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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P「한국 팬사이트 개설 1000일?」

댓글: 18 / 조회: 1799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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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6, 2015 12:57에 작성됨.


 샤아아아....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던 프로듀서는 이내 다시 컴퓨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이메일 중 방송국의 출연 관련 메일이나 업계 관계자들의 업무 메일들을 꼼꼼히 읽고 쓸데없는 메일과 운좋게 필터링을 통과한 스팸메일들을 지워내며 십수개에 달하는 메일들을 읽어내려가던 중 그의 눈이 어떤 한 메일에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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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한국 팬사이트 개장 1000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혹시 이벤트같은 것 준비하시지 않나요?

To: [email protected]

From: [email protected]

Attachments: Kor_765_fan_products_before1000.zip


 좀 있으면 아이돌마스터즈 한국 팬사이트를 개장하고 1000일이 됩니다. 여기에 대해 팬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행사인 '편지쓰기' 및 '초상화그리기' 등을 실시하였지만, 많은 팬분들이 혹시 프로덕션 본사 차원에서 무언가 지원해주질 않나, 궁금해하고 또 바라고 있습니다. 바쁘신 것은 알지만 여기에 대해 혹여라도 아이돌들 각각의 응원이나 격려 메시지라던가, 어떠한 다른 형태의 지원이 불가한가 질문드립니다. 첨부 파일은 목요일까지의 정확한 팬사이트 자체 행사 경과와 거기에 호응해주신 팬분들의 편지나 그림 등입니다. 양이 좀 많지만 각 아이돌들과 고생하시는 프로듀서님이 전부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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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듀서가 이메일을 찬찬히 읽고 첨부파일을 다운받으려 할 때쯤 그의 등 뒤에서 '어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프로듀서 씨, 이건 뭔가요?"

 "오토나시 씨, 한국 쪽에서 개장 1000일 기념으로 본사 차원의 지원은 없나, 메일이 날라왔네요."

 "한국 쪽이라면 팬사이트 말인가요? 벌써 개장한지 1000일이 되었나요.. 그렇지만 당장 뭔가 지원한다고 해도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는.. 다들 바쁘고요.."

 "꼭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좋으니 아이돌 각각의 메시지라던가, 그런 걸로도 충분하다네요."

 "..그거.. 너무 많지 않나요?"

 "..."


 그도 그럴것이 아이돌마스터즈 프로덕션 연합 중 메일을 읽고 있는 치프 프로듀서가 속한 765만으로도 50명, 이외 이 연합의 다른 구성원인 346프로나 876프로, 315프로 소속 아이돌들까지 전부 합치면 그 수는 무려 몇백 명에 달한다. 13명 정도라면 모를까, 아무리 그래도 몇백 명 모두한테 한국의 팬들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해달라는 건 그것만으로도 큰일인 것이다. 일단 프로듀서는 본인이 직접 관리하는(그렇다곤 해도 사실상 본인들이 알아서 개별활동 하는 것이나 별 다름이 없는) 13명을 제외한 나머지 37명을 관리하는 765의 프로듀서들, 그리고 아이돌마스터즈 소속 다른 프로덕션의 마스터 프로듀서(치프 프로듀서 바로 아래의 직위, 각 프로덕션 전체를 관리하는 프로듀서, 다만 876프로는 프로듀서가 아닌 매니저가 존재하지만, 통틀어 부를때는 그냥 프로듀서의 일원으로 포함한다.)들에게 메일을 전달했다. 커피잔을 들어 다시 마시려다가 비었다는 것을 알아차려 탁자위에 올려놓고, 프로듀서는 의자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뒤에서 사무장인 코토리가 뭐라 했지만 잠시 아래층에 내려갔다 온다고만 말하고 복도로 나왔다.
 시시각각 변하는 엘리베이터 층수를 보다 오랜만에 계단으로 가볼까, 생각하며 비상통로 문을 열었다. 확실히 최근, 뛰어다니는 일이 줄어들고 삼시세끼 잘 먹다보니 배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프로듀서는 계단을 살짝 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몇 층계 내려가다가 창문 밖을 보니 저 멀리까지 펼쳐진 높고 낮은 빌딩들의 향연, 메마른 길 위를 개미떼처럼 기어다니는 분주한 사람들이 보인다. 문득 옛날 자신이 처음 입사했을 때의 프로덕션 사무소가 생각났다. 낡고 허름한 사무소, 막 입사한 자신,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서투른 그 때의 자신, 생각이 도랑의 물줄기마냥 이어진다. 내려앉은 소파, 1층의 타루키정, 하루카의 과자, 유키호의 삽, 그리고, 그리고.. 무언가를 생각하려던 프로듀서가 느낀 것은 두통이었다. 기억이 희미하다. 주먹밥? 어째서 주먹밥? 생각하면 생각하려 할수록 머리가 아파온다.

