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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츠무기] 나와 닮은 그 아이 - 5(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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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0, 2017 19:33에 작성됨.

츠무기의 홍보 라이브 일정이 연기되는 것이 결정된 이후, 츠무기는 여유가 생겼는지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계를 풀고 천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아이들과도 잘 이야기하고, 잘 웃던 그녀.

뭔가를 빨리 성취해야 한다는 부담감,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을 숨기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가면이 벗겨진 그녀의 얼굴엔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미소가 만발해있었다.

이렇게도 예쁘게 웃을 수 있는데.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그 동안 그녀를 억누르고 있던 마음의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가늠이 되었던 나는 이제라도 그녀가 그 짐을 좀 덜어낸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뭐, 그런 미소를 내 앞에서는 잘 보여주진 않았지만.

말로는 여전히 신뢰가 되지 않는다, 자기를 좀 신경 쓰라는 그녀였지만 전과는 사뭇 다른, 한결 자연스러워 보이는 츠무기의 모습을 본 나는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게 고마웠고, 또 고마웠다.

나와는 다르게, 힘든 첫 고비를 잘 넘겨낸 그녀.

나는 그런 츠무기의 변화가 정말로 기뻤다.

 

그리고 그 변화는 또 다른 변화를 일으켰다.

그 동안 여유가 없어 어딘가 불안해 보였던 그녀의 움직임은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층 더 자연스러워졌다.

거기에 다른 아이들과의 소통이 늘어나면서 도시 생활을 적응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공감하는 방법도 알게 된 그녀는 시어터에 있는 많은 아이들과 빠르게 친해졌다.

그렇게 희로애락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츠무기는 빠르게 성장해갔다.

1달 동안 있었던 일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그것들을 구름판 삼아 자신이 바라보는 길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 그녀는, 아름다운 땀방울을 흘려가며 하루하루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츠무기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며 그녀가 꿈을 이룰 수 있게, 첫 홍보 라이브를 무사히 끝낼 수 있게 준비했다.

 

그렇게 그 어느 때보다도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3달이 지나고.

그녀가 시어터에 들어온 지 4달 째, 그리고 홍보 라이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후……."

 

창문 너머에서 보이는 석양을 등진 채 업무를 정리하던 나는 기지개를 폈다.

 

프로듀서의 직함을 단 지 7년 째.

그러나 라이브 하루 전날, 심장이 쿵쾅거리듯 뛰는 건 여전했다.

보이지 않는 무대의 뒤편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아이들의 노력이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내가 그 아이들의 멋진 모습을 더욱 더 드러낼 수 있게끔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신입 시절 첫 라이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까지.

이러한 연유들로, 나는 항상 라이브 전날만 되면 떨리는 마음을 완전히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도 떨리는 건 츠무기 본인이겠지.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나는 츠무기를 격려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사무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무실에서 연습실까지 가는 길.

무게감이 느껴지는 구두 소리가 아무도 없는 복도에 울려 퍼지고, 그 소리에 맞춰 뛰는 고동을 느끼며 나는 조용히 지난 4개월 츠무기와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았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 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밝아지는 츠무기의 표정들이 내 눈 앞에 아른거렸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보다도 긴장하고 있을 그녀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다.

평소에 그랬듯, 연습할 때만은 진지한 특유의 표정을 하고 있을지.

아니면, 불안한 기색이 역력할지.

 

어느덧 문이 닫힌 연습실 앞에 멈춰선 나는, 안에서 들려오는 츠무기의 노래 반주를 듣고 침을 꿀꺽 삼킨 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렇게 문이 열리고, 한참 안무를 연습하고 있던 츠무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연습에 열중하고 있던 그녀는 우아하게, 기품이 있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그녀가 자아내던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 춤이 어우러진 그 모습을 본 나는 최근에 맞춘 라이브 의상을 입은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어딘가 슬픔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결연한 의지, 비장미가 느껴지던 그녀의 춤사위.

공연장에서 그녀가 보여줄 라이브를 머리 속에 그린 나는 자연스럽게 입을 벌리며 그녀가 그려놓은 춤의 궤적에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 아름답다고.

 

그 사이, 클라이맥스를 지나 마침내 절제를 하듯, 강렬한 마무리를 남기며 노래가 끝나고 츠무기는 춤사위를 절도 있게 마무리하고는, 조용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나는 곧바로 박수를 치며 이야기했다.

 

"진짜 잘 하는데?!"

"…칭찬은 감사합니다만… 시선이 좀 부담스러웠습니다."

"아… 그래?! 미안미안. 츠무기가 춤을 진짜 잘 춰서 나도 모르게 뚫어져라 쳐다봤네."

"……."

 

연습을 하면서도 나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츠무기는 약간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칭찬을 받아 기분은 좋았는지,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있었다.

다행히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던 그녀.

