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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프라] 카미야 나오의 건프라 입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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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1, 2017 22:12에 작성됨.

이기지못했다. 단, 한 번도 이기지못했다. 처음에는 초합금 피규어에 낚여 시작해버렸지만, 어느새 그냥 맨날 이겼다고 우쭐해하는게 보기싫어서, 이기고싶어서 계속 하고있었다. 그리고, 역시 편했다랄까... 데이트라고 말 붙여 놓기도 했지만, 매니아 대 매니아로서 그 녀석이랑 있으면 꽤 편했으니까. 애니 이야기를 한다던가 굿즈샵에 가도 눈치볼 것도 없고, 뭔가 내가 모르는 정보도 알려주고....확실히 편했다. 하지만, 또 너무 편해진 탓일까. 아니면 굳이 눈치써도 되는 사람이 없어진 게 너무 좋았던 탓일까. 나는 시나브로 거리낌없어졌다. 서서히 나는 학교에서도 그 녀석과 스스럼 없이 지내고, 그렇게 지낸 주제에 나는 왜 그랬을까....?

 

한창 내 실력도, 그 녀석과의 관계도 무르익을 즈음에, 소문도 같이 무르익었다. 친구....라는말은 사실이니까 어떻게든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문이라는 것들은 늘 그렇듯이 그 내용은 왜인지 내가 그 녀석이랑 사귄다는 소문으로 진화했었다.

 

아마도 나를 향한 그 질문이 악의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문에 휩쓸리는 건, 나도 악의는 없었다. 다만, 그 행동은 분명 ‘악’이었다.

 

“내, 내가 그딴 자식이랑 다닐 리가 없잖아! 그런 멍청한 거나 가지고 노는 놈이랑...불쌍해서 어울려주는거야!!”

 

나는 결국 욕심쟁이였고 겁쟁이였다. 둘 다 놓치고싶지않고, 어느 쪽도 날 버리지않길 원했다.  그 결과는...

 

“음...”

 

그때를 생각하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아주 조금만이라도 좋으니까 뭔가 달랐다면 하고 바란다.

 

내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때 그 녀석이 마침 교실에 들어오지않았다면. 내가 아침에 아파버렸다면....

 

하다못해, 정말 이기적이지만 그 때 바닥에 굴러다니던, 다 먹지도 못한 라임맛 막대사탕을 내가 보지도 못했더라면. 적어도 내 마음이 조금은 더 편했을텐데. 내 친구가 나를 떠나는 일도 없었을텐데.

 

“그런 이야기야.”

 

말을 다 끝내고서, 나오는 약간 가라앉은 표정을 하고있었다. 입술을 넣었다 뺐다 우물거리는 것이나 깍지 낀 손가락의 바쁜 움직임은 아직도 그 기억이 풀리지않은 응어리로 남아있음을 보여주고있었다.

 

왠지 그냥 놀리기의 일환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뭔가 깊고 심각한 문제를 꺼낸 것 같아. 사무실의 아이돌들은 얌전히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 그러니까 별로 재미없을 거라고했잖아!!”

 

“후고후고...꿀꺽. 그럼 나오 씨는 그....남자친구 분을 만나셨나요?”

 

“나, 나, 남자친구라니...!! 애인 같잖아! 이상하게 부르지 말라고!!!”

 

왠지 이상한 곳에 꽂혀서 얼굴이 달아오른 나오는, 곧 차분한 얼굴로 되돌아와서, 잠깐 침묵을 지킨다. 아마 답이 되어줄만한 기억을 더듬어 오르는 것 같다. 왠지모르게 서서히 그늘이 드리워지는 얼굴. 그리고 나오는 갑자기 쓴웃음을 지었다. 그 얼굴이 천천히 좌우로 흔들린다.

 

“아니....사라졌어. 그냥 다음날부터 안 나오더라고. 어디론가 전학갔다던가... 잘 모르겠네. 그래도 뭐, 화나지않았을까....같이 어울려주는 척하는 나쁜 년으로 보였겠지. 자기도 별반 다르, 아니 더 못난 처지였으면서.”

 

“그럼..”

 

“그래서, 그냥...계속하기로 했어. 녀석이 틀리지않았다고, 미안하다고...하고싶은 말이 많은데..이젠 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한다면 적어도 볼 수는 있을 것 같아서. 어딘지는 잘 몰라도...톱이 된다면, 언젠가 녀석이 언제어디서든 건프라하고 있는 거 볼 수 있잖아. 좀 더 좋다면.....”

 

힘겹게 웃어보이는 나오의 얼굴에 무어라 해주기도 전에 알람이 울리고, 사무실이 열리며 벽을 후려친다.

 

“나오오오!!! 도전자는 대기중인데 뭐하는거야!! 의상도 안 입고!!!”

 

“건프라 배틀인데 무슨 의상?!”

 

“그전에 넌 아이돌이라고! 아이돌이라고하면----”

 

“알았어! 알았다고!!”

 

프로듀서의 잔소리에서 도망치듯, 나오는 문을 박차고 의상실로 뛰어들어가버렸다.

 

“후.....”

 

가방을 열고, 살짝 건프라를 내려다 보았다. 말끔하게 정리되어 광택마저 내고있는 프라모델이 얌전히 스폰지 틀에 들어가있었다. 게이트 처리는 물론이고 도색도 스크래치 빌드도 완벽하다. 누군가 온다면 가르치지 못하고 가르쳐달라고 할 것이다.

 

건프라에서 눈을 돌려 화려한 의상을 바라보고 손으로 팔 부분을 들어올린다. 물이 미끄러지듯, 이내 의상이 손에서 내려갔다.