 "..니..허..니..허니!"

 "와, 우왓! 미키!"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자 거기엔 약간 화난 표정의 미키가 서있었다.

 "정말! 몇 번이나 불렀는데 대답도 안 해주고! 너무한 거야!"

 "아아, 미안하다.. 잠깐 두통이 와서.."

 "허니, 괜찮은거야? 병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야?"

 "아니, 그 정돈 아니야. 그런데 너는 지금 휴식인가? 또 땡땡이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미키, 최근엔 그런 적 없다고? 역시 허니 좀 이상해."

 "음? 아? 그런가, 미안하다."

 "..요샌 바빠서 만나기도 힘들고.. 가끔씩은 미키나 다른 아이들을 좀 보러 와줬으면 하는거야.."


 약간 기운없어진 미키를 보며 확실히 근래 들어 아이돌들을 직접 본 일은 거의 없었구나, 프로듀서는 생각했다. 몇몇에 이르러서는 얼굴마저 희미해질 지경이었다. 약간 미안함이 느껴졌다. 프로듀서는 말을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미키, 한국 팬사이트에서 개장 1000일 기념으로 축전이나 뭐 그런 걸 보내달라고 하더구나."

 "아핫☆ 알겠는거야! 에, 그러니까.. 미키를 좋아해주는 한국의 팬 여러분들, 미키는.. 으음.."

 "..주먹밥.."

 갑자기 입에서 새어나온 주먹밥이라는 한 마디.

 "..허니? 주먹밥이라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혹시 미키한테 주먹밥 사주는 거야?"

 눈을 반짝반짝하는 미키,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대로 물어보기로 했다.

 "미키, 혹시 옛날 사무소와 주먹밥, 이 두 가지로 중요한 일이 있지..아니, 아니다. 못 들은 걸로 해줘."

 "..역시 오늘 허니는 좀 이상한 거야.. 정말로 어디 아픈 건 아니지? 허니는 좀 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겠군, 마침 오늘은 일도 별로 없고 휴가도 쌓였으니 반차내고 쉬어볼까.."


 결정되었으면 행동은 빨라야 한다. 어떻게든 따라오려는 미키를 잘 구슬려서 떼어놓고 프로듀서는 계단에서 복도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옆을 보니 다른 아이돌 하나가 엘리베이터를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름이..

 "시즈카, 모가미 시즈카에요, 아저씨는 치프 프로듀서님이죠?"

 아저씨라니, 아직 20대인데.. 소소하게 마음에 상처를 받으며 나중에 시즈카의 담당 프로듀서를 어떻게 놀려먹을까, 고민하다 한국 팬사이트 축전 이야기를 시즈카에도 해보았다.

 "한국이요? 아! 그러고보니 저번에 한국 분들이 초청해서 방한했을 때 부산에서 어묵으로 만든 우동이.."

