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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여섯 명의 마녀와 한 명의 괴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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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8, 2017 01:27에 작성됨.

전편들

 

(주의: 깁니다)

 

“물건은 잘 간수해야죠”

 

다들 놀라는 와중에도 히이라기는 여유롭게 휠체어를 움직여서 프레데리카의 앞으로 다가가갔다. 거친 손으로 프레데리카의 하얀 손을 잡아 핸드폰을 쥐어주며 말을 건냈다. 프레데리카가 그 마이페이스에 휘둘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래를 본 순간, 자신의 손이 히이라기의 손에 잡혀있는 것을 깨달았다. 오른손으로 프레데리카의 오른손을 잡아 끌어 왼손에 있던 스마트폰을 쥐여준 상태였으니 히이라기의 손에 완전히 끼인 셈이었다.

 

“힉..!”

 

프레데리카가 얼굴을 한 번 더 가열하며 손을 빠르게 빼내자, 히이리기는 자신의 못난 손 때문인가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음...미안해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아니, 그런 의도가 아니라...”

 

프레데리카가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을 때, 슈코가 앞으로 나서며 눈을 가늘게 뜨고 쏘아붙였다.

 

“여긴 왜 온거야?”

 

“음.....여기오면 안 되나요?”

 

히이라기가 머리를 긁적이며 순수한 목소리로 갸웃해하자, 역으로 기가 죽어버린 슈코는 할 말이 없었는지 말을 잇지못했다. 히이라기는 스윗치즈를 살짝 쳐다보면서 말을 꺼냈다.

 

“지금쯤이면 포기할 줄 알았는데 용케도 포기는 안 했다길래, 힌트라도 줘볼까 하고 왔죠. 맛있는 것도 먹고...”

 

“빵!?”

 

빠르게 제 1 본능이 움직이는 미치루가 크게 외쳤지만, 히이라기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가져오진 않았고.....혹시 다들 시간 있나요? 한가롭게 여기저기 들쑤시며 정보 캐는 사람들은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그 말의 대상이 된 소녀들은 웃으면서 속을 긁는 소리를 하는 히이라기에게 잠깐이나마 울컥-했지만, 지금 히이라기가 가지고 있는 위치를 생각하고는 입 열 마음을 고이 접어버렸다.

 

“어디로 가?”

 

“근처 카페로 잠깐 자리를 옮겼으면 해서요. 여긴 불편하거든요.”

 

‘오빠가 갈 만한 카페라....’

 

히이라기는 일이 뭐든 자신이 직접 나서는 일과 관련해 대접한다면 보통은 자신이 직접 만든다. 적어도, 믿고 맡길만한 멤버가 따로있다. 하지만 이 근방에 그런 사람은 없다. 미치루는 천천히 상황을 정리하다가 어느 순간 ‘아’하고 깨달았다. 히이라기가 직접 맡길 만한 사람은 없지만, 적어도 ‘오오하라’의 주방에서 일했던 이의 카페는 있지.

 

‘...그렇게 되면 힌트가 아니라 함정인데.’

 

하지만 미치루는 곧 대수롭지않게 넘겼다. 일이야 어떻게 흐르든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고 오빠가 만드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은 일이다. 애시당초 히이라기가 미치루를 뺄 리는 없으니까.

 

히이라기는 프레데리카를 잡아 끌며 말을 돌렸다.

 

“미야모토 양도 같이 가죠? 시간이 난다면 말이죠.”

 

이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못한 채 다시 한번 손을 잡히자, 프레데리카의 얼굴은 노란색과 대조적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그러나 멍하니 고개만 위아래로 흔드는 프레데리카를 일깨운 건 다름아닌 슈코였다.

 

“프레쨩~? 우린 일정이 있는 것 같은데?”

 

슈코는 어깨에 올린 손에 힘을 주더니 그대로 프레데리카의 입을 막으며 끌어당겼다. 그러나 프레쨩에게 집중하느라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놓쳤다.

 

“흐음~ 그렇군요.. 그렇다면 히이라기 님? 저는 시간이 남으니 실례가 안 된다면 참여해도 괜찮을까요?”

