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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0장 - 인연

댓글: 4 / 조회: 844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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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2, 2017 01:49에 작성됨.

어느 무렵 부턴가 - .

 

 

강렬한 빛과 함께 깨어나는 꿈을 꾸기 시작한 듯 했다. 단순히 날이 밝을걸로 예상되는 날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잔 탓에 꾸는 것일까?

 

 

그렇게 돌이켜 생각해보면 볼수록, 정신이 명료해짐에 따라 꿈의 내용도 빠르게 잊혀졌다.

 

 

굳이, 일일이 꿈에 대해 되돌려 생각할 만큼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꿈에 대해서는 접어둔 채, 소녀. 시마무라 우즈키는 방 문을 나섰다.

 

 

오늘은 부모님의 결혼 기념일.

 

 

벌써부터 무슨 선물을 할지 고민에 빠지는 소녀의 모습을 따스한 햇살은 비춘다.

 

 

 

 

 

.

 

 

.

 

 

.

 

 

대륙의 중부.

 

 

동대륙과 서대륙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알짜베기 땅에 자리잡은, 곧 건국 천년을 맞이하는 유서깊은 나라가 있다.

 

 

 

인간과 아이돌의 나라. 미시로 왕국.

 

 

아이돌(능력자)이란, 태어날 무렵부터 또는 후천적인 요인으로 어떠한 '능력' 을 각성한 초인들을 일컫는다. 오로지 인간에게서만 발현되는 이 아이돌은 전 세계적으로 적은 수가 분포되어있는데.

 

 

이 나라에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의 아이돌들이 거주하고있다고 한다.

 

 

특히나 왕국의 중심지인 왕도 우사밍의 도시에는 대대로 아이돌을 배출해내는 집안이 있을 정도로 그 풀이 풍부하다...만.

 

 

길을 거닐고 있는 이 소녀, 시마무라 우즈키에게는 당장은 해당되지 않는 먼 이야기.

 

 

 

" 엄마랑 아빠가 평소에 좋아하시던게 뭐가 있으려나? 정말- 비밀♡ 이라니.. 수수께끼도 아니고.. "

 

 

" 우와아앗 ! 비켜, 비켯...! "

 

 

 

 

 

 

" 꺄악 ! "

 

 

" 으아앗..! "

 

 

 

부모에게 줄 선물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며 걸어가던 우즈키는 누군가와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고만다. 둔부가 무척이나 쓰라리지만, 앞을 보고 다니지 않은 자기 탓임을 알기에 그녀는 벌떡 일어나 고갤 숙인다.

 

 

 

" 죄송해요..! 괜찮으신... "

 

 

 

사과의 말을 꺼내는 그녀의 앞에 보이는 풍경은, 마치 서커스를 하고있는 것 같은 기묘한 풍경.

 

 

 

" 헙! 욥 ! "

 

 

아마도 자신과의 충돌로 붕 떠버린 타르트와 기타 빵류를 능숙하게 척척 낚아 품에 챙기는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신기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 아이돌...' 우즈키는 그렇게 그 사람의 정체를 짐작할 수 밖에 없었다.

 

 

통상의 인간이 따라하기에는 굉장히 빠른 속도였으니깐. 우즈키가 저도 모르게 박수까지 치려던 감탄의 순간.

 

 

 

" 으갹! " 차마 손이 꽉 차 못 받아낸 에그 타르트가 그 사람의 얼굴에 수직으로 낙하해 성대하게 퍼질러진다.

 

 

박수를 치려던 우즈키는 깜짝놀라며 자신의 입장을 돌이켜보고서 곧바로 손수건을 꺼내 타르트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준다. ' 죄송해요 ! 저 때문에...! ' 입으로는 연신 사과의 말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던 중, 어느정도 타르트 내용물이 닦인 얼굴을 도로 앞으로 향하며 우즈키를 향하 눈웃음을 보낸다.

