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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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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2, 2015 00:35에 작성됨.

소녀들의 열정에 취해 함성을 지르는 사내들과 여인들.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귀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소녀들의 열정을 부추겼다.

"오늘의 메인 라이브야! 죠가사키 미카!"

다시 한 번 함성이 울려퍼졌다.

아아, 오늘도 굉장하구나.

마유는 광명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빛나는 스테이지와는 대조적으로 검은 백스테이지에 서서 함성의 원인인 소녀를 바라본다.

이미 자신의 차례는 끝났다. 충분히 빛내고 왔다. 그렇게 생각한 마유는 몸을 돌려 움직였다. 어디에서 많이 말하던 말로 이제 마법이 풀릴 시간이니까.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 귀여운 의상에서 평소 즐겨입던 옷으로 갈아입은 마유. 그녀는 눈을 감으며 불과 몇 분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향해 봐주었던 이들을 떠올린다. 자신을 봐 준 이들. 사랑해준 이들. 정말로 감사했다. 덕분에 나는 빛났으니까.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을까.

"마유, 수고했어."

아무리 그들이 사랑을 주어도 그녀는 보답할 수 없다는... 아니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를 부르는 소리다. 누구의 비수를 꽂을 생각은 여기서 그만두도록 하자. 반가운 소리에 마유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정말로 뒷풀이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겠어?"

어두워진 하늘을 가르는 가로등 빛이 흑백의 무늬를 만들며 운전하는 프로듀서의 눈을 괴롭힌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는 아무런 지장 없이 운전하며 마유를 에스코트하고 있었다.

"네, 모두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많이 지쳐서요."

그야 거기에 참석하게 되면 당신은 가버릴테니까.

1초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다. 그녀가 뒷풀이에 참 여한다면 프로듀서의 입장인 그는 먼저 가버릴 터였다. 그랬더라면 마유가 지금처럼 그의 에스코트를 받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남들이 안다면 하찮은 이유가 될테지만 마유에게는 그 어느 것보다도 소중한 욕심이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잖아.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모두 이해해 줄 거야."

그녀의 속내도 모른 채 프로듀서는 마유를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뒷 좌석과 앞좌석의 위치 차이 때문에 그는 보지 못했지만 마유는 살짝 욕망에 비틀려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얼마나 '나'에게 상냥한 이인가. 기쁘다.

"모두 그래줄 거에요. 감사하게도."

모두의 자리에 참여하지 못한 못난 자신을 용서해주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속으로 사과를 건넸다.

그 뒤로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프로듀서는 피곤-그렇게 알고 있는- 마유를 위해, 마유는 잠시 생각할 것이 있기에.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프로듀서에 대한 나의 사랑을 보여주자.

"프로듀서?"

"응, 왜 마유?"

그러기 위해 그녀는 침묵을 깨트렸다.

"사람의 신체 중에서 가장 약한 부위는 어디일까요?"

그와 나는 연결되어있다. 그러기에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곳.

"글쎄, 넌센스 퀴즈가 아니라면 역시 급소가 아닐까?"

장난에 소질이 없는 프로듀서는 상식적인 대답을 한다. 하지만 상식적인 것을 마유는 바랄 리 없었다. 마유는 입으로 부저음 흉내를 하면서 정답인 부위를 내밀었다.

"답은 새끼손가락이랍니다."

"에? 의외네."

인간이 가장 많이 쓰는 부위라면 손과 발이지 않은가.

"이 새끼손가락은 정말로, 정말로 약해서 남에게 의지하는 곳이라고 해요. 모두 약속을 할 때 서로 새끼손가락을 내걸잖아요? 혼자서는 약해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혼자서는 지키지 못하는 것들을 남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것이래요."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몰랐는걸."

신기한 표정으로 핸들을 놓지 않으면서 새끼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는 프로듀서의 모습에 마유는 비웃는 것이 아닌 그저 웃음을 지었다.

그야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마유가 지어낸 것이니까.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을 남이 알 리가 없잖은가.

"프로듀서?"

그녀가 말함과 동시에 신호등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시선은 새끼손가락에 가있음에도 이를 놓지지 않은 프로듀서는 차를 정지시켰다.

"왜 그래, 마유?"

신호가 막 바뀌었기에 여유가 생긴 프로듀서가 뒤를 돌아보면서 마유에게 묻는다.

좋은 타이밍이다. 이걸로 나는 그와....

