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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Серебряная звезда』 - Welcome to Liberty city!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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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7, 2017 04:31에 작성됨.

잠시 아무 말 없이 아냐의 몸 상태를 체크하던 미나미가 팔을 다친 것 이외에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못하자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냐는 미나미의 표정을 보고 자신이 그렇게도 걱정되는 걸까, 아니면 좋은 무기를 발견한 발큐리아의 표정인걸까를 고민한다. 차라리 【소환자】의 말을 듣지 않는 편이 좋았을걸, 아냐는 그렇게 생각하며 길게 한숨을 내쉰다. 그 가라앉은 소리를 미나미의 귀가 놓칠 리 없어, 그녀는 아냐의 오른손을 꼭 붙잡고 입을 연다.

 

"괜찮아, 아냐 짱? 역시 뭔가 필요해?"

 

그 질문에, 아냐는 대답하지 않는다. 러시아어 말고 다른 언어를 할 줄 모른다는, 자신만의 변장 때문도 있지만 그것은 지금 부차적인 문제다.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문제는-

 

"아, 그렇구나. 아냐 짱, Ты повредил где-то еще?"

 

"нет- 미나미, Я очень голоден-"

 

아냐는 미나미의 질문에 대답하며 배를 쓰다듬는다. 배는 고프지 않을 텐데도, 몸은 어느 정도의 영양분을 빨리 섭취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조금 먹어서 빨리 낫는다면 괜찮겠지, 아냐는 그렇게 생각하며 미나미를 쳐다본다. 아냐의 말에 미나미가 잠시 사전을 찾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오른손을 잡고 어딘가로 데려간다. 그다지 빠른 걸음도, 그다지 느리지 않은 걸음으로 걸어가는 미나미. 식당으로 데려가는 거겠지, 아냐는 그렇게 생각하며 미나미를 쳐다본다. 정말로 자신을 걱정하는 표정과 행동, 그리고 긴 생머리. 마지막의 것은 별로 연관없는 건데, 아냐는 왜 자신이 이것을 무의식적으로 생각해냈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렇게 걷다 보니 작지도, 크지도 않은 간이 식당에 도착한 두 사람. 꽤나 오랜만인 듯한 음식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저것은 인도식 커리, 저것은 영국식 콩 요리, 저것은 수프. 그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그저 책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던 음식들의 이름이 자신의 명함을 내 보이듯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떤 걸 먹어도 맛있겠지만 오늘은 역시 그걸 먹고 싶은걸, 아냐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직 식당이 열어 다행이라는 듯이 땀을 훔치고 있는 미나미를 쳐다본다. 그것을 신호로 알아들었는지, 미나미가 한 쪽 팔을 펼치며 자랑스럽게 식당을 안내한다.

 

"아, 아냐 쨩. Мы прибыли в столовую-"

 

"Ах, спасибо-"

 

"что ты хочешь съесть?"

 

"пирожки-!"

 

"아, 역시 그런가. 알았어, 아냐 짱.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내가 번역 안 했으면 좋겠는데..."

 

아냐의 대답에 미나미가 역시 언어의 차이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는 듯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아냐가 말한 피로슈키가 있는지 찾아본다. 과연 있을까, 아냐는 왠지 모르게 두근거리는지 기대에 찬 눈으로 식당을 뒤져보고 있는 미나미를 쳐다본다. 잠시 식당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던 미나미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냐에게 만든지 조금 오래 된 듯한 차가운 피로슈키를 내 보인다. 왠지 수용소에서나 먹을 것같은 모양이네, 아냐가 그렇게 생각하며 미나미를 쳐다보자 그녀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Извините, это просто то, что мы получили."

"ничего страшного. тогда..."

