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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유리색 금붕어와 꽃창포 - 에필로그 +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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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7, 2017 18:09에 작성됨.

"……."

 

녹음이 끝난 뒤, 휴게실 소파에 앉아 있던 츠무기.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감정을 모두 쏟아냈는지, 그녀의 눈망울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말없이 자신의 앞에 있던 탁자를 계속해서 쳐다보던 그녀는 남아있는 여운 때문이었는지 프로듀서와 처음 만났던 날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을 되돌아보았다.

이윽고 그와 함께하며 겪었던 일들에 대한 장면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캔버스 삼아 그 위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처음 만난 날, 자신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던 프로듀서와 그의 호의를 매몰차게 거절하던 자신.

연습 도중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을 때의 기억.

그리고 그 날,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자신에게 충고를 해주던 프로듀서의 얼굴.

홍보 라이브 직전의 일, 그리고 라이브가 끝난 후의 일.

부모님의 권유로 프로듀서와 함께 카나자와에 짧게 휴양을 하러 갔던 일까지.

아이돌 시라이시 츠무기가 된 이후 곁에 있던 프로듀서와 함께 있었던 모든 기억들, 추억들이 그녀의 눈 앞에 아른거리며 그녀의 가슴을 촉촉하게 만들고 있었다.

 

"……."

 

자신을 아이돌로 만들어준 프로듀서.

자신에게 많은 추억과 조언을 준 그 사람.

아이돌이 된 이후 지금껏 자신의 곁에 있어주었던 사람.

이젠 그녀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이 된 프로듀서.

 

그런 그와의 이별을 상상하며 과연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노래의 화자와 같은 상황이 된다면 그 가사에 적힌 것처럼, 자신도 이별을 그리워하면서도 견뎌낼 수 있을지를 생각한 그녀는 그 생각들로 인해 생겨난 많은 감정들을 노래에 담아냈다.

프로듀서가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와 같이 보냈던 기억들이, 그 아이들에게도 부디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그렇지 않았다면, 나에 대한 것들을 잊어주기를. 그리고 내가 그 아이들에게 느꼈던 감정을, 그 아이들도 나에게서 느꼈기를."

 

프로듀서가 남겼던 '자신이 그 아이들에게 느꼈던 감정을, 그 아이들도 자신에게서 느꼈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그의 마음에 화답하는 그녀의 대답은 노래 가사에 적혀있었다.

 

"나 당신처럼 될 수 있다면 더욱 자연스레 웃을 수 있을까요."

 

프로듀서가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을 본인도 프로듀서에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간절하게 노래를 불러낸 츠무기는 애써 남아 있는 감정의 여운을 정리하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 때였다.

 

"츠무기! 진짜 수고 많았어!"

"……!"

 

작곡가와 대화를 끝낸 프로듀서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부리나케 휴게실로 달려왔다.

감정을 추스르던 츠무기는 화들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뜨며 빠르게 가까워져 가던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작곡가에게서 만족스러운 이야기를 들어 기분이 들떴는지, 프로듀서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아랑곳 않고 곧바로 그녀의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작곡가가 녹음이 무척 잘 되었다고 추가 녹음은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어! 거기에 노래의 감정을 아주 잘 담아내서 놀랐다던데?!"

"……!"

"원래 그 사람이 염두하고 있었던 노래의 감정은 애절함, 비장함이었는데 너는 거기에 아주 작은 희망을 더한 것 같다고 아주 만족스럽다고 하더라고."

"…그렇습니까?"

 

작곡가의 감각은 아주 정확했다.

이미 이별을 경험한 노래의 화자와 달리, 츠무기는 프로듀서와의 이별을 상상해서 노래를 불렀기에 애절함, 비장함 말고도 '그럼에도 프로듀서와는 아직 이별을 하지 않았고, 그와 계속해서 만나고 싶다' 라는 희망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츠무기가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노래에 담아냈다는 또 하나의 증거이기도 했다.

예사롭지 않은 작곡가의 평에 그녀는 살짝 놀랐지만, 그래도 녹음이 잘 된 것 같아 안심을 했다.

안심이 된 건 프로듀서도 마찬가지였는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신이 나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야… 그건 그렇고 츠무기 정말 대단하네. 결국 해답을 찾아냈잖아?"

