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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모리 아이코 생일 축전 - 화요일의 아이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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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5, 2017 21:00에 작성됨.

 오늘도 평소랑 다를 것 없는 아침이었다. 전날 차장에게 시달리며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아픈 머리를 쥐어 싸매며 일어나는 아침. 비몽사몽한 채로 시간을 확인하고 욕실로 갔더니 거울에 비친 내 머리가 새의 둥지와 다를 바 없는 꼴을 하고 있었다. 보고 있으려니 자연히 ‘머리 감기 귀찮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은 화요일이었다. 좋은 생각만 하자. 스스로를 다독이며 머리를 대야에 처박고 물을 끼얹었다.

 아침은 당연하게도 편의점 도시락. 어머니가 보내주신 비타민과 영양제, 보약을 먹고 집을 나서면 지옥의 출근시간이 시작된다. 나를 비롯해 전철 안으로 모여드는 회사원들을 보고 있으면 왜 인간은 일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해 진지한 의문이 솟구친다. 물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냥 전철에 꾸역꾸역 몸을 밀어 넣을 뿐이다.

 사방팔방 짓누르는 압력 속에서 공간을 확보하며 나는 주위를 살폈다. 어디 있지? 분명 있을 텐데, 오늘은 화요일이니까. 전철이 출발하는 순간 발견했다. 유명 아이돌인 타카모리 아이코를. 바람이 불면 살랑거릴 것만 같은 머릿결과 작고 사랑스러운 체구를 보자마자 단숨에 마음이 안정되었다. 역시 모두의 치유제! 포지티브 패션의 천사!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만의 활력소와 다름없는 그녀였다.

 두 달 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 그 날도 나는 피로에 찌들어 전철에 올랐다. 바뀌지도 바뀔 기미도 없는 바깥풍경을 보며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을 때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내 속에서 심장 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가 쿵, 하고 떨어졌다.

 몇 번이나 현실을 의심하고 나서야 확신했다. 진짜 타카모리 아이코야, 라고. 잘못 봤을 리가 없다. 매일매일 그녀의 블로그를 확인하고, TV는 물론 라디오까지 체크하며 팬으로서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그 동경의 대상이 바로 내 옆에 있다니.

 말이라도 걸어볼까? 그래도 되는 걸까? 망설이는 사이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해버렸다. 기회를 놓쳤지만 그래도 기뻤다. 다음에 또 만날지도 모르는 거잖아? 그런 마음으로 나는 매일 아침 전철 안을 확인했지만 타카모리 아이코는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역시 그 날은 작은 행운이 찾아왔을 뿐인 걸까. 그렇게 생각할수록 그 놓쳐버린 행운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이런 내 마음도 모르면서 차장은 나에게 괜한 히스테리를 부렸다. 다시 기운을 잃고 삶을 반복하기를 일주일. 나는 다시 그녀를 발견했다.

 정말로,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보다도 더 기뻤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거는 추태를 저지르고 말았을 것이다.

 기쁨에 겨워 온몸의 짜릿한 감각을 맛보고 다시 그녀를 본 순간,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 멘트가 떠오르지 않았다면.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바빠지고 있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서 산책을 계속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전보다 더 그 시간이 소중해진 것 같아요.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이나마 천천히 걷다보면 평소에는 안 보이던 것이 보이거든요.”

 그녀는 지금 그런 시간을 보내는 중일 것이다. 아이돌이 아니라 타카모리 아이코라는 사람으로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를 발견했다. 산책을 하다 만난 귀여운 고양이, 삭막한 도심 속에 핀 작은 꽃 같은 그녀를.

 아쉬움을 참으며 나는 멀찍이서 그녀를 지켜봤다. 그래도 한 가지 수확은 있었다.

 처음 만난 날과 두 번째로 만난 날은 모두 화요일 같은 시간. 장소는 전철 맨 앞 칸. 우연이 아니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주 화요일마다 타카모리 아이코는 이 전철을 탄다. 그러니까 매주 한 번씩 나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걷지는 않지만 그 시간이 나의 산책 시간인 것이다.