"저와 약속해 주지 않겠어요?"

마유의 새끼손가락이 앞좌석으로 향했다.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이 흔들거리며 '짝'을 찾고 있었다.

"계속,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제 곁에 있어주시겠어요? 마유는, 약한 아이니까 프로듀서께 기대고 싶어요."

"하하, 마유가 얼마나 강한데. 자신감을 가져도 좋아. 오히려 일에 치여 살아가는데 바쁜 내가 너에게 기대고 싶은 정도인걸."

프로듀서는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웃었다. 그러더니 몇 초 지나지 않아 그는 부드러운 얼굴로 마유에게 말했다.

"하지만 마유도 소녀니까. 네가 강하다고 해서 내가 모른 척 해서는 남자라고 할 수 없겠지? 약속할게. 못미더운 나라도 기댈 수 있다면 언제든 내게 와줘."

그래, 나는 이걸 바랬다.

"네."

손가락은 서로 얽혔다. 신호등의 붉은 빛이 스포트라이트처럼 손가락을 빛추었다. 운명으로 얽힌 붉은 실처럼. 지금의 모든 것이 마유에게는 완벽했다. 프로듀서는 그녀와 언제든지 함께 있어줄거란 약속을 걸었다. 그녀가 바라는 사랑의 형태를 이루었다.

아아, 계속해서 같은 생각밖에 나지 않아.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 잊을 리가 없어.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황홀경 자체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서로 사랑하는 이들의 인연을 붉은 실로 이어져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실이 이어진 곳은 새끼 손가락.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그러기에 내 마음껏 지어낼 수 있었다.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관계에서 필요한 신뢰를 내세워서.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였고 그는 이제 영원히 내 곁에 있어주겠지. 그가 잊어버린다해도 상관없어. 내가 평생, 그의 곁에 있을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있는 동안, 죽어서도 소중히 간직해야 할 새끼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기쁘다. 정말로 기뻐서 그 때의 프로듀서의 모습이 내 앞에 나타났다. 환영이란 걸 알고 있지만....다시 한번 더... 한번 더..!

나는 그의 앞에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의 손도 가까이 다가온다.

-손가락은 뱀이 먹이를 덮치듯이. 한순간에, 그 뒤는 조금씩 조금씩 힘을 더해온다.

나도 모르게 아윽, 소리를 내고 말았다. 강제로 뼈를 꺾으려는 고통이 이러한걸까. 그의 손인데 어째서...!

-어째서 우리들은 봐주지 않는거야.

-그 자식보다 내가 더 마유를 더 좋아하는데.

내 손가락을 덮친 것은 프로듀서가 아니었다. 많이 들은 목소리들이지만, 그 정체는 모르는 이들. 사쿠마 마유의 팬.

-어째서 일방통행적인 사랑일 뿐인거야.

-우리를 선택해줘, 마유.

손가락이 조이는 것보다 더 아프고 비수를 찌르 말들이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을까. 요즘 시대에서 아이돌에 열광하는 것이. 자신을 위로해주니까. 경험해 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니까. 사랑받지 못하는 누구라도 아이돌 앞에서는 사랑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왜 아이돌을 하고 있더라?

 


"허억!"

숨이 멈춘듯한 소리와 함께 마유가 벌떡 일어났다. 주변에는 누구도 없다. 그저 식은 땀을 흘리며 생사의 경계라도 오갔는지 창백한 피부의 그녀 뿐이었다.

"꿈..이구나."

손가락이 자신을 조였던 것도, 좀비와도 같은 울음소리를 들었던 것도. 전부 꿈이었다. 그 증거로 그녀는 지금 기숙사 침대에 누워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을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꿈은 흔히 현실의 반대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 꿈은 자신의 현실과 다른 것이 없기 때문에. 거센 숨소리만이 마유의 방에서 멤돌았다.

 


"마유! 좋은 소식이 있어."

밝은 표정의 프로듀서가 손을 흔들며 복도에서 뛰어온다. 엄연히 프로덕션의 안인데도 바쁜 듯이 뛰어오는 것이 필시 좋은 일이 있으리라.

"단독 라이브야!"

단체 라이브가 끝난지 겨우 하루다. 그런데 또 라이브라니? 하지만 노래할 수 있다. 춤출 수 있다.

....모든 것은 그를 위해서.

"무슨 일 있어? 살짝 표정이 좋지 않은데?"

