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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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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3, 2014 23:51에 작성됨.

오늘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날 다음날이니까,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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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for you!

 

 

 

 바스락, 하고 문 가까이에 몸을 낮추고 있던 아미가 갑자기 움찔거렸다. 그것으로 우리 모두는 때가 임박했음을 눈치챘다.

 예측은 틀림이 없어서, 불과 2초 후에 문이 스륵 열렸다.

 흠칫하면서도 불이 꺼진 사무소 안으로 오늘의 주인공이 들어왔을 때,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나 형광등 스위치를 꾹 누르면서 소리쳤다.

 “축하합니다~!”
 “와아! 축하합니다!”
 “축하해애-!”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합창하는 인사 속에서, 치하야는 어안이 벙벙한지 멀뚱히 서 있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럼 그렇지. 어제 웬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잠들었는데......”
 “그러면 정말로 화낼 것 같았어.”

 아차, 나는 치하야의 표정을 본 순간 말을 잘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번에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예상이 간다.

 “그러니까 저는 화내지 않는다니까요! 대체, 그 날짜에 무슨 의미가 있어서 다들 저한테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갈 뿐이에요. 보는 사람들마다 축하한다 뭐다, 심지어는 뜬금없이 생일 축하한다는 사람도 있고! 벌써 5개월이나 지났는데. ......설마 이것 때문에 다들 이 시간까지 안 가고 남아있었던 거야?”

 미간을 찌푸린 표정에도, 다들 웃고만 있어서 그런지 치하야는 완전히 마음을 돌린 듯이 모두를 지나쳐 소파에 슉 소리나게 주저앉아 몸을 파묻었다. 자꾸만 냉랭하게 군다면 이 축하의 의미를 치하야가 이미 알고 있다는 확신을 모두가 가져버리고 말 텐데. 그래봐야 심증이 확증이 될 뿐이지만.

 그래도 그나마 종종거리며 쫓아가는 하루카의 얼굴은 난감한 기색이 어려 있는 것이 장난기는 이 가운데서 가장 적을 것이다.

 “치하야도 정말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된다니까......”
 “하루카는, 오늘이야말로 제대로 말해주지 않을래? 내가 대체 뭐를 신경 쓴다는 거야? 솔직히, 전혀 이해가 안 갈 뿐이지 아무것도 신경 안 쓰이는데?”

 정말이지, 스스럼없이 치하야에게 접근할 수 있는 하루카조차도 이렇게 공격적인 태도를 마주하고 있건만, 장난기가 수그러든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하루카, 너무한다니까. 미키도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아핫☆”

 지금 치하야가 짓고 있는 표정은 정말 방송 불가 수준이다. 그 속이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은데도 필사적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애는 정말 어디까지 귀여워질 수 있는 거야? 계속 이 얘기를 그만두지 않는 것을 보면 그 한계를 모두 알고 싶어하는 것이 분명하다. 솔직하지 못한 게 눈에 뻔히 보이는 지금의 귀한 치하야를 기억에 새겨두고 싶은 것이다.

 “그래도 치하야, 너무 예민하게......”
 “마코토? 한 마디만 더 하면, 후회하게 된다고 생각해? 그도 그럴 게, 우리, 동료니까?”

 싱글싱글 웃고 있던 마코토지만, 즉시 좋지 않은 얼굴이 되어 입을 다무는 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치하야의 보기 드문 위협적인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동료라는 단어로부터 자기 자신도 비슷한 입장이라는 걸 깨달아서인 걸까.

 “어머. 진정하렴? 후훗, 우리 모두, 치하야를 정말 좋아해서 그러는 거 알고 있잖니.”
 “아즈사 씨...... 악의가 없을 거란 건 알지만, 어제 오늘 이런 일을 당하니 전 솔직히 울고 싶은 마음이 들 지경이에요.”
 “어머나......”

 아즈사가 치하야를 소파 뒤에서 치하야를 꼭 안아주자, 킥킥 웃던 모든 사람들이 정색을 하고는 다들 뭔가 한 마디씩 하고 싶은 것 같은 얼굴을 했다. 그리고 말을 아끼는 사람들 속에서 히비키만은 정말로 입을 열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보기엔 아즈사가 말해봤자 위로가 될 것 같진 않다구.”
 “그게 무슨 소리일까? 아즈사씨가 말씀하신다는 이유로 딱히 기분이 상할 이유 같은 건 모르겠는데? 나, 이렇게 보여도 지금 정말 위로받고 있는데?”

