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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네가 좋다고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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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31, 2017 07:33에 작성됨.

"치하야 쨩, 좋아해."

 

하루카가 지나가듯이 던진 그 말은, 치하야에게 있어서는 절대 그냥 지나가게 둘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치하야는 즉시 하루카를 불렀다.

 

"무슨 의미?"

 

"글쎄, 어떤 의미일까나."

 

하루카는 그렇게 답하고는 생긋 웃어보였다. 언제나 보이는 부드러운 미소였다. 거기에는 장난끼도 조금 담겨있는 듯 했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어딘가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치하야는 하루카의 그 미소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아무런 전조도 없이 툭 튀어나온 폭탄발언의 진위 여부를 알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몇 번을 보아도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결국 치하야는 하루카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평소보다는 볼륨을 낮춘 목소리로 말했다.

 

".....농담이라면 이쪽도, 라고 해줄게."

 

"만약 정말이라고 한다면?"

 

"그런 말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줄 의향이 있어."

 

"에, 뭐야 그거.....보통 반대이지 않을까?"

 

농담이면 그런 농담은 하는 게 아니다고 할 거고, 진담이면 받아준다. 그럴 텐데. 하루카가 의문과 불만이 모두 엿보이는 얼굴로 투덜거렸다.

 

"앞에건 몰라도 뒤에건 뭐 하나가 빠졌다는 생각이 드네. 받아준다는 것 말고도, 거절이라는 선택지도 있을 테니까."

 

"치하야 쨩은 나, 싫어하는 걸까나....."

 

"아,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

 

치하야가 하루카를 몇 번 곁눈질하면서, 조각조각난 말을 몇 개 토해내다가 멈췄다. 좋아해. 뒤에 이어질 말이 남아있었지만, 치하야는 입을 꾹 다물었다. 좋아한다는 말이 마침표가 될 수는 없었으니까. 그 뒤에는 아직 좀 더, 이어질 말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자신을 한껏 흥미진진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이에게 상처를 줄 게 틀림없을 거라고, 치하야는 생각했다.

 

"헤에.....그럼, 좋아한다고 생각해도 괜찮을까?"

 

"애초에 하루카는 대체 왜 날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야."

 

곤란해진 치하야가 급히 말을 돌렸다.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소용없었던 모양이었다. 하루카는 망설이는 기색 없이 즉답했다.

 

"왜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건데."

 

"그거야 좋아하니까."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투로, 하루카가 말했다. 치하야는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그 좋아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나중에 확인해보기로 하고, 우선은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듣고 싶네."

 

"그냥, 다 좋은 걸."

 

"하루카는 애매한 이유로도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애였구나."

 

이미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고 밝혀진 걸 알면서도, 치하야는 어떻게든 그 말을 시덥잖은 농담으로 취급하려고 애썼다. 일부러 매정한 말로 답해서, 하루카를 떨어트리려고 했다. 좋아한다는 말, 들어서 기쁘지 않았다는 건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 말을 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하루카라면, 더더욱 그랬다.

 

아니, 기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는 표현을 쓸 것도 없었다.

 

순수하게 기뻤다.

 

그렇지만.....

 

치하야는 그 기쁨의 바로 뒤에 따라붙는, 두려움에 좀 더 집중했다.

 

"있지, 하루카.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게 어쩔 수 없다구? 치하야 쨩, 뭘해도 귀엽고 사랑스러워보이니까."

 

"대체, 어디가....."

 

치하야가 한숨을 푹 쉬었다. 하루카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의 두 사람. 치하야가 힘없이 어깨를 떨구는 사이, 하루카가 즐거운 목소리로 재잘거렸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걸 하나를 뽑아보자면, 역시 노래를 대하는 모습이 아닐까? 진지한 치하야 쨩도, 정말 좋아한다고, 나."

 

"그 노래 때문에, 하루카 너를 온전히 좋아할 수 없게 되었는데도?"

 

"어?"

 

치하야는 그 달아오른 분위기에, 차가운 물을 단번에 끼얹어버렸다.

 

"저기, 치하야 쨩....."

 

하루카가 주춤하면서도, 용기를 내 치하야를 불렀다. 표정을 굳히고 있던 치하야는 그 즉시 입을 열었다.

 

"하루카도 잘 알고 있듯이,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건 노래야. 그건 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변하지 않아."

 

내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하는 건, 노래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돼.

 

완전히 못을 박는 듯한 그 선언에는 스스로에 대한 무거운 다짐의 의미도 섞여있었다.

 

힘겹게 말을 마친 치하야는 표정을 없앴다. 그런 치하야를 멍하니 보고 있던 하루카의 입가는, 직선에 가까워졌다.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있던 치하야는 그 변화에 속으로 흠칫하면서도, 결심했다는 듯이 또 한 번 입을 열었다.

 

"아까 좋아한다고 말한 거, 부디 농담이기를 빌 게."

 

내가 가장 걱정해야하는 건 노래이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네가 좋아.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꾹 참아내고, 대신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치하야는 이 이상의 응대는 기대도 하지 말라는 듯, 아예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안됐지만 진심이야."

 

그렇게 말하는 하루카의 입가에, 다시 한 번 미소가 돌아왔다. 즐거움이나 기쁨보다는, 그렇지 않은 쪽의 의미가 강해보이면서도,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결연함이 담겨있었다.

 

"그 마음, 접는 게 서로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치하야의 권유에도 하루카는 고개를 저었다.

 

"온전히, 까지는 아니더라도 치하야 쨩, 나를 좋아하는 거네?"

 

"하루카는 어째서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거야....."

 

치하야가 질렸다는 듯이 한숨섞인 말을 토해냈다. 그거야 당연.....하루카는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아직 치하야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내게 있어서 하루카는, 언제나 뒷순위가 될 텐데. 그런데도.....좋은 거야?"

 

치하야가 망설이다 망설이다 결국 끝까지 내뱉은 말에도, 하루카는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그리고는 하고 싶었던 말을 드디어 입에 담았다.

 

"그래도 좋다고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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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뻘글 투척. 이제 22일 되면 나오는 마스터 프라이멀 록킹 레드.....거기서 또 나오는 하루치하 공식 커....아니 듀엣곡 크림슨러버즈는 위험한 곡, 이라는 발언이 나와서 무지무지 기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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