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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루] 『부풀어오르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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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30, 2017 06:09에 작성됨.

우리가 통상적으로 빵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밀가루 500g을 기준으로 따뜻한 물에 풀어놓은 7g 정도의 이스트가 들어간다.

이것이 들어가지 않으면 물을 반죽한 밀가루 덩어리는 부풀지 않고 그저 둥근 덩어리인 채로만 남는다. 

그것은 상식이자, 태초에 빵이라는 것을 인류가 만들었을 때부터 전해지는 당연한 이야기.

책을 읽고 있던, 우리의 빵순이 아이돌 오오하라 미치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읽던 책을 덮는다.

빵가게 점원이 꿈이었던 아가씨는, 자신이 먹은 빵의 갯수는 기억 못할지 몰라도 그 정도의 상식은 알고 있다.

하지만 미치루는 아는 내용도 다시 한 번 들여봐야 할 때가 있는 법임을 안다.

그래, 마치 지금처럼.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을 다시 물을 때처럼.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오오하라 미치루는 고민한다.

 

「프로듀서 씨에게도 이스트가 들어가지 않은걸까요...?」

 

뜬금없이 나온 이 프로듀서라는 직책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당연히 그녀 자신의 프로듀서를 말하는 것이 틀림없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 카드가 전량 반품되어도, 프로덕션 전체가 모이는 연례 콘서트에 자신의 이름이 빠져도 자신만을 프로듀싱하는, 조금은 바보같으면서도 그런 모습이 마냥 좋은 346프로덕션의 한 프로듀서.

하지만, 그런 프로듀서임에도 미치루는 고민한다.

고민하고, 번뇌하고, 박약하고, 고대하고, 원한다.

그 모든 것의 이유라고 해 봐야 당연히 그것밖에 없지만.

 

「난감하네요...」

 

세상의 온갖 고민거리는 다 떠안은 듯한 미치루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딱딱하게 굳은 채 멀뚱히 서 있는 바게트를 쳐다보더니 조금씩 갉아먹는다.

미치루의 덧니는 빵을 갉아먹기 위해 나 있는 듯하다. 아니면 나무를 갉는 비버와 비슷한 속도로 바게트를 갉아먹을리 없다.

꽤나 긴장이 되는지 빠른 속도로 바게트를 갉아먹던 미치루가 하던 행위를 우뚝 멈추고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래요, 그러면 되겠네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치루는 생각난 김에 쇠뿔도 단김에 빼자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전화기를 들어 프로듀서의 전화번호를 찾고는 전화를 건다.

지금은 없는 자신의 솔로곡,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형체는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멜로디가 휴대폰에서 잠시 울려퍼진다.

미치루가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하는 사이, 뚝하고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피곤한 듯한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프로듀서의 목소리에 미치루가 일단 이런 늦은 시간에 죄송하다고 사과하고는 본론을 바로 이야기한다.

 

「혹시 프로듀서는 이스트가 필요하신가요?」

 

얼핏 들으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미치루의 말에 저 쪽에서는 침묵만이 전해져 오다가 이내 그 자신의 대답을 들려준다.

아니, 대답인가. 아무래도 미치루가 들은 것은 그것이 무슨 소리냐는 듯한 소리인 듯했다.

그 증거로, 미치루는 이 정도의 말도 알아듣지 못한 프로듀서가 조금 원망스러운지 살짝 화가 난 말투로 대응한다.

 

「정말, 무슨 말인지 아시면서 그러시는 거죠?」

 

미치루의 말에 저 쪽에서는 무슨 대답을 한 듯하다.

아무래도 자신의 아이돌에 대한 무슨 친밀한 말을 한 듯하다.

프로듀서의 대답에 미치루가 얼굴이 화악 붉어지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프로듀서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자신의 프로듀서는...!

하지만 다시 들려온 프로듀서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에 미치루가 볼을 부풀린다.

 

「정말, 장난치지 말아주세요! 저는 진심이라구요!!」

 

미치루가 조금 성을 내며 말하자 보이지 않는 저 쪽에서 무언가 답신을 들려준다.

기분 탓일까, 꽤나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띄운다.

역시 자신의 프로듀서라는 표정.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치루는 안심한 듯하다.

잠시 얼굴에 미소를 짓던 미치루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다시 질문을 던진다.

 

「그럼 프로듀서. 다시 물을께요. 프로듀서는, 이스트가 필요하신가요?」

 

저 쪽에서의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오직 들리는 것은 기계음이 보내오는 일련의 신호일 뿐.

다만, 미치루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서리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원하던 대답을 들은 모양이다.

전화기 저 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자신의 몸을 맡기던 미치루가 행복을 표정을 지은 채로 입을 연다.

 

「그렇군요.... 고마워요, 프로듀서.」

 

프로듀서의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미치루가 걸었던 전화도 끊겨, 이제 전화기에는 뚜-하는 통화 종료음만이 들린다.

하지만 미치루는 전화기를 다시 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아까 자신이 조금 갉아먹었던 바게트를 잠시 쳐다보다가 얼굴을 붉히며 껴안는다.

아무래도 좋은 말을 들은 모양, 상기되었던 미치루의 볼이 조금 안정을 찾는가 싶더니 다시 은은하게 붉은 빛으로 물든다.

자신의 마음이 확인받아져 기뻐 어쩔 수 없는 소녀의 모습을 한 미치루.

미치루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지 바게트를 껴안고 침대 위를 작게 퐁퐁 뛰다가 지긋이 자신이 안고 있는 것을 쳐다본다.

그러고보니 길이가 꽤 길고 단단한 것이, 프로듀서의 상체 같아보이기도 하다.

 

「...그 때를 위해서, 지금 연습해 둬야겠네요.」

 

매우 결심한 표정으로, 미치루는 바게트를 쳐다보며 중얼거리다가 기습적으로 끝 부분에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처음은 매우 부드럽게, 중간은 조금 거칠게, 마지막에는 다시 부드럽게.

마치 자신이 부드러운 빵을 먹을 때처럼 정성스럽게, 하지만 꽤나 격정적으로 하는 키스.

몇 번이고 바게트에 키스를 하던 미치루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바게트를 원래 있던 자리에 두고는 중얼거린다.

이제 연습은 이만 됐다는 듯한 표정. 남은 것은 실전이다.

침대에 천천히 누운 미치루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우며 다시 중얼거린다.

 

「사랑에는, 이스트가 필요하지 않았어요.」

 

사랑에 필요한 것은 오직 더욱 부풀어오를 것에 대한 기다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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