나는 속으로 안심하고는, 손에 들려 있는 음료수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오늘처럼만 하면 라이브는 대성공이겠어. 진짜 잘 했어 방금."

"……그렇습니까?"

"응. 노래도, 안무도 진짜 완벽해. 너랑 딱 맞는 것 같아. 거기에 며칠 전에 준비한 의상까지 입으면… 크… 기대 된다."

"……."

 

조용히 음료수를 마시던 그녀는 내 눈빛을 보고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도, 아직 만족을 하지 않았다는 듯 이야기했다.

 

"…아직은 멀었습니다. 좀 더 연습해야 해요."

"그런가? 나는 만족스러웠는데."

"프로듀서는 너무 물렁하신 것 같습니다. 좀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으신 것 같아요."

"….그래?"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츠무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츠무기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나의 시선을 회피했다.

여전히 나를 믿지 못하는 걸까.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얼굴까지 붉혀가며 내 시선을 피하던 그녀는 곧바로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저… 저는 연습을 더 해야 하니 용건이 있으시다면 이따 저녁에 연락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 아, 알았어. 한창 연습 중이었을 텐데 갑자기 들어와서 미안해."

"프로듀서는 다 좋은데 세심한 배려가 없으신 것 같네요. 신경 써주셨으면 해요."

"미안미안. 참고할게. 이따 라이브 일정 관련해서 시어터 멤버들에게 알려줄 게 있으니까 연락할게. 그 때 보자."

"알겠습니다."

 

그녀의 연습을 방해했다는 생각에 무안해진 나는 고개를 긁적이며 이야기를 남기고는 눈치를 보듯 연습실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급하게 나오느라 전달하지 못한 말에 대한 여운 때문에, 나는 문을 닫기 전 조심스럽게 저 멀리 있는 츠무기의 모습을 쳐다봤다.

그리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녀 역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

 

서로의 시선이 교차한 순간.

화들짝 놀라는 눈치를 보이던 그녀의 얼굴을 본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 말하려고 했던 말을, 큰 목소리로 외쳤다.

 

"힘내!"

"…...."

 

큰 소리로 외치고 나서야, 그제야 의식이 돌아온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츠무기를 보고 괜히 부끄러워져서 문을 천천히 닫고 분주히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뚜걱뚜걱, 요란한 구두 소리가 시끄럽게 복도 안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가 지나고, 마침내 라이브 당일.

나와 츠무기는 어두운 무대 뒤편에서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환호성, 라이브의 열기를 느끼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미 활동하고 있는 39 프로젝트 소속의 유닛들의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 순서에 츠무기의 홍보 라이브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

첫 라이브를 앞둔 츠무기를 살펴보기 위해 나는 다른 아이들의 관리를 다른 프로듀서에게 맡긴 채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다.

더욱이 어제 내가 괜한 부끄러움 때문에 저녁에 그녀에게 말을 못 걸어서 라이브 직전에라도 격려를 해줘야 했기에, 나는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츠무기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츠무기, 기분은 어때?"

"…솔직히 말해서… 많이 떨립니다."

"그렇지 아무래도. 라이브는 처음이니까. 혼자서 연습할 때랑 다르게 사람이 많이 와서 좀 놀랐지?"

"…네."

"그러고 보니 오늘 부모님도 오셨는데, 이야기는 많이 했니?"

"…네."

"그럼 다행이네.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시던데……"

"……."

 

첫 라이브에 대한 긴장감과 압박감 때문에, 츠무기는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손이 어느 새 파들파들 떨리고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혹시 손 좀 잡아볼 수 있을까?"

"…네?"

"손이 떨리고 있길래. 싫으면 안 잡아도 되고."

"……."

 

나의 물음에 츠무기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말없이 떨리고 있던 손을 내밀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차갑게 식은 그녀의 손을 감쌌다.

이윽고 덜덜 떨리고 있던 손이 진정을 하자, 나는 고해성사를 하듯 천천히 아련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사실 나도 무지 떨려."

"!"

"프로듀서로서 7년을 일했지만, 라이브를 앞둘 때만 되면 항상 떨리더라고.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어서 말이야. 그럴 때마다 애써 괜찮을 척을 해보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떨리네."

"……."

 

약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츠무기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혹여 나를 걱정하지 않을까 곧바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떨리는 마음 때문에, 라이브가 끝나면 더욱 더 기쁘고 마음이 후련해는 것 같아. 내가 비록 엄청 떨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멋있게 라이브를 끝냈다고! 하고 당당하게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 짜릿함을 한 번 느끼고 나니까 라이브 전에 느끼는 떨림을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게 된 것 같아. 완전하게 이겨낸 건 아니지만."

"……!"

"이번 라이브에서 츠무기, 네가 그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 물론 기대했던 성과가 안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어. 이제 첫 시작이니까."

"……."

 

나의 격려에도 츠무기는 여전히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이렇게 이야기해봤자 아직 라이브에 대해 아무 것도 경험한 적이 없는 상황.

