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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리 「무대가 끝나고 모르는 사람에게 납치되어버렸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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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8, 2017 18:54에 작성됨.

 

(여러가지 주의)

 

]추천 브금 : https://www.youtube.com/watch?v=stWae6r7Blw

 

프롤로그.

창백한 달빛 함께 강변의 모래알마냥 미세하게 빛나며 하늘을 장식하던 별들조차도 짙은 먹구름에 감추어져 암흑만이 가득한 밤.

가로등 불빛 아래로 음침하고 칙칙한 주홍빛이 비추는 아래로,

도요타제 구형 승용차 한 대가 정차한다.

운전자석에서 중년과 노년 중간 단계에 위치한 추레한 차림의 남자가 내리더니,

트렁크 쪽으로 다가간다.

 

남자 「어이 아가씨, 말 잘 듣고 있나?」

 

트렁크 안에서 무엇인가가 마구 안 벽을 두드리며 소리지른다.

사전에 방음 처리된 트렁크 벽에 막혀 잘 들리지는 않지만,

그것은 분명한, 여자 아이의 목소리이다.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남자는 트렁크를 두드리고는 귀를 가져다댄다.

 

남자 「안 들리는데, 다시 한 번 말해보지?」

 

「(쿵쿵) 당신! 절대로 감옥에 가게 해줄꺼야! 키아앗!

미나세 가문의 모든 것을 다 총동원할 거라고!!」

 

안에 갇힌 사람은, 미나세 이오리.

미나세 가문 회장의 딸이자, 765 프로의 간판 아이돌이다.

 

바로 오늘 낮에, 남자는 765프로의 톱 아이돌 미나세 이오리를,

대담하게도 스태프 관계자로 속인 다음에

약을 탄 오렌지 주스를 건네고는,

그녀가 잠에 취한 사이에 납치하여 차 트렁크에 넣고 여기까지 도착했다.

남자는 이오리가 불쌍하게 느껴졌는지, 혀를 끌끌 차며 혼자 중얼거린다.

 

남자 「참..너도 불쌍하다.

그러게 왜 그 사람한테 못되게 굴었냐..

..그분의 아이 아니랄까 봐..생긴거랑은 다르게 시키는게 참 무섭구먼.

이런 짓을 하라니..뭐 나야 하라니까 해야지.」

 

남자는 주변에 다른 누군가나 혹은 무엇인가,

즉, 목격자가 될 성한 쓸데없이 정의 의식에 투철한 야밤의 누군가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마지막으로, 물론 사전에 확인하긴 했지만

주변에 CCTV라던가 귀찮은 것들이 있는지 최종적으로 점검하고는,

임무를 완수했노라, 보고하기 위해 알려준 번호에 전화를 걸려고 했다.

 

허나, 폴더폰을 열어서, 번호를 누르던 순간에

남자는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히 박살나버린 몸이 하늘 높이 날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는 도로 한 켠에서 차에 치여,

그대로 10m를 날아갔다.

도로에 부딛히며 철퍽, 하고 오싹한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그를 치어버린 승용차 운전석에서 한 20대 남성이 부들부들 떨면서 걸어나온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고로,

공포 속에 버릇처럼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침묵 속에 경악하고 있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지나가는 조연에 불과하므로

그냥 나까무라 씨라 칭하도록 하겠다.

그는 오늘 저녁간에 사랑하는 애인에게서 차인 불쌍한 청춘이다.

허나, 나까무라 씨는 야간까지 과음해버렸고

무리하게 운전대를 잡은 고로,

결국 그것이 이 순간 부지불식의 남성을 치여 즉사시켜버리는 결과를 낳아버렸다.

 

머리속이 싸해진 남성은 그대로 자수할까도 생각하였으나,

그는 도쿄 공무원 시험을 앞둔 사람이였다.

고심 끝에, 그리고 술김에, 

나까무라씨는 살아있는지, 죽어서 사후 경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전자일 가능성이 높은,

도로에 실 끊어진 인형처럼 추하게 엎어져 꿈틀거리는 중년 남성을 짊어지고는

바닥에 뿌려진 그의 물건들을 수습한 다음에

차 뒷자석에 모두 싣고, 그대로 떠나버렸다.

 

이로써 비극의 무대는 모두 마련된 셈이다.

중년의 차 한대만이 깜빡이는 가로등 등불 아래 남겨져 있다.

트렁크의, 이오리와 함께.

 

 

1일

이오리 [몇 시간이나 지난거지?

이제는 모르겠다.

그 빌어먹을 변태 놈의 얼굴, 똑똑히 기억한다고?

그 추잡하고 더러운 변태 같은 얼굴,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지.

나가면 미나세 가문을 걸고 반드시 최대 형량으로 고소해줄 테니까, 분명히 후회할꺼야!]

 

트렁크 안은, 너무나도 비좁았다.

공기도 탁하고, 보이는 것이라곤 어둠 뿐.

젠장, 내 핸드폰도 가져가버린 거야?

반드시 있어야 할 주머니에 핸드폰이 없어져 있었다.

어둠이 주는 답답함과, 밀폐된 공간이 주는 폐쇄성에 

참지 못한 이오리는 또 다시 분노를 토해내며

있는대로 차고 발버둥쳤다.

