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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여섯 명의 마녀와 한 명의 괴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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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7, 2017 23:48에 작성됨.

지난화 줄거리: 스윗치즈의 촬영장소로 오오하라 베이커리를 빌리려는 아이돌과 프로듀서에게 자신이 만족할만한 요리를 요구한 히이라기. 결국 약속 하루 전 스윗치즈는 골머리를 앓다가 탐문을 위해 먼저 립스를 찾아나서지만, 그 와중에 시키가 발작을 일으키고 쓰려진다.....

 

"아하....히이라기 오빠한테서 그런 과제를...”

 

시키의 삶이 오락가락하는 아찔한 상황이 조금 진정되고나서, 소파에 걸터앉아 한창 이야기를 들은 슈코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확실히 우리들이 몇 번 가본적도 있고...내가 히이라기 오빠랑 친한 것도 사실이지. 그러니까 충고해줄게. 포기해 못 해.”

 

슈코는 장난기 한 줌 없이 진지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서 단언했다. 마치 달군 칼로 막힘없이 케이크를 잘라내는 듯한 날카로운 말이었다. 그러나, 사실인 걸 어떻게하겠는가. 물론 슈코가 히이라기가 요리하는 것을 제대로 본 적 없다지만, 멀리서나마 그걸 훔쳐보고 10년간 먹어보기까지한 경험자로서 깨달을 수밖에 없다. 히이라기를 넘어선다는 걸 불가능하다고.

 

“아...”

 

난생 처음보는 돌같은 태도에 결국 소녀들도 고개를 푹 떨구고 말았다. 시간은 촉박한데 답이 없다니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다. 그런 곤란한 상황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찰나-

 

“풋.”

 

그러나, 그런 진지한 발언이 무색하게 뒤에서 비웃음이 날아들었다. 전부가 고개를 들어 사무실 문 쪽을 바라보자, 사에가 기모노의 옷깃으로 살짝 입을 가리고 슈코를 향해 얼굴로 아름다운 비수를 날리고 있었다.

 

“겨우 그 정도 밖에 못 하시는군요, 슈코 양은.”

 

“.....그럼 오빠를 이길 방도라도 있다는거야?”

 

“아뇨, 그러니까 슈코 양이 그 정도뿐이라는 겁니다.”

 

슈코는 그대로 소파에 앉아있기는 했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정색에 가까웠던 단호한 무표정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불쾌한 침입자를 보는 듯한 적개심 넘치는 눈으로 사에를 쏘아보았다.

 

“무, 무리이이...”

 

어쩌다보니 그 사이에 위치해버린 스윗치즈 중 노노가 기죽는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둘 중 어느 쪽도 신경쓰지 않고 한 쪽은 미소로, 한 쪽은 적개심 넘치는 얼굴로 서로를 맞받아 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에는 살짝 머리칼을 다듬듯이 뒤쪽으로 흘리며, 여유롭게 말을 던졌다.

 

“뭐, 가족인 사람 정도가 아니고서야 잘 모르겠죠....이해해 드리겠습니다. 슈코 양”

 

“헤에~ 넌 아는 거야?”

 

“당연하지요. 소녀, 히이라기 님께 운명을 얻고 다시 그 운명을 바치어...이제 그 아내가 될-”

 

“뭔 소리냐 임마아아!!!!!”

 

가면라이더가 당장에 보고 캐스팅할 법한 호쾌한 킥이 사에의 말을 끊어버렸다. 드롭킥의 주인은 한 바퀴 구르고서 슈퍼히어로 랜딩으로 가볍게 땅에 멈춰섰다.

 

쓰러진 기모노 빌런을 쓰러트린 자안의 히어로를 멍하니 보다가, 슈코를 시작으로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 기세에 눌리고 있던 불쌍한 사람들이 간절히 기다리던, ......우상.

 

‘‘‘‘‘‘아이돌이다!!!!’’’’’’

 

“누가, 우리 오빠 아내라는거야?”

 

아직 작지만 다부진 체구에 맑고 투명한 보라색 눈동자와 날카롭게 빛나는 송곳니가 인상적인 소녀가 팔짱을 끼고서 사에를 내려다 보았다.

 

“미치루!”

 

“아, 안녕하세요~ 그냥 지나가던 길에 헛소리가 들려서 잠깐 들려봤어요.”

 

카나코와 아이리가 구세주를 만났다는 듯이 손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물어보기시작했다.

 

“히이라기 씨를 만족시킬 요리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에!?”

 

사에를 끌고 데려가려던 미치루가 어버버하며 어리둥절해하자 슈코가 나서서 미치루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음....과연..오빠가 또.”

 

늘상 알쏭달쏭, 마이페이스인 히이라기의 행동이 익숙한 미치루로서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이며 납득했다.

 

“어차피 오빠가 한 말은 다른 의미의 만족일텐데....”

 

“그렇습니다!”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사에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벌떡 일어나 미치루 말에 동의했지만, 미치루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사에는 능글맞은 미소로 넘기고 말았다.

 

“후훗, 걱정마시죠. 제 대비는 완벽하답니다? 시집살이도 당연히...”

 

미치루가 한숨을 길게 뽑아내고서 애써 사에를 무시하고 화두를 돌렸다.

