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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토 「하루카처럼 이쁜 여자아이가 되고 싶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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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6, 2017 17:12에 작성됨.

4.

마코토 「하루카?」

 

하루카 「.. 마코토?」

 

마코토 「.. 왜 여기에 있어?」

 

하루카에게로 다가가자,

그녀는 황급히 셔츠를 내려 팔뚝에 멍 자국들을 감추었습니다.

그리고는 애써 미소지으면서, 말을 돌립니다.

 

하루카「.. 헤헷. 역시 마코토는 대단하구나.

리본 안하면 아무도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마코토는 알아봤ㅡ」

 

마코토「하루카 .. 왜 말해주지 않았어?

분명 힘든 일이 있는거잖아!

왜 .. 말 안한거야. 말 했으면 반드시 .. 반드시..(울먹)」

 

하루카「.. 괜찮아.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니니까.

그냥 조금 힘들어서 그런 것일 뿐이니까..

정말로 마코토가 걱정할 필요 없어.」

 

마코토 「아니잖아! (버럭) 거짓말하지 마! 이건.. 이건!」

 

하루카의 가녀린 팔뚝을 잡아, 셔츠를 잡아 올립니다.

거기에는 푸르딩딩한 멍들이 새파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마코토「설마 누구한테 맞은거야?

맞은거잖아. 넘어진 것일 리가 없어.

그 사람 때문에 힘든거지?

말해줘. 누구든 내가 반드시 혼쭐을 내줄 테니 ㅡ」

 

하지만 다음 하루카의 말에,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하루카 「.. 우리 부모님인데도?」

 

하루카의 .. 부모님이였으니까요.

 

하루카 「나, 사실은 집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다들 난 아무 것도 아니래. 평범하기 짝에 없데.

있지, 집에서 엄마는 나 때문에 청춘이 망가졌다고 맨날 욕하구,

아빠는.. 술에 취하면 맨날 때려.

때리면 멍이 드니까, 너희들에겐 비밀로 하고 싶어서 매일 일부로 넘어진다구? 헤헷.

그리고.. 나, 사실은 학교에 친구도 별로 없다?

사실은 왕따에 가깝달까..헤헷

미안해. 사실은 어제도.. 쇼핑몰 가자고 했던거,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였어.

그 날 아침에 부모님이랑 또 싸웠거든.」

 

그런 잔혹한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때로는 비극을 연기하는 희극 배우처럼 발랄하게 말하는 하루카의 모습에

저는 무슨 대답을 해야 될지 몰라서, 말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위로를 해야 될지, 아니면 격려를 해야 될지

아니 그런게 하루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런 제 마음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하루카는 신발 한 짝이 없는 발로 녹슨 그네를 천천히 밀면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갑니다.

하루카의 머리 위로는,

여름답지 않게 꽤나 차가운 밤하늘 아래 간간히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하루카 「.. 이 아마미 하루카는 저 별들 중 하나랄까?

아이돌일 때에만 잠깐 빛날 뿐이고,

내 나머지 본 모습은 .. 보이지도 않고 아무 것도 아니니까.

그나마 아이돌 생활도, 마코토나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정말로 별볼일 없지.

아마, 저기 마코토처럼 빛나는 북극성 옆옆에 저물어가는 작고 하찮은 별 쯤 될까? 헤헷.

 

그래서 나, 마코토가 그날 나한테 정말로 고맙다고 했을 때

정말로 기뻤어.

처음으로, 그 이상이 된 것 같았거든.」

 

마코토 「.. 하루카」

 

하루카 「미안해. 다른 아이들도 모두 걱정하고 있었던거지?

헤헷. 티 안낸다고 안내고 살았는데, 요즘엔 나도 모르게 그게 좀 힘들었나 봐.

아이돌을 계속해봐도, 인기는 계속 밑바닥 제자리에 불과하고 ..

하긴, 나보다 더 잘나고 아름다운 아이돌들도 많은데,

나 같은건 정말로 금방 묻혀도 이상할게 없는지도 몰라.」

 

하루카 「잘 나가는 아이돌이 되서,

이 지긋지긋한 군마현에서도 나가고, 매일 반짝이는 북극성처럼 되고 싶었는데..

역시 사람한테는 한계가 있나 봐.」

 

그때 하루카의 표정은 너무나도 괴로워 보여서,

저는 문득 무서워지는 바람에, 발악하듯 하루카를 꽉 껴안고는

하루카에게 절박하게 말했습니다.