 

“뭐, 얼마든지요.”

 

“....!”

 

사에가 살짝 입을 기모노의 옷깃을 가리고 쿡-쿡- 미소로 몸을 떨며 슈코에게 안부를 전했다.

 

“그럼, 슈코 항~? 부디 일 열심히 하시고...”

 

슈코는 결국 프레데리카를 풀어주며 말했다.

 

“어서오십시오. 셰프.”

 

말끔하게 정리된 카페에서는 주인이 나와 깍듯하게 두 손을 모아 히이라기에게 인사를 올렸다. 가볍게 인사로 화답한 히이라기는 곧장 자리를 안내받았다. 새하얀 테이블과 의자를 기초로 조금 수수하지만 나름의 포인트를 주는 인테리어가 더해진 곳으로 안내받아 소녀들을 앉혔다.

 

히이라기는 그곳에 머무르지않고, 따로 나갔다. 덩그러니 방에 남겨진 소녀들이 주위를 둘러보며 각자의 감상을 내놓기시작했다.

 

“으우....노노는 역시 이런 거 무리이-인데요오....”

 

“노노쨩, 그렇다고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면 안 돼!”

 

“와아~ 이 방석 푹신푹신하네요~”

 

“그나저나 히이라기 님은 어디에...?”

 

“오늘 운이 좋네요. 오빠가 직접 조리하는 걸 보게되다니.”

 

당연히 다들 그 소리에 반응하기는 했지만, 사에와 슈코는 그 소리에 격하게 반응했다. 슈코는 눈을 크게 부릅뜨고 고개를 돌렸으며 사에는 입을 가릴 생각도 못하고 입과 눈을 같은 크기로 벌렸다.

 

“어머머머....히이라기 님이 직접..”

 

사에는 얼굴에 핏기가 빠질 정도로 놀라다가 금새 양손으로 연분홍으로 물드는 것 양뺨을 가렸다.

 

“소녀..아직 준비가...”

 

“네네~”

 

미치루가 오늘도 망상녀를 향한 진화를 거듭하는 사에를 느긋하게 받아넘기는 동안, 히이라기는 주방을 안내받고있었다.

 

“주방에는 카메라 설치 끝났습니다. 당연히 동선에 배치되지않게 설치 완료되었구요.”

 

히이라기는 한 번 주방을 둘러보니, 수고했다는 덕담을 전하며 후루키를 불렀다.

 

“가서, 마무리 작업해주세요.”

 

검은색 신용카드를 받아든 후루키가 셰프를 데리고 나가자, 히이라기는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조작했다.

 

[아아- 잘 들리시나요?]

 

그 목소리를 기계를 타고 소녀들이 있는 모니터로 향했다.

 

[오늘은 이전에 제가 드렸던 과제에 대한 힌트도 드리고 겸사겸사 대접도 할 겸, 제가 직접 조리하는 걸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그럼...잘 부탁드립니다]

 

 

 

박력분을 보울에 덜어내고서 히이라기는 다른 가루를 하나 더 넣는다.

 

“메밀가루네”

 

테이블에 앉아있던 미치루가 먼저 입을 열자, 사에가 갸웃하며 되물었다.

 

“메밀이 하얗네요?”

 

“원래 곡물가루는 다 하얗고, 옛날에 제분기술이 떨어졌을 때나 껍질이 섞여서 그런 색이 나오는 거에요.”

 

살짝 말이 오가는 사이에, 밀가루와 메밀가루에는 달걀과 우유, 소금과 설탕이 끼얹어지고 있었다. 바로 섞지는 않고, 버터를 한 덩이 잘라 다른 그릇에 넣었다. 버터가 들어간 그릇을 끓는 물이 담긴 그릇에 다시 넣어 중탕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히이라기는 팔로 보울을 잡고, 교반기를 넣었다. 교반기로 계란노른자을 눌러 깨고서는 본격적으로 휘저어 재료를 섞기 시작했다. 우유를 중심으로 밀가루와 메밀가루가 녹아들어가고, 약간 희끄무레하게 회색빛을 내는 반죽 속에서 노른자가 밝은 노란색 선을 그려가며 원형으로 휘어저지다가 이내 녹아내리듯 반죽 안으로 사그러들었다.