 

 

 

" 괜찮아 괜찮아~ 사람이 이런일도 있을 수 있지~ 신경쓰지 마. "

 

 

" 하지만, 저 때문에 타르트가... "

 

 

" 문제없어. 언젠가 이렇게도 먹어보고 싶었다고 할까~ 얼굴 닦아줘서 고마워 ! 그럼, 행운이 함께하길 - ! "

 

 

 

. 마치 아무런 문제 없다는 듯 쾌활하게 웃어넘기는 모습에 우즈키는 졸였던 가슴을 핀다. 활기찬 소녀는 이내에 빠른 걸음으로 우즈키의 반대편으로 멀어져갔다. 아래쪽으로 뻗친 짧은 머리의 수수해보이는 모습이었으나, 그 밝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보는 편에서도 안심되고 기운나는 인상이었다.

 

 

우즈키는 자기 길을 가려다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 행운이 함께하길.. ? "

 

 

 

 

 

잠시 후, 상점가의 어느 가게.

 

 

" 축하하네 아가씨 ! 우리 가게 5천번째 손님으로 당첨됬다네 ! "

 

 

" 에...에에?! "

 

 

 

 

 

그리고 또 잠시 후, 상점과 외곽의 논밭지역.

 

 

" 처자... 조금만 도와줄 수 있는가 ? "

 

 

" 네~ 물론이죠. "

 

 

" 아이구 이게 뭐시여, 이, 이거.. 쥬엘 덩어리 아녀?! "

 

 

" 하와와와...! "

 

 

 

 

 

옷가게에 갔더니 경품당첨, 그리고 노파의 부탁으로 감자뿌리 뽑는것을 돕다가 쥬엘 원석 덩어리를 채굴해낸.. 말도 안돼는 운의 연속에 그녀는 차츰차츰 부딪혔던 아이가 건넸던 말을 돌이켜본다. 그 아이의 능력이었을까?

 

 

그렇다면 이 행운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중요한것을 떠올리고 그녀는 손뼉에 주먹을 내리쳤다.

 

 

 

" 엄마 선물...! 우으으, 뭘로 하지? "

 

 

부모님 선물을 잊고있었다고 스스로 불효녀라고 자책하던 우즈키는.. 현실을 보고 긴숨을 내쉬었다.

 

 

헌데... 근본적으로 아무리 고민해봐야,  드릴만한 선물은 마땅히 떠오르는것이 없었다. 미리 사전조사라도 철저했다면 이렇게 고민할 일은 없었으리라 또다시 자책라는 우즈키.

 

 

별 수 없다는 듯이, 주변을 별 생각없이 돌아보다가 그녀의 시야에 팍 꽃힌것이 하나 있었다.

 

 

 

" 꽃..! "

 

 

 

그녀는 곧바로 발걸음을 향했다.

 

 

 

걸음이 멈춰 선 곳 앞에는, ' 꽃가게 ' 라고 당당하게 쓰여있었고, 그 이름에 걸맞게 온갖 종류의 꽃들이 안팎으로 늘어서 있었다. 마치 작은 정원처럼 세팅된 꽃들의 향연이 우즈키는 산뜻하고 느린 걸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서 둘러보기 시작했다.

 

 

살면서 한번도 본 적 없던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헌 가게 안쪽을 노닐다가, 물뿌리개 소리에 스리슬쩍 그쪽을 바라봤다.

 

 

구멍이 숭숭 뚤려 그 사이로 비춰지는 햇빛을 받아내는듯한 길고 검은 머리카락의 뒷모습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아마도 이 꽃집의 주인정도 되보이는 것 같고, 그쪽에선 아직 이쪽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기에 마치 자신이 도둑이 된 것 마냥 긴장감이 차올랐다.

 

 

 

" ...응? "

 

 

 

그리고 살금살금 다가가는 찰나, 뒷모습이 고개를 휙 돌아봤다.

