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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신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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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4, 2017 01:32에 작성됨.

제가 알고 있는 재미없는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옛날, 천계에 사는, 상냥하고 성실하며, 아릅답기까지한 여신님이 계셨습니다.

여신님의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닌 마음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여신님과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모든 이들은 여신님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였지요.

여신님은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아 마땅했고, 사랑받았습니다.

그렇게 상냥한 여신님이 맡게 될 운 좋은 세계는 어디일까, 내심 기대를 하게 될 정도로.

 

그러던 어느 날... 여신님은 우연히, 천계 도서관에서 펼쳐져있던 인간들의 운명을 적어놓은 연명부를 보아버렸습니다.

여신님이 본 페이지는, 어느 소녀의 가엾은 운명을 적어놓은 페이지였습니다.

 

 

어릴 때 행방불명된 아버지. 혼자서 두 아이를 부양하는 어머니.

항상 밤늦게 돌아오는 어머니였기에, 동생을 돌보는 건 언제나 소녀였습니다.

소녀의 집은 편모가정이 보통 그러하듯 항상 어려웠고, 소녀의 귀여운 얼굴에는 그늘이 걷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소녀가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가정형편이 좋아져 어머니가 처음으로, 소녀의 졸업식에 참석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소녀와 동생의 참관수업은 물론 졸업식에도 단 한번 가보지 못했기에 소녀는 너무나도 기뻐했지요.

하지만 어머니는 끝내 소녀의 졸업식에 올 수 없었습니다. 서둘러서 오던 중, 신호를 위반한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소녀의 어머니는 목숨을 건졌지만 불행히도 반신불수가 되어버리고, 어마어마한 병원비를 빚지게 된 소녀는 결국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어머니와 동생을 위해 일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집이 점점 어려워지자, 소녀는 동생과 사소한 일로도 다투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동생을 찾아 일도 쉬고 온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동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소녀는 어머니와 부둥켜안고 그저 울며, 동생이 돌아 와주기를 기다리는 것 밖에는 더 이상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동생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쉴 틈 없이 일을 하여 빚을 갚아오던 소녀는, 어른이 되지 못하고 명을 달리하게 됩니다.

사인은 과로로 인한 철로 낙사. 안타깝게도 그곳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 중, 소녀를 위해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신님은 자신이 봐선 안 될 것을 보았다는 걸 깨달았지만, 너무나도 충격적인 내용이 믿기지 않아 다시금 페이지를 읽어보았습니다.

단 몇 줄로 정리되는, 소녀의 가혹한 운명.

소녀는, 노래를 좋아했고, 아이돌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고된 삶은 그녀에게서 미소를 앗아갔고, 극도로 소극적이 되어버린 성격은 그녀의 말수도, 친구도 앗아가 버렸습니다.

빛나는 세계를 동경했지만, 단 한순간도 빛 속에 서보지 못하고 스러져버리는, 가엾은 소녀.

여신님은 이 소녀의 잔인한 삶에, 그리고 그게 이제 갓 태어날 갓난아이의 운명이라는 것에 너무나도 서글퍼져,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날 이후, 여신님은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고, 날마다 밤을 새가며 울고만 있다는 소문이 신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소문을 듣다 못한 후배 여신님이 찾아왔을 때는, 이미 여신님은 야윌 대로 야위어 있었지요.

이유를 물어도 대답하지도 못하고 펑펑 울기만 하는 여신님을 위해, 후배 여신님은 주신님을 알현키를 여러 번 청원했고,

후배 여신님의 간곡한 청원 끝에 여신님은 주신님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바라는 것이 있느냐.

 

여전히 울고 있는 여신님에게, 주신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의, 연명부를 보았사옵니다.

 

여신님이 대답했습니다. 인간의 연명부를 허락 없이 보았지만, 주신님께서는 이미 여신님이 본인의 의사대로 열어버린 것이 아니었기에 굳이 그걸 추궁하시지 않기로 하셨습니다.

 

그 아이가, 조금이라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옵나이다.