 ..어느새 축전은 온데간데없고 우동으로 주제가 바뀌었다.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며 그렇네 맛있네 별로네 대꾸를 하다보니 어느새 엘리베이터가 다가왔다. 프로듀서는 올라갈 생각이고 시즈카는 내려갈 것이므로 프로듀서 혼자 먼저 탔다. 문득 타카네가 생각났다. 타카네도 언제나 라멘 라멘 라멘..

 "제가 그리 라아멘만 생각하고 사는 것은 아니옵니다, 귀하.."

 "으헷?! 너,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튀어나오다니, 저는 아까부터 여기 있었사옵니다만.."

 "거, 거짓말.. 분명히 시즈카랑 이야기할때만 해도 빈 엘리베이터였는데.."

 "후훗, 귀하가 잘못 보신 것이겠지요.. 그나저나 귀하는 이렇게 크게 놀래켜야만 옛날 말투가 나오는군요."

 "뭐? 뭐, 그건 그렇군. 오랜만이구나, 타카네."

 "오랜만이옵니다. 그래서, 한-국의 축전입니까."

 "그렇다. 일단 각자 한두 문장씩 축전 보내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 뿐이옵니까?"

 "..아니, 추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지, 당장은 수백 명을 일정조정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중인데."

 "그렇사옵니까.."


 타카네는 몇마디 더 한 뒤 다시 스리슬쩍 사라졌다. 그녀는 프로듀서의 말투가 바뀌었다는 투의 말을 했지만, 프로듀서가 생각하기에 바뀐 것은 그의 말투만이 아니었다. 옛날에 비해 타카네의 성격또한 크게 바뀌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프로젝트 페어..

 프로듀서의 의식은 거기서 끊어졌다.


 "모르는 천장이다.."

 정신차려보니 보이는 것은 새하얀 천장. 상반신을 일으키려 하자..

 "와왓! 깨어나셨군요, 프로듀서 씨!"

 "프로듀서, 걱정했잖아요.."

 "프로듀서 씨이..."

 "자신, 엄청 걱정했다고.."

 주변에서 아이돌들이 소란스럽게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본인 담당의 13명이었다. 정신을 차린 프로듀서가 침대 옆 탁자의 물을 한 컵 들이마셨다. 리츠코가 말했다.

 "어떻게 된 건가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갑자기 쓰러지시다니!"

 "음, 응? 그러고보니 사장실에 휴가 내러 엘리베이터를 타던 중이었지.. 발견한 건 시즈카인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멀쩡하게 올라갔던 사람이 쓰러져있었다니, 많이 놀랐겠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가요? 프로듀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쓰러지셨다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엘리베이터에 타서 타카네랑 이야기하기까지 했는데."

 "하아? 타카네는 방금 전까지 교토에서 '라멘기행-교토편'을 촬영하다 방금 비행기편으로 날아왔는데 무슨 소릴 하시는 건가요?"

 "너야말로 뭐라는 거야, 내 말투가 어떻느니, 이야기했잖아, 안 그래, 타카네?"

 "귀하.. 저는 분명히 방금 전에 교토에서 비행기로 왔사옵니다.."

 "뭐?"


 머리가 지끈거린다. 잠시 생각한 뒤 리츠코한테 다시 물었다.

 "리츠코, 시즈카한테는 내가 무슨 이야길 하고 있었지?"

 "그게, 갑자기 이름을 물어보시더니 그 다음에는 뜬금없이 한국의 팬사이트가 어쩌구.."

 "그, 그렇지.. 그러고보니 한국 팬사이트 개장 1000일 기념 축전은 어떻게 되었어? 미키, 아까전에 이야기했던 것, 생각해봤어?"

 "하아? 허니, 아까 전이라니, 언제 말하는 거야?"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 계단에서 말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미키는 방금 전까지 '오니기리기행-센다이편'을 촬영하다 방금 비행기편으로 날아왔는데? 그것보다 1000일 기념이라니, 이상한거야.."

 "헤?"

 "미키들, 데뷔한지 이제 2년 반이잖아? 그런데 어째서 개장한지 1000일 된 팬사이트가 있는 거야?"

 "..뭐?"