 

 

 

" 우왓?! 아, 안녕하세요...? 에헤헤.. "

 

 

" 아... 응. 어서.. 오세요. " 

 

 

 

 

다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둘은 쭈뼛쭈뼛 손님과 점원간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즈키는 단도직입적으로 부모님께 드릴 선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 부모님 결혼 기념일인데 드릴만한 꽃선물을 추천받고 싶은데요.. " 하지만 점점 말꼬리가 작게 말려들어간다. 아무래도 초반에 살금살금 들어오다가 걸린것이 마음에 남아있는 듯 언짢은 표정과 어색한 움직임만 반복한다. 그걸 받아주는 점원소녀 역시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도둑이라고 의심하는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우즈키는 먼저 말을 꺼낸다.

 

 

 

 

" 전혀 이상한 생각으로 살금걸음으로 왔던 건 아니고... ! 그, 그냥 신기해서... "

 

" 아... 괜찮아. 별로 그런 의심같은거 하지 않았으니깐... "

 

 

" 에. "

 

 

" 정말로. 그야, 얼굴에 다 쓰여있는걸. 도둑질의 '도' 자도 모른다고. " 그리 나지막하게 전하는 소녀의 태도에 우즈키는 가슴이 뭉클한다.

 

감정표현이 없어 보이고 얼핏 무서워 보이기까지 했던 겉표면과 달리 속은 아주 넓은 사람이리라 어느정도 짐작해본다. 꽃집 소녀는 화분 손질이 끝난건지 정원용 가위를 거두고 사뿐하게 자리에서 일어선다. 키는 우즈키보다 한 뼘 정도 커보였지만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긴 생머리와 슬림한 체형 때문에 느낌으로는 그 이상으로 키차이가 나 보였다.

 

 

" 부모님 결혼 기념일이라고 했지? " 꽃집소녀는 물었다. " 네..!" 계속 말끝이 작아지는걸 의식한 어색하기 짝이없는 높은 어조의 대답을.. 소녀는 별 개의치 않고 곰곰히 머릿속 꽃 목록을 천천히 살핀다. 그러다가 곧 손가락을 튕기며, 무성한 꽃밭 저 너머로 몸을 깊숙이 집어넣더니 곧 화분 하나를 꺼내온다. 머리카락에 꽃잎과 꽃가루가 들러붙은것은 덤이었다.

 

 

" 이건 ? "

 

" 프리지아... 라고 하는 종륜데, 꽃말은 청순한 사랑. 영원한 인연을 뜻해. 부부의 백년해로에 어울리기는 장미만큼 좋다고 말할 수 있어. "

 

 

주황빛이 가미된 붉은 꽃을 보며 우즈키는 눈동자를 반짝였다. 난생 처음 꽃집에 와서 처음보는 꽃과 꽃말에 대해 알아가는게 너무나도 신기했다. 다만, 그런 모습이 쑥스러웠던 것인지 아님 부담되었던 건지 점원소녀는 얼굴을 붉힌채로 '포장해올게 !' 라는 말을 남긴채 바로 옆 계단으로 올라가버렸다.

 

무슨 일인지 알 턱이 없는 순진무구한 우즈키는 그저 고개를 갸우뚱거릴 따름이었다. 들뜬 우즈키는 점원이 꽃을 선물로서 알맞게 포장해 내려올 잠깐의 시간동안 주변에 예쁘게 핀 꽃들을 살피기로 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경험을 위한 첫 걸음을 땐 순간.

 

 

.

 

.

 

.

 

.

 

.

 

꽃집 '시부야 하나' 의 점원이자 주인의 외동딸인 시부야 린.

 

오늘따라 가슴이 두근거리고 붕 뜬것같은 느낌이 떠나질 않는다. 처음으로 부모가 아닌 사람에게 칭찬을 받아선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어선지는 모르겠지만, 불쾌한 두근거림이 아니라는데에 그녀는 감사했다. 일정 주기마다 부모가 볼일로 나가있는 사이에는 항상 자신이 가게를 봐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다. 시간대가 사람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을 무렵이라 그런것이라 쳐도 그녀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너무도 드물었다.

 

 

그녀에게는 어렸을 적 기억이 남아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다섯 살 이전이 기억이 아얘 전소했다 해도 좋을정도로 텅 비어있었다. 어렴풋이 자신의 이름이 '린' 이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던 자기를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꺼내주었고 지금의 부모님이 갈 곳없던 고아인 자신을 입양했다.