 

마코토 「하루카, 그런 소리 말자 응?

그, 그래! 그러지 말고 이대로 나와서 사장님이랑 프로듀서님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ㅡ」

 

그러자 하루카는 하루카답게 따뜻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저를 천천히 밀어내면서 저한테 물었습니다.

 

하루카 「마코토, 마코토는 당장이라도 여자 아이처럼 아이돌 생활을 할 수 있어?」

 

마코토 「그게 무슨 .. 당연히 내가 원하면 그럴 수 있는 ㅡ」

 

하루카 「그것 때문에, 인기가 확 떨어져서 765 프로도 망하고, 마코토도 인기가 떨어져도?」

 

마코토 「그, 그건..」

 

하루카 「있잖아, 마코토 ..

난 아이돌 생활도 제대로 못해서, 가진 것도 별루 없고..

가진 거라곤 학대 부모님의 낡아빠진 집 밖에는 없어.

하지만 아는 사람도, 친구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데,

이런 내가 나와서 당장 뭘 할 수 있을까? 

어디서 잘 수 있어? 월세는 누가 내줄까? 매 끼니는? 

.. 사장님이나 프로듀서라고 해도, 이런 날 도와줄 수는 없어.

765 프로 아이들만 해도 다들 이제 시작이잖아. 

잘 나간다는 마코토만 해도.. 결국엔 신인일 뿐이고.

나, 당장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당장 내겐 아무 것도 없는걸?」

 

하루카 「.. 미안. 그래도, 마코토가 이렇게 말이라도 들어주는 것만 해도 큰 힘이 되니까..고마워.

하지만 나, 이제는 그만해야 될 것 같아..

.. 너무 그런 슬픈 눈으로만 보지 말아줄래? 

다른 길이 있을테니까. 헤헤. 정 안되면 코토리씨처럼 평범한 회사 사무원도 괜찮을지도?

그래도, 다행히 조금 모아둔 건 있으니까..

일단은 빨리 직장을 구해서.. 조금 일한 다음 그 돈까지 보태서 독립해보려고. 

그 전에 아이돌은 이제 접어야겠지? 

현실을 인정할 때니까 ..

헤헤, 눈물 다 말랐다. 

부모님도 싸우다 지쳐서 이제는 잠들었을테니까, 이만 들어가야겠다.

그러면 다음에 봐, 마코토.」

 

저는, 그대로 떠나버리려는 하루카의 손목을 붙잡았습니다.

 

마코토 「하루카! 왜 하루카는 계속 그런 말만ㅡ」

 

하루카 「(울컥) 그러면 마코토가 뭘 해줄 수 있는데?

매일같이 맞고 욕먹고.. 당장이라도 이 지긋지긋한 생활을 끝내고 싶은데,

난 가진게 아무 것도 없어. 아이돌 생활을 계속하면 앞으로도 똑같을테고! 

더 이상 남은 방법이 없다고!

마코토가 뭘 해줄 수 있는데?

동정심에 결혼이라도 해줄 생각이니?

 

넌 잘 나가서 그러는거야?

하지만 결국 그렇게 말하는 마코토도 그토록 벗어나고 싶은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잖아.

언제나 여자아이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지금도 봐 봐. 

이게 여자아이 다운 행동이니?」

 

그 말에 놀라서,

어느새 강하게 쥐고 있던, 하루카의 손목을 놓아버렸습니다.

 

하루카「.. 결국엔, 자기 주제라는게 있는 건가 봐.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한계처럼.

.. 미안, 나 먼저 갈께.

나중에 사회에서도 좋은 친구로 만나자.」

 

.. 하루카.

 

 

5.

하루카가 처음으로 고백해준 진심에,

그날 밤 보여줬던 하루카의 서글픈 모습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이내 마음 속으로 결심하고는, 

아침 해가 떠오르자마자 바로 사무소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프로듀서를 만나서,

프로듀서에게 최대한 진지하게 제 생각을 밝혔습니다.

 

마코토 「프로듀서, 데뷔곡 무대, 이쁘고 여자답게 가고 싶어요.」

 

프로듀서 「안 돼. 안 된다는거 알잖아.

게다가 마코토, 넌 765 프로에서 처음으로 단독 무대에 오르는거야.

