동거는 이어지게 되었다.

 

 

 

#6.

  다시 얼마쯤 시간이 지나, 슬슬 더워지기 시작할 때였다. 계속 같은 일과가 반복되던 사무소에 또 다른 아이돌 후보생이 들어오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아마미 하루카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이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싹싹한 아이네. 나와는 정반대로. 치하야의 감상은 간단했다. 나이는 자신과 비슷하지만 그 외에는 전혀 다르다. 자신보다도 귀엽게 생겼고, 성격도 좋아보이고, 무엇보다 잘 웃는 아이다. 짧은 자기 소개 내에서도 수줍은 듯이 몇 번 웃는 모습에서, 이 아이가 얼마나 웃는 얼굴이 익숙한지 추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미우라 아즈사라고 한단다, 하루카쨩 잘 부탁해?”

 

  그리고 역시, 미우라 아즈사도 싹싹하다. 아무래도 아이돌이라고 하면 이런 두 사람이 어울리는 것이겠지. 아무래도 내가 아이돌 후보생을 지망한 것은 잘못된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다시 든다. 지금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이 외에는 없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방법은 조금 잘못된 것 아니었을까. 지금이라도 이런 어울리지 않는 일은 그만두고, 잠깐, 그러면 그 남자 말대로일 뿐이잖아. 그건 인정하기 싫다. 하지만 계속 이대로 괜찮을까…….

 

“저기, 치하야쨩?”

“에, 네?”

 

  어느새 분위기가 조금 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치하야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뭐랄까 모두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그런 분위기다. 대체 뭐지, 하고 생각하던 치하야는, 눈 앞의 소녀가 방금 자기소개를 마쳤다는 사실을 다시 눈치챘다. 아, 맞다 나도 인사해야지.

 

“아, 저는 키사라기 치하야라고 합니다. 그, 잘 부탁해요”

“에헤헤, 잘 부탁해…요”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자신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이 어색한지, 하루카는 말 끝을 흐린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아즈사가 묻는다.

 

“하루카쨩, 이라고 불러도 되지?”

“아, 네 물론이죠 미우라씨!”

“나도 아즈사라고 불러주렴”

“아, 네, 아즈사씨!”

“하루카쨩은, 지금 고등학생?”

“아 네,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어머, 잘됐네~ 치하야쨩도 같은 1학년인데, 그렇지?”

“아, 네”

“아, 정말? 에헤헤 나 말고도 같은 고등학생이…”

 

  하루카는 안심한 듯이 웃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치하야는 약간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다. 어째서 같은 학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경계심이 없어지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치하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둘의 모습을 보고 있던 아즈사는, 갑자기 제안한다.

 

“그럼 하루카쨩도 우리 사무소에 들어온 기념으로, 같이 파티라도 하지 않을래?”

“네, 파, 파티요?”

“응! 실은 치하야쨩이 왔을 때도 가볍게 했단다”

“우와 정말인가요?”

“그건 파티라기 보다는 단순한 식사 아니었나요?”

“어머~ 치하야쨩은 그렇게 생각한 거였니?”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만”

“그런 고로, 같이 나가볼까? 하루카쨩, 뭐 먹고 싶은 것, 있니?”

“아, 저는 아무거나 괜찮아요!”

 

  이 사람은 그저 파티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 하고 치하야가 생각하는 것도 잠시, 셋은 같이 사무소를 나서는 것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 같이 돌아갈 때였다. 너무나 원활히 대화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치하야는 다시 한 번 묘한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아이돌이라고 하면 이런 사람들이 하는 거겠지. 그런 생각이, 그런 초조함이 치하야를 괴롭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저기…”

“에? 어, 응”

 

  그런 치하야에게 하루카가 말을 건다. 계속해서 아무 말 하고 있지 않던 치하야가 신경쓰이는 모양이었다.

 

“그, 치하야쨩… 이라고 불러도 될까?”

 

  조금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학년도 같고 그렇게 불러도 별 이상은 없을 터이다. 그렇지만 이런 붙임성은 역시 치하야에게 있어 불편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거절하기 위해 치하야가 입을 열려고 했을 때, 아즈사가 말을 이었다.

 

“요즘은 그런 걸 물어보고 하니?”

