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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우치 [SUN] 모로보시 키라리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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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0, 2017 17:31에 작성됨.

-타케키라 주의-

 

(풀버전 곡을 들으며 감상하시면 더욱 좋을지도 모릅니다.)

 

 

 한 여름의 햇빛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해안가에서 비키니 차림을 한 아이돌, 모로보시 키라리를 두고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들은 각종 촬영 도구를 준비하여 최고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고 당연히 사진에 찍히는 키라리도 최선을 다해 최대한 매력적으로 찍힐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그늘 속에서 그녀를 키워낸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담당자이자 프로듀서인 타케우치가 지켜보고 있다. 평상시에 입고 다니며 보고 있는 사람이 다 덥다고 느끼게 만드는 정장 차림 대신 맨 살 위에 걸치는 하늘색의 하와이 풍취가 나는 셔츠와 수영복을 입고 있는 그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키라리를 주시했다.

 

'그녀의 부탁에 걱정이 되어 동행한 일이지만...역시 기우였던 것 같군요. 모로보시 양에겐 재능도 있었고 본인도 원하던 일이었으니...'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성공한 이후로 멤버들은 몇 번의 위기와 시련 끝에 성장하여 어느덧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위치에 올랐다. 모두가 여전히 아이돌이지만 모두가 자신들에게 어울리거나 필요한 길을 찾아 택했고, 그도 역시 그런 그녀들을 놓아주고 또 새로운 신데렐라를 찾으려 했었다.

 하지만 돌연 그의 담당 프로젝트 멤버 중 한 명이자 가장 주의해야 하는 소녀였던 모로보시 키라리가 연락을 해왔다. 유명 국내 수영복 브랜드사에서 홍보를 위해 특별 화보에 실을 모델로 그녀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지금은 그가 담당이 아니었기에 그는 그 선택을 그녀 스스로 하도록 했고, 모델 일에 관심이 있었던 그녀도 일을 승낙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원하는 것과 걱정이 드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그녀는 브랜드사에서 자신에게 기대하는 수준을 스스로가 충족할 수 있을지 어떨지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고 그에 상담과 상의 끝에, 결국 그가 동행하게 된 것이다.

 

'모로보시 양은 또래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신에 스타일까지 좋은 미인이니, 해외와 국내에 동시에 홍보를 해야하는 큰 규모의 회사라면...확실히 눈독을 들일 인재겠죠.'

 

 어찌 보면 그런 인재인 그녀를 찾아낸 스스로에 대한 자화자찬처럼 생각될 수도 있는 것을 속으로 읊으며 생각에 잠긴 그는 앞으로 자신이 더 이상 담당이 아니게 된 그녀의 행보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여전히 아이돌이기에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지만 결국 아이돌은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언젠가는 아이돌을 은퇴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연예계와 결별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이돌을 '졸업'하여 배우, 모델, 프로듀서, 가수, 성우 기타 등등 진로는 다양하게 준비되어있다. 계속해서 연예계에 남을 수도 있고 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로보시 키라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더 이상 그녀의 담당이 아님에도 여전히 머릿속에는 그녀를 비롯한 신데렐라 프로젝트 멤버들에 대한 걱정들이 자리잡고 있고, 그것은 곧 숨겨지지 않고 그의 표정을 통해 드러났다.

 

'다른 여러분들은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 찾기 시작하여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P쨩?"

 

'모로보시 양은 다양한 일들을 잘 수행하는 만큼 어떤 진로도 가능합니다.'

 

"P쨩? 왜 그랭?"

 

'하지만 다재다능한 사람일 수록 자신감을 잃거나 실수를 했을 때 돌이키기 힘든 일이 되어버리니, 하다 못해 어른인 제가 어드바이스를 지속적으로 해주는 것도...'

 

"P쨩!"

 

"흐억!?"

 

 생각에 잠겨 주위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던 그는 돌연 얼굴을 들이밀며 자신을 부르는 키라리를 보고 놀라 두 눈을 크게 뜨며 몸을 뒤로 뺐고, 그제서야 주위의 상황이 눈에 들어오며 지금이 휴식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핫..."

 

"정말,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키라리가 계속 말 걸어도 멍하니 있고...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엉?"

 

"그건..."

 

 그녀에 대한 걱정들 때문에 생각에 잠겨 있었다고 당사자의 면전에서 말하는 것은 상당히 어색하고, 무엇보다도 어쩌면 그녀 자신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기에 말하기가 망설여지며 난처함 때문에 버릇처럼 뒷목을 만지작 거린 그때, 돌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햇빛이 쨍쨍하던 하늘에 점차 먹구름이 모여들며 태양을 가리고 이내 투둑 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가 내렸다.

 

"비?"

 

"어라, 오늘은 비 올 일 없다고 그랬는뎅..."

 

"철수합니다! 빨리 장비 챙겨!"

 

"앗..."

 

"이, 일단 저희도 숙소로 돌아가도록 하죠. 옷을 챙기십시오, 모로보시 양."

 

"아, 응!"

 

 갑작스러운 불청객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되던 촬영에 차질이 생겨 촬영 장비를 챙긴 스태프들이 비에 젖지 않도록 옷가지를 비롯해 덮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이용해 도구들을 보호했고, 얼떨결에 만들어진 행렬의 뒤를 따라 키라리와 타케우치도 동행하게 되었다.