 프로듀서가 멍해 있는 사이 거기에 대답한 것은 아즈사였다.

 "어머어머.. 961에서 활동했던 기간까지 합치면 미키도 3년 되지 않니? 그 전에도 연습생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우리들은 그 전부터 765의 아이돌이었고. 아마 그 시절부터 있었던 팬사이트가

아닐까?"

 "961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아즈사 씨, 그게 무슨 말인가요?"

 미키와 리츠코가 동시에 아즈사한테 물었다.

 "어머, 기억 안 나시나요? 사장님이 미키의 주먹밥을 함부로 먹어버려서 미키가 홧김에 961로 이전해버린 사건. 1년동안 961에 있다가 타카네, 히비키와 같이 다시 이적해왔잖아요."

 "자신! 기억 난다고.. 계속 가족들 밥을 뺏어먹어서 이누미가 가출해서 프로듀서랑 같이 찾으러 나간다거나.. 그러고보니 야요이한테 도시락을 받아먹거나 하루카를 찾으러 같이 나갔던 적도 있다고!"

 "영문을 모르겠사옵니다.."

 "우? 히비키 씨한테 도시락을 주었던가요?"

 "히비키 쨩,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갸-앗!"

 평소 이상으로 반응하며 뭉크의 절규마냥 괴상한 오버액션을 취하는 히비키를 보며 프로듀서는 다시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문득 무언가가 생각났다.

 "프로젝트 페어리"

 "아, 그래, 그거라구, 프로듀서! 자신, 미키랑 타카네랑 그 이름으로 961에서 활동하다 2년 전에 여기로 이적해온 거라고! 야요이, 그 때 자신이 아이돌 얼티메이트에서 야요이한테 졌잖아?"

 "우? 아이돌 얼티메이트라니 그게 뭔가요? 이오리쨩, 그런 대회, 들어본 적 있어?"

 "아이돌 얼티메이트라고? 그럴리가.. 2년 전이라면 봄에 류구코마치를 결성할 때쯤인데, 류구코마치를 결성한 이유도 어떻게든 사무소 인지도를 높여보려 한 것이잖아, 아이돌 얼티메이트 같은 엄청난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면 류구코마치는 결성되지 않았겠지!"

 점점 혼란에 빠지기 시작하는 아이돌들 중 아미가 곧이어 물었다.

 "류구코마치? 응후후.. 이오링의 비밀이 하나 더 늘었다궁!"

 "하아? 너도 류구코마치였잖아, 아미."

 "에에?! 마미, 어느샌가 아미, 수산물협동조합같은 수상한 조직의 일원이 되어버렸어!"

 "그거 큰일이네, 어쩌면 아미, 미쿠한테 생선요리 100선 같은 걸 먹이지 못하면 아이코와 함께 콘크리트에 파묻혀 도쿄 앞바다에 던져질지도!"

 "..마미.. 그거 아이코가 들으면 분명히 화내? 것보다 수협이 어째서 야쿠자같은 게 되어있는데.."

 "하읏"

 "잠깐, 아미, 정말로 기억 못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렇다구-, 류구코마치라니, 아미는 처음 듣는 소리야!"

 "마미도!"

 그 때, 가만히 있던 치하야가 말했다.

 "아미, 장난은 그만 치도록 해. 것보다 이오리, 류구코마치가 결성된 건 2년 전 봄이 아니라 1년 반 전 여름이지 않아? 유키호의 고향마을에서 첫 라이브를 성공한 이후에 결성했던 거잖아."

 "무슨 소리야? 류구코마치는 분명히 봄에.."

 "아니, 여름이었어, 이오리."

 그 때, 뜬금없이 미키가 끼어들었다.

 "류구코마치? 미키는 기억나지 않는거야.. 아후우.."

 "뭐? 미키 너, 프로듀서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류구코마치에 들지 못했다면서 프로덕션을 잠깐 나가기까지 했던 주제에, 기억나질 않는다니.."