그가 날카로운 것일까, 그녀가 심하게 감정을 드러낸 것이었을까. 어느 쪽인지도 생각하지 못한 채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음, 마유는 철저한 아이니까 의심은 하지 않지만 만일 아프다면 걱정하게 되잖아. 조심해줘."

그렇다면 매일 아파야겠네요. 자신이 그의 근심거리가 되어야 한다니, 그럴 수는 없다. 그녀는 그렇게 일부러 농담을 건넸다.

"하하, 그럼 마유를 믿고 일 이야기로 돌아갈게. 마유는 데뷔한지 꽤 되었잖아. 그리고 너의 모습에 팬들도 많아졌고."

순간적이지만, 억지로라도 웃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무너졌으나 이내 '연기'의 표정을 되찾았다.

"전부 마유가 해낸 일이잖아. 오랜 시간을 거쳐 일궈낸 땅이니까 네가 거둘 차례가 왔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라이브를 잡았는데.... 역시 라이브 이후에 바로 강행하는건 힘들겠지. 그래서 레슨은 3일 뒤부터...."

프로듀서의 말을 검지손가락으로 끊는 마유.

"내일부터라도 마유는 힘낼 수 있어요."

차라리 잊을만한 것을 하자. 몸을 혹사라도 시킨다면 이런 악몽, 아니 갈등따위 금방 잊어버리겠지. 그렇게 생각한 마유였다.

"그래도 되겠어?"

"네."

지금을 잊을수만 있다면.

 


레슨은 순조로웠다. 신곡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몇 번 반복하기만 하면 축적된 채로 잠들어있는 신체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난이도는 떨어졌는데.... 그 탓에 이성에 다시 소용돌이를 불러 일으켰다.

언제부터 아이돌을 시작했을까. 날짜는 정확하게 기억난다. 그 날 나는 프로듀서를 만났으니까. 하지만 지금 말하고 싶은 '아이돌'이란 다르다. 처음 이 프로덕션에 들어와 아이돌을 시작했을 때 목표는 확고했다.

-프로듀서와 이어지는 것.

첫눈에 반했다? 라는 표현으로는 모자랐다. 그것은 운명이다고. 그를 만나고 가슴에서 명령하는 첫 감정이었다.

이 감정을 가진 이후 나는 그를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내가 노래하는 것은 그의 실적을 위해. 춤을 추는 것은 그의 웃음을 위해. 미소를 짓는 것은 그가 나를 봐주니까. 철저히 그에 의한 아이돌. 팬들에게 사랑을 준 것이 아니라 그를 위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준 것일 뿐.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들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분명히 팬의 수와 호응도를 그의 만족도라 비유했을때 이를 높이는 법을 생각한 이후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스테이지를 빛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른 이들처럼 사람을 이끌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팬들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즉, 프로듀서 뿐이던 아이돌 세계에, 그들이 자리잡았다.

프로듀서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도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니까. 다만, 아이돌로서의 의식이 생겨버렸다고 해야겠지. 남들은 데뷔 초기에 이런 긴장을 가진다는데, 이제서야 이런 기분을 갖는구나. 후후, 조금 우습네. 이는 죄책감이리라. 이는 프로의식이리라. 뒤늦게 깨달은 어리석음이리라.

아아, 나는 팬들을 버리고 그의 사랑을 선택했다. 후회는 없다. 행복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의 사랑을 선택함으로 인해 느껴지는 버림받은 자들의 시선이 무서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은 라이브에 집중하자. 스테이지를 망칠 수는 없잖아. 결국에는 이렇게 모호한 결정만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 라이브의 당일이 되었다. 그녀에게는 그저 빠르게 지나갔을 뿐 부족하지는 않았다. 언제라도 노래하고 춤출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좋은 컨디션이라고 할 수 없었다.

"마유."

"...네?"

프로듀서가 마유를 불렀다. 안개처럼 흐린 의식을 겨우 붙잡으면서 그녀는 대답했다.

"역시 무리한거야?"

겨우 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꼬리가 잡힐 줄이야. 그녀는 자신을 질책했다.

"절대 무리하지 말자고 했잖아. 그것도 오늘은 라이브 당일인걸."ㅊㅊㅋㅋㅋ

아무리 프로라 한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오히려 프로기에 아마추어의 것보다 나올 수 없다.

