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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타케우치p "선배. 시간되십니까." 아카바네p "응."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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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4, 2015 03:54에 작성됨.

"아, 여기있었구나."
"선배. 오셨군요."

여름이 지나고 슬슬 선선해질 날씨다.
해가 떠있을때는 땀을 빼놓기 충분한 온도이지만, 반대로 해가 떨어지면 제법 쌀쌀하다.
이런 비교적 큰 일교차 덕분에 감기 조심하라는 말이 인사처럼 건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물며, 지금 만나는 그들의 업무와 관련지어서 설명하자면 감기는 정말로 크나큰 골칫거리가 아닐수 없다.

독한감기인것도 문제가 되지만, 전염성이 강한 감기에 걸리기라도 하는날에는 사무소는 비상이 걸려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발견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일이기도 하다.

흔히말하는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현재 위치가 제법 다르다.
안경을 쓴 쪽은 보고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성공신화를 써내렸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765프로의 프로듀서다.
반대쪽에서 무뚝뚝한 인상으로 밝게 미소짓는 선배를 바라보는 이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이돌들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아이돌이 특히나 많다는 346프로의 프로듀서다.

그들의 인연은 학교 선후배정도로 귀결이 되지만, 공교롭게도 완전히 같은 직종이기도하다.
특별히 드물게도 이번에는 346프로의 프로듀서인 타케우치 쪽에서 765프로의 아카바네에게 먼저 연락을 넣었다.
후배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아카바네의 입장에서도 바쁜것은 사실이었고 최근들어서 더욱더 일이 많아진 타케우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타케우치는 평소에는 서글서글하다가도 일과 관련된 일에는 진지하고 날카로운 조언을 해주는 아카바네의 존재가 상당히 든든했다.
사회에 나가서 이런 선배를 만나기는 쉽지않은 일이다.
매번 조언을 구하자면, 항상 자신의 입장이 되어서 최대한 공감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자신이 조금 더 프로듀서로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고있다.
346에서 성장하는것은 아이돌만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듯이 아카바네는 구김없는 정장을 정돈하며 입을 열었다.
손목에 걸려있는 시계는 그에게는 그렇게까지 어울린다고 할수없는 저가브랜드의 시계다.
765정도라면야, 더군다나 단 한명뿐인 프로듀서다.
대우를 섭섭하게 할리는 없다.

프로듀서라는 일을 하기위해 여러곳에 부딪히다보면 겉모습에 신경을 쓰게된다.
넥타이나 시계같은 것에도 어쩔수 없이 눈이 가게되는 타케우치였다.

"미안해. 치하야와 다음 무대 의상에 대해서 조금 의논하느라."
"아니요. 저도 이제 막 도착한 참입니다."

실제로는 10분정도 기다렸지만, 정확하게 따져보자면 약속시간을 기준으로 아카바네는 5분정도 밖에 늦지 않았다.
물론, 이것이 중요 업무처 사람과의 미팅이라던가, 관계자와 만남을 갖는 일이라면 그 5분의 가치는 실로 어마무시 할테지만, 지금은 그저 사내 두명이서 퇴근후 간소하게 만나는 약속 정도일 뿐 크게 신경쓸 이유는 없다.
가볍게 인사는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두 사람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만났었을때는 초밥집에서 저녁을 먹었었나.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지난번 갔었던 장소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저번에 갔었던 곳을 권하는것은 막역한 선후배 사이라도 실례인 법이다.
무사히 초밥집을 떠올린 그들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선배. 이번에는 제쪽에서 대접하게 해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으음. 부탁해도 될까? 대신 가벼운 주류정도라면 내가 살께."
"네. 그래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중후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무표정의 후배를 바라보며, 아카바네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보니 사람들이 타케우치에게 가지는 첫 인상은 대부분 야쿠자라고 했었나.
이해가 안가는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몇번 말을 나누다보면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되는건 어렵지 않다.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타케우치가 물었다.

"저녁식사 하셨는지요."
"정오 쯤에 아미랑 마미들의 스케쥴도중 간단하게 먹은 샌드위치 정도네. 저녁은 아직이고."
"그러셨군요. 그러시다면.."