 

자라오면서 시부야 린은 자기가 주변과 다르다는걸 경험으로서 인지했다. 또래의 아이들은 자기와 놀길 꺼려했고, 그들의 부모는 뒤에서 그녀의 특이함을 놓고 속삭였다. '사람'을 만날 수가 없게 된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10살이 되던 생일날, 생일날 잔치할 친구가 없다고 놀리던 아이를 밀쳤고 마굿간 울타리가 부서졌다. 울타리와 충돌한 충격으로 그 아이는 기절했고 날뛰던 말들이 그대로...

 

 

그 날 이후로 부모는 그녀가 밖에나가 사람들을 만나는걸 지양하라고 단단히 엄하게 말하였다. 그날 밤 주변 어른들이 몰려와 자기 부모를 두고 소리지르던 장면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녀는 철저하게 외톨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관심가져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잠시동안일지 몰라도, 다시 못보게 될지 몰라도 이 순간에 그녀는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먹으며 소녀가 주문했던 화분의 포장에 정성을 다해갈 무렵이었다.

 

 

 

" 꺄아아아아 - !! "

 

 

찢어지는 듯한 절규 섞인 비명.

 

기쁨에 찬 두근거림이 한순간에 철렁 내려앉았다. 이내 무겁게 내려앉은 고동은 불안한 두근거림으로 바뀌어간다.

 

가시가 있는 식물에게 찔려서 낼만한 수준의 비명이 아녔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긴것이었다.

 

 

 

 

 

소녀 시부야 린은, 포장하던 손을 거두고 그대로 황급히 계단 아래로 흐르듯 내려왔다.

 

 

 

 

 

 

" 여어- 점원아가씨 ! 안녕? 기다렸다고. "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본다. 입에 복면을 두른 남자가 보기에도 날이 선것 같은 단검을.. 자기에게 관심가져주던 소녀의 하얀 목에 들이밀고 있었다. 소녀는 파르르 떨면서 애처롭게 흐느낀다.

 

 

"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오.. "

 

 

" ...당신, 누구야 ! "

 

" 그런거 알려줄 강도가 어딨냐 ? 등- 신 ! "

 

 

린을 힐난하며 자칭 강도라고 한 남자가 칼날을 점점 소녀의 목에 가까이 들이댄다. 린은 다가가려다가 칼이 목과 아주 가까이 닿아있음을 알고 혀를 찬다. 이어서, 생각을 정리한 뒤 큰 어조로 말을 꺼냈다.

 

 

" 원하는게 뭐야. "

 

" 글쎄 -. 매 달마다 왕국에 꽃을 납품하는 대- 단한 가게에 바라는게 뭘까? 그런건 당연히 하나잖냐 ! 아앙?! "

 

 

' 돈' 이라는 말을 일부러 배배 꼬아 말하며 강도는 붙잡은 소녀를 확 잡아당기면서 목을 썰어버리는 시늉을 반복한다.

 

잡혀있는 쪽은 이미 눈물이든 콧물로든 범벅이 되어 목숨을 구걸하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한 편, 린쪽에서도 별 수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의 자산이 어디있는지 전혀 들은 바가 없기에, 주고싶어도 줄 수도 없을 뿐더러...무엇보다 린은 그러한 강도를 비롯란 외도들의 사상을 혐오했다. 생각의 반은 소녀를 구하자고 하고, 나머지 절반은 타협은 없다고 하고있다. 그렇게 작은 머리속에서 고뇌가 흘러가다가, 하나의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 돈은 이쪽에 있어. 따라와. " 시부야 린은 아까 자기가 내려왔던 계단을 가리켰다.

 

" 단. " 이어서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 " 인질은 놓아줘. "

 

 

" 하, 장난하자는거냐 ? " 강도는 그녀의 뻔한 수작을 꿰뚫어 봤다는 듯 코웃음친다. 하기사, 누구든 그런 조건을 내건다면 속지 않을것은 뻔할 뻔자였... 다만, 린은 강도의 코웃음을 냉랭하게 바라보면서 싸늘하게 말을 덧붙인다.

