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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 「캡틴 아메리카가 자신을 도와준다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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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1, 2017 21:10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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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계자 「오늘도 수고했다.」

 

히비키 「..예..」

 

관계자 「참..우리 히비키는 노래도 잘 부르고 충분히 소질이 있는데..

하필 얼굴이 좀 검해서 말이지?

뭐 그래도 얼굴이 반반하니까..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관심 있으면 개인적으로 전화해 달라고?」(툭툭)

 

히비키 「히익ㅡ」

 

관계자 「왜? 문제 있어?」(천연덕)

 

히비키 「..수, 수고하셨습니다.」(꾸벅)

 

마치 더러운 것이 묻은 것 같아서,

스커트를 계속해서 털어냈다.

하지만 소름 끼치는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퍼져서,

961 사무소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마음을 심란하게 물든다.

 

일부러 발걸음을 빨리 돌렸는데도 사무소 빌딩에 도착할 즈음엔 어두운 밤이 되어 있었다.

도쿄의 밤은 무섭다.

눈을 돌리면, 수많은 반짝이는 간판들과 가로등들이 가득하지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걸 아니까.

가로등도 없고, 건물도 별로 없었지만

오키나와에서는 이렇게 무섭지 않았는데..

 

처음에 도쿄에 올라왔을 때가 생각난다.

꿈에 부풀어서, 이 커다랗고 멋진 도시에 

분명히 어딘가 내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연습실에서는 타카네가 열심히 안무 연습 중이였다.

늦은 시간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타카네를 보니,

왠지 모르게 속이 타들어간다.

타카네는 매일 매일 착실하게 데뷔..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나는..

 

연습을 끝내고 나오는 타카네에게 이온 음료를 건넨다.

오늘은 대충, 인사만 하고 가야겠다.

 

타카네 「아, 히비키였군요.

감사합니다. 지금 당장 드릴 건 없지만..이 녹차라도」(미소)

 

히비키 「아, 아냐! 그냥 내가 주고 싶어서 주는 거니까..

후훗. 그나저나 타카네는 매일 밤 늦게까지 열심히 하는구나?」

 

타카네 「예. 조만간 공개 오디션이 있어서요.

뭐, 꼭 그것 때문만도 아니지만요..」(미소)

 

히비키 「..응?..」

 

히비키 「어쨌든, 자신도 열심히 해서 꼭 올라갈 테니까..열심히 해서..열심히..」

 

타카네 「그나저나 히비키, 혹시 시간이 있으신지요?」

 

타카네의 말에 다시 정신이 번쩍하고 들어왔다.

자신, 너무 피곤했었나?

 

히비키 「응? 어..어떤 것 때문에?」

 

타카네 「그게..」

 

타카네 「히비키는, 항상 저에게 베풀고 도와주시기만 했으니까요.

저는 조금이나마,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 식사 어떠신지요?

괜찮은 라면 집을 알고 있으니까ㅡ」

 

히비키 「아, 아냐! 괜찮아. 자신, 바로 쿠로이 사장이랑 만나야 하니까..

앞으로의 일정 관련이라, 꽤 길어질꺼야. 그러니까 나중에..」

 

타카네 「...」

 

타카네 「예.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히비키, 힘드시면, 언제라도 연락해주시길.

저는 항상 당신을 돕고 싶으니까요. 당신이 저에게 그러하듯이..」

 

히비키 「으, 응! 알았다죠!

저녁은 나중에 먹자구! 내가 먼저 연락할 테니까..그러면, 나중에 봐!」

 

거짓말.

자신, 연락 안할 꺼면서..

자신이랑 같이 들어와서, 아무 것도 모르던 타카네를 이것저것 많이 챙겨줬던 때가 생각난다.

그 때에는 매일 같이 지내면서 힘낼 수 있었는데..

이제 타카네는 너무 바빠져서, 거의 만나기가 힘들다.

아니, 자신이 피하는 거겠지?

..자신은 여전히 그대로니까..

 

이, 이런 생각은 가지지 말자!

타카네는 친구니까, 친구가 잘 되는건 좋은 소식이니까..

설령, 그것 때문에 멀어지더라도.. 