 

아냐가 미나미의 말에 괜찮다는 듯이 손짓하고는 차갑게 식어버린 피로슈키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해본다. 다 식긴 했지만, 속재료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지 육즙이 조금 배어나온다. 이 정도면 수용소에서 먹었던 것보단 괜찮네, 아냐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베어문다. 고향의 맛, 하지만 자신이 느껴본 적 없는 고향의 맛이 흘러나온다. 여기서는 이런 걸 먹을 수 있구나, 아냐는 여기 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미소를 짓는다. 팔은 다쳤지만 상관 없겠지. 이런 것을 계속 먹을 수만 있다면-

 

"맛이 어떤지 모르겠네..."

 

미나미는 역시 식은 음식을 가져온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데, 아냐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릇에 담겨있던 피로슈키를 깨끗이 비운다. 다음에 따뜻할 때 먹었으면 좋겠다라고, 아냐는 생각한다. 아냐는-

 

"다 비웠네, 맛있었나 보다. 다행이야..."

 

...다행이라는 듯이 미소짓는 미나미를 쳐다보며, 그녀는 굳이 말하면 발큐리아보다는 천사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사일거야, 그렇지 않을리가 없어. 아냐는 그렇게 되뇌이며 미나미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런 황량한 리버티 시티에 어떻게 그녀같은 생물이 태어났을까. 아냐는 마치 이 곳이 별세계처럼 느껴져 갑작스런 흥분을 느낀다. 이 곳은 정말로-

 

"오- 미나미 씨, 안녕하세요예요-"

 

"아, 라이라 씨. 안녕히 주무셨어요?"

 

분위기를 참 못 맞추는 것을 온 몸으로 증명하기라도 한다는 듯이, 막 일어난 듯한 갈색 피부의 소녀가 어디선가에서 나타나 상큼한 미소를 짓고는 인도식 커리를 아무렇지 않게 숟가락으로 퍼먹으며 인사를 건넨다. 라이라 씨라고 하는 건가, 아냐가 왠지 모르게 이상한 종결 어미를 쓰는 소녀를 쳐다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아냐의 시선에 라이라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더니 이내 미나미를 쳐다보곤 아냐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미나미 씨, 이 사람은 누구입니까예요-?"

 

"아, 아냐 쨩이에요. 풀 네임은 아나스타샤-"

 

"오- 러시아인이군요예요- 추운 나라에서 왔군요예요-"

 

미나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라이라가 자신도 잘 안다는 듯이 러시아 어쩌구하는 말을 늘어놓는다. 그렇게 말해도 수용소 안의 생활 말고는 아는 것이 없지만 말이야, 아냐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은 굳어있는 자신의 표정을 풀어보려 노력하며 미소를 지어본다. 아냐의 미소에 라이라가 마음에 든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짓더니 그녀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라이라입니다예요-"

 

"아, 라이라 씨. 아냐는 러시아어 외에는 언어를 하나도 할 줄 몰라요."

 

"아, 그렇습니까예요-? 알겠습니다예요-"

 

미나미의 말에 라이라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삿말대신 손을 내민다. 아냐는 손을 잡기 전의 그 짧은 시간동안 스나이퍼의 습관에 따라 라이라의 손과 손바닥을 살펴본다. 조금은 닳아있는 지문, 까진 손바닥, 그리고 만졌을 때 약하게 나는 화약 냄새. 아냐는 그 모든 것을 자신의 머릿속 한 구석에 넣어놓은 채로, 악수를 하며 자기 딴에는 밝다고 생각하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오, 아나스타샤- 씨가 라이라 씨의 손을 잡아줬습니다예요-"

 

"잘 됐네요, 라이라 씨. 그럼 아냐의 방을 안내해 줘야해서."

 

"아, 그런가요입니까-? 알겠습니다예요- 그럼 아나스타샤- 씨, 나중에 보는것입니다예요-"

 

미나미의 말에 라이라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환한 미소를 짓고는 커리가 잔뜩 든 그릇을 손으로 들고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이불에 흘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라고 중얼거리는 미나미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그녀의 중얼거림에 아냐가 입가에 살짝 옅은 미소를 짓다가 미나미가 돌아보자 천천히 미소의 기색을 지운다. 그녀에게는 러시아어 외에 그 어떤 것도 알아듣는다고 들켜서는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Welcome to Liberty city!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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