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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라기 치하야씨에게, 이름 없는 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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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3, 2015 19:05에 작성됨.

-키사라기 치하야씨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의 수많은 팬들 중 한 사람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편지를 보내서 제 편지 따위는 묻혀버릴 게 틀림없겠지만, 보내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편지를 써봅니다. 글 재주가 없어서 잘 쓸 수 있을 지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어차피 읽히지도 않을 테니 쓸데 없는 걱정이겠지요. 뭐부터 써볼까요. 아, 저에 대한 소개부터 시작해볼까요. 저는 특별할 것도 없는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저 같은 사람을 찾는다하면 너무 많아서 찾는 의미도 없을 정도로 평범한 사람. 일어나서 밥을 먹고 일을 다니며 퇴근하고는 잠을 자는, 일정한 일과를 쳇바퀴 굴러가듯 지키는 어디에나 있는 사람. 지금까지의 삶에 딱히 불만족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러워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음 속이 살짝 비어있다고 해야할까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았고, 언제나 묘한 허탈감이 달라붙어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당신의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정말 우연히, 심심해서 이리저리 채널을 바꾸던 도중 나왔던 케이블 음악 채널에서, 무거운 바이올린과 피아노 소리와 함께 당신의 힘찬,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필사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입니다. 전 딱히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한 판단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만, 15세 소녀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가창력이었습니다. 처음 당신의 노래를 들었을 때의 그 느낌, 감정이 지금까지 아주 생생하게 남아있을 정도이니까요. 아마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남들이 들으면 지나친 과장이 아닌가 할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저는 당신의 '팬' 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나오는 TV 프로는 왠만하면 본방사수, 정 안되면 녹화라도 합니다. 주말에 녹화해둔 걸 몰아서 보는 것이 제 사는 낙 중 하나이지요. 요즘 재밌게 보는 건 '생생함까!? Revolution' 입니다. 

 

TV 프로 이외에도 당신이 참여한 영화도 다 봤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역시 '한 없이 의리없는 싸움' 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결투 장면이 정말 인상 깊더군요. '무진합체 키사라기' 도 '잠자는 공주' 도 충분히 재밌게 보았지만, 나이가 있다보니 야쿠자 영화가 좀 더 취향에 맞더라고요.

 

굿즈는 여유가 있는 한 최대한 많이 구매. 흔히 말하는 보존용, 포교용, 장식용이지요. 물론 직접 사용하는 것도 있습니다. 방 벽에는 당신의 포스터가 가득해서 새로 붙일 곳을 찾느라 요즘 고생하고 있네요. 

 

음반이야 당연히 구매하고 언제나 듣고 있습니다. 신곡 '세빙'도 괜찮지만, 요즘에는 '월하제' 라는 곡에 꽃혀서 하루 종일 그것만 듣고 있네요. 들을 때까지 다 듣고나서는 '파랑새'를 들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 다음에는 '잠자는 공주' 가 좋을까요.

 

라이브가 있으면 어떻게든 참여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0.1 초의 차이만으로도 모든 것이 결정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더군요. 그래도 겨우 표를 구한 적이 있는데, 겨우 한 두번 정도인데다가, 그것도 아주 구석 자리이라서 당신을 보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아주 작게 보이는 무대 위의 당신을 바라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당신을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뭐, 그래도 같은 장소에 있어 당신의 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 자체만으로도 눈물이 펑펑 나올 정도로 행복했었지만요.

 

나이 먹고 유치하게 아이돌 팬이냐 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지만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당신을 만난 뒤로는 사는 게 정말 즐거웠으니까요. 네, 과거형.....이지요.

 

즐거웠습니다. 방송을 보고, 노래를 듣고, 사진을 보고, 또 팬 사이트에서 활동을 해보기도 하고. 정말 즐겁고 행복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간사한게 사람 마음이고, 또 사람은 점점 욕심을 부리게 된다는 말이 정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신이 일하는 사무소에도 얼굴을 비춰보고 싶고, 당신이 살고 있는 집에도 초대받고 싶고, 하다못해 잠깐의 악수를 하거나 직접 얼굴을 보고 싸인 받기도 하고 싶지만 무리겠지요. 당신은 저 말고도 수많은 팬들이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무작정 쫒아다닐 수도 없겠지요. 일단 범죄인데다가, 무엇보다 당신이 괴로울테니까요. 그래요, 머리 속으로는 잘 알고 있지요. 이성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 속에 일어나는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네요.

 

그래서 결국 이렇게 편지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말이 편지지 제 속에 있는 걸 아무렇게나 끄집어낸 꼴이 되서 우습긴 합니다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이렇게 끄적여봅니다. 이 편지가 도착할 때 쯤이면 당신의 생일이겠지요. 어차피 읽히지 않겠지만, 이 자리나마 빌어서 당신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태어나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 때 당신에게 나쁜 일이 있었었죠. 그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했었습니다. 과연 돌아오실 수 있을까 걱정되서 잠도 제대로 못 잤었습니다.

 

다행히 그걸 극복하고 다시 돌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하루의 시작은 당신의 노래와 함께하며 하루의 끝도 당신의 노래와 함께합니다.

 

언제나 제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 부탁드립니다. 아, 혹시 힘드시다면 쉬셔도 좋습니다. 저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오래는 쉬지 말아주셨으면.....아, 제 이기심이지만....그래도....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욕심을 부려서 죄송합니다.

 

당신의 노래를 듣고, 당신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웃음 짓고 눈물 짓는 이름 없는 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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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올리는 창작글이네요. 곧 있으면 치하야쨩의 생일! 제 생일날보다도 두근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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