 

여신님이 말했습니다. 여신이 하리라곤 믿기지 않을 이상한 소리였지만, 주신님은 여신님의 바람에 대답하셨습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말에, 여신님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이 마침내 멎었습니다.

 

무엇이옵니까?

 

너무나도, 너무나도 순수한 마음.

주신님의 앞에 서 있는 지금 이 순간... 여신님의 머릿속에는 천계의 법도, 여신으로서의 도리 같은 건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저 너무나도 가엾은 아이 한명의 가혹한 삶을, 그 가혹한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 불행을 줄여줄 수만 있다면.

 

대신,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천계의 여신이, 고작 하계의 아이 하나를 위해 청원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늘…….

 

주신님은, 그런 여신님의 마음을 전부 꿰뚫어보고 계셨기에, 더더욱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여신님이 여기서 멈추길 바랐지만, 주신님은 여기서 멈춰질 리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계셨지요.

 

상관없사옵니다.

 

여신님이 바로 대답했습니다.

주신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로채듯 말하는 것 역시 법도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주신님도, 여신님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너 자신을 바치거라.

 

주신님의 말은, 여신님도 감히 상상치 못했습니다.

 

하계의 아이들이 신을 위해 그리하듯이, 너 자신을 바치거라. 그 아이 하나를 위해, 그럴 수 있겠느냐.

 

주신님은 내심, 이 아이가 여기서 멈추어주기를.

주신님이 여신님에 대해 실망하게 되더라도 부디 그런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않아주기를 바라셨습니다.

하지만 여신님은 단호했습니다.

 

하겠습니다.

 

주신님의 앞에서 나온 말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여신님이든, 주신님이든. 그 누구라 할지라도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리하여, 여신님은 소녀를 위해 자신을 바쳤고,

여신님이 가지고 있던 지성과 이성, 행운, 그리고 소녀를 향했던 자애로운 마음까지 잃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소녀는 여신님이 가지고 있던 지성과 이성, 행운, 그리고 상냥하고 따뜻했던 자애로움까지 얻게 되어 운명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녀의 끊임없는 노력이 더해져...마침내.

소녀는 그녀 자신에게 내재되어있던 가능성인...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여신님은, 이전의 그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사랑받았습니다.

하지만 여신님은 옛날과는 달리 무례해지고, 어리석어졌으며, 이기적이게 변해버렸습니다.

안타깝지만, 여신님은 소녀에 대한 마음과 기억,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모든 기록마저 지워져버렸기에 여신님 자신이 이렇게 변해버린 과정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전말을 알고 있는 주신님을 제외한다면...아무도.

주신님은 여신님을 가엾게 여겨, 비교적 어렵지 않은 단명한 사람들의 영혼을 인도하는 일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물론...여신님이 운명이 변한 소녀와 마주칠 일은 없겠지만 말이죠.

 

 

 

이 재미없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 여신님과 소녀의 이름이 무엇이냐고요?

 

 

 

 

 

아이돌이 된, 꿈을 이룬 소녀의 이름은 키타자와 시호.

 

 

그리고 천치가 되어버린 가엾은 여신님의 이름은 아쿠아, 입니다.

 

 

※ CV. 아마미야 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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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이 아쿠시즈야!!!

 

 

처음으로 창작 글판에 뭐라 형언할수 없는 배설물을 싸놓아봅니다.

일단 여기까지 참고 읽어주신 분들께 먼저 감사를...

 

...사실은 단편이라도 소설을 써서 인터넷에 올려 본 게 난생 처음이지만요...

 

어젯밤에 퇴근 하며 밀리시타 이벤트를 하던 중... 친구가 보낸 아쿠아의 짤방을 보고

 

'아 맞다. 아쿠아랑 시호랑 동일 성우였지!? 그럼 시호가 거품물고 단비(아따맘마)같이 행동하면 아쿠아가 되는건가!?'

 

...하는 미친 생각을 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아...그만...

 

이쪽에 시호P분들을 위해 던질 짱돌이 준비되어있으니 온 힘을 다해 투척해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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