뒷목을 문지르며 한 가게를 바라보는 타케우치.
아카바네 역시 그 시선을 따라갔다.
보이는 것은 조금은 평범해보이는 고기집이다.
아무래도 이쪽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조금은 저렴해보이는 고기집을 선택한 모양이다.
주류는 사기로 했지만 말이지.

덤덤히 대답을 기다리는 그 모습이 마치 대형견같아서 작게 웃음이 나올뻔했지만, 어떻게든 참아낸 아카바네였다.
이게 다 히비키 때문이다. 틈만나면 사무소 식구들을 동물로 비유하다보니..!

후배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것은 사절이었기에 아카바네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
타케우치 역시 그정도 대답이면 만족한다는 눈치였다.
사내는 긴 말이 필요 없는 법이다.

고기 2인분과 술을 주문한 후, 본격적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남자 두명이 있다면 나눌 이야기는 정해져있다.
그것은 바로..

"네가 관리하는 아이들. 어때?"

아이돌 이야기다.
아카바네의 물음에 타케우치는 잠시 할 말을 찾는 듯 보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내었다.
아무래도 감사의 표시를 할 모양이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아카바네를 아는지 모르는지, 타케우치는 묵묵히 말을 꺼냈다.

"선배 덕분입니다. 아이돌들에 대해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때마다 매번 신세를 졌으니까요."
"아니야. 그렇게 진지한 감사 인사를 받을정도로 무언가 조언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너였으면 결국에는 잘 해결했을거라고 생각하고."
"그렇습니까..저는 아무래도 무뚝뚝하고, 배려심이 부족한것인지 일전의 혼다 씨의 일도 그랬었던것 같습니다. 선배의 조언 아니었다면 이렇게 될 수 없었을 겁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감사인사를 전하는것도 지나친 배려심의 하나라는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마음속으로 말을 삼키며 가볍게 미소짓는 아카바네였다.
이런 그의 언변은 덩치있고 무뚝뚝한 인상의 사내를 하여금 왠지 모르게 귀여워보이게 하는 마법같은 일을 부리고는 한다.
평범한 샐러리맨 같은 자신과는 다른 톡톡튀는 매력남이라고 표현해야할까.

맛있게 식사하라는 아리따운 종업원의 모습을 잠시 묵묵히 바라보기를 한참.
그것은 타케우치 뿐만이 아닌, 아카바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묵묵히 생각에 잠겨있던 타케우치는 이내 작게 한숨을 쉬어내었다.

"그..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괜찮아, 괜찮아. 직업병이란 녀석이지 뭐. 나도 마찬가지로 행동하고 있었으니까 사과할 필요는 없어."

아름다운, 혹은 매력넘치고 개성넘치는 여성을 발견하게 된다면 프로듀서의 눈으로 품평아닌 품평을 하게 된다.
가능성을 잰다고는 하지만 직업병이 이래서야 음흉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고 신고하는 여성의 빈도수도 적지않다.
좋지 못한 직업병이라고도 할수 있지만.
이런곳에서도 얼마든지 숨겨져있던 인재가 발굴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가공되지 않은 원석을 찾아내는 것도 프로듀서의 일.

면목없다는 듯 고기를 굽고있는 타케우치를 바라보며 아카바네는 다시금 이야기를 돌려내었다.

"혼다 씨라고 했나?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네."
"네.. 아시겠지만, 아무래도 무대를 비롯해서 관객 분들의 성원과 수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같은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뭐,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 나잇대의 아이들은 섬세하니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제대로 안다고 할수는 없지만 말이야."

어느덧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를 한점 입에 넣는 아카바네.
그리고는 꽤나 만족한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맥주세례.
각자의 잔에 한잔 가득 따라지고 나서야 타케우치의 말은 계속될수 있었다.

"선배의 아이돌 분들은.."
"우리도 처음에는 힘들었다고. 겨우겨우 일감을 얻어낸것이 한적한 시골의 행사 초대 가수였어. 의상도 잘못가져오고. 음향 셋팅도 직접해야했고. 유키호의 경우에는 남자 공포증때문에 난리였으니까."
"관객분들 같은 경우에는.."