 

살짝, 히이라기의 얼굴이 보였다. 보라색 안광을 뿜어내며 트레이드 마크 같은 미소조차 한 줄기 남지않은 채 앙 다운 입술은 미치루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비주얼이었다. 사에나 슈코는 물론 보지못했고, 미치루조차도 제대로 본 일이 손에 꼽는 주방에 선 히이라기는 보는 사람이 기가 죽어버릴 정도로 ‘집중’ 그 자체였다. 가끔 히이라기가 화를 낼 때, 보랏빛 안광을 볼 수는 있지만 주방에서 뿜어져나오는 안광은 다르다. 화날때는 사방팔방으로 날뛰는 느낌이라면 지금 느껴지는 것은 한 점으로만 나오는 레이저랄까. 단지 행복하게만 먹어치우는 그런 아기자기한 디저트 뒤에는 저런 얼굴이 있었구나..싶은 충격도 몇몇 사람에게는 다가왔다.

 

그는 버터를 집어 다시 반죽에 넣어 좀 더 휘젓고는 체를 가져와 한 번 거르기 시작했다. 체 위에는 약간 껄끄러워보이는 가루들이 남고, 그 아래로는 벌꿀색을 은은하게 반사하고있는 반죽이 기다랗게 뽑혀 그릇으로 흘러들어갔다. 반죽을 냉장고에 밀어넣고서 히이라기는 한숨을 한 번 쉬고 팔을 걷어붙였다. 그 모습을 미치루는 턱을 손으로 받친 채, 혀를 아주 작게 차면서 고개를 양 옆으로 저었다.

 

“휘핑하려는 거야.”

 

그 말이 끝날 때 쯤에는 이미 보울에 생크림과 교반기가 들어가있었다. 보울을 잡고서, 오른손으로 교반기를 휘젓는다. 교반기를 따라 생크림이 소용돌이를 그린다. 영원히 끝나지않을 것처럼 교반기가 크림을 휘저으며 이따금씩 통통-보울을 친다. 크림의 바깥쪽에서는 거품이 조금씩 일어났다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히이라기의 팔과 목에는 점점 물기어린 광택이 짙어진다. 땀이 나는 것이다. 힘이 들어가는 팔에서는 피부 밑에서부터 핏줄이 올라오며 피부가 팽팽하게 확장된다. 앙 다물다 못해 입술이 안으로 말려들어간 채로, 교반기가 멈추질 않는다.

 

“.......”

 

“....어이.”

 

“.......”

 

“침 흐른다.”

 

““헛...! 츄릅..””

 

미치루는 사에와 슈코를 짜게 식은 눈으로 보다가 이내 눈동자를 한 쪽 위로 날려보냈다.

 

“흠흠, 히이라기님이 직접 요리하시는 걸 처음 봐서...정말...탐스런... 크림이네요”

 

“꽤나 인상적이네...오빠의 팔뚜-이 아니라 케이크가 맛있을 것 같다.”

 

“그러게.”

 

몸에서 오르는 물기가 점점 짙어짐에 따라 교반기가 크림 위에 그리는 선도 점점 짙어진다. 거품이 일어나지않는다. 교반기에 물려 질질 끌리는 크림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크림은 점점 무거워진다. 교반기로 아무리 흔들어도 액체상태였던 처음과 달리 크림은 흔들리지않는다.

 

10분, 조금은 더 넘었을까 크림이 그렇게 시나브로 변하는 동안 히이라기의 휘핑은 멈추질 않는다. 멈출 수가 없다. 크림은 차갑게 식고 휘핑 속에서 굳어가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몸은 한없이 뜨겁기만하다. 굳은 각오라도 된 듯한 얼굴로 한 번도 쉬지않고 끝도 없이 교반기를 휘젓는 그 사람의 몸에서는 말로 설명 못 할 불꽃이 느껴진다.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열정’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가 가진 자신의 것을 한도 끝도 없이 쏟아낸다. 자신이 정한 마음 속의 이미지를 따라 그 사람들은 끊임없이 반죽하고, 휘젓고, 자르고...