 "무?! 미키, 그런 적 없는거야! 리츠코..""리츠코 씨!""..씨는 없는 말을 지어내면 안 되는 거야!"

 "어, 어라, 미키 쨩, 그 때, 프로듀서 바보! 같은 문자도 보냈잖아."

 "그런 적 없는거야! 하루카도 이상한 소리 하지 말란거야!"

 "에, 에엣.."

 "다들 너무한 거야! 미키는 처음부터 쭈욱 765프로에 있었는데.. 961프로니 류구코마치니 이상한 소리나 하고, 너무한거야.."

 약간 울먹이는 미키를 보며 다들 조용해졌다. 프로듀서가 입을 열었다.


 "미키, 몇 가지만 질문해봐도 될까?"

 "..허니?"

 "미키, 너, 혹시 1년 반 전쯤에 염색풀고 단발로 헤어스타일 바꿨었어?"

 "..! 허니! 기억하고 있는 거야! 맞는거야, 그때 미키는 염색 풀고 단발로 바뀌었던 거야!"

 "..그때 사진 있어?"

 "허니랑 같이 찍은 스티커사진이.. 이거인 거야!"

 "..좋아, 날짜도 찍혀있네. 잠깐만 기다려라, 너희들, 혹시 그 때, 미키가 찍힌 사진 들고있어?"

 "폰 안에 저장해놓은 것들이 있네요."

 "저도요, 프로듀서 씨!"

 "저도.."

 "자신도 있다고!"

 몇 명이 대답했다. 프로듀서는 그들 모두에게 미키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리고 미키한테도 그 당시의 사진들을 보여달라고 했다.


 결과는.. 이상한 것이었다. 갈색 단발의 미키 사진이 있었다. 765프로에서 다른 아이들과 찍은 금발의 미키 사진이 있었다. 961프로에서 타카네, 히비키와 찍은 금발의 미키 사진이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말도 안 돼.. 이럴 리가.."

 "금발머리야 가발이라고 쳐도, 어째서 961프로에서의 사진이.."

 프로듀서가 혼란한 아이돌들을 보며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라, 앨범을 가져오지."

 프로듀서는 일어서서 당시 앨범을 가지러 프로덕션 창고로 갔다. 마침 프로덕션 휴게소와 창고는 거의 붙어 있었기 때문에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프로듀서는 2년 전 시기의 앨범을 찾아보았다. 이내 한 권을 찾아내었다. 그런데 프로듀서는 그것을 바로 들고가지 않았다. 대신 그 앨범을 문 밖에 기대어놓고 문을 닫았다. '앨범을 찾았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프로듀서는 다시 앨범을 찾기 시작했다. 곧이어 시기가 대부분 겹치는 다른 앨범이 나왔다. 프로듀서는 한 번 더 그 행동을 반복했다. 또 그 시기의 앨범이 나왔다.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 앨범을 더 찾을 수 없을 때까지 프로듀서는 그것을 반복했다. 문 밖에 대부분의 시기가 겹치는 2년 전 앨범 몇 권이 나왔다. 프로듀서는 그것들을 들고 휴게소로 돌아갔다.

 "프로듀서, 그것은.."

 "대략 2년 전에서 1년 전 앨범들이다."

 "!!"


 앨범의 내용들은 서로 모순되었고.. 그와 동시에 각각이 조작된 것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었으며 각각 몇 명의 기억에 서로 부합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러니까, 이 것도 사실, 저 것도 사실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잠깐, 잠깐만 기다려라."

 또다시 왁자지껄해지려는 아이돌들을 제지하며 프로듀서가 나섰다.

 "후우. 좋아, 일단 나는 이 앨범들 모두의 기록을 다 가지고 있다."

 "무슨 소리인가요, 프로듀서?"

 "간단하게, 미키를 예로 들자면 2년 전, 갈색 단발이 된 미키와 사장님이 주먹밥을 훔쳐먹어서 961로 가 프로젝트 페어리를 결성한 미키,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미키에 대한 기억 모두가 있다는 말이다."