조심스럽게 물으며 맥주를 들이키는 타케우치.
제법 시원한 청량감에 드물게도 작게 크으, 라는 뒷소리를 내었다.

"나중에는 모두가 환호해주었지만 말이지. 처음에는 개그우먼처럼 바라봐서 조금 시선도 아팟고. 그렇다고해도 빈말로라도 많다고는 할수 없는 관객 수였지만 아이들은 모두 해맑게 미소지으며 성황리에 공연을 마칠수 있었어."
"그렇군요. 그렇다면 혼다씨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으음. 일단 그래도 경쟁사의 아이돌인데 내가 프로듀스하는 일이 생긴다니.. 오토나시 씨나 리츠코가 알면 뭐라고 할지.."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타케우치를 바라보며 아카바네는 어쩔수 없다는 듯 미소지었다.
이렇게 열심히이면서 조금만 더 표현할 줄 알게된다면 좋을텐데.
어찌보면 말만 많은 자신보다는 묵묵히 지탱해주는 타케우치 쪽이 더 믿음직하다고 생각하는데도.

"으음. 시간은 그렇게 늦지는 않은것 같은데. 전화 통화면 될까? 문자라던가?"
"영상통화라도 괜찮으시다면.."
"우와..그거 요금 비싸지않아?"

괜찮습니다. 짤막하게 대답하고서는 문자를 보내는 타케우치.
영상통화가 가능한지 여부를 물어보고 있는듯 하다.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이번에는 타케우치 쪽에서 궁금한 점이 생긴 모양이다.

"선배. 아직은 괜찮지만, 충분히 그녀들은 이성에 관심을 가질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으음. 그렇지. 우리들만 하더라도 그렇지않아?"

쑥스러운 것인지, 딱히 할말을 못찾은 것인지 고기를 우물거리며 뒷목을 문지르는 타케우치.
그 모습에 아카바네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농담이야, 농담. 하지만 스캔들은 아이돌에게는 정말로 위험하지."
"그렇군요. 선배의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셨습니까."
"어디보자.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직 우리 사무소 아이들은 그런 감정에 관해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없어서 말이지.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별다르게 말해줄 수 있는게 없어."

어느덧 제법 많이 마신 모양이다.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며 식사가 마무리 되어가는 찰나였다.

부우웅-

답장이 온듯했다.

미안해, 프로듀서! 씻느라 답장이 늦어졌어! 지금 당장 상관없으니까 연락해줘~! -혼다 씨.

식사를 하며 여러 조언을 받았기 때문인지, 식사값을 내야하는 타케우치는 그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역시, 성공하는 아이돌의 곁에는 저런 멋지고 능숙한 프로듀서가 있기 마련인 모양이다.
눈앞에서 계산하는것도 조금 힘들었던 찰나에 잘되었다고 생각한 타케우치는 혼다 미오의 전화번호를 띄운채로 말했다.

"그대로 통화버튼을 누르시면 연결이 되실겁니다. 단순히 목소리보다는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하는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
"아, 그렇구나. 그래. 그러면 밖에서 통화 해볼께. 잘먹었어. 여기 맥주값이야."

지갑에서 맥주값을 건네준 후, 가게 밖을 나서는 아카바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부디 자기로서는 제대로 해주지 못한 위로와 조언, 격려와 동기부여등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어찌보면 고작 음식 한번 대접한거로는 너무나도 큰 것을 바라는것 아닌가 싶기도..
첫 무대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미소를 짓고 있지만 어딘가 이상한 느낌을 받아버린 타케우치였고 그것을 해결하기위해 선배의 힘을 구해게 된것이다.

'부탁합니다, 선배.'

생각을 마치며 타케우치는 계산을 하기 위해 일어섰다.

..
.

한편, 모습을 가다듬은 후 아카바네는 혼다 미오와 영상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간 연락음이 이어지더니, 이내 갈색빛의 컷트머리를 한 밝은 미소를 짓는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야호~ 프로듀..어라? 누구세요?"