 

정해진 규격이 없는 자신 또는 먹어줄 사람의 마음을 따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은 끔찍하게 고된 일이다. 의심하여 머뭇거리고 허튼 손을 대었다가는 망칠 수 있고, 이만하면 됐다고 끝내면 미완으로 남기 마련이다. 누가 답이라고 말해주지도 않고, 스스로 확신하기에도 어려운 일이다. 답도 없는 것의 답을, 그들은 만들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그것이, 그것을 만드는 이가 어찌되었든 ‘최고’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자라면 그가 만들어야할 것은 ....무엇일까.

 

스륵-

 

히이라기의 기백에 눌려 생각조차도 하지못하고, 마냥 크림의 시간을 보던 중에 땀이 흘렀다. 이마를 타고, 눈과 눈 사이의 공간으로 빠져 콧잔등을 타고 그것은 위태롭게 코 끝에 매달렸다. 정말 쌀 한 톨만한 땀방울이 코 끝에 걸렸다. 그 아래로는 황색 광택이 깔린 하얀 크림이 서서히 모습을 갖추어가고있었다.

 

슈코가 눈치채고 일어나려는 찰나, 미치루가 그 손목을 움켜잡았다. 의문과 갑자기 치미는 분노. 그것은 미치루의 눈동자를 보고서 가라앉았다. ‘방해하지말라’고 그녀는 말없이 전했다.

 

침을 한 번 삼키고 바라보았다.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히이라기는 끝도 없이 크림을 휘저었다. 이윽고, 액체를 넘어 잘 굳은 아이스크림처럼 교반기로 퍼올려도 될 정도가 되자 땀이 떨어졌다.

 

톡-

 

보울을 내려놓고 손바닥으로 땀을 받아낸 히이라기는 물로 손을 씻고, 마른 수건으로 얼굴을 한 번 닦았다. 그제서야 손님들은 참았던 숨을 내쉬며 안도할 수 있었다.

 

팬을 달구어 놓은 히이라기는 냉장고에서 크림 넣은 다음 반죽을 꺼냈다. 국자 하나를 천천히 보울 속에 넣었다 꺼내어 팬 위에 천천히 들이 부었다. 광택이 흐르는 벌꿀색 반죽이 천천히 기분좋은 곡선을 유지하며 사방을 퍼졌다. 팬 끝까지 퍼지지는 않아 팬을 들어 한바퀴 기울여가며 반죽을 얕게 퍼트렸다.

 

딱 한 바퀴를 기울여돌리고 팬을 다시 내려놓자마자, 반죽은 기다렸다는 듯이 물기와 광택을 날려버리고 밑에서부터 위로 곳곳이 살며시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오름들이 죽었다가 또 살아났다가 1분이 되었을까 하는 시점에 빠르게 익어가는 반죽. 히이라기는 냉큼 그것을 집어 뒤집었다.

 

노란색이 살짝 희미하게 섞여 풀어진 백색 반죽 위로 노릇노릇한 갈색 결들이 사방으로 뻗어 크레이프를 한층 더 먹음직스럽게 장식하고있었다.

 

짠~ 이라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퍼질 정도로 탐스럽게 나타난 크레이프를 보며 식당에서 탄성이 흐른다. 히이라기는 그 탄성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팬에서 그것을 꺼내어 철망 위에 내려두었다.

 

“접시에 두면 수분이 차니까.”

 

미치루가 간단하게 부연설명을 덧붙이자, 사에가 눈을 빛내며 질문했다.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되나요?”

 

“너무 차가워질 거에요. 김을 먼저 한 번 빼야 물기가 생기지도 않고...”

 

몇 번 말이 오가는 사이 팬 옆의 철망에는 크레이프가 차곡차곡 새로 올라가고 있었다. 잠깐, 크레이프를 서늘한 냉장고에 넣어 식힌다. 그 동안에 히이라기는 물로 손을 씻어내고, 다시 도마를 꺼냈다.