 "허니?"

 "게다가, 내가 765에 몇 번 입사했지?"

 "당연히 한 번이잖아요, 퇴사하거나 잘리셨다가 다시 들어오시지는 않으셨으니."

 "아니, 아니야.. 적어도 3번, 아니 4번인가? 시간순서대로 나열하면 3년하고 얼마 전, 유키호, 하루카, 야요이, 아즈사, 치하야, 이오리, 마코토, 아미, 마미, 그리고 리츠코, 이렇게만 있었을 때 한 번, 그리고 대략 2년 반 전, 거기에 미키까지 있었을 때 한 번, 아니 두 번. 또, 2년 전 류구코마치가 결성된 직후에 한 번, 그리고 그보다 약간 뒤, 류구코마치가 결성되기 전 카메라맨으로 위장해서 취재하는 척 입사했던 적이 한 번, 그리고 대략 1년 전쯤에 입사한 기억도 있군, 이런, 4번보다 많구만."

 "프로듀서? 어디 아프신 것 아닌가요?"

 "아니, 난 정상이다. 먼저 10명만 있었을 때 입사했다..를 기억하는 건.."

 "프로듀서 씨! 아케마스에요, 아케마스! ..어라? 아케마스가 뭔가요?"

 "하루카..뿐인가? 그렇다면 11명이 있었을 때는.."

 "허니! 미키 기억은 그 때인거야!"

 "저도 그 때네요.."

 ...


 결과, 심지어 각각 프로듀서의 입사시기를 다 다르게 기억한다는 것까지 밝혀지자 휴게실은 이내 조용해졌다.

 "..어떻게 된 거죠, 프로듀서?"

 "나라고 알겠냐?"

 "..."

 다시 침묵이 이어지려고 하는 그 때.


 "우갸! 자신 엄청나게 걱정했다고!"

 "허니-! 괜찮은거야!?"

 "프로듀서 씨! 기절하셨다면서요!"

 "우엥.. 프로듀서 씨-!"

 갑자기 휴게실 문을 거칠게 여는 소리가 들리며 히비키, 미키, 하루카, 유키호가 쳐들어왔다. 문제는..


 "에엣? 내가 한 명 더?!"

 "자신도 또 있다고!"

 "미키도인거야?!"

 "히익!"

 이미 휴게실 안에 그 네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곧이어 다른 아이돌들과 똑같은 아이돌들도 달려왔다. 상황은 미쳐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에엣?! 아미는 사실 6쌍둥이였던.. 앗?! 저 쪽에 또 아미와 마미가 달려오고 있어?!"

 "우?! 제가 여러명이에요-"


 각각 서로 놀라워하거나, 잡담하거나, 말싸움하거나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하루카와 닮은 작은 꼬마가 실수로 화장실 샤워기에서 틀어져나온 물에 맞아 무한증식하기 시작하자 휴게실은 더없는 혼돈의 카오스가 되었다. 얼이 빠진 프로듀서가 휴게실 창밖을 보자 거기에는 운석이라도 부술 듯한 거대한 로봇이..

 "이제 그만!"

 어떤 리츠코였을까, 리츠코들 중 한 명이 크게 소리질렀다. 모두가 멈췄다.

 "지금 말싸움해봤자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야! 말싸움은 그만두고, 프로듀서 씨! 그보다 당장 해야할 일이 있나요?"

 "어, 어음.."

 "뭐라도 좋으니까 빨리!"

 "어, 그게.. 그러니까 그, 한국 팬사이트에서 1000일 기념으로 축전을 보내달라는 말이 왔는데.."

 "바로 그거에요! 전원! 지금부터 앉아서 한국의 팬들에게 보낼 축전을 써! 종이랑 펜은 가져다줄테니! 그리고 지금 이후의 오늘, 내일, 그리고 모레 일정은 취소야! 하아.. 뒷감당을 어찌해야 하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네."