“아뇨, 아하핫, 그 혹시 치하야쨩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해서”

“치하야쨩은 전혀 그렇지 않을 걸?”

“에, 정말요?”

“응, 그렇지 치하야쨩?”

 

  아직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알아서 치하야쨩이라고 부르고 있잖아. 뭐라고 태클을 걸고 싶은 부분이 있었지만, 묘하게 힘이 빠져버린 치하야는 태클 거는 것을 관두었다. 왠지 아즈사와 같이 얘기하고 있다보면 이런 순간이 많다. 아즈사의 마이페이스, 라고 해야 할까 그 특유의 분위기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단 말이지. 치하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상관없어 아마미씨”

“에에~ 아, 아마미씨래, 아하핫”

“너무 딱딱한 거 아니니 치하야쨩~?”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고”

“그러고보니 치하야쨩, 여전히 나도 미우라씨라고 부르고 있고 말이지”

“에, 아 그건 당연히 연장자니깐”

“이름으로 불러도 된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뿌뿡”

 

  아즈사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볼을 부풀리며 치하야에게 투정을 부린다. 이 사람은 왜 나에게 이렇게 투정을 잘 부리는지 이해 못하겠단 말이지. 아즈사의 투정에 치하야는 이렇게 생각하며, 또 한 편 동시에 어울리지 않는 투정 주제에 귀엽다는 생각도 조금 하면서 사과한다.

 

“미안합니다”

“미안이라니, 그런 건 아니었는데 정말~”

 

  조금 어색한 분위기. 사과라는 선택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아, 그렇다면 지금부터 아즈사씨도 나도 이름으로 부르면 되지 않을까?”

 

  다시 반전되는 분위기. 제안이라는 선택은 사과라는 선택보다 훨씬 좋은 선택이다.

 

“둘 다 이름으로?”

“어머~ 그거 좋은 생각이네 하루카쨩!”

 

  하지만 자신은 어색해지기 시작한다. 어색한 분위기는 항상 스스로에게 익숙하니 상관없었는데, 이렇게 밝은 분위기의 어색함은 뭐랄까, 견디기 힘들다. 치하야는 조금 당황하기 시작하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어서인지 몰라서인지 하루카는 치하야를 재촉한다.

 

“응? 어때? 치하야쨩?”

“아, 나는…”

 

  다시 볼을 부풀리려고 하는 아즈사와, 이상한 기대를 품은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하루카. 치하야는 이 둘을 보면서 당황스러워하지만, 이 둘은 치하야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린다.

 

“…알았어, 하루카”

“에헤헷, 응 치하야쨩!”

“나는 치하야쨩?”

“아, 그, 네, 아즈사씨…”

 

  답변하자마자 마치 해냈다는 듯이 하이터치를 하는 아즈사와 하루카. 그런 둘을 보면서 치하야는, 이 둘을 상대하면 스스로의 페이스를 지킬 수 없겠지, 라는 예감이 드는 것이었다. 셋은 곧 지하철 역 앞에서 헤어졌다.

 

 

 

#7.

  하루카가 치하야와 나이가 같다는 것을 반긴 것은, 하루카와 아즈사만이 아니었다. 사장 또한 묘하게 그걸 반기면서, 험한 길을 나아갈 때는 좋은 친구가 필요하다는 둥의 이야기를 하더니 둘의 레슨을 같은 시간대에 편성하였다. 계속해서 보컬 레슨을 거부한 치하야였지만, 계속해서 레슨을 거절하는 것도 왠지 일을 안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힘들어지고 있었고, 하루카의 솜씨를 지켜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기에 그녀는 보컬 레슨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하루카와 같이 레슨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한 가지 난관에 부딪힌다.

 

“아마미, 거기서는 레가 아니라 도로 가야지”

 

  하루카의 노래 실력이, 형편없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자신의 트레이닝도 같이 꼬이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치하야는 이런 노래실력으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으로 하루카를 지켜보지만 하루카는 눈 앞의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기에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다.

 

“죄, 죄송합니다!”