 

 

" 솔직히, 당신이 그 애를 죽이든 어쩌든 내 알바는 아니야. 그 건에 대해서는 마음대로 해. 다만 나는 내 가게만 지키고 싶을 뿐이야. "

 

 

린의 말에, 어이를 상실한 듯한 강도의 태도변화와, 어안이 벙벙해진 소녀의 표정은 덤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저렇게 되도않는 뻥카나 치고 말겠지 라는 예상이 완전히 틀어진 것이다. 린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무표정하기 짝이 없어, 그냥 연기헌 포커페이스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소녀는 마음 속으로 한가닥의 희망마저 꺾여 고개를 푹 숙이며 눈물만 똑똑 떨어트렸다.

 

 

" 하! 거 참 웃긴 계집이네......... 그래, 인질이 가치가 없다니깐.. "

 

이라고 말하며 강도는 우즈키를 붙들고 있는 팔을 느슨하게 하자 - .

 

 

 

" 흐읍 - ! "

 

 

슬렌더한 지체에서 나온것이라고 보기 힘든 발돋움과 함께, 삽시간에 린의 무릎 언저리가 강도의 안면에 적중한다. 하마터면 딸려서 같이 날아갈 뻔 했던 소녀는, 강도가 느슨하게 했던 덕분에 조금 밀려나 넘어져 엉덩방아 찧은 것 외에 다친건 없었다.

 

 

강도가 맞아서 나가떨어져 여러가지가 부러지고 부서지는 소리를 듣고서, 소녀 시부야 린은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린다. 뒤이어 그녀는 소녀에게 손을 뻗었다. 

 

 

" 미안해.. 많이 놀랐지? "

 

" 에... 방금.. 에? "

 

 

순식간에 건장한 남자 하나가 새총으로 쏘여진 돌멩이처럼 날아가 처박혔다. 짧은 시간에 발생한 놀라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진 소녀는 얼떨떨 하면서도 린의 손을 붙잡는다.

 

아까의 싸늘하고 냉랭한 태도에 대해 말하자면, 그것은 소녀를 아무럴지도 않게 여기는 비인간적인 태도가 아닌, 강도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의 표출이었다. 그 상태에서 그녀는 말만 그럴듯하게 바꾸었던 것일 뿐이었다. 그걸 진정시킨 소녀에게 설명하니, 소녀는 그제서야 다시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정말로 저 같은건 안중에도 없는 줄 알고... 진짜 무서웠어요..흐우우..! "

 

" 미안해.. 정말 미안. "

 

 

린은 고갤 숙인다. 마땅히 그리해야 될 걸 알았다.

 

당장 소녀는 괜찮아 보이기도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줄 뻔 했다. 자신이 상처를 받았었다고 남이 겪어서는 안된다. 소녀는 사과를 받고 어리둥절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

 

.

 

.

 

.

 

.

 

점원 소녀 덕분에 목숨을 건진 우즈키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일하러 나갔는디 아까같은 무지막지한 부서지는 소리가 낫는데도 인기척 하나 없었다. 우즈키는 그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정체가 아이돌이라는게 드러낭 점원의 손을 붙잡고 일어났다. 방금 전의 플라잉 니킥으로 강도가 날아가며 충격으로 화분 몇개가 바닥을 향해 엎어져 있었다.  그걸 신경쓰고 있다는걸 알았던건지 점원은 한마디 건넨다.

 

 

" 꽃에 대해선 괜찮아. 그나저나 다친곳이 없어서 다행이네. "

 

" 어 근데... 강도를 신고하지 않아도 괜찮나요? "

 

" 문제없어. 또 오면 다음엔 용서없을 테니ㄲ -----  "

 

 

' 푹 '

 

 

" 어...? "

 

" 에. "

 

 

아직까지 붙잡고있던 손이 움찍 하고 크게 떨린다. 바라보고 있던 점원의 표정이 놀라움에 가득차며, 눈동자가 축소된다. 그리고, 점원이 입고있던 꽃꽃이용 앞치마 앞으로,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나와.. 곧이어 붉은 줄기를 흘려내기 시작했다.

