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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휴가 복귀한 코토리씨가 이상한 씨앗을 주셨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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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1, 2017 12:07에 작성됨.

4.

사무소로 출근하는 몸이 무겁다.

묘하게 가렵다. 마치 피부층 아래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싹트는 것 같다.

그 혐오스런 감각을 애써 부정하며, 사무소에 출근하니

이번에는 정신을 혼미케 할 정도의 기괴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히비키랑 유키호가 마치 동네 강아지마냥, 바닥에 네 발로 엎드려서 헥헥거리고 있었다.

치하야는 마치 고양이처럼 하루카의 옆에 엎드려 작은 과자를 게걸스레 햩고 있었고,

유키호는 쇼파에 홀로 앉은 하루카를 위에 연신 부채질 중이였다.

 

날 발견한 아이들이 마지막 남은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을 변호하겠다는 듯이,

다급하게 각자의 변명을 늘여놓는다.

 

이오리 「차, 착각하지마! 이건 하루카의 과자를 먹고 싶어서 그런거야!」

 

유키호 저 (울먹) 죄 죄송해요오..하지만 참을 수가 없어서..(울컥)

 

프로듀서 「하루카 이게 무슨..」

 

하루카 「아, 죄송해요. 프로듀서...

그런데, 과자가 별로 안 남았는데, 사람이 다섯이나 있지 뭐에요?

그래서 장난처럼 입찰 중이였어요.

자, 다들 개처럼 짖어볼래?

가장 잘 짖는 사람에게는..」(해맑)

 

하루카 「요 과자를!」

 

하루카가 주머니에서 과자를 꺼내자 내 눈도 불가피한 본성에 따르듯 과자로 향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흥분 속에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데,

그 박동은 한 일초 간격으로 더 커지고 육중해져서, 

나중에는 그대로 심장을 짓이겨 새빨간 핏덩어리로 만들것만 같이 뛰어올랐다.

 

프로듀서 「꿀꺽..」

 

하루카가 과자를 흔들자,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이라는 마지막 보루가 본성이라는 거대한 해일에 무너지기라도 했는지,

 

그녀들은 인간 이하의 가축마냥 하루카의 손 아래 엎드리며 추잡한 돼지같은 탐욕을 가감없이 보여주었으니

내가 알던 그 아름다운 아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고

깊은 밤 중에 꾸는 불길한 악몽인가 착각할 정도였다.

 

이오리 「왈왈!」

 

하루카 「에..약한데? 유키호는?」

 

유키호 「우우..제발 하루카. 우리 이러지 말자 우리 친구잖ㅡ」

 

하루카 「떽! 이 하루카씨는 자유공정원칙을 준수한답니다?

그러면 우리 치하야에게 줘야 하..」

 

유키호 「우..왈왈!...왈왈왈왈!!..헥헥」(뚝뚝)

 

하루카 「헤헷. 그래 잘 하네 유키호. 완전히 개 같은데?(미소)

(휙) 그래 맛있게 먹어」

 

이오리 「하, 하루카! 아니 나 나는? 나는!!」 

 

하루카 「흐음....없네? 내 손에 묻은 가루가 있긴 한데..

이거라도 먹을래?」

 

프로듀서 「...꿀꺽」

 

당장이라도, 달려나가고 싶다.

열대의 지독한 열병과도 같은 과자에 대한 갈망과 탐욕이 머리 위로 번져나간다.

마른 가을의 들판에 번지는 화염마냥,

그 씨앗의 기묘한 향미와, 오독한 식감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어느새 싸늘한 식은땀이 가득 흘러나와, 내 셔츠 윗부분을 모두 적셔버린다.

 

하루카 「그런데 내가 화장실을 갔다 와서 손을 안 닦아서..심지어 큰거였는데 괜찮을까? (히죽)」

 

이오리 「(울먹) 흐..흥! 그 그래도 성의를 봐서..그정도는 참아주겠다고? 손 내밀어!」

 

이오리 「ㅡ햘짝햘짝..」

 

하루카 「헤헷 간지러워 이오리. 너무 적극적으로 빠는거 아냐?」

 

하루카 「아, 그리고 치하야, 그냥 궁금한건데..(미소) 하늘나라의 유우가 좋아 과자가 좋아?」

 

치하야 「그, 그건..」

 

하루카 「응? 유우가 더 좋으면, 어쩔 수 없는데.. 

이 과자 반 개는 누구한테 줘야 하나? 흐음..」

 

히비키 「우갸! 저, 저요 하루카님 저를ㅡ」

 

치하야 「닥쳐 히비키! (울먹)..유우보다 과자가 더 좋아요..」

 

하루카 「우쭈쭈 잘했어요. 착하다 우리 치하야 강아지.」

 

하루카 「..아 프로듀서. 아직도 계셨나요?

흐음..프로듀서씨는 특별히 싸게 드릴 수 있는데..

그냥 스케줄이랑, 데이트 약속 정도만..헤헷.