 "에엣?! 사장님?!"

 그리고 갑자기 사장이 나타났다. 그런데..

 "거기다가 사장님이 둘?!"

 "둘? 허헛, 그러고보니 둘이군. 소개하지, 제군. 이쪽은 내 사촌형인 타카기 쥰이치로라고 한다네."

 "이쪽은 내 사촌동생인 타카기 쥰지로다."

 "말도 안 돼! 쥰이치로 사장님은 분명히 돌아가셨을 텐데!"

 "사실이네, 여기 있는 형 말고 다른 형은 돌아가셨다네."

 "사장님은 쥰이치로라는 이름을 가진 사촌형이 둘이셨나요?"

 "아니, 하날세."

 "????"

 머리를 부여잡고 헷갈려하는 표정의 야요이 중 한 명을 내버려두고 사장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렇지만 일단은 축전부터 써야하지 않겠나? 나도 쓰도록 하지, 코토리 것은 이미 받아놓았으니 자네도 쓰도록 하게."

 "저 말입니까? 하지만 아이돌도 아니고 프로듀서인 제가 어째서.."

 "한국에는 자네 팬들도 많거든. 프로듀서 말고 사장인 나한테도 따로 메일이 날아왔는데, 첨부파일은 보았나?"

 "아뇨, 아직.."

 "보게! 이것은 자네의 팬이 쓴 소설이야.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자네가 주인공인 RPF가 흥하는 것 같더군"

 "어디보자.. 그러니까.. 대충 내용이.. 프로듀서와 아이돌간의 금단의 사랑?"

 "허니! 보나마나 허니와 미키의 알콩달콩 연애물인 거야!"

 "자신이랑도 있을 거라고!"

 "하아, 확실히, 한국 쪽은 아이돌을 연애대상보다는 예술가로 본다지만 설마 이런 게 나올줄은.. 그러니까 그 아이돌은.. 오니가시마 라세츠라니 읽겠냐아아아!!!!"

 프로듀서가 더블 바이셉스를 시전하며 사장의 스마트폰을 내던졌다. 다만, 완전히 이성을 잃은 것은 아니므로 살포시 몸을 180도 돌려 침대에다 정확히 꽃히게 해 스마트폰이 박살나는 것은 방지했다.

 "허허, 아마가세 군 말고 나나 961프로의 쿠로이도 있다네."

 "전부 남자잖습니까아아!!! 난 이성애자라고, 으아아!!"

 "쿠로쨩(풋)"

 "으아아악! 하지 마십시오, 제발!!!"

 "..허니.."

 "우? 프로듀서 씨는 동성애자인가요?"

 "아냐, 아니야, 야요이! 난 동성애자가 아니야!"

 "그 대사는 이 소설에도 있었지, 결말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876프로의 료군과 이어지는 것이었네만"

 "에엣?! 료쨩이 남자?"

 "음? 몰랐나? 알아두게."

 "에에에엣?!"

 몇 명이 경악하는 동안 덤블링을 하거나 네발들고 엎드리거나 목을 고간에 갖다대거나 하는 여러가지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취하던 프로듀서가 갑자기 정색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돌들한테 말했다.

 "좋다, 나도 축전을 써주도록 하지."

 "프로듀서 씨.."

 "마코토, 꺄삐삐삐삐는 안 된다."

 "뭣?! 아직 펜도 안 잡았다구요, 전!"

 "그리고 난 오늘부로 퇴사다."

 "에엣?! 농담이시죠?!"

 "허니! 그런 말은 하면 안 되는 거야!"

 "..농담이다."

 아무튼 집 대출이 아직 27년이나 남아있는 것이다. 이 프로듀서, 은근히 이성적이다. 그리고 765 원년멤버에서 날아온 수백 통의 축전을 시작으로 한국의 팬사이트, 그리고 일본 연예계, 별로 상관은 없지만 부산의 어묵우동 판매소는 대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그건 나중의 이야기.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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