 

"소나기일까나..."

 

"그런 것 같습니다."

 

"..."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이 없어진 키라리를 본 타케우치는 괜스레 미안함을 느꼈다. 자신이 괜히 잘 진행되어가는 일에 걱정을 하는 바람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 계속되어 어쩐지 그녀에게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모로보시 양."

 

"있잖아, P쨩."

 

"예?"

 

"에?"

 

 그때 돌연,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불렀다가 서로의 부름에 놀라버렸고 그대로 서로를 응시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기에 쏟아져내리는 빗속에서 서로를 멍하니 쳐다본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어졌고, 이내 타케우치가 먼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머, 먼저 말씀하십시오."

 

"어, 그게...있잖앙...키라리 때문에 미안행."

 

"...예?"

 

"P쨩은 다른 일이 있었을 텐데 괜히 키라리가 따라와달라고 부탁해서, 괜히 P쨩을 귀찮게 하고...비까지 맞게 해버렸엉..."

 

"...! 그렇지 않습니다!"

 

"엣?"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한 그녀가 자신처럼 사과를 하려고 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타케우치는 당황해서 그만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고, 갑작스러운 접근에 놀란 키라리는 몸을 경직 시켰지만 그것을 신경 쓰지 못한 타케우치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모로보시 양께서 저에게 의지해주시는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당신의 담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도움을 청해주셔서 저는 스스로의 프로듀스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저에게 의지하는 것은 전혀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살다보면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젖는 일도 흔히 일어납니다, 그러니 당신이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P쨩..."

 

 쏟아져내리는 빗속에서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격려해주는 모습에 감격한 키라리는 조금 울컥해버려 눈가에 빗물이 아닌 다른 것이 맺어지는 것을 느끼고, 급하게 그것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리다가 문득 꽃밭이 시선에 들어왔다. 근처에 있는 바다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해바라기로 이루어진 꽃밭.

 햇빛이 가려졌음에도 조금 전까지 해가 떠있던 곳을 향해 여전히 고개를 들고 있는 해바라기들을 보며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간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있잖아, P쨩."

 

"예."

 

"P쨩은 아이돌이 어떤 존재라고 생각행?"

 

"네? 갑자기 그런 말씀은...아."

 

 돌연 전해진 질문에 당황해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타케우치는 그곳에 있는 해바라기 꽃밭을 보고 뭔가 떠올리고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태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돌은...밝게 빛나며 수많은 팬들의 이목을 끌고 밝고 환한 미소로 그들을 비춥니다. 꼭 미소가 아니더라도...아이돌이 가지고 있는 매력들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누군가에게 있어선 세상을 밝고 따스한 빛으로 감싸는 태양과 같은 존재가 됩니다."

 

"그렇구나, 그럼 키라리도 누군가의 태양이겠넹?"

 

"물론입니다."

 

"...에헤헷☆."

 

"후훗."

 

 자신의 격려가 도움이 된 것인지 불안했던 표정에 다시금 밝은 미소가 돌아온 것을 확인한 타케우치는 그녀를 따라 미소를 지었다. 그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미소에는 힘이 있다. 설령 본인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그들의 미소는 누군가에게 힘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가 된다. 그는 그런 믿음을 갖고 프로듀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도, 스스로의 미소가 누군가에게 그러한 빛이 된다는 것은 잘 모르고 있다.

 

투둑- 툭-

 

"앗, 비가 그치고 있엉!"

 

"정말이군요."

 

"...해바라기들이 좋아하겠징?"

 

"그럴 겁니다. 다시 태양의 미소를 보게 되었으니."

 

"태양의 미소...그렇넹☆! 에헤헷!"

 

 타케우치의 대답에 환한 웃음을 보이며 꽃밭으로 다가간 키라리는 몸을 돌려 꽃밭을 뒤로하고 그를 향해 웃었다. 그 속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그는 그저 그녀가 다시 기운을 차린 것에 다행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키라리도...미소를 봐서 기뻐!"

 

"정말로 다행입니다."

 

"음? 오, 이건 상당히..."

 

"예?'

 

"이건 생각지 못했던 좋은 앵글이군요. 잠깐 여기서 이대로 사진 몇 장만 찍어도 괜찮겠습니까?"

 

"여, 여기서 말이십니까? 하지만 여긴 본래 촬영 허가가 떨어진 곳도 아니고..."

 

"허가는 저희가 받겠습니다."

 

"하지만 그 밖에 위험한 벌레가 있을지도..."

 

"P쨩, 키라리는 괜찮앙."

 

"..."

 

 본인이 직접 괜찮다고 말했는데 이젠 담당도 아닌 자신이 뭐라고 밀어붙일 권한은 없었기에 타케우치는 결국 물러섰고, 자신을 걱정해주는 그를 보며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 키라리는 해바라기 꽃밭에 들어가고 사진사 뒷편에 자리 잡은 그를 향해 일부러 더욱 환하게 웃었다. 스스로가 태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해바라기의 미소를 찾아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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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SUN♡FLOWER를 들으면서 쓰고 싶었던 이야기였습니다. 구체적인 구상을 한 건 아니어서 완벽한 결말을 써내진 못했지만, 전 나름 만족합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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