 

이오리「악악!! 키이이잇!!」

 

일반 사이즈 침대 반만한 작은 공간에서.

 

한참을 발버둥치며 날뛰던 이오리는,

약 기운 때문일런지, 아니면 거듭된 스트레스로 인한 것일런지

자신도 모르게 잠에 조금씩 빠져들다가,

이내, 완전히 잠들어 버렸다.

 

 

2일

이오리가 눈을 뜬 것은, 문득 느껴진 한층 더 답답해진 공기와

참을 수 없는, 무더움이 선사하는 습한 열기 때문이였다.

트렁크 안은 거의 사우나에 근접할만치 더워져 있었고,

이오리는, 열기 속에 숨이 막혀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득 겁에 질린 이오리가 처음으로,

애처롭게 외치기 시작했다.

 

이오리 「사, 살려주세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주인 없는 차는 6월의 작열하는 32도의 태양 아래 침묵 속에 달궈져갈 뿐이다.

사람들 중에,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는 사람은 없다.

 

이오리 「키이잇!! 다 꺼져 꺼지라고!!」

 

뜻하던 대로 되지 않자, 공포 속에 이오리는 발버둥을 처보지만

땀만 나고, 힘만 빠질 뿐이다.

결국 이오리는 발버둥을 멈추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이오리의 하얀 원피스는 땀으로 가득 젖어버렸고,

몸에 흐르는 땀은 이제는 실개천을 이루어,

트렁크 바닥에 조그마한 웅덩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찐득찐득한 불쾌한 감촉과,

좁고 어두운 트렁크 안을 가득 채우는, 다름 아닌 자신의 몸에서 나온,

과도한 오렌지 주스 소비가 만들어낸 쾌쾌한 땀냄새에

이오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처음으로 작게 흐느끼며 울었다.

 

이오리 「(훌쩍) 제, 제발 살려줘요! 아무도 없어요?!」

 

이오리 「제발요!!」

 

허나, 트렁크에서 나오는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끝없는 더위와 이성을 점점 몰아세우는 폐쇄 공포, 온 몸을 휘감는 축축한 감촉과 냄새가 만들어내는,

불쾌한 감각들의 합주 속에서

인내심이 다한 이오리는 마침내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올 때까지

계속해서 목이 쉬어라 소리지르다가,

마침내 절망 속에 잠들었다.

 

3일

새벽이 찾아오고, 사이 사이 얼굴을 내민 태양은,

이오리가 잠든 사이에 어느새 중천까지 떠올랐다.

다시 뜨거운 한여름의 태양빛이 모두를 비추었고,

어제와 똑같은 지옥의 열기 속에, 이오리는 강제로 눈을 떠야만 했다.

 

놀랍게도, 마치 온 몸을 옥죄는 듯이, 땀에 젖어 쾌쾌한 냄새 나는 원피스를 빼면

이오리는 어제만큼 덥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흘릴 땀이 없어서일까?

평소 자신의 컴플랙스였던, 시큼한 땀냄새 때문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자 코가 마비되었는지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지금 이오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은

끝 없는 갈증이였다.

 

이오리 「모..목말라요..」 

 

끝 없는 갈증이 이오리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것은 폐소감이 주는 공포와, 온 몸에 달라붙은 시큼한 원피스가 주는 불쾌감을 한층 더 뛰어넘는

악랄하고도 고통스런 감각이였다.

 

이오리 「하, 하라는건 다 할 테니까..제발 물 부터 줘, 아니 주세요..」(비굴)

 

하지만 텅 빈 차에서 들려오는 대답 같은건 없었다.

이오리는 미칠 것 같은 갈증과, 공포심에

또다시 자제력을 잃고 날뛰기 시작했다.

 

이오리 「키이잇!! 아아악!!」

 

그러다 문득, 발에 무언가 병 같은게 차이며

언듯 출렁이는 듯한 감각이 병 끝에서 발 끝으로 느껴졌다.

이오리는 신발을 벗고, 발 끝을 내밀어 

더듬더듬, 발가락으로 그것을 집어서는

몸 위로 올려보내서 손으로 잡아챘다.

 

묵직한 무게와 함께 찰랑찰랑, 액체가 느껴졌다.

떨리는 기대 속에, 뚜껑을 조심스레 따서

천천히 입에 가져다 댄다.

 

단 맛이 느껴졌다.

분명히, 그것은 음료수였다.

 

마침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갈증을 충족할 수 있다는 기쁨에

이오리는 감격에 휩싸여 울먹이면서

음료수를 조심스레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썩은 음료수를.

 

사실, 그 음료수는,

지금은 드럼통 속에 갇혀서, 도쿄만 바닷속에 가라앉은 차의 주인이 한 달 전 마시다가 버린 오렌지 주스로써,

제대로 밀봉하지 않아 더운 날씨 속에 표면 위에는 곰팡이가 슬고,

안에는 뒤룩뒤룩 살찐 물벼룩들이 죽어 둥둥 떠다니는 썩은 음료수였다.

 

허나 이오리는, 그 음료수에 떠다니는 물벼룩까지도

과즙 주스의 씨앗으로 착각하며 맛있도록, 음미하였다.

 

이오리 「아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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