 

 

" 설마 아이돌이었다니... 뒤질 뻔 했잖아 !!! "

 

 

아까 전의 남성.. 강도의 목소리가 점원의 등 뒤편에서 들려왔다. 아까 전까지 날아가 널부러져 있던 사람의 형상이 온데간데 없음을 보니, 다른 인물은 아니었다.

 

이어서 배로 빠져나와있던 칼날이 피웅덩이 진 구멍을 남기고 도로 쑥 빠지더니, 이번에는 옆구리에 깊게 쑤셔박혔다. 점원소녀의 입에서 시뻘건 선지피가 쏟아진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 나도 아이돌의 자질을 가졌거드은?! 아앙 ?! 이, 애새끼가아앗 !! "

 

 

' 우두둑! ' 깊게 박힌 칼을 붙잡고 옆으로 확 돌려버리자 점원소녀의 내부에서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 크...끄흐읍..! "

 

 

옆구리에 칼손잡이만 간신히 보일정도로 깊숙히 박힌 채 꼬구라지는 점원을 보고 우즈키는 비명을 지르고야 만다.

 

 

" 꺄아아아아아 - !!! "

 

" 닥쳐 ! 시끄럽게 했으니 모가지를 비틀어 주마 !! "

 

" 싫어어어어.. !! 오지마아 - ! "

 

" 그래그래그래.. 쫑알쫑알 시끄러울수록 멱을 잡아 틀어버릴 때 쾌감이 있더라고. 히히히히... ! "

 

 하다못해 광기에 가득찬 남자는 우즈키의가녀린 목이 손을 대고 서서이 손가락끼리의 간격을 좁혀간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즈키는 숨이 텁텁 막혀옴을 실감한다.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루고 싶은게 많지도 않았고, 남들보다 욕심을 덜 부리면 덜 부렸지 결코 심한적은 없었다.

 

오늘은 그저 선물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 결혼 기념일을 축하드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저 그것뿐이었다.

 

 

' 죽고싶지 않아. ' 우즈키는 연신 말하려, 호소하려 하지만 산소의 압박과 조여오는 기도때문에 나오는것은 켁켁거리는 신음 뿐이었다. 시야가 점점 몽롱해지고, 죄여오는 감각은 고통스러워져간다.

 

 

 

 

 

그러다가 순간, 목을 죄고있던 속박이 풀린다. 몽롱한 정신 속에서 그녀는 자기 위에 짓누르고 있던 무게중심이 사라졌음을 느낀다. 몸을 어떻게든 옆으로 틀어 고개를 들어본다. 분명 칼이 꽃혀 꼬구라져 있던 점원이 부들거리며 상반신을 일으키고 있었고, 강도는 어째선지 꽃집 바깥쪽까지 도로 날아가 나자빠져 있었다.

 

강도가 자빠져있다가 도로 일어나며 큰소리로 뭐라고 말하지만, 입모양도 말하는 목소리도 몽롱한 정신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이윽고, 강도가 점원에게 막무가내로... 초월적으로 빠른 속력으로 접근해왔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건만, 진짜 놀라운일이 이후에.. 곧바로 일어났다.

 

 

점원 소녀가 저돌맹진 해오는 강도를 향해 돌연 두 팔을 뻗었다

 

그리고... 이질적인 ' 푸른 화염 ' 이 뿜어져 나왔다. 보통의 불과 같이 불긋불긋한 것이 아닌 명백하게 진한 청색을 띈 기이한 불꽃의 뿜어져 돌진해오던 강도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강도는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며 도망치려고 몸을 비틀어 보려 하지만, 점원이 양 손을 살짝 뺏다가 밀어넣는 시늉을 하니, 푸른 화마는 더 크게 뿜어져 나와 이내에 강도의 몸을 완전히 뒤덮은 채 불사른다.