백 마디 조언보다도, 직접 몸으로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해답이었다.

그러나 불안감 때문에 실전에서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던 그녀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야만 했다.

나는 츠무기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첫 라이브가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

나는 필사적으로 생각해냈다.

내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과거의 내가 했던 실수를 하지 않게, 그녀에게 어떤 조언을 해야 할지.

 

"……!"

 

그 때였다.

긴장을 하는 그녀의 모습 위에 과 현장으로 복귀했을 때의 나의 모습이 겹쳐진 순간.

주변의 격려로 겨우 일어선 내가 과연 이번에는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마주하던 그 때의 기억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그 순간.

나는 그 순간 전율을 느끼며 과거의 나에게,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츠무기에게 하고 싶은, 가슴 속에서 목구멍으로 끓어오르고 있던 말을 힘주어 이야기했다.

 

"넌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 널 믿고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

"그리고 출발을 잘못하는 걸, 실수로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럴 때마다 내가 너의 곁에 있어줄 테니까. 알겠지?"

 

목소리를 높인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나의 진심이 전해졌기를 바라며.

츠무기, 그리고 아직 웃으며 마주해본 적이 없는, 슬픈 나의 과거에게.

나의 마음이 전해졌기를 바라며.

 

"시라이시 씨, 슬슬 라이브 준비 해주세요!"

"아, 네! 금방 올라갑니다!"

 

그와 동시에 츠무기를 찾는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그녀의 첫 라이브가 시작될 거라는 전조였다.

나는 츠무기 대신에 스태프에게 대답하고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의 마음이, 나의 격려가 제대로 전달이 되었을까 하는 마음에.

그리고, 그녀의 하얀 얼굴이 내 시야에 들어온 순간.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

 

온화한 미소와 함께, 차분한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로 들어왔다.

츠무기는 다행히,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덕분에 좀 진정이 된 것 같습니다. 고마워요… 프로듀서."

"후… 다행이네."

"모든 분들이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는데… 정작 저는 제 자신을 믿지 않고 있었어요. 하지만 프로듀서 덕분에 알았어요. 저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걸…"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저 너머 무대에서 츠무기를 소개하는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있잖아! 사실 시어터에 새로운 친구가 왔어!"

"여러분들과 만나기 위해 카나자와에서 어여쁜 아가씨가 왔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환호성이 뒤이어 울려 퍼졌다.

무대 위에 있는 아이들도, 시어터를 찾은 많은 팬들도 모두 하나가 되어 츠무기를 찾고 있었다.

 

"…!"

 

그리고 그 부름에 이끌리듯, 츠무기는 천천히 그러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발걸음으로 무대 위와 연결된 계단으로 향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 위로 올라가려는 츠무기를 배웅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많은 감정이 느껴지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저는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죠?"

"맞아. 내가 보증할게."

"……."

 

짧은 시간에 주고 받은 대화.

그리고 그 대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들려오는 목소리.

 

"다들 뜨겁게 환영해주세요! 우리들의 새로운 친구, 츠무기를요!"

 

그와 동시에, 츠무기는 계단 위를 박차고 올라갔다.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 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지며 어두운 무대의 뒤편을 지나 환한 조명이 비춰진 무대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눈부신 빛에 감싸진 츠무기의 뒷모습이,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또각또각.

극장 안을 뒤덮은 환호성을 뒤로하고, 구두 소리가 천천히 계단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구두 소리와 함께 츠무기의 모습이 내 시야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첫 라이브를 무사히 끝낸, 나의 담당 아이돌인 그녀를 환하게 웃으며 맞이했다.

 

"정말… 정말 아름다웠어 츠무기. 수고했어. 정말로."

"……."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계단을 내려오던 그녀는 살짝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는 내 앞에 멈춰서더니, 약간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실수를 너무 많이 했어요."

"……."

"분위기를 못 살린 것 같아요. 제가… 제가 표현하려는 느낌은……."

"……."

"첫 라이브였는데… 만족스럽지가… 않은 것… 같아요."

"…츠무기."

"앞으로 좀 더 연습을… 해야……."

"감정에 솔직해져도 돼. 울고 싶으면 울어."

"……."

 

애써 불만을 늘어놓던 그녀의 표정이 북받쳐오는 감정으로 일그러지고, 두 눈에서 이미 굵은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음을 안 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츠무기는 나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흐흑… 흑… 고마워요… 고마워요 프로듀서……!"

"고생 많았어. 그리고……."

 

나에게 안겨 흐느끼는 츠무기의 모습에서, 복귀 후 첫 라이브를 끝내고 눈물을 흘리던 과거의 내가 떠오른 나는 눈을 감아 많은 감정이 실린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리곤 조심스럽게, 나에게 안긴 가녀린 그녀를 포옹했다.

그녀의 라이브를 보고 여운이 남아 연신 츠무기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나와 그녀의 첫 라이브는,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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