 일주일에 단 한 번 있는 정말로 소중한 시간. 이 날을 기다리며 나는 일주일을 버틸 수 있었다. 차장의 잔소리도 밀려드는 업무도 팍팍 해치웠다. 그러나 역시 이런 좋은 기회를 말 한 번 걸지 않고 보내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을, 오늘만을 기다렸다.

 우연이 겹치면 운명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이것은 분명 운명이다. 타카모리 아이코를 만날 수 있는 화요일이 마침 그녀의 생일이라니. 일주일 전부터 정보를 닥치는 대로 모아 최고의 선물을 골랐다. 항상 내가 먼저 내리니까 그 때 자연스럽게 선물을 건네고, 짧고 조용하게 “생일 축하합니다, 아이코 양.” 하고 인사하는 거다.

 작전 실행까지 한 정거장. 몇 자 안 되는 멘트를 수십 번이나 재정비했다. 이제 실행한다.

 머릿속 시뮬레이션대로 안내방송이 흐르고, 심장이 뛰고, 전철이 멈춘다. 문 앞으로 움직이며 스치듯이 심장이 뛰고, 주머니에서 선물상자를 꺼내고, 심장이 쿵쾅거린다. 네 개의 손이 선물을 건네면서 마지막으로 축하를……. 네 개?

 “어?”

 타카모리 아이코를 중심으로 네 개의 손이, 두 개의 선물 상자가 교차했다. 나는 내 앞에 있는 차장을, 차장은 예상치 못한 나를 보고 물음표를 띄웠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그녀는 우리 둘을 번갈아 봤다.

 상황을 파악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문이 열렸다. 나는 그저 프로그램 된 대로 움직였다. 타카모리 아이코에게 선물을 건네자 차장도 마찬가지로 선물을 건넸다.

 “생일 축하합니다, 아이코 양.”

 두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서 발소리가 교차했다.

 사라져야해, 얼른 사라져야해, 그런데 어디로 사라지지? 합선을 일으킨 사고회로가 혼란에 잠겨 들어갈 때 타카모리 아이코의 목소리가 우리를 잡아 세웠다. 저기요!

 우리는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두 분 다 감사합니다!”

 미소였다. 분명한 미소. TV로 밖에 본 적 없는 타카모리 아이코의 천사 같이 아름다운 미소. 이미 파괴된 이성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 성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미소가 오직 우리를 향해 지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땐 차장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크흑.

 “아쨩이 나를 보며…… 웃어줬어.”

 소매를 흠뻑 적시던 차장은 내가 옆에 있음을 알아채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는 뻘쭘하게 물었다. 어, 음.

 “언제부터 아셨습니까? 아이코 양이 저기 타고 있는 거.”

 “……두 달 쯤 전에. 한 번 만나고 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매번 화요일이면, 그, 저기 타더라고. 자네는?”

 “저도 두 달 전에……. 잠깐. 그럼 전에 히스테리 부리신 이유가 혹시 아이코 양을 다시 못 만날까봐?”

 “어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얼른 일하러 가야지. 이러다 지각하겠어.”

 “저기요, 잠깐만요! 차장님! 선물 뭐 주셨어요? 네?!”

 

 

 타카모리 아이코의 소문 : 변장하지 않고 산책하고 있을 때 말을 걸지 않는 게 팬들 간의 매너라는 듯.

 

 

 

 

 

제목은 저렇게 적었는데 사실 저는 월요일의 타와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명세를 타기 전에 인터넷에 올라온 번역을 보았으나 재미없어서 더 안 봤습니다.

그런데 축전을 쓰려다 '지하철에서 만난 소녀에게 힐링 받는다' 는 점이 비슷한 것 같아 제목 좀 빌렸습니다.

사실 전에 봤던 어떤 팬만화가 내용면에서 더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그런 이유에서 제목을 화요일의 아이코로 정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진짜예요. 제가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

 

그보다 분명 아쨩 생일 축전인데 내용에서 아쨩은 큰 비중이 없군요.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아쨩을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습니다.

제가 어지간해서는 만화 속 세상을 부러워 하거나 '만화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이러지 않는데, 아쨩은 정말 한 번 보고 싶어요.

아이코는 천사예요 으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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