 

“네가 뭘하든...네가 봐줬으면 해.”

 

(나오가 옷을 벗고 의상을 갈아입는 장면은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더 아름답게 진행될 거라고 믿으며 아무튼 생략)

 

화려한 복장, 아름다운 무대, 그 위에서 정점으로 서있다. 혹시라도 그 녀석이 나를 볼까봐. 내가 너 덕분에 이렇게까지 해냈다고, 아이돌도 일본 챔피언도 할 수 있었다고, 그렇게 조금을 알아주지않을까. 그럼...조금 화가 풀리지않을까.

 

지금쯤 아마,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왜 찾지않느냐고. 하지만 때때로 불안하다. 그가 보고있다라고해도 불안하다. 그가 나에대해서 뭐라고 할지. 알 수가 없어.

 

‘뻔뻔한 년이라고 하려나...’

 

아무것도 없이 불안만을 실은 혼잣말은 열리는 문 틈으로 들어오는 소리에 파묻혀 사라진다.

 

[오늘! 드디어! 건프라 배틀, 전일본 챔피언이자 아이돌인 카미야 나오 양과 러시아에서 온...]

 

울려퍼지는 소리도 흘려버리고 나오는 숨을 한 번 고른다.

 

please set your gp base

 

begining plavsky particle dispersal

 

푸른색 입자가 빛을 내며 치솟아 오르더니 거대한 탑처럼 우뚝섰다.

 

Field 1: Asteroid belt

 

please set your gunpla

 

양 눈 밑으로 피눈물이라도 되는양, 붉은 무늬를 가진 건담이 안광을 발하며

 

Battle start

 

“카미야 나오, 데스티니! 간다!!”

 

운명이라는 이름을 짊어지고서 붉은색 날개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서서히 펼쳐지는 날개 밑의 붉은 빛이 짙어지다가, 앞으로 날아오른다. 적의 모습이 눈에 닿기전에,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계속 가속해가며 왼쪽의 빔포를 겨눈다. 보통의 건프라 배틀이라면 적을 쫓기 위해 잠깐이라도 멈추는 것이 정석. 그러나 그것은 역으로 훌륭한 고정과녁이 된다는 것이기도하다. 나오는 그것을 놓치지않고 빔포를 겨누어 쏜다. 그러나 아무리 챔피언이라고 해도 가속 중의 고에너지 사격이라면 정밀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들 뿐, 치명상은 아니다.

 

"그걸로 충분해!"

 

빔포는 처음부터 맞으라고 노린 것도 아니었다. 빔포의 빔이 끝나고, 상대의 카메라에서도 데스티니가 보인다. 등으로부터 화려하게 펼쳐진 날개와 정중앙을 지키는 거대한 대함도. 단 한 번의 멈춤도 없이 가속해온 그것은 단지 건프라 배틀이라고 해도 적에게 공포를 줄만큼 효과적이다.

 

기습적인 발포에 흐트러진 자세, 데스티니의 폭발적인 압도감이 주는 찰나의 경직. 그거면 충분하다. 칼을 박아넣고, 적을 찔러 죽이기에는 그 정도 틈이면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하다.

 

BATTLE END

 

 


“으하, 으하하하하하하하!!!!”

 

가방하나를 들고 공항의 인파를 요리조리 피하며 달려나가는 소년이 있었다. 비행기 시간이 아슬아슬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인지 빠르게 비행기에 탈때까지 거친 숨과 뜀박질을 멈추지않는다.

 

“지나갈게요. 죄송합니다~ 오! 죄송합니다~ 발 밟은 건 아니죠? 고의는 아니에요!”

 

마침내 좌석에 앉아 반쯤 흘러내린 옷을 정리한 그는 비행기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서야 다시 펄쩍펄쩍 뛰기 시작 했다.

 

“엿 먹어라! 러시아야! 나는 간다!!”

 

그리고 그는 기내소란죄로 일본에 도착할 때 까지 수갑을 차고 있어야했다.

 

“어.....러시아에서 일본까지 직항으로 약 9시간 30분이 걸리는데 그동안 수갑을 차라고?”

 

그냥, 채워보고싶었어.

 

“해외여행 한 번도 안 해본 티 좀 내지마.”

 

굳이 그게 맘에 안 들면 전개를 바꿔볼까? 소년은 기장실에 들어가 권총을 꺼내고--

 

“알았어. 알았어. 수갑차고 있을게.”

 

...


.....

 

“있잖아. 심심한데.”

 

그럼 스튜디어스 누나한테 말 걸어봐. 예쁜지 말 좀해주고.

 

“네가 설정해야지! 그리고 지금 누구한테 말걸 처지가 아니라고, 난 수갑 찼단 말이지.”

 

그래그래, 뭐가 궁금해?

 

“이 소설 망한 거 같지않아? 1화부터 건프라가 안 나오잖아. 선라이즈 방침이라구.”

 

그럼 소년은 제트기류에서 낙사하는 걸로 처리해줄게. 그리고 이거 따지고 보면 2화야.

 

“정말?”

 

글의 반응이 좋지않다면 그렇게 될 거야.

 

“그럼 미리 유서 좀 써둘게.”

 

너 작가의 장점이 뭔 줄 아니?

 

“뭔데?”

 

쓰고싶지않은 걸 안 써도 된다는거지(?)

 

====

 

1편은 어딨죠?

 

뒤에 있지

 

감사합니다.

 

꽤나 오글거려요. 간만에 쓰려니 잘 안 되네요. 흐음.....어차피 건프라인 시점에서 보시는 분이 별로 없으니 괜찮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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