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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마 마유 『언뜻 보기엔 관련 없는 이야기』

August 13, 2017 (일) 01:50에 작성함.

13233

옛날에 그런 노래가 있었다고 한다.

만나지 못하는 연인을 그리워하며, 창문을 열고 발코니로 발을 옮기고 달에게 들려주었다는 노래.

그 가사가 너무나도 애절하고 가슴 아파서, 그 누구도 들을 수 없었다는 노래.

들려줄 사람은 오늘도 잠들지 못하고, 들을 사람도 오늘도 잠들지 못한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야.」

『가슴 아프네요오...』

「역시 그렇지? 내가 시나리오를 써 본 뮤지컬이야. 어쩐지 마유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프로듀서 씨가 원하시는 일이라면, 마유는-』

「아니, 이건 마유의 가슴이 시키는대로 해주었으면 해.」

『그건 무슨 말씀인가요?』

「마유가 진정으로 원하는 때에만 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테니까.」

 

먼 옛날, 북쪽 나라의 왕자와 남쪽 나라의 공주가 살았다.

두 사람은 남쪽 나라의 무도회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북쪽 나라와 남쪽 나라는 서로 원수지간.

그들의 사랑은 용납될 수 없었고, 이루어질 수 없었다.

매일매일을 눈물로 지새우던 공주는 어느 날, 밝게 뜬 달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발코니로 나가 노래를 불렀다.

누가 처음 부른 것도 아닌, 누가 들려달라고 해서 불러주는 노래도 아닌,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노래.

 

『마유에게... 어울릴 것 같네요오.』

「역시 그런가. 그럼 곡을 한 번 연습해볼래?」

『네에, 한 번 불러볼게요오. 조금 어려울 것 같지만요오.』

「마유라면 부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네에, 마유도 그렇게 생각해요오.』

 

남쪽 나라의 공주의 노랫소리를 듣고, 하얀 새 한 마리가 찾아와 그녀에게 지저귀었다.

북쪽 나라의 왕자님은 공주님을 다시 만나기를 기다리고 계신다고, 너무나도 외로워하고 계신다고.

하얀 새의 말에 남쪽 나라의 공주님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소식을 북쪽 나라의 왕자님에게 전해달라며 작게 쓴 편지를 새의 발에 묶는다.

부탁을 받은 하얀 새는 북쪽 나라의 왕자님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해, 푸른 창공을 날아간다.

남쪽 나라의 왕이 사냥을 떠난 곳에서, 그의 화살에 꿰뚫려 편지가 붉게 물들기 전까지는.

 

『따로 글을 쓰신 적이 있나요오?』 

「뭐, 취미생활이라면 조금 써 본 적은 있어.」

『초보의 솜씨가 아니예요. 정석적인 새드 엔딩이면서도,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것이 있어요오.』

「그건 참 과찬인걸. 마유에게 더 칭찬을 받기 위해서라도 더 노력하지 않으면.」

『우후후, 그래도 마유의 프로듀서로서도 일해주시지 않으면 안돼요?』

「그건 당연한 말이야. 마유가 톱 아이돌이 될 때까지, 아니지, 그 뒤로도 마유와 함께 나아갈 테니까.」

 

사냥에서 급히 돌아온 남쪽 나라의 왕은 새의 다리에 묶여있는 편지를 공주에게 보여주며 노발대발한다.

아버지의 말에 공주가 할 수 있는 말이로고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그의 말을 듣는 것 뿐.

남쪽 나라의 왕은 공주의 그런 모습이 못마땅하면서도 안타까웠는지, 북쪽 나라의 왕에게 편지를 쓴다.

혹시 그 쪽만 괜찮다면, 그쪽 나라의 왕자를 한 번 이 쪽에 오게 해 줄 수 있냐고.

 

「노래가 아주 아름다워. 잘 불렀네, 마유.」

『감사해요오, 프로듀서 씨. 상으로 오늘은 쓰다듬어 주시기예요?』

「쓰다듬기라, 그건 난감한걸.」

『그건 왜죠오?』

「그야, 지금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지.」

『프로듀서 씨, 마유는 프로듀서의 손길이 고픈 여자아이라구요? 쓰다듬어주시지 않으면, 토라질 거예요?』

「거 참, 어쩔 수 없네.」

 

북쪽 나라의 왕은 남쪽 나라의 공주의 이야기가 안타깝기도 하고, 한 편으로 측은하기도 해서 왕자에게 남쪽 나라에 다녀오라는 특명을 내렸다.

북쪽 나라의 왕자는 아버지의 명령에 밝은 미소를 지으며 길을 나섰다.

하지만 왕자에게는 왕위에 욕심이 많은 이복 동생들이 있었다.