 어디를 어떻게 봐도 변명같이 들리는데.

 “이렇게 보여도라는 말만큼은 아주 적절하네, 조금은 자기 표정 정도는 관리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어때, 너?”

 아이돌 가운데서도 한 사람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지만, 하필 그게 이오리라서 그런 건지 치하야는 정말로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래...... 웃으면서 이런 일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인 거네, 미나세 씨는! 자기도 비슷한 주제에.”
 “왜 나한테 그러는 거야! 난 그냥 일이 밀려서 방금 도착해서, 솔직히 동참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려든 거라고! 그렇게 다른 사람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야!”
 “뭘 전제로 얘기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콤플렉스 같은 건 없고, 있다 해도 이 일과는 관계없어!”
 “너는 대체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야!”

 이미, 필사적인 치하야의 모습을 보면서 씩씩거리는 이오리를 제외한 모두가 눈이 뒤집어질 정도로 정신없이 웃고 있었다. 아니, 모두는 아니구나.

 “그러니까 이거 하지 말자고 내가 말했잖아. 다들 왜 그래? 치하야가 신경 쓰고 있는 거 알면서.”
 “리츠코는 말을 이상하게 하네! 그러니까 내가 뭘 신경 쓰고 있다는 거야!”
 “넌 나한테까지 그런 태도를 취해서 어쩌자는 거야. 내가 보기엔 여기서 순전히 널 측은히 여기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뭘 측은히 여긴다는 거야! 리츠코 눈에 그렇게나 불쌍한 사람인거네, 나는?”
 “아니, 그러니까...... 하아...... 어떻게 좀 해 보세요, 감당이 안 되잖아요!”

 그렇게 말해도 내가 계획한 게 아닌 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일단은 아이들을 진정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치하야의 눈이 물기를 띠기 시작했던 것이다.
 
 “에잇, 그만 둬, 리츠코! 치하야가 울려고 하잖아......”
 “왜 제가 그런 소리를 들어야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리츠코는 짜증을 내면서 남은 일을 하러 가 버렸고, 그 자리에 남아있는 모두는 웃기면서도 치하야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긴 들었는지 나름대로 사과했다, 하지만......

 “그러니까 사과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하나도 신경쓰지 않는다니까?!”

 사과받는 사람이 저래서야.

 “키사라기 치하야. 오늘의 파아티는 당신이 생각하는 의미에 국한된 것만은 아닐 겁니다. 제 말을 들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시는 거에요......”

 오, 정말로 뭔가 걸리기만 해 보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치하야가 심통이 난 이유가 이유인지라 괜찮을까 모르겠지만 타카네라면 바보같은 말실수는 하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 있다.

 “진실로, 지금까지 사무소의 우리 모두는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분주히 정진해온 것이 아니었습니까. 아이돌이라는 업에 비로소 충실해진 지금 우리가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다들 염원하고 있을지라도 이루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것이 오늘, 당신에 대한 기념을 매개로 실현된 것이지요. 당신에게도 서운함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오늘은 어찌 보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날이 아니겠습니까?”
 “후우...... 시죠씨의 말을 들어도 이 기분이 가라앉지는 않네요. 하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흉하게 소리 지르진 않을게요. 다들, 미안해. 방금까지의 나는 그냥 잊어줘.”
 “이해해주니 다행이야. 치하야는 정말 어른스럽네.”
 “지금까지 보고만 계셨으면서......”

 결국 나에게로의 원망스러운 시선에서 벗어날 순 없었지만, 타카네의 설명은 치하야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꽤 효과를 발휘한 것 같았다. 그 틈을 타서 쭉 난처해하고 있었던 유키호가 우물쭈물하면서 앞으로 나섰다.

 “그, 그래서 말인데! 지금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다들 선물을 준비했어.”
 “어차피 다들 이상한 걸 가져온 거지? 그렇다면 난......!”
 “그런 거 아냐, 유키호는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거야. 다들 너를 놀리기만 할 생각으로 이런 건 아니라구.”
 “처음부터 놀릴 생각이 있었던 건 사실인 거네요, 프로듀서......!”
 “자, 자, 그런 건 됐다니까.”

