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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나와 닮은 그 아이 - 에필로그 +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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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0, 2017 20:03에 작성됨.

나와 그녀의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첫 라이브가 끝나고, 그로부터 5개월 뒤.

라이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많은 주목을 받게 된 츠무기는 어엿한 아이돌이 되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츠무기의 고향, 카나자와에서 그녀는 유명 스타가 된 지 오래.

도도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순수함, 그리고 어딘가 어설픈 면모를 보여주는 특이한 개성으로 데뷔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그녀는 요즘 한창 바쁘다.

덩달아 나 역시 많이 바빠지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빠르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될 줄 몰랐다는 그녀는, 스케줄 하나 하나마다 그녀답게 성실히 임하면서 업계 내부에서의 평판도 좋은 상황이다.

너무나도 간절했던 꿈을 이뤄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츠무기는 초심을 잃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관리하는 등, 신인 아이돌답지 않은 프로 정신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내가 담당하는 아이들이 각자의 꿈을 이뤄 기뻐할 때마다 행복을 느끼는 건 당연했지만, 츠무기는 좀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았다.

아마 나랑 닮은 모습을 보였기에 그러는 것 아닐까 싶다만,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다만, 그녀의 모습에 내 과거의 모습을 투영시켜 나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서 그런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의 과거의 모습과 그녀가 닮은 것 뿐이지, 나는 나고 그녀는 그녀일 뿐이니까.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를 늘어놓다 보니 내용이 뒤죽박죽이 되었지만, 어쨌든 그녀도, 나도 요즘 바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나날들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게,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

오늘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라이브 투어 일정을 검토하며 계획을 조율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던 그 때, 그렇게 밀린 스케줄을 확인하던 나의 사무실 문에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네, 들어오세요."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쁜 나는 건성으로 문 너머에 있을 누군가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내 사무실로 들어왔다.

 

"…...?!"

"많이 바쁘신 것 같네요. 프로듀서."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츠무기였다.

그녀는 괜히 쭈뼛쭈뼛하며 사무실 안을 한 번 쓱 훑어보고는, 나에게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혹시 많이 바쁘신가요?"

"아, 바쁘긴 한데. 무슨 일로 온 거야? 말해야 될 게 있으면 연락으로 하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왔어요. 혹시 제가 오면 안 되는 거였나요?"

"아, 그건 아닌데… 갑자기 무슨 일인가 해서."

"…프로듀서는 역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네요."

"?"

 

난데없이 내 앞에 나타나 배려가 부족하다는 말을 한 그녀는 편지를 꺼내 조심스럽게 내 앞에 펼쳐 보였다.

그녀의 부모님에게서 온 것으로 보이는 편지엔, 환하게 웃는 부모님의 사진이 있었다.

 

"부모님께서 보내신 편지야?"

"네. 지난 번 라이브에 오신 이후로 줄곧 이렇게 편지를 직접 보내셔요."

"대단하시네… 그래. 부모님께서는 잘 지내셔?"

"네."

"그럼 다행이네… 그런데 이 편지를 왜 나한테…?"

 

뜬금없이 편지를 들이 민 그녀의 의도가 궁금했던 나는 혹여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츠무기는 또 다시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불평을 했다.

 

"아니, 프로듀서는 정말 둔감하신 것 같네요. 제가 굳이 여기까지 와서 부모님께서 보낸 편지를 보여드리는 이유가 무엇이겠나요?"

"…? 잘… 모르겠는데?"

"으으… 그러니까! 부모님께서 시간이 나면 프로듀서랑 같이 카나자와에 한 번 오라고 편지를 보내셨다 이거에요!"

"아… 그래? 하긴 한 번 카나자와에서 뵙긴 해야겠는데…… 그런데 이 이야기는 역시 전화로 해도……."

"…프로듀서, 진짜 눈치가 없으신 것 같네요. …결론만 이야기해주세요. 가실 겁니까?"

"으… 응. 가긴 가야지. 날짜를 한 번 정해서 가보자."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 아, 알았어. 이따 연락 줘."

 

내 인사를 받지도 않고, 츠무기는 재빠르게 몸을 돌리더니 종종걸음으로 사무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열린 문 너머에서 빠르게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

 

요즘 들어 나한테 뾰로통한 표정을 자주 짓는 츠무기.

배려가 부족하다, 눈치가 없다, 둔감하다며 나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일이 잦아진 그녀의 모습을 보면 내가 정말 그렇게까지 눈치가 없는 건가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그녀가 나에게 화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건, 그만큼 내가 편해졌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돌 지망생 시라이시 츠무기가 아닌, 17세 소녀 츠무기의 모습을 내게 보여주는 그녀.

그런 츠무기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뿌듯함을 느낀다.

그녀의 담당 프로듀서로서.

나와 닮았던, 그 아이를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물론 그녀와 만난 지 반 년이 넘었음에도, 그녀에 대한 뿌듯함과 고마움을 아직 이야기하진 못했지만 언젠가 때가 된다면 츠무기에게 말할 것이다.

나를 믿어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편지를 두고 갔네?"

 

그렇게 그녀에 대한 나의 마음을 갈무리하던 도중, 그녀가 놓고 간 편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까먹고 편지를 두고 간 건지, 일부러 두고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심 편지의 내용이 궁금했던 나는, 조심스럽게 정갈한 글씨로 쓰여진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편지 안에는 고향에서 홀로 딸을 도시로 보낸 부모님의 심정이 절절하게 적혀 있었다.

밥은 잘 챙겨 먹나, 아픈 곳은 없나, 사람들이랑은 잘 지내나 하는 물음부터 시작하는 편지.

7년 전, 도시에 올라온 나에게 뒤늦게 편지를 보내셨던 부모님이 떠오른 나는 그 때를 회상하며 천천히 편지를 읽었다.

 

하지만 그렇게 축축해진 마음을 가슴에 품은 채, 편지를 다 읽었을 때쯤.

나는 그녀의 부모님께서 쓰신 마지막 문장을 읽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프로듀서라는 사람의 인상이 되게 좋아 보이던데, 데이트 겸 카나자와에 한 번 놀러 와라. 그런 남자 만나기 힘들다…고……?!"

 

그제야 그녀가 편지를 건네주면서 식식거리던 이유를 눈치 챈 나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 일어섰다.

그러고는 어쩔 줄 몰라 일단 편지를 두고 간 츠무기를 찾기 위해 무작정 사무실 밖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아무도 없이 썰렁해진 사무실 안.

창문을 통해, 따뜻한 햇살이 책상 위에 있던 액자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액자엔 나와 츠무기가 첫 라이브를 끝내고 찍은 사진이 꽂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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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의 단편 팬픽, <나와 닮은 그 아이>가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그 동안 제 팬픽을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ㅠㅠ

밀리시타 오픈 전에는 츠무기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오픈 이후 츠무기라는 캐릭터의 성격, 솔로곡에 확 꽃혀서 츠무기 관련 그림도 그리고 이렇게 팬픽도 쓰게 되었네요 ㅋㅋ

 

시골에서 아이돌이 되기 위해 혼자 올라왔고, 누구보다도 매사에 진지한 성격인 츠무기를 보고

혹시 츠무기와 비슷한 성격, 비슷한 과거를 경험했던 P가 츠무기를 만나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이번 팬픽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이마스 팬픽으로 완결을 낸 게 이번이 두번째이고, 밀리마스 팬픽은 이번 작품이 처음인데

앞으로도 츠무기가 가진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는 팬픽을 써보고 싶네요.

 

여튼 지금까지 제 팬픽을 봐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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