의심가득한 눈으로 물어오는 미오의 물음에 아카바네는 타케우치가 자신의 소개를 빼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술 조금 들어갔다고 이런 실수를 하다니.
고기를 너무 많이먹어서 복수아닌 복수를 한걸지도.

침착하라는듯 미소지으며 아카바네가 입을 열었다.

"타케우치의 선배되는 사람입니다. 아카바네라고 해요."
"반가워! 나는 혼다미오! 15살! 아이돌이야!"
"그렇구나. 반가워."

굉장히 활발하구나.
아미, 마미에 단련된 내공을 무시하지 말라고.
작게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으며 아카바네의 입이 열렸다.

"타케우치에게 이야기 들었어요. 첫 무대에 대해서.."
"아.."

일순간 어두워지는 얼굴, 하지만 이내 활발한 미소로 대답하는 미오였다.

"그렇구나! 그때 왔었어? 내 팬인건가~ 으음~! 프로듀서도 참. 이렇게 첫 팬미팅을 하게 될줄이야~"

아하핫! 애써 크게 웃는 모습에 아카바네는 조금 천천히 다가가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것이 당사자에게는 더 도움이 되는 일일터다.
윽박지르거나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말해버린다면 다그치거나, 혼내려고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쪽 관련 업계 종사자라서 말이지요. 뉴 제네레이션의 무대는 감명깊게 봤어요."
"아하하. 말 편하게 하라구. 봐! 나도 이렇게 편하게 대하는데~!"
"아..음.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할께, 혼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그녀의 모습.
일단 첫번째 단계는 통과한 모양이다.

"지나간 이야기이고, 이미 마음속에서 의문점을 다해결하고 해소했다면 내가 더 해줄 말은 없지만.. 혼다는 어때? 대략적인 상황은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건.."

조심스러워지는 얼굴.
역시 아직 그녀는 모든것을 잊어버리진 않은 모양이다.
망설이는 그녀에게 아카바네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전에 있지? 내가 야심차게 준비한 무대가 있었어. 이건 되겠다고 생각했지."
"..."

조심스러운 시선을 보내오는 그녀.
먼저 말을 들어준다는것은 꽤나 좋은 신호다.

"그렇지만 꿈이 너무 컷던걸까. 욕심이 과했던 걸까. 사람들이. 관객들이 많지 않았어. 게릴라 콘서트라고는 해도 사람들이 분명하게 시선을 던져줄거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당시엔 나도, 그 녀석도 어리숙했어."
"그 녀석이란건.."
"키사라기 치하야야. 신인조차도 아닌 무명일적에 녀석의 노래 실력에 나혼자 괜히 북치고 장구치고 해버린거지."
"!! 키사라기라면 가희잖아! 당신은 대체.."

놀란듯 외치는 미오의 말에 타카바네는 쑥쓰러운듯이 웃음을 흘릴뿐이었다.

"노래할 수 있는 무대였으니까 만족한다고는 했지만, 왜일까. 그녀의 눈은 조금 슬퍼보인것 같기도했어. 당시에 나는 실패했다는 충격으로 그녀에게 무언가 말을 꺼낼 여유조차도 없던 겁쟁이였지만 말이야."
"그거야 당연히!"

순간적으로 외친 미오의 말에도 불구하고 아카바네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것을 바라보기를 한참, 미오는 작게 물기가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관객이..적어서 그런게 아닐까. 아무리 가희라도.. 관객이 없다면.."
"맞아. 그렇다고 생각해. 혼다의 생각은 어때?"
"나는.."

1분.. 2분..
시간이 지나가지만 혼다의 입은 열릴지 어떨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떠한 말을 꺼낸다고한들 역효과가 날것이다.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는 시간 자체가 대답을 해줄.
이야기를 해줄 의지가 있다는 하나의 표현이니까.

약하게 한숨을 내쉬던 미오는 이내 아카바네를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은 첫무대는 미카언니의 무대였어."
"그렇구나. 뉴제네레이션 모두?"
"응. 세명이서. 비록 한 곡의 백댄서였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 연습도 엄청했구."