 흥 하고 토라져버리긴 했지만, 애들이 정말로 진지하게 선물을 고르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중간에 탈선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무에게도 없었다. 맨 먼저 아이디어를 낸 건 하루카로, 팬들의 조롱이나 다름없는 선물 공세와 축하에 시달려 정신적으로 녹초가 된 치하야를 두고 보지 말고 무언가 위로해주자는 것이 모두의 공감을 얻어 일사천리로 준비가 되었던 것이다. 어차피 치하야는 가장 일찍 나와서 가장 늦게까지 일하니까, 시간을 맞추는 것도 생각보다 쉬웠다.

 “이거,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어요, 헤헤.”
 “아, 정말로 이건 귀엽네......! 흐, 흠. 고마워, 타카츠키씨.”

 다들 진심이었다는 증거로, 치하야는 다른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을 받고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솔직하게 기뻐하고 있었다. 아무도 그...... 언급해서는 안 되는 그 문제 때문에 치하야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시작한 일이니까, 치하야도 이제 조금 덜 신경 써도 괜찮을 텐데.

 “이거, 아빠가 구해주신 좋은 차야.”
 “고마워. 하지만 집보다도..... 여기에서 모두 함께 마실 수 있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어.”
 “에에에?! 차 정도도 끓여서 마시지 않는 거야? 치하야, 요즘에도 식사 거르고 있는 건 아니구?”
 “아냐, 아니라니까 하루카! 하기와라씨, 잘 마실게, 정말 고마워!”

 아, 정말로 파티 같네.

 흐뭇하게 분위기를 즐기며 책상에 걸터앉아 있으면, 야요이가 하품을 했다. 시계를 보면 이미 새벽 두 시를 넘기고 있었다. 평상시의 일정을 생각하면 그다지 강도가 지나치달 것도 없지만, 다들 이 시끌벅적한 파티에 취해 몸이 무거워졌는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정작 치하야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곰곰 생각에 잠겨서, 다들 바쁜 중에도 저 혼자 다소곤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오늘, 재밌었어! 다들 내일 봐!”

 그렇게 다들 가고, 어쩐지 짐을 다섯 번이나 챙기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하루카와 나와 치하야 셋만 남아서, 나도 잘 준비를 했다. 이 시간이나 되어서 집까지 갔다가 또 출근하는 건 내일을 생각하면 빠듯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파티 음식도 남아있고 덮을 만한 것도 이미 반복된 야근으로 갖추어져 있어서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단지 좀 피곤하긴 하겠지만.

 “치하야? 오늘 집에서 자고 가도 될까?”
 “아, 괜찮아. 열쇠 줄 테니까 먼저 가 있을래?”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랐지만 하루카는 주저 없이 다시 들어와 열쇠를 받아들고 나간다. 둘이 열쇠도 빌리고 빌려줄 정도로 친했었나......?

 “빨리 와~ 안 자고 기다릴게.”
 “여벌 열쇠니까 괜찮은데......”
 “에헤헤, 그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얼른 와!”

 그렇게 하루카도 가고, 치하야만 남았다.

 “안 갈거야? 아직도 화났어?”
 “아니요, 갈 거에요. 어차피 일 끝나고 하루카랑 같이 나갈 생각으로 준비는 이미 다 하고 왔는데......”

 일어나서 쭈뼛거리는 치하야가 낯설었다.

 “그, 프로듀서는, 저한테 혹시 뭔가 주시지 않는 건가, 해서......”
 “앗, 그리고 보니까 편지 썼다. 완전히 깜박하고 있었어!”
 “역시 그러셨군요! 저도 왠지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헉,”

 들떠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는지, 치하야는 금세 말더듬이가 되어버렸다.

 “그, 그게, 죄송합니다......”
 “아냐. 어쨌든 눈치 빠른데? 잠깐만 기다려 봐. 내가, 여기다가...... 어라?”

 어라?

 값이 나가는 물건을 준비해 봐야, 같은 또래의 여자애들 감각에 따라갈 것 같지도 않고 혹시라도 지나쳤다간 부담이 되지나 않을까, 편지를 쓰기로 했는데, 넣어두었다고 생각했던 웃옷 안주머니가 휑하니 비어 있다. 바지 주머니도, 호주머니도, 서랍도,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아니 이게 발이 달렸나?”