 

...

쿠로이 사장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는다.

나도 모르게 침이 뒤로 넘어간다.

어쩌면, 하루 중에 가장 무서운 순간일지도.

 

쿠로이 「아 왔냐. 히비키?」

 

쿠로이 「괜찮은 립싱크였다. 나도 봤는데, 정말 감쪽같더군. 만족스러웠다.」

 

히비키 「저기..」

 

히비키 「자신은, 언제까지 무대 뒤에서 립싱크만 해야 하는거야?」

 

용기내어 말해보지만,

쿠로이 사장이 언제 또 화를 낼지 몰라 무서워서 바로 눈을 내려버린다.

 

하지만 뜻 밖에도, 쿠로이 사장은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잔에 양주를 따르면서, 차갑게 되물을 뿐이였다.

 

쿠로이 「힘드냐?」

 

히비키 「아, 아니! 그게..그냥 온지 이제 오래 됬으니까..자신도 그렇고 타카네도 이제 무대에도 서고 싶고..

언제까지나 립싱크 일이나 행사 홍보 이런 것만 하고..

자신, 꼭 빛나는 아이돌이 되고 싶어서 올라왔다고?

그리고 집에 어망이 편찮으시니까..빨리 돈을 벌어서ㅡ」

 

쿠로이 「돈 이야기 하지 말아라!」(쾅!)

 

히비키 「자, 잘못했어!」

 

쿠로이 「이러니까, 마치 악덕 사장 같잖아?

네가 벌어오는 돈들은 모두 미래의 데뷔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이미 말하지 않았나..

그리고, 솔직히 말하마.」

 

이어진 말은, 의지를 확 꺾어버리는 잔혹한 현실.

 

쿠로이 「요즘 대세는 하얀 아이돌이다. 다른 사무소들을 봐라.

346프로, 876프로, 심지어 빌어먹을 765프로까지..얼굴 검은 시골 출신 아이돌들이 있기는 하던가?

너는, 비주얼로만 보면 솔직히 탈락이다.

오키나와 출신에, 그렇다고 집안이 좋지도 않은 시커먼 얼굴의 작은 여자아이?

아이돌로써 가치가 있을까?」

 

쿠로이 「예를 들어볼까?

너와 함께 들어온 타카네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아나?

다른 음반 기획사들에서 제안이 쏟아져서, 데뷔 관련해서 매일 같이 나와 상담 중이라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것 관련해서 여기에 있었을 정도다.

그런 아이조차 결국엔 성공할지 말지 모르는 불투명한 연습생 중 한 명일 뿐이다.

왜냐하면, 아이돌들은 매일 같이 쏟아지기 대문이지.

그러니까 너는 더 열심히 일해야 된다는 거다. 무슨 일이든 닥치는데로.」

 

쿠로이 「왜냐하면, 이 도쿄 바닥에 너는 약한데다가, 혼자이기 때문이지.

아무도 널 돕지 않아. 히어로 같은건, 꿈 속에서나 존재한다.」

 

히비키 「..(꾹)..자신..무, 무슨 일이든 할 테니까..」

 

쿠로이 「뭐, 좋은 소식이 있다.

이번에 음반사 사장들끼리 회식이 있다는데..

거기에 가라. 가서 음반 관련해서 대화도 나누고 해 봐.」

 

그게 무슨 말인지, 바보가 아니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분해서, 참지 못하고 눈물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별일 없을 테니까,

설마 아무리 그래도, 쿠로이 사장이 그런 일까지 시키지는 않을 테니까,

 

히비키 「..응! 여, 열심히 할테니까..」

 

라고, 대답해버린다.

 

그날 밤은,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무서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엎드려서 울다 지쳐 잠들어버렸다.

 

2.

날이 밝자마자, 문득 타카네에게 전화를 걸어버렸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자신에게는, 의지할 곳이 없으니까 쓸쓸하고 무서워서?

아니면 정말로 그냥 타카네를 보고 싶어서?