"...죄송해요."
그러나 그녀의 몸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신체 관리만큼은 철저히 할 수 있으니. 그러나 그녀의 정신적인 문제가 모든 것을 갉아먹고 있었다.

"...라이브가 긴장되었던 모양이구나."

라이브가 무섭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테이지 앞의 팬들이...

"내게, 팬들에게 기댔어야지."

팬이라는 단어에 마유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들의 사랑을 감당할 수 없어 그녀의 걱정이 생겨나고 키워진 것인데, 그들에게 기대라니?

"팬 1호가 실망할거야."

팬 1호? 그녀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이며, 그저 프로듀서인 그가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그 팬은 너의 모습을 좋아하고 있어. 네가 위에서 웃으며 짓는 사랑스러운 표정도, 스포트라이트에 빛추어져 결정처럼 흩날리는 너의 땀과 노력도. 그런데 네가 힘든 모습을 보여주면 그 사람도 힘들거야."

"그 팬이란건..."

겨우 일개 팬의 마음을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으리라. 그것은 아이돌의 모든 것을, 팬도 포함하여 관리해야 하는 프로듀서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나야. 자신이 맡은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고서야 프로듀서라고 할 수 있겠어?"

마유는 무언가에 얻어맞은 기분과 함께 머릿 속으로 상쾌해지는 기분이 한꺼번에 물 밀려 들어오듯이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제가... 팬들을 향해, 웃고 있었나요?"

프로듀서가 팬이었다? 그 생각은 그녀로서는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이야.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너를 좋아할 이유는 없을거야."

프로듀서는 싱긋 웃었다.

"너는 그들을 위해 빛나고 있어."

여태껏 그 만을 위한 사랑인줄 알았다. 그들을 무시해온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팬이었다. 그에게 바치는 사랑은 팬들에게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결코 그녀가 그들을 버리던 것이 아니었다.

"혹시 몸을 무리한 게 아니라 그 걱정을 하고 있었어? 팬들을 생각해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정확한 지적이었다.

"너의 모습을 보여줘. 내가 믿는 너의 모습을 보여주면 나도 그들도 행복해 할거야."

프로듀서의 시선이 아닌 팬으로서의 시선으로 말했다. 그녀에게는 이것이 얼마나 달콤한 말이 되는가! 이 말을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사랑과 아이돌. 이제껏 구분지어 왔었다. 누가 봐도 다른 것이었으니까. 마유의 세계에서 또한 이는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마유는 팬을 위해 노래한다. 팬들은 행복해 하고 그녀는 즐거움을 느낀다. 그녀가 즐거워하는 것에 프로듀서는 보람을 느끼고 그에 마유는 행복감을 가진다.

이어지지 않을 것 같던 것들이,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었다.

"네!"

며칠간 그녀를 괴롭히던 것은 이제 잊혀질 것으로 바뀌었다. 그에 정신을 갉아먹던 것도, 텅 비어있던 의식도 제 상태로 돌아온 마유.

"새끼손가락, 기억하지? 다시 약속하자. 앞으로는 혼자 고민하거나 떠안으려 하지 않기."

그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악몽 때처럼 잡는 순간 자신을 부숴버리는 게 아닐까. 잠시 그렇게 생각한 마유였지만 이내 곧 손가락을 엮였다.

"그리고 이건 팬과 마유의 몫. 1호니까 괜찮지?"

그리고 그는 엄지손가락만을 피고는 모든 손가락을 접었다. 이른 바 '도장찍기'라는 것이었다.

"새끼손가락만이 엮이면 약하니까 이렇게 하면 더 강하게 약속해지는 걸로, 어때?"

엄지 손가락. 새끼 손가락은 그녀와 프로듀서. 그리고 새로운 손가락이 생겨났다. 그녀의 세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 이제는 자신과 연결될 이들.

"네....!"

약하니까 새끼손가락은 서로를 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약하기에, 다른 손가락을 빌린다. 이어지고 이어져, 드디어 강한 결속이 되는 것이다.

"프로듀서, 덕분에 마유는 최선을 다 할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간다면 어두웠던 악몽이 아니라 밝은 스테이지가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가입 후 처음 쓰는 글입니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지만 이제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짬도 나지 않네요ㅠ. 데레애니에서 마유의 얀데레 성분이 빠져나간 것 같이에 이런 글을 써봅니다. 순애(?)적인 소녀로서가 아닌 아이돌로서 성장하는 마유의 모습입니다만, 딱히 그런 감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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