 백지가 된 머리로 화분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별안간 치하야의 실망한 한숨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아, 아니야, 정말로 썼다니까, 치하야?”
 “그, 그래요. 저도 알아요. 없어졌으면, 할 수 없잖아요. 그만 찾으셔도 돼요. 저, 이제 갈게요.”
 “잠깐만!”

 처음부터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주는 걸 깜박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풀죽은 얼굴로 내 아이돌을 돌려보낼 수는 없어.

 “내, 내용 기억하는데 들려줄까?”
 “그런...... 상식적으로는 상당히 부끄러운 일을 하려고 하시는 게,”
 “알지만 잃어버렸으니까 네 말대로 할 수 없잖니. 어디 보자. 뭐라고 썼었지.”

 생각해 내니 의외로 말이 쉽게 나온다. 하긴 고민해서 쓴 문장들이니까 기억이 안 날 리가 없어.

 “치하야, 어젠 네가 지쳐버렸다는 얘기를 들어서-”
 “잠깐만요! 저 그냥, 이건, 부끄러워서...... 뒤돌아서 들을게요!”

 결국 나는 상대방의 뒤통수를 보면서 내가 쓴 편지를 입으로 말하게 됐다. 이게 뭐야. 덜 부끄럽긴 하지만, 이게 뭐야.

 “......그래서, 우린 사실 네가 그런 거 신경 안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치하야한테 알려주고 싶었어. 왜냐하면 치하야는 우리한테 정말 많은 기쁨을 주는 동료니까.”
 “......감사합니다.”
 “아직 뒤가 있어. 그래서...... 너랑 같이 일하면서 내 기억에 남는 것들은 그런 사소한 부분들이 아니라, 오히려......”

 오히려......

 “프로듀서?”
 “잠깐만. 거의 생각이 났어.”
 “......혹시, 기억이, 안-”
 “아냐! 기억나! 잊어버릴 리가 없잖아? 정말 열심히 썼단 말이야!”

 뭐였냐, 그 뒷부분? 뭐라고 썼었던 거야? 어째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이 부분에서 딱! 치하야한테 딱! 너는 가슴보단 이거라고 딱! 알려줘야 되는 거 아니야! 바보냐 나는!

 “잠깐만, 잠깐만......? 기억난 거 같아! 네가 처음에 데뷔했을 때 있잖아, 그 때 내가 너 무대에 서는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봤었잖아, 네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면서 웃었던 게 정말 귀여웠거든.”
 “프로듀서......”
 “아, 다시 생각해 보니까 그거 아닌 것 같아. 뭐였지? 언젠가 텐트에 단둘이 들어갔었을 때 네가 당황해하면서 무슨 다른 이야기라도 하자면서 예상도 못한 중고 피아노 얘길 꺼낸 게 정말, 너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 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저기,”
 “이거다, 이거! 목소리를 잃을 뻔했을 때, 네가 문자로 마지막 노래에 전부를 담겠다고 했던 거...... 정말 너의 절실함이 그대로 읽혀서 나도 울어버렸어, 라고......는 안 쓴 것 같다. 그렇게 부끄러운 얘긴 아니었는데. 아, 대체 뭐야. 아 혹시 그건가,”

 내가 헛다리를 짚고 있으려니, 치하야가 피식 웃어버렸다.

 “후훗.”
 “왜 웃어?”
 “프로듀서가 기억 속에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제 인상이 많이 남아있다는 건 조금 기쁘다고 생각했어요.”
 “아......”

 그렇구나, 치하야. 나랑 네 사이에 벌써 이렇게 많은 추억이 쌓여 있었던 거네. 어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건지 기억은 안 나지만, 필시 무엇에도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었겠지.

 “하하, 뭐 치하야가 기쁘다면 나도 좋네. 그러니까 이제 가슴에 신경 쓰지 마.”

 아,
 잘 나가다가. 난 혹시 정말 바보냐?

 “신경 안 쓴다고 말했잖아요!”

 치하야는 사납게 그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 다음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일찍 나와서는 하루 종일 내게 냉랭한 태도로 일관했다. 정말,

 가슴 따위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은데 말이야.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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