죠가사키 미카라면 비교적 최근에 열린 라이브 콘서트.
규모도 결코 작지 않을텐데. 용케도 그 라이브의 백댄서로 올렸구나.
뉴 제네레이션에대한 믿음이라고 해야할지, 엄청난 판단성 및 결단력이라고 해야할지.
자신과는 다르게 엄청난 강심장인 모양이다.
타케우치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미오의 이야기를 조합하며 경청하는 아카바네였다.

"연습이 많이 힘들기는 했지만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서 정말 힘냈어. 그리고 그 당일 날이 되어서 우리는 무대에 올랐고 멋지게 스테이지를 장식했다고 생각해."

미카 언니에게도 프로듀서에게도 칭찬받았으니까.
뒷말을 남기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미오.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카바네가 물었다.

"그렇구나. 수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느꼇겠네."
"맞아. 온몸에 소름이 돋고, 짜릿했어. 태어나서 처음 느낀 기분. 그리고 몇번이고 다시 맛보고 싶은 기분. 그때 매료된거야. 관객들의 함성과 열기에. 그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받을 수 있는것이 아이돌인거구."

무대 경험을 쌓은것은 좋았지만, 너무 일찍 그 감각을 맛본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버린걸까.
그는 곰곰히 생각에 잠기며 미오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의 노래가 나왔어. 의상도 나왔어. 무대도 정해졌어. 정말로.."
"응. 기분이 어땟니."
"정말로.. 기뻣어. 집에와서 엄마에게도 자랑하구. 친구들에게도, 동네 사람들에게도 모두. 자랑했어. 모두가 나를 칭찬해줬어. 응원해준다고도 했었구."
"그랬구나."

서서히 그려지는 윤곽에 아카바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밖에 말을 되돌려줄수 없었다.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무대에 섰어. 그런데 너무나도 조용했어. 무대는 너무 작아서 우리끼리 부딪힐것 같다는 생각도 들정도였구."

당시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점차 울음섞인 목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들려왔다.

"그 때의 감격이 느껴지지 않아서..기껏 모두에게 자랑했는데 정작 이런 나를 보여줘야해서. 너무 부끄러워서.. 안된다는건 알지만 홧김에 프로듀서에게.."
"그만둔다고..했었던 거구나."
"응..시마무도. 린도. 소중한 동료들 덕분에 돌아올수 있었지만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조금은..서운했는걸. 조금은..아쉬웠었어."

결국에는 무릎에 얼굴을 감싸며 약하지만 흐느끼기 시작했다.
너무 일찍 맛봤던 큰 무대. 조금은 서운했던 상황과 마음이 커진 상황에서 그녀는 잘못된것인줄 알면서도 그런 반응을 내며 투정부리고 말았다.
그녀는 어리다.
타케우치에게 듣기로는 이제 15살이랬지.

그 나이때의 소녀에게 볼수있는 투정이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타케우치처럼 현실적인 말을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아이는.
눈 앞의 소녀는 그런 말로 자기의 발걸음을 되돌려 주길 바란것은 아닌것 같았다.
그저..
그저 단순히..

아카바네는 조심스럽게 혼다 미오를 불렀다.

"혼다는 그때의 무대를 아직 잊지 못한채였었구나."
"...응."

훌쩍이는 목소리에 차마 고개를 들어달라는 말은 할수 없었던 아카바네는 그대로 계속 말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물론, 처음부터 저번의 죠가사키 미카의 콘서트처럼 큰 무대에 설수 없을지도 몰라."
"....우읏.."

그는 더욱더 흐느끼기 시작하려는 미오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전의 라이브 이후에는 점점 바뀔거야!"
"...에?"

붉어진 눈으로 아카바네를 바라보는 미오.
그 모습에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어주는 아카바네였다.

"지금처럼 비록 조금일지라도 너와 시마무라 씨, 시부야 씨. 뉴 제네레이션을 보러 와주고 응원해주는 팬분들을 감동시킨다면.."
"응.."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으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미오.
그 모습에 안도한 아카바네는 마음속에서 우러러 나온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프로듀서로서.
아이돌에게 해줄수 있는 격려의 말을.
따뜻한 위로의 말을.