아! 그것보다도, 저희 집에 오시는건 어때요? 과자를 엄청나게 구워다 드릴 수 있ㅡ」

 

프로듀서 「..왜 이렇게 된거니?..미쳤구나..미안하다. 먼저 나갈께」

 

소리지르면서도, 과자에 대한 생각은 마치 초인적인 자유와 환희, 

설명할 수 없는 약속을 제안하듯 나를 괴롭히고 또 유혹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나는 당황해하는 하루카와 인간이기를 포기한 가축들을 뒤로 하고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하루카 「어?..프, 프로듀서!」

 

이후에도 한동안, 하루카는 과자를 써서 아이들을 마치 애완 동물처럼 가지고 놀았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보여준 반응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았기에

결국 하루카는 우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휴일로 잡혀 있었기에, 따로 사무소에 나오지 않았다.

프로듀서에 대한 우울한 생각 속에,

하루카의 휴일은 조용하게 흘러갔다.

 

하루카가 우울한 생각 아래 누워 뒹굴거리는 동안, 

수평선 너머 붉은 핏빛 석양이 지고,

어둠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며 밤의 도래를 알렸다.

 

 

5.

자신의 과자에, 아이들은 완전히 노예가 되어버렸다.

과자만 있으면 설령 미키든 도도한 타카네든 모두 자신의 노예로 부릴 수 있는 것이다.

도도하던 타카네조차도 과자 앞에서 자신에게 도게자를 시키는데 성공했을 때,

하루카는 마치 자신이 진짜 신이라도 된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황홀한 생각을 음미하다가도,

프로듀서에 대한 생각에 하루카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하루카 「이상하다..프로듀서는 왜 안 넘어왔을까?

프로듀서, 사실은 전부 프로듀서를 위한 것이였는데..

..과자를 더 만들면 결국엔 넘어오겠지? 헤헷」

 

하루카는 시선을 씨앗 쪽으로 돌렸다.

씨앗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지만, 한 차례 정도는 더 만들 수 있었다.

조만간 코토리 씨에게 진짜로 찾아가봐야겠어..

 

그런데, 묘하게도 시선이 계속해서 씨앗이 담긴 봉지에 고정되었다.

마치 나방을 불가피한 파멸로 유혹하는 가로등 불빛마냥,

그 씨앗들이 표면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무늬들로 하루카를 유인하는 것만 같았다.

마치 최면에 홀린 환자마냥, 씨앗을 향해 손을 뻗으려던 찰나,

 

..자취방에

 

ㅡ띵동

 

하고, 벨이 울린다.

 

하루카 「누구지?」

 

문에 나와 있는 자그마한 구멍으로 바깥을 내다본다.

 

이오리 「하루카, 나야. 문 좀 열어줘!」

 

타카네 「하루카님. 부디, 그 문을ㅡ」

 

사무소의 아이들이다.

무심결에 문을 열어주던 하루카가 멈칫한다.

마치 붉은 염료라도 부은 마냥, 핏기 가득한 그녀들의 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으니,

문턱을 넘은 아이들은 무언가 알레르기처럼 올라온 피부를 벅벅 긁으며 하루카를 향해 다가갔다.

하루카가 주춤거리자, 

아이들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육식 포식자들마냥 무리지어 다가온다.

 

히비키 「과자! 과자달라죠!!!」

 

마미, 아미 「과자!」「과자 달라Gu!!」

 

하루카 「저, 저기..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ㅡ」

 

아즈사 「과자를, 내놔! 내놓으라고!! (버럭)」

 

하루카는 재빨리 안방에 들어가서는, 아이들이 들어오기 전에 문을 잠가버렸다.

 

ㅡ쾅쾅쾅!

ㅡ쾅쾅!

ㅡ쾅쾅쾅쾅!

 

끝없는 식탐에 정신이 나가버린마냥,

문을 두들기는 아이돌들의 절규에 가까운 짐승의 울부짖음과 아우성이

심장을 갉아먹을듯한 섬뜩한 혐오감과 비인간적인 것에서 느껴지는 공포를 자아내고 있었다.

 

공포 속에 손에 닿는대로 전화기를 쥐어보지만,

경찰? 경찰은 안 되었다.

그랬다가는, 과자에 넣은 씨앗의 정체가 들켜버릴지도 모른다.

만약 마약 같은 것이라면? 아마 필경 그럴 것이다.

 

하루카 「가, 감옥 가기 싫어..(울먹) 난 아이돌 스타가 되어야 하는데..」

 

문은 이제 거의 부셔질만치, 두들겨지고 있었다.

 

문득 창가로 시선이 돌아간다.

생각해보니, 이 자취집 2층이잖아?

뛰어버리면 되지 않을까?

 

다행스럽게도, 안방은 베란다로 연결되어 있었다.

창문을 통해 베란다로 넘어가다가 창틀 부분에 허벅지를 살짝 베여 피가 맺혔지만,

하루카는 베란다를 통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어느새 자정을 지나, 어둠에 잠긴 새벽의 거리를 광인마냥 달리는 하루카 뒤로

아이들의 짐승과 같은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하루카는 그대로 달리고 또 달리며,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걸고는, 그대로 코토리씨의 집으로 향했다.

혹여, 모든 것의 시작인 그녀라면 해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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