 

 

마침내 유기물 성분이 모조리 불타 탄소덩어리 잿더미가 되어버린 강도였던 덩어리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꼬구라져 부서짐을 본 점원은.. 그대로 도로 쓰러지고 만다.

 

 

그 때 즈음, 정신이 어느정도 든 우즈키는.. 놀라움을 뒤로 하고 점원 소녀에게로 황급히 다가간다. 꼬리뼈 위쪽과 옆구리에서 난 구멍에서 피가 강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급하게 온 것과 다르게 그녀는 응급처치의 응 자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에비해 소녀는 당장이라도 출혈과다로 목숨을 잃을 것 만 같은 위독한 상황이다.

 

 

부랴부랴 그녀는 칼을 뽑고 상처를 손으로 눌러 막아보려 하지만 역부족. 오히려 피가 더 철철 뿜어져 나왔다.

 

눈에 띄게 창백해져가는 점원소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우즈키는 더욱 필사적이 되보나, 오히려 더 나빠져만 갔다. 

 

 

" 제발.. 제발.. ! " 희망 반 절망 반인채로 우즈키는 소리치며 어떻게든 호전시켜보려고 와중에, 점원 소녀가 힘이 다 빠져 파르르 떨면서 애써 그녀의 손을 잡는다. 

 

"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까, 뭐든지 할테니까 손을 빌려줘...제발... "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였던가... 그것이 실로 맞는 말이었던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시마무라 우즈키가 혼신을 다해 기도하니 빛이 내려왔다.

 

 

 

 

 

 

 

그녀의 손아귀에.

 

 

 

그것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그녀로부터 피어오른 빛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빛이 무슨 용도인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았다. 누군가가 알려준 것도 아니다. 그저, 빛이 손에서 찬람함을 과시하게 된 순간에 자연스럽게 뇌리에 박혔다.

점원소녀의 떨리는 손을 너무 세게도 약하게도 아니게.. 적절한 힘으로 꾸욱 쥐어주며 마음속으로 빛이 퍼지기를 바라니, 빛이 손과 손을 통해 전달되어간다. 고통스럽고 창백한 얼굴이 들어오는 빛에 따라 점차 본연의 빛깔을 찾아갔다. 색색거리전 가쁜 숨은 편안하고 깊어져가며, 솟구치는 피웅덩이 속에 잠겨있던 끊어진 척추 역시 살점이 붙어감과 함께 본래의 자리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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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나, 몸이... "

 

하반신이 도로 움직여지자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린은 소녀의 두 눈을 바라본다. 기쁨과 안도감에 눈물이 맺힌 채 빤히 내려다보는 모습.

 

분명 예전에도 이런 눈을 본 적이 있었다. 양부모가 바라보던 것과는 다른.. 진심이 담긴 사랑과 정성.

기억해보려고 하지만 까마득하다. 그리고 곧 지금 자기를 보고있는 눈동자에 그 까마득함마저 잊혀진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온 몸이 한 결 가벼워진다. 지금 자신을 감싸고 있는 빛은.. 여지껏 경험해본 적 없는 최고의 안락함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

 

울음을 터뜨리며 소녀는 린을 감싸안았다. 린은 아무 말 없이 소녀를 껴안았다.

 

중천에 떠있던 해가 살짝씩 기울어갈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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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 매 달 정일에 꽃을 상납하는 가게인 만큼, 소란이 알려지자 부리나케 왕국 병사들과 관리들이 들이닥쳤다. 점원인 소녀는 강도가 손님을 인질로 잡고있기에 임리응변으로 어떻게든 물리쳤으며, 강도는 도망쳤다고 말하였다. 가게 바닥에 피가 있는 것에 대해선 강도가 흘린 피라고 대충 둘러댔지만.. 다행스럽게도 왕국 관리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곧바로 가게의 손해정도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고하게 말려든 손님' 인 시마무라 우즈키는 간단만 몇가지의 질문 이후에 곧장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 저기...점원씨. "

" 응? "

 

그녀는 가게로 돌아들어가려는 점원을 불러세웠다.