 

어느 쪽이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은 라면 집에 앉아 있고

옆에서는 타카네가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타카네 「후훗. 정말로 기쁘네요.」(후루룩)

 

히비키 「..왜? 라면이 맛있어서? 타카네는 라면이 그렇게 좋아?」

 

타카네 「(싱긋) 라면..맛있지요. 하지만, 제가 라면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답니다?」

 

히비키 「그게 뭔데?」

 

타카네 「당신이 처음 사주었던 음식이니까요.

일배고프고, 힘들던 그 날에..같이 힘들면서도, 당신은 절 위해 흔쾌히 라면 한 그릇을 사주셨죠.

당신은 정말로 좋은 사람이옵니다. 그래서 언제나 응원하고 싶답니다?」

 

히비키 「..그랬었나?(피식) 생각이 잘 안났어.」

 

타카네 「...」

 

타카네 「오늘,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뜨끔, 하고 가슴에 콕하니 뭐가 박힌 것 같았다.

하지만 타카네의 표정을 보니, 그저 염려하는 표정이다. 

내가 오늘 밤에 어딜 가는지는 모르는 것 같다.

 

타카네 「..만약 무슨 일이 있다고 하면, 전화해 주세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도와드릴 테니까요. 그러니까ㅡ」

 

히비키 「그만!」

 

히비키 「..미안. 화, 화낸건 아니야. 그냥..

타카네는 도울 수 없는 일이야.

..아니, 자신의 말은..역시 자신의 일은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거니까.

아무도 날 도와줄 수 없는 거잖아. 그치?」

 

히비키 「..나 처음에 도쿄에 올라왔을 땐, 영화처럼..어딘가에 캡틴 아메리카도 있고, 토르도 있고,

아이언 맨도 있을 줄 알았어. 

그치만 아니니까..이 세상에 히어로 같은 건 없는 거잖아?

자신은, 이 도시에서 혼자니까..」

 

타카네 「...아닙니다.

히비키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에요.

고향에는 가족들이 있고, 이 도시에는 제가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히아-로들도 분명히 존재할 겁니다! 어딘가에는요.

어쩌면, 다른 모습으로 주변에 있을지도요.」

 

히비키 「풉.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아..

어쨌든 고마워. 라면 잘 먹었어. 나중에 또 전화할께!」

 

 

3.

약속 시간에 맞추어, 주소에 적힌 곳을 찾아가봤다.

어느 빌딩에 마련된 술집이다..분명, 식당이라고 했었는데..

 

안내를 따라 들어가보니, 이미 방 안에는 험상궂은 아저씨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테이블에는 술상이 어지럽게 가득히 깔려 있었고, 독한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부끄러워서 눈이 돌아갈 정도로, 짧은 차림의 여자들이 그 사람들 사이 사이로 다니며,

이상하게 웃으면서 술을 따라주고 있었다.

 

관계자1 「어! 그쪽이 961에서 보내준 도우미야?」

 

관계자2 「반반하네. 여, 어서 술 한잔 따라부라!」

 

히비키 「예, 옛? 하지만 자신은 쿠로이 사장이 곡 관련해서ㅡ」

 

거짓말.

사실은, 무슨 일인지 다 알고 왔으면서.

거칠고 소름끼치는 아저씨의 손길이, 내 팔을 잡아 앉히면서 끌어당긴다.

독한 술 냄새가 확, 하고 풍기면서 불쾌한 감정이 올라온다.

 

관계자3 「아 알면서 왜 이래? 일단 마시고 하자고?」

 

히비키 「하, 하지만..(패닉)」

 

관계자3 「자..히비키, 딱 한 잔만 마시자고? 」

 

「이번 딱 한 잔만 마시고 나면 시작할 꺼니까」

 

「이번 딱 한번만」

 

「아이돌 데뷔하고 싶지 않아?」

 

이제는, 그냥 다 놓고 싶다.

자신, 꼭 아이돌이 되고 싶으니까..

집에 어망도 있으니까..

그러니까..그러니까..

 

아저씨가 내민 크리스털 잔을 쥐어본다.

그 속에 조명에 반사되어 황금색으로 넘실거리는 술이 보인다.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표면에 내 얼굴이 비친다. 역겹고, 혐오스럽다.

 

눈을 딱 감고, 뜨겁게 타오르는 불 같은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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