15세 소녀가 바라던 자그마한 애정어린 말을.

"언젠가 혼다와 뉴 제네레이션 모두는 미카 못지 않게, 아니. 765프로덕션의 아이돌 이상으로 수많은 팬들 앞에서 노래 할수 있게 될거야."
"..."

잠시 멍하게 바라보는 미오.
그 모습에 아카바네는 작게 안심하며 말을 끝마쳤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즐겁고 그들을 위해서 노래하고 춤추고 싶다. 그것을 바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야, 혼다. 당연해. 그것이 아이돌이 존재하는 이유니까. 그러니까.. 조금 더 힘내자. 언젠가 멋진 공연을 하게 된다면 나도 초대해줘. 목청껏 네 이름을 외쳐줄께."
"...응! 고마워! 노력할께! 작은 무대에서도, 힘든 무대일지라도 노력하고 모두에게 인정받아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거야!"
"좋았어. 역시 웃는 얼굴이 어울리는구나."
"아앗! 보..보지마! 방금은 울었으니까 얼굴이 부었을거야!"

이야기는 끝났다고 생각한 아카바네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그러면 더 높은곳에서 만나자. 아참."

아카바네는 조만간 이름을 떨칠거리 믿어 의심치 않는 소녀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건냈다.

"첫 무대 축하해. 꽤나 성공적인 무대라고 생각해. 단점도 없는건 아니지만 발전 가능성이 엄청나니까, 힘내자! 그러면.. 잘있어."
"....! 자, 잠!"

뚝.

아차. 끊어버리고 말았네.
작게 중얼거려보지만 미오쪽에서 자신을 더 불러세울 이유가 없을거라고 여긴 아카바네는 뒤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이 광경을 바라보던 타케우치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어떻게든 된거같아. 건강한 아이네."
"네. 그녀의 미소를 보고 가능성을 느꼇으니까요."

미오의 미소를 떠올린 아카바네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 네 말이 맞는거 같아. 맞아. 그 아이는 미소가 정말 멋진 아이니까."

핸드폰을 집어넣으며 타케우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역시 선배님은 다르시군요. 저는 그런 따뜻한 말은 할수 없었을 겁니다."

180 중반정도 되는 큰 키를 가진 타케우치다.
170 중반의 평범한 키를 가진 아카바네로서는 분하게도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결국, 조금의 부러움을 담은채로 등을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을 꺼내는 아카바네였다.
역시, 남자들은 이런 종류의 스킨십이 어울리는거라고 생각하며.

"할 수 없는게 아니야. 이렇게나 노력하고 걱정하는데 그런말을 못할리 없다고 생각해. 스스로 무뚝뚝하다는 자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고쳐보고 싶다면 조금씩이라도 먼저 다가가보는건 어떨까. 모두가 흔쾌히 받아들여 줄거라고 생각해."
"..그렇습니까. 정말로 감사합니다, 선배."
"거창한 것도 아닌데 뭘. 하아~ 그것보다 큰일이네. 호랑이 새끼를 키운건 아닌지 모르겠어."

작게 기지개를 켜며 하늘을 바라보는 아카바네에게 타케우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호랑이 새끼를 이렇게 서슴없이 다루시는것은 선배가 이미 건장한 호랑이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 미소는, 과연.
생각보다 금방 조언을 받아들이는 타케우치의 모습에 놀란채로 타카바네가 대답했다.

"그런가. 나도 어느새 그런 평가를 받게 되었구나."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을 되돌아본 후, 미소짓고 있는 타케우치에게 아카바네가 손을 내밀었다.

"자, 선후배이긴 하지만 경쟁자이기도 하잖아. 서로 힘내자."

재빠르게 공손히 손을 맞잡으며 타케우치가 답했다.

"네.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면.."
"아, 그래. 슬슬 들어가볼께. 다음에 연락해줘!"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타케우치의 배웅을 받으며 아카바네는 그렇게 지하철로 사라졌다.

 

(후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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