 

“음, 그러니가 오빠를 만족시킬 요리라고 했죠?”

 

“제 생각에는 히이라기 님이 문제를 내신 것 같은데요...?”

 

사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미치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러게요. 아주 쉬운 문제네.”

 

에!?라는 소리와 함께 모든 시선이 미치루에게로 모아졌지만, 미치루는 별로 놀라지도 않고 천천히 손을 내저었다.

 

“저는 말 못해주는데요. 이건 답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답을 몸으로 깨우치냐 마냐의 문제라...”

 

“에에...”

 

“답은 엄청 기본적이고 간단해요. 하지만, 그걸 체화하고 실천하는 건 정말 어려우니까요. 주방에서도 아이돌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본...아, 더 말하면 안 되겠다.”

 

뭔가 알려줄 듯 말 듯 술술 이야기를 풀던 미치루는 한순간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에 눈을 빛내던 소녀들이 조금만 더 이야기해달라고 매달리고 달래고 협상해보았지만, 그 입은 결국 바게트에도 열리지않았다.

 

“으뭉~~~...저기저기, 그럼 그냥 본인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 이니야?”

 

여태까지 의외로 침묵을 지키던 프레데리카가 불쑥 머리를 소파 안으로 밀어넣으며 물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은 그런게 통할 리가 없다며 시도조차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여기서 한가지 유념해야한다. 발언자가 프레데리카라는 걸.

 

“네~ 여보세요~? 아! 힛쨩?”

 

스피커폰으로 바꾸어 전화기를 탁자에 놓고 프레데리카는 말을 이어갔다

 

“네, 오오하라 베이커리의 오오하라 히이라기입니다. 아, 미야모토 양? 오랜만에요~”

 

정말로 전화를 걸어버린 프레데리카와 생각외로 쉽게 전화를 받은 히이라기. 그러나 이야기는 의외의 곳에서 멈췄다.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 오나요?”

 

“에?”

 

순간 찌릿-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프레데리카가 멈칫했다.

 

“으음.....보고...싶었어요..?”

 

“나중에 또 와도 되냐고 물은건 미야모토 양이었는데요? 프랑스어 귀엽게 잘 하시더라구요~”

 

“아.....에..에에에엑!!?! 극,그,그거 알아들었어!? 귀엽다니...평소에 미인이라고 말은 듣는데..물론 입 열면 초미인이라던가 소리도 듣는데 뭐랄까 인터넷에서도 듣는 소리인데 기분이...으으...이럴 줄 알았으면 프랑스어 더 열심히 배워서...그, 근데 어떻게 알아들은거야!?”

 

미치루는 옆에서 살그머니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 오빠 7개 국어는 할 걸요...”

 

“어어어....”

 

설마 거기까지 들킬 줄을 몰랐었나보다. 프레데리카는 얼굴이 빨개진 것도 모자라, 어린이가 잘 숨겼다고 생각한 것을 어른에게 진즉 들켰다는 걸 알았을 때의 모습을 하고서 어쩔 줄 몰라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미치루를 붙잡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미치루!? 나 뭐라고 말해야해!?”

 

“뭘 뭐라고 말해요. 그냥 바빠서 못갔다고 하면 되죠? 아, 혹시 미야모토 양은 저 보기싫었나요?”

 

“맞다! 이거 스피커폰이었지!?”

 

왠지 점점 연상남/연하녀 커플의 해프닝을 보는 것같은 기분에 알 수 없이 차오르는 분노까지 서서히 느껴가던 교토의 아가씨 2명이 끼어들었다.

 

“오ㅃ-”

 

그러나 그것보다 빨리 프레데리카의 손이 더 빨랐다. 상황이 이겨낼 수 없었는지, 갑자기 핸드폰을 잡아 내던져버린것이다! 양 눈을 질끈 감고 빨개진 얼굴로 냅다 팔을 휘둘렀다.

 

“우아아아아앙!!!”

 

정말 기습핵폭탄과 같은 행동에 모두 눈과 입만 떡하니 벌리고 날아가는 핸드폰을 쳐다보던 찰나, 그것을 허공에서 텁-하고 잡아낸 팔이 있었다. 복도에서 뻗어나와 사무실 문을 통과해 부서지려는 그것을 붙잡고서 천천히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이런 조심해야죠? 미야모토 양?

 

잘 구워진 식빵이 떠오르는 갈색 머리칼이 살짝 찰랑거리면서 생기를 더하고 나긋나긋하게 울려퍼지는 중후한 목소리가 놀란 모두의 마음을 약간 안정시켜준다. 감겨있는 듯한 실눈과 휠체어에 받쳐서 어쩐지 쓸쓸해보이는 하반신...

 

“오빠!”/“히이라기 님!”/“후레레......”

 

“보고싶었어요. 모두... 잘 지냈나요?”

 

대혼란의 주범은 정말 여유로운 미소를 한가득 품고 나타났다.

 

===

 

간만입니다.

 

오늘은 아쉽게도 제가 간만에 쓰는 거라 감을 잡지못해 먹는 글을 쓰지못했습니다. 다음화에 히이라기가 직접요리하는 장면과 같이 넣어 흐름을 맞추고 싶은 제 욕심도 있었습니다. 독자분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간만에 온 처음모습부터 이렇게 실망스럽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아직도 기억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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