"...감사합니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는 프로듀서가 고마우면서도 그의 얼굴을 보기가 더욱 부끄러워졌는지, 츠무기는 얼굴을 붉히며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애꿎은 땅만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살짝 걱정이 되었던 프로듀서는 웃다 말고 조심스럽게 안부를 물었다.

 

"…? 츠무기, 어디 아파? 좀 힘들어 보이는데."

"……좀 긴장이 풀려서요. 괜찮습니다."

"아, 그렇구나! 하긴… 나도……."

 

이야기가 무섭게, 프로듀서는 옆에 있던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한숨을 쉬었다.

말은 안 하고 있었어도, 그 역시 녹음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었는지 일이 무사히 끝나자 긴장이 탁 하고 풀린 모양이었다.

잠시 물끄러미 천장을 쳐다보던 프로듀서는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츠무기를 바라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나도 무지 떨렸어. 녹음이 제대로 안 돼서 츠무기가 실망하지 않을까 싶었거든."

"!"

"아무래도 프로듀서라는 직함을 달게 되면 말이야, 내가 담당하는 아이들이 기쁘면 나도 기쁘고, 우울해하면 나도 우울해지거든. 그러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나 생각을 해 봐. 특히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 내가 같이 슬픔을 짊어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나. 어떻게 하면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줄 수 있나 하고."

"……."

 

여태껏 그가 보여줬던, 지극히 그다운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츠무기는 순간 울컥했다.

그와 만난 이후부터 줄곧 자신을 걱정해주고, 또 응원해줬던 프로듀서.

이번 녹음에서도 자신에게 결정적인 조언을 해줬던 사람.

항상 자신을 생각해주는 그가 정말로 자신의 곁을 떠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노래를 부르기 위해 상상한 것이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그와 헤어지게 된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다시 한 번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거기에 그와 동시에 헤어지기 싫다는, 당신과 계속 함께 있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노래를 불렀을 때보다도 더욱 더 강렬하게 그녀의 가슴을 적셨다.

애써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가슴을 흠뻑 적시고 있던 물기를 이성의 차가움으로 얼리고 있었건만, 따뜻한 프로듀서의 격려로 인해 결국 사르륵 녹아버린 축축한 감정은, 빠르게 그녀의 눈동자로 솟구쳐 올라갔다.

 

"……."

"그건 그렇고 츠무기. 혹시 어떻게 해서 노래에 감정을 담을 수 있었던 거야? 그게 좀 궁금……."

"……프로듀서!"

"……어?!"

 

프로듀서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츠무기는 고개를 들어올리며 다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부름에 프로듀서가 흠칫 놀라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두 눈에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던 츠무기의 얼굴이 들어온 순간.

 

"제 곁에… 제 곁에 계속 있어주실 거죠…?!"

"……!"

 

조심스럽게 열린 그녀의 입에서, 많은 감정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펑펑 눈물을 흘리는 그녀.

프로듀서는 곧바로 츠무기에게 다가가 떨리고 있던 그녀의 하얀 손을 잡으며 이야기했다.

 

"당연하지. 약속할게. 너의 곁에 계속 있겠다고."

"……."

 

차갑게 식어있던 손에 프로듀서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고, 그와 동시에 프로듀서의 상냥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츠무기는 프로듀서를 와락 껴안으며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눈물을 흘렸다.

 

"……."

 

그녀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알 것 같으면서도 몰랐던 프로듀서.

하지만 그는 말없이 자신에게 안긴 츠무기를 조심스럽게 감쌌다.

노래를 부를 때 가슴 속에 가지고 있었을, 슬픈 감정을 그녀가 말끔히 씻어 보낼 수 있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빨라지던 맥박을 느끼면서 조용히 눈을 감고 츠무기를 다독였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츠무기의 첫 싱글 앨범이 발매된 이후 어느 날.

전보다 더욱 바빠진 일정에 프로듀서는 피로 때문에 책상에 얼굴을 붙이고 엎드려 있었다.

츠무기의 첫 싱글 앨범이 발매된 뒤, 시장에서 음반의 완성도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이어지면서 츠무기의 인지도가 더욱 높아져 덩달아 업무량이 올라간 프로듀서는 최근 들어 격무로 많이 지쳐 있었다.

 

똑똑.

 

"네…"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도 누가 들어온 것인지 확인할 겨를 조차 없었던 프로듀서는 고개를 들지 않고 피곤함이 역력한 목소리로 들어오라는 말만 남겼다.