 

씹는 맛을 살리면서도 크레이프 사이사이에 잘 들어갈 정도로 적당한 크기를 찾아 과일을 썰어낸다. 키위, 딸기, 블루베리..... 정말이지 좀스러워보일정도로 작은 과일 하나를 히이라기는 미동도 하지않는 얼굴로 썰어낸다. 그 와중에도 지독하게 느껴질 정도로 도마와 칼을 씻어낸다. 위생을 위해 그리고, 과일들의 과즙이 섞이는 걸 막기 위해, 자르고 씻고, 자르고 씻고...

 

제일 먼저 구웠던 것을 돌림판 위에 두었다. 신부가 드레스를 천천히 입어가며 그 풍성한 미를 몸에 더해가듯이, 돌림판이 돌아가며 칼과 부딪힐때마다 크림이 천천히 얹어진다. 처음에는 원형으로 펴진 종이판들처럼 한쪽으로 비스듬히 겹쳐진 모양에서 점점 하나의 크림막으로 펼쳐진다. 마치 물레위에서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어가다가 어느샌가 완성되어버린 걸 보는 느낌.

 

크림을 바르고 과일을 올리고 크레페를 조심스럽게 올린다. 다시 반복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디저트 한 조각을 위해, 간단해보이지만 섬세하고 끝도 보이지않을 것처럼 반복되는 일을 해낸다. 누구를 위하여? 자신이 먹을 것이 아닌 것인데도 그들은 그렇게 해낸다. 섬뜩한 집착처럼 느껴지기도한다. 방송에서 흔히 하는 말, ‘손님들이 행복하게 먹는 것만 보면 힘든 것도 없어요’ 그런 말로 정말 해결되는 것인가. 그런 의문마저 치솟는다.

 

간단하게 먹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도 오랜 시간 속에서 지루하고, 지루하지만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작업을 통해서 빚어낸다.

달콤하게 먹는 것을, 그들은 섬뜩할 정도로 차갑고 굳은 얼굴로 조각해낸다.

 

새삼, 히이라기가 그토록 자신의 조리과정을 보여주지않으려 했던 이유가 조금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배려였겠지. 자신의 요리를 먹는데있어서 거리낌이 없기를, 자신을 신경쓰지않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그토록 숨기고 가려왔던 진면목이었다.

 

마지막 한 장까지 올리고, 히이라기는 접시에 조각조각 나누어 올린다. 끝난 것일까 싶은 순간에도 히이라기는 끝나지 않는다. 접시를 들어 지문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흰색 천으로 닦아내고 나서야 트레이에 올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마 오래 걸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숨가쁜 그 시간이 지나고서 소녀들 앞에는 너무나도 앙증맞고 화려한 후르츠 크레이프 케이크가 놓여졌다.

 

“잘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잠깐 머뭇머뭇거리다가도 이내 눈 앞의 유혹에 마음을 뺏겨 포크를 찔러넣는다. 노오란색 크림사이에서 형형색색하게 들어간 과일, 마치 탐스러운 과실주처럼 그것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향을 내뿜는다. 불꽃놀이...라기에는 너무 화려한 말이다. 살랑살랑, 물결이 살그머니 일어나느 듯한 기분....들판에 펼쳐진 꽃들이 4월 중순의 느긋한 봄바람을 맞이하여 흔들릴 때 코 끝에 아스라이 닿는 향이다.

 

제일 먼저, 바나나. 바나나 특유의 달달함이 가장 먼저 물린다. 그리고 조금조금 씹어보자, 아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원한 수분이 입 안에 흘러퍼진다. 키위. 바나나가 점잖게 뒤에서 쭉- 바라보는 신사라면, 키위는 어느불쑥 튀어나와 돌아다니는 장난같은 맛이다. 그리고 장난치는 아이를 뒤따라 붉은색 딸기와 망고아가씨가 온다. 톡쏘기만해 맛을 밸런스를 해칠지도 모르는 키위를, 딸기 즙과 망고의 비교적 잔잔한 단 즙이 붙잡아준다. 바나나는 뒤에서 시나브로 맛과 향을 퍼트리고 키위는 씹는 순간, 시원하고 토도독- 터지는 소리와 함께 입 안 여기 저기를 톡톡 쏜다. 그 감각에 불쾌해지려는 찰나, 딸기와 망고가 울리다가 이내 하나로 사그러든다. 아니 녹아내린다.