“아마미만 혼자서, 아까 그 부분 두 박자 전부터. 자, 하나, 둘, 셋”

 

  자신도 보컬 트레이닝을 하려고 왔지만, 이래서는 자신의 트레이닝이 되지 않는다. 꽤나 당황스러워하는 치하야의 옆에서, 하루카는 계속해서 노래를 연습한다. 트레이너는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하루카의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고쳐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치하야는 자신의 연습을 위해서 하루카와 따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하루카는 처음에는 몹시 섭섭해하는 듯 했지만, 트레이닝만 따로 정도이고 같이 일을 하거나 사무실에서는 계속 같이 본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자 섭섭한 마음을 접었다. 사람한테 이렇게 정을 잘 주는 아이라니, 자신을 신경써주는 것은 고마웠지만 역시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치하야는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보다 치하야에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계속 진행해도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괜찮을까? 수준 낮은 아이돌 노래, 음악 못하는 아이돌 후보생. 이런 곳에서, 노래를 부르겠다는, 노래로 스스로를 증명하겠다는 자신의 목적은 달성이나 할 수 있을까? 차라리 혹독한 경쟁은 상관없다. 그런 경쟁 속이라면, 자신의 실력으로 최대한 노력해서 더 잘하고, 앞으로 나아갈 자신, 아니 각오가 치하야에게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자신이 각오한 분위기가 아니라 못하는 아이 옆에서 같이 흐물흐물거리는 듯한 상황은, 치하야가 각오한 범주 안에는 없었다. 이래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망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스스로의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던 치하야는, 어쨌든 빈 방에서 혼자 보컬 트레이닝을 계속하기 위해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머, 치하야쨩?”

 

  실수다. 생각에 잠긴 나머지, 연습실 문을 잘못 열었다. 옆에 있는 빈 방에서 연습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치하야쨩도 같이 연습하려고?”

“아, 아니요 실수로…”

“아, 옆방에 가려고 했구나?”

 

  트레이너 앞에서 연습을 하고 있던 아즈사는, 마침 쉬는 시간이었는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런 아즈사를 두고 치하야가 다시 방을 나가려고 하자, 때마침 하루카가 뒤에서 들어왔다.

 

“어, 치하야쨩?”

 

  둘이 같이 연습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혼자서 주로 연습한 덕분에, 둘이 연습하는 모습은 처음보게 된 셈이다. 그렇지, 둘이 같이 연습할 수도 있는 거지. 방해하지 말고 나가서 나는 내 연습을 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나갈까 하고 치하야가 생각하던 와중에 보컬 트레이너가 아즈사에게 이상한 제안을 하나 한다.

 

“그러고보니 미우라씨, 잠깐 쉬는 김에 이거 한 번 불러보실래요?”

“에, 뭐죠?”

“이번에 작곡 주문 하나 들어와서 작곡하고 있던 노랜데, 아직 미완성이에요. 그런데 이거 미우라씨한테 맞는 느낌이기도 하고 해서, 미우라씨가 한 번 테스트해주면 잘 될 거 같아서요”

“아, 그럼 한 번 해볼까요?”

“역시 미우라씨는 사람이 좋다니깐, 고마워요”

 

  갑자기 흥미가 생긴다. 생각해보면, 아직 아즈사의 노래는 들어본 적이 없다. 거기다가 새로 만든 신곡을 바로 테스트해달라고 하는 트레이너에 대한 호기심도 생긴다. 아즈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이길래, 그리고 노래가 어떤 느낌이길래 아즈사에게 부탁하는 것일까. 치하야는 트레이너의 판단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여 방을 나가지 않고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는 사이, 가볍게 반주를 들려준 트레이너는, 곧 아즈사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럼, 한 두 소절만… 하나, 둘, 셋”

 

  그리고 아즈사는 노래한다.

 

 

 

  아즈사와 치하야가 같이 퇴근한 후였다. 오늘 오후부터 묘하게 말이 없어진 치하야의 변화를 아즈사는 모르는 듯, 약간 들떠서는 열심히 저녁 요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으음으~ 오늘은 닭고기로 뭘 해볼까~?”

“…….”

“그래, 닭 가슴살을 졸여서…”

“…….”

“그러면, 그래 간장에다가…”

“…….”

“치하야쨩, 닭고기 조림 어때, 괜찮지? 다른 먹고 싶은 거 있니?”