그 이복 동생들 중 하나가, 왕자가 남쪽 나라로 가는 길목을 막아선다.

왕자는 동생의 군사에 둘러싸여, 남쪽 나라의 공주를 향해 노래부른다.

자신의 성대가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도록, 자신의 몸뚱아리만이라도 남쪽 나라로 갈 수 있도록.

 

【xx프로덕션 프로듀서, 아이돌과 열애중?!】

【인기 아이돌 사쿠마 마유쨩, 프로듀서와의 열애 부인!】

【아이돌의 열광팬, 프로덕션 침입, 난동.... 난장판이 된 건물】

【xx프로덕션 프로듀서, 아이돌은 아무런 죄가 없다고 밝혀... 프로듀서에서 해고】

【사쿠마 마유의 신곡, 평론가들에게 혹평... "사랑이 담겨 있지 않아"】 

 

북쪽 나라의 왕자가 오기만을 기다려온 남쪽 나라의 공주는 난도질당한 시체가 되어 돌아온 왕자의 시체를 보며 절규한다.

남쪽 나라의 왕은 공주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왕자의 시체를 아름다운 곳에 묻어주고 작은 비석을 세워주었다.

남쪽 나라의 공주는 매일 죽은 왕자를 위해 참배를 가고, 노래를 불러주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하기를 몇 년.

공주는 천천히 나이가 들어가고 있었고, 왕은 그런 공주가 못마땅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기에, 남쪽 나라 이 곳 저곳에 사람을 보내 잘생긴 남자들을 모아 선을 보게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주의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당하기 일쑤.

그렇게 하기를 또 몇 년.

공주도, 왕도 어느새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프로듀서 씨... 저 때문에...』

「마유 때문은 아니지. 뭐, 요즘도 가끔씩 마유의 팬이라는 사람들이 내 집에 찾아와서 난동을 피우긴 하지만 말이야.」

『아니에요오. 제가 조금만 더 자중했더라면...』

「이미 지나간 일이야. 마유는 이제 어디서 일한다고?」

『작은 프로덕션의 피팅 모델로...』

「그런가. 미안하네. 나 때문에 톱 아이돌도 되어보지 못하고, 기껏해봐야 피팅 모델이라니...」

『그런 프로듀서씨야 말로, 이런 블랙 기업의 창고에서 드링크병 뚜껑을 닫는 일을 하시다니...』

「난 견딜만 해. 정말로 미안해, 마유...」

 

어느 날, 나이를 많이 먹은 탓에 기력이 쇠해진 남쪽 나라의 왕에게 급한 소식이 들려왔다.

공주님이 어딘가로 사라졌다는 것.

그 소식에 남쪽 나라의 왕은 혼비백산하며 나라 이곳저곳에 방을 붙여 공주를 찾는다.

하지만 공주의 소식이 들리는 곳은 전혀 없고, 별다른 증거도 없는 상태.

그렇게 며칠을 허비하던 남쪽 나라의 왕은, 혹시나하는 마음에 북쪽 나라의 왕자의 무덤에 가 본다.

그 곳엔, 며칠이나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해있는 공주가 쓰러져 죽어있었다.

시체가 되어버린 공주의 말라비틀어진 육신을 힘겹게 들어올린 남쪽의 왕의 눈에, 공주가 마지막으로 남긴 듯한 편지가 비석 위에 올려져 있었다.

급하게 편지를 펴 본 왕의 눈에 들어온 글자는 단 두 글자.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 씨. 저, 그 노래를 이제 잘 부를 수 있게 되었어요.』

「그 노래라니...?」

『왜, 프로듀서 씨가 쓴 뮤지컬에 있던 곡 말이에요.』

「아, 그 노래인가. 그래, 부를 때마다 가슴이 시려오는 것을 느끼니?」

『네에.  프로듀서 씨의 생각이 자꾸 나서 말이예요오...』

「그런가. 미안하게 되었는걸. 그럼 미안하지만, 노래를 불러 줄 수 있겠어?」

『그러죠오. 프로듀서 씨를 위해서, 힘껏 부를께요오.』

 

「『공주는 오늘도 잠 못 이루고.』」

Lozental@or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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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트마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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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 합시다.
  • 카스가 (@kim20*****)

    이게 나쁜 방향으로서의 현실적인 엔딩이겠지요. 그나저나 드링크 뚜껑을 닫는 일이라니...... ㅠㅠ
    1August 13, 2017 (일) 23:11_15
  • Lozental (@orara*****)

    닫고 닫고 닫고 닫고 닫고 닫고
    2August 13, 2017 (일) 23:48_87
  • lemonade (@lemo****)

    혹시 블랙기업 사장님이 치...아닙니다.
    3August 14, 2017 (월) 11:12_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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