지금 넌 데뷔 무대에서 곡은 물론이고, 무대 분위기와 팬들의 기대까지도 벗어나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라고?

이건 비즈니스고, 일이야, 마코토.

당장 사흘 뒤에 있을 비즈니스라고?」

 

사실은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럴 수 없다는 걸요. 이건 비즈니스니까요.

하지만, 어제 하루카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저는 그 생각을 굽힐 수 없었습니다.

하루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요. 한계든 무엇이든, 자신이 원한다면 반드시 변할 수 있다는걸요.

 

분명히 해낸다면,

그래서 성공한다면, 하루카에게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다시 한 번 프로듀서에게 부탁합니다.

머리까지 숙여서, 간절하게.

 

마코토「부탁이에요, 프로듀서.

전 여자아이라고요! 

..그리고, 이번에 잘 될지도 모르잖아요.

아니, 이미지 변신이라는 점에서 성공할지도 모른다고요!

그러니까.. 제발요.」

 

프로듀서 「.. 알았다. 리츠코랑, 사장님과 말을 해볼께.」

 

마코토「야리! 고마워요 프로듀서!」

 

그 날로 하루카에게 문자를 보내서,

꼭 데뷔곡 무대에 와 달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하루카가 보는 앞에서 반드시 성공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래, 이번에 내가 만약에 해낸다면

분명히 하루카도 힘을 낼 수 있을 테니까,

하루카를 위해서라도 꼭 변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사흘 뒤,

예정대로 첫 단독곡 데뷔 무대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데뷔 무대는,

완전히 말아먹어 버렸습니다.

 

 

 

엔딩.1

하루카 「다녀오겠습니다.

.. 어차피 아무도 신경도 안 쓰시겠지만」

 

하루카 아빠 「저, 저 싸가지 없는 년 말 좀 보게?

참, 누구 뱃속에서 기어나왔는지 부모에게 인사하는게 ㅡ」

 

하루카 엄마 「누구 자식이긴! 누가 싸질러서 낳았는데 나한테 ㅡ」

 

언제나 똑같은 일상. 변하지 않는 투명한 철창과 족쇄.

뭐, 이제는 덤덤하네요. 헤헷.

시끄러운 욕설이 안 들리도록,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노래를 틀어봅니다.

오늘 마코토의 첫 데뷔 무대 신곡으로 나올 '자전거'를 틀어봅니다.

씩씩한 마코토의 목소리가 들려오네요. 

 

열차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인터넷 팬 사이트에서는, 마코토의 데뷔 무대를 주제로 벌써 이런저런 말이 많았습니다.

마코토가 여성스럽게 이미지 변신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니까요.

하지만 격려나 응원보다는, 우려가 더 많았습니다.

당연한 걸까요?

마코토에게 어울리는건, 그런 이미지가 아니니까요.

누구든지, 다 자기에게 어울리고 주어진대로 살 수 밖에 없는 거니까요.

 

관중석에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앉아서,

마코토가 나오기만을 기다려 봅니다.

 

기다린 끝에, 마코토가 무대 위로 오릅니다.

하얀색 원피스에, 제가 선물한 작은 리본을 메고서.

 

제가 보기엔 퍽 귀엽고 이뻐 보였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봐요.

여기저기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사이에서 들려오는 마코토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애처롭습니다.

 

마코토 「저, 저기 여러분. 키쿠치 마코토짱입니..이에요! 꺄삐삐삐-잉☆」

 

사람들의 반응은, 역시나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무대에 올라서 전력을 다하는 마코토의 모습에

저도 어느새 의자에서 일어나, 마코토를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그렇게라도 안 하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았으니까요.

마코토를 위해서 응원이라도 하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계속해서 마음 속에 걸릴 것만 같았으니까요.

설령 이게 마지막이라고 해도요.

 

그렇게 한참을 응원하고 나서야 속이 가라앉았습니다.

그제서야,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아니요.

사실은 공연이 끝나고, 콘서트장을 나서는 순간에도,

마음이 괴로워서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어요.

그 눈물을 누가 볼새라, 계속 셔츠 소매로 지우고 또 지웠습니다.

아이돌, 계속 하고 싶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요.

저는 여기까지가 한계니까요.

아이돌 같은건, 평범한 것보다도 이하인 저랑은 맞지 않으니까요.

 

이게 제 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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