“…아니요,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치하야의 낮은 목소리를 듣고서야, 아즈사도 무엇인가 눈치를 챈 모양이다. 물론 언제나 텐션이 낮은 아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심한 편이네. 걱정이 든 아즈사는 치하야에게 묻는다.

 

“치하야쨩, 무슨 일 있니?”

 

  아즈사로서는 드물게 질문이다. 그렇기에 치하야는, 아즈사가 정말로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얘기라는 것을, 다른 생각 때문에 복잡한 와중에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치하야는 아즈사에게 솔직히 묻기로 결심한다.

 

“아즈사씨, 오늘 오후에 노래”

“응? 노래? 레슨 말이니?”

“거기서 그 트레이너가 테스트 부탁했던 노래, 있지 않습니까?”

“응, 아아, 그 노래”

“아즈사씨, 노래… 잘 하시네요”

 

  노래 만큼은 많은 신경을 쓰는 치하야의 칭찬이다. 아즈사는 이 칭찬이 단순한 칭찬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즈사는 그 칭찬에 정말로 기뻐하면서 고맙다고 치하야에게 말한다.

 

“응, 고마워 치하야쨩”

“…….”

 

  그리고 그 순수한 감사가, 치하야에게는 더 큰 의문으로 증폭된다. 이 정도 노래 솜씨도 이미 갖춘 사람인데,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태평한 듯이 계속 일상을 반복할 수 있는 거지? 아즈사의 이 순수한 감사에서, 치하야와 같은 초조함은 조금도 엿볼 수 없다는 것도 치하야는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욱 초조해하며, 아즈사에게 질문을 잇는다.

 

“아즈사씨는, 그… 괜찮은 건가요?”

“응? 괜찮다니 뭐, 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기에 아즈사는 당황화며 되묻는다.

 

“그러니깐, 그런 노래 실력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아무 일도 들어오지 않고 단순한 연습만 반복하시는게 괜찮으신 건가요…?”

“치하야쨩…?”

“저는, 그러니깐 제 노래 실력도 아직은 미흡하지만, 그래도 이제 3달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도 노래 관련해서는 일이 들어오지도 않는 이런 걸 계속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3달은 짧은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니 그보다, 저보다도 오래 하신 아즈사씨도 일이 안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노래 실력도 뛰어나시고, 저처럼 붙임성이 부족하거나 몸매가 안 좋거나 하신 것도 아닌데, 어째서…”

 

  당황하는 소녀의 말은 이리저리 꼬인다. 그래도 그 요지는 파악할 수 있다. 요컨대,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금과 같이 아무 일도 못 하는 낮은 위치에 있어도 당신은 만족하는 것입니까, 라는 거다. 그녀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얼핏 파악한 아즈사는 대답한다.

 

“치하야쨩, 나도 아직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연습한 건 아니지만, 연습한 덕분에 많이 좋아진 거란다? 그러니 좀 더 연습하고 더욱 실력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러니깐 저는 그런 당신의 여유가 모르겠단 말이에요. 치하야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말을 삼키고 표정으로 아즈사에게 대답한다. 그 표정을 본 아즈사가 말을 잇는다.

 

“으음, 치하야쨩은 어째서 초조해하는 걸까?”

“어째서라뇨, 그거야 당연히…”

 

  하지만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초조함에 대해, 아즈사에게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건, 치하야의 안에서 꼬일 대로 꼬인 경험과 감정의 결과물이다. 쉽게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녀는 말을 돌린다.

 

“아닙니다”

“으응…”

 

  그리고 그런 치하야를 아즈사는 걱정한다. 하지만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 치하야를 보면서, 아즈사는 어쨌든 요리를 계속한다. 어쩌면 맛있는 저녁을 먹으면 치하야의 저 초조함 같은 것이 조금은 풀릴 지도 몰라. 아즈사는 선천적인 낙관으로 그렇게 기대하며, 요리에 집중한다.

덕분에 저녁은 맛있었지만, 저녁을 먹은 치하야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곧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런 치하야에게 아즈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걸 알고 있는 아즈사도, 치하야에게 아무 말 하지 않고 같이 누워 잠을 청한다. 하루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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