 

천천히이- 천천히이- 그렇지만 멈추지않고 꿀렁거리는 크림 속에 그것들은 모두 잠들어버린다. 크림을 타고 흘러내려가듯이 그것들이 어느새 입에서 사라져있다. 그러나 즐거움은 멈추지않는다. 조곤조곤 천천히 입안에서 씹히는 것은 크레페, 얉디얉아서 크림과 과일들의 무도회에서는 잘 드러나지않았지만, 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 살며시 남아 톡톡끊어지듯이 씹히는 그것들은 크레페였다. 크림의 우유향이 스며들어 적당히 달달한 맛이 시나브로 퍼지는 맛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자장가와 같은 느낌이다.

 

노노나 시즈쿠 등, 스윗치즈의 멤버들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힌트’를 찾았지만 도무지 힌트다운 힌트는 없었다. 들리는 말도 간단한 담소일 뿐. 결국 노리코가 소리내어 묻기에 이르렀다.

 

“저기, 그 힌트라는 건 뭐야.......요?”

 

노리코는 평소의 반말을 쓰다가 미치루의 부릅뜬 눈이 느껴졌기에 뒤에 ‘요’를 붙였다. 히이라기는 귀여운 여동생들의 해프닝에 잠시 웃고서는 후르츠 크레이프 케이크 접시를 앞으로 밀어주었다.

 

“이게 ‘힌트’에요.”

 

크림과 크레페, 과일이 섞인 이것이 힌트라니 무슨 말일까. 그러나 말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이미 태양의 빛이 밀려나고 어둠과 섞인 기나긴 석양이 창가에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이제는 서로 헤어져야할 시간이었고 더욱이 히이라기는 다른 일이 있다며 자리를 피해버리고 말았다.

 

“뭐야! 그냥 싫으면 싫다고 하던가! 정말!!”

 

카페를 나서는 길에 노리코가 앳된 목소리로 짜증을 한껏 부리며 앞장서자, 스윗치즈의 언니들은 그 모습을 보며 나름의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케이크 맛있었지~”

 

카나코의 말에 아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게 힌트라니...”

 

시즈쿠의 말에 노리코가 짜증으로 받아쳤다

 

“그냥 싫은거야! 그 사람!”

 

“역시...그런 맛은 무리인데요오....”

 

결국 아무런 답도 없이 한숨으로 끝나버린 D-1의 날이 져버리고 있었다. 혹시 내일이라도 그 답을 알 수 있을까.

 

한편, 오오하라 베이커리로 돌아온 히이라기는 미치루를 먼저 올려보냈다. 당장이라도 올라가서 쏟아지는 잠에 취해 몽롱해진 동생을 껴안아 주고 이불을 덮어준다음, 잠이 들때까지 지켜보고싶지만 그것을 잠시 미루어야한다.

 

지금은 올 손님이 한 명 있다. 이미 닫았어야하는 가게지만, 히이라기는 곱게 테이블 하나를 정리해두고 한 명의 손님을 기다렸다.

 

이윽고 가볍게 가게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재업했습니다. 직접 언급은 아쉽게도 못하지만 오류 지적해주신 독자분께 감사드립니다.

 

긴데 재미는 읍....죄송합니다.

 

요즘 주7일 근무로 피로가 쌓였는지 잘 써지지않는 와중에 쓰려니 좀 걸렸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리장면에만 신경쓰다가 다른 부분을 모두 놓치고 말았네요. 조리장면도 그닥 만족스럽지않고...

 

쓰면서 왜 안 끝나냐고 소리를 몇 번을 쳤던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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