세운 이유는 실로 간단하였다.

 

" 이름, 알려주실 수 있나요? "

" 이름? "

 

" 저..저는 시마무라 우즈키 라고 해요. "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히는걸 잊지 않는다. 점원은 입모양으로 '우즈키' 라고 중얼이다가.. 이내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저신을 밝힌다.

 

" 린. 시부야 린. "

 

 

 

마침내 점원소녀, 시부야 린의 이름을 듣게 된 우즈키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고개숙여 인사한 뒤 떠나가는 그녀의 품에는, 화분 하나만큼의 프리지어가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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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여러분 ! 장염으로 끙끙대다가 이제서야 왔습니다. 사실 지금도 아프지만요...

뜬금없지만 이번엔 이야기의 시작점인 1부 1화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

 

프리지어는 부부간의 영원한 사랑을 뜻하기도 하지만, 영원한 우정을 뜻하기도 하죠.

우즈키가 어떻게 린과 만나게 되었으며, 어떤 계기로 인연이 생겼는지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프리지어를 넣어봤는데... 제대로 잘 된건지는 모르겠군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둘의 인연 외에 또 하나의 연줄도 스쳐지나가듯이 나왔죠. 누군지는 다들 짐작하시리라 여깁니다.

 

린의 과거에 대한것도 눈꼽만큼 묘사가 됬지만.. 사실 이것은 작가의 욕심인지라 너무 중히 여기실 필요 없이 ' 그렇구나' 라고 넘기셔도 될 수준입니다. 린의 과거는 중대스포니까요 !

아무튼간에.. 이번엔 드물게 글이 술술 풀렸던 것 같습니다. 본편 쓸 때도 이래야 할텐데...!

 

..더 이상 마땅히 드릴 말씀이 없균요.

여기까지 쓰고 후기는 이만 줄이도록 하죠.

 

다들 봐주셔서, 그리고 기다려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 

그러면 여러분, 주말에 계속 이어질 본편 11장 2편에서 뵙도록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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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네 꽃가게에서 일이 있고서 이틀이 지난 날.

시간은 아침.

여느 때 처럼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나 세안을 위해 방 문을 열고 나선 그녀.

그러나 거실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부모님의 잘 일어났냐는 소리조차 없다.

 

혹시 자기가 아이돌이 된 것이 부모님께 들킨것인가.. 그래서 조용시 계신건가 하는 심려에 그녀는 살금살금 거실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자..

 

" 당신이, 시마무라 우즈키 양입니까? "

 

마치 절벽 아래를 기는듯한 중후한 목소리에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목소리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거한의 남성은, 덤덤한 표정 속에서 두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뿐만 아니라 집 안에는 왕국의 병사 두어명도 보였다. 우즈키의 부모님은 바로 그런 결코 가볍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딸아이를 발경하자 애써 태연한 척 인사를 건넨다.

" 자..잘 잤니 우즈키? "

" 이 왕국분들이 다름 아닌 널 찾으러 왔다더구나.. 혹시... "

 

" 부녀간 이야기에 끼어들어 죄송하오나, 그런 목적으로 이곳에 방문한것은 아닙니다. 안심하시길. "

 

 

" 시마무라 우즈키 양. 아이돌로서 개화한지 얼마 되지 않음을 알고있습니다. "

" 네? 어떻게... "

" 저는 프로듀서 (감응능력자). 능력의 발현과 일련의 흐름을 탐지할 수 있습니다. 허나 용건은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어서, 중후한 남성은 품 안에서 작은 종이쪼가리 같은 것을 꺼내어 우즈키에게 보였다.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뉴 제네레이션 기사단 선발단...자격? "

" 현 국왕이신 나나 드 우사밍 17세 폐하의 명에 따라 왔습니다. 차기 뉴제레이션 기사단 선출을 위한 대규모 선발.. 부디, 참가를 부탁드립니다. "

 

" 뉴 제네레이션 기사단...제가요...? "

 

시마무라 우즈키는 몰랐다.

그것 역시, 또 하나의 커다란 인연의 시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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