그러자 문이 열리며 손에 커피를 든 미사키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많이 힘들어 보이세요. 괜찮으세요?"

"아… 요즘 좀 피곤하긴 하네요……."

"요즘 프로듀서 씨도 그렇고 츠무기도 그렇고 많이 힘들겠네요."

 

지친 프로듀서의 옆에 조심스럽게 커피 잔을 둔 미사키는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

 

"요즘 바빠서 츠무기를 못 봤는데, 츠무기는 어떤가요?"

"츠무기요…? 평소랑 똑같… 아니, 평소보다 좀 더 까칠해진 것 같네요."

"까칠해졌다니요?"

 

츠무기에 대한 질문에 프로듀서는 고개를 살짝 들더니 하소연하듯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요즘 들어 부쩍 얼굴을 붉히고… 화도 내고… 그러면서도 자꾸 스케줄 끝나고 어디 가자고 조르고… 힘들 것 같다고 하면 삐치고…"

"아하……."

"예전과 다르게 확실히 17살의 여자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제가 많이 편해진 거겠죠?"

"후훗."

 

프로듀서의 하소연에 미사키는 금새 츠무기가 변하게 된 이유를 눈치 챘는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약간 볼멘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 아오바 씨, 왜 웃으시는 거죠…?"

"아! 죄송해요. 기분이 나쁘셨다면 사과할게요."

"기분이 나쁜 건 아닌데… 그냥 무슨 이유로 웃으신 건지 궁금해서요."

 

프로듀서가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미사키는 힌트를 주듯 조용히 말했다.

 

"그게, 츠무기가 요즘 프로듀서 씨한테 왜 그러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아서요."

"그… 그래요? 혹시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건 프로듀서가 직접 알아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제 예상이랑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그… 그런가……."

 

난처해하는 프로듀서의 표정을 본 미사키는 싱긋 웃더니 몸을 돌리며 인사를 했다.

 

"바쁘신 데 찾아와서 죄송해요. 그만 나가볼게요.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아, 네. 커피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아리송한 말을 남겨놓은 채 미사키가 종종 걸음으로 사무실 안을 빠져나가자 프로듀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을 향한 츠무기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 그리고 그걸 알고 있는 듯한 미사키의 이야기.

그 두 가지가 신경이 쓰였던 프로듀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골똘히 생각했다.

 

하지만 그 때.

 

"!"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자, 프로듀서는 곧바로 화면을 확인했다.

다름 아니라 츠무기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스케줄이 끝나고 저번에 갔던 스위츠 샵에 가자는 그녀.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츠무기에게서 메시지가 오자 프로듀서는 약간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가 있었는지 피식하고 웃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츠무기가 예전과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지금 보여주는 그 모습이 훨씬 더 자연스러웠기에 프로듀서는 입으로는 불평을 늘어놓더라도 속으로는 많이 기쁜 눈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터놓는 그녀.

언젠가는 아직 말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마음들을 자신에게도 알려줄 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 프로듀서는 웃으며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앨범 녹음으로 인해 한층 더 가까워진 두 사람.

프로듀서에 대한 감정을 자각한 츠무기.

아직은 츠무기가 가진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그녀가 가진 감정, 그리고 그녀에 대한 감정을 자각하는 건 한참 나중의 일이었지만, 그 때의 일을 전혀 상상하지 않고 있던 두 사람은 그렇게 평소와 같은 일상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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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닮은 그 아이' 이후의 두번째 츠무기 팬픽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이 작품은 '나와 닮은 그 아이'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츠무기가 아이돌 데뷔를 성공적으로 하고, 본격적으로 아이돌 활동을 하게 되면서 겪은 일을 다루고 있죠.

 

사실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츠무기의 인지도를 올려준 솔로곡 '유리색 금붕어와 꽃창포'의 가사 때문이었습니다.

이 노래, 가사에 대한 제 주관적 해석, 견해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한 사람의 노래'였는데

이런 애절함과 비장미가 느껴지는 노래를 츠무기가 과연 어떤 심정으로 부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게 되었습니다.

 

전작에서 츠무기가 프로듀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걸 암시했었는데 그 부분을 적극 채용함으로써 프로듀서와의 이별을 상상하는 츠무기의 심정이 잘 드러나게끔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제대로 표현이 됬을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작품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좀 더 나은 작품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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