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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치하야 「코토리씨가 실종되서 찾으러 떠났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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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4, 2017 20:39에 작성됨.

7.

밖으로 나가는 계단을 오르니, 시멘트로 만들어진 기다란 통로가 나왔다.

통로를 건너자, 나무로 된 벽 같은게 나왔다.

 

치하야 「바람이 나오네..」

 

살짝 돌려보니, 벽이 회전하면서 서재 같은 곳이 드러났다.

먼지 하나 없는 깔끔한 서재였다.

저 벽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 가식적일 정도로.

 

그런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리니, 구석의 가죽의자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는게 보였다.

원장이였다.

 

원장 「..아아, 용서해줘. 그, 그 분께서는..내가 원했던 것..그 이상을 베푸셨어..」

 

그는, 두 눈에서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다가, 책상 위에 올려진 권총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는, 총구를 입에 물고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고ㅡ

 

ㅡ탕!

 

하루카 「꺄아악!」

 

유리창 위로, 마치 스테인드글레스마냥

붉은 핏자국들과 뭔지 모를 고깃덩이들이 가득 달라붙었다.

원장은 그대로 고꾸라져 숨을 거두었다.

나는, 주저앉아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하루카를 추스르며 말했다.

 

치하야 「..일어나자, 하루카.」

 

사람 하나 없이 텅 빈 복도를 지나,

병원을 빠져나왔다.

병원 앞마당도 마찬가지로 사람 한 명 없이 조용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그네와 나뭇잎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였다.

 

얼이 빠져버린 하루카와 말라버린 코토리씨를 보자니,

오래 걷지는 못할 것만 같았다.

영화처럼 키가 꽂혀 있는 자동차 따위는 없었다.

 

언제라도 저 안에서, 그 끔찍한 존재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 두려웠다.

 

치하야 「제발..아무나 도와줘요..(울먹)」

 

ㅡ빵빵!

 

그때, 기적처럼 차 한대가 멀리서부터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자동차의 전조등이 마치 천사의 광휘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프로듀서 「얘들아! 길이 복잡해서 좀 늦게 왔ㅡ」

 

치하야, 하루카 「빨리가요. 빨리!!」「빨리요!!」

 

엔딩

치하야 (그 지옥의 병원에서 빠져나갔지만..모두에게는 깊은 상처만이 남아버렸다.

병원에서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우리가 끌려갔던 지하의 거대한 신전과 환자들, 심지어 원장까지도 모두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록 추가로 조사하겠다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그 존재가 무언가 조작을 했건, 혹은 경찰들이 거짓말을 하던 간에,

어느쪽이건, 그 진실은 영영 비밀 속에서 감춰지겠지.

하지만, 의식은 어느 쪽이든 실패한 모양이다. 

아직, 이 부흥하는 살덩어리들의 세상이 멸망하지 않았으니까.)

 

치하야 (코토리씨는 실어증과 자폐증에 걸려서, 정신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라고는 하지만, 지난번 병문안에 갔을 때 마치 식물처럼 가만히 누워 숨만 쉬는 그녀를 보며,

나는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듀서는 언제까지고 가망 없이 그녀를 보살피고 있다.)

 

치하야 (하루카는..일단은 멀쩡해 보인다.

가끔씩 표정이 어둡긴 하지만.

하지만, 어제 대낮에도 환하게 불을 키고 다니는 하루카를 보며,

그녀 또한 어딘가 영영 치유되지 않을 상처가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하야 「나?」

 

치하야 「나는 멀쩡합니다.」

 

치하야 「물론, 힘들었지요. 

처음에는 어둠이 너무 무서웠고, 정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은 나날들이였어요.

게다가 프로듀서씨의 마음은 코토리씨에게 영영 떠나버리셨죠. 

하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왜냐하면..」

 

 

 

치하야 「마침내, 당신의 진리를 받아들였으니까요.」(미소)

 

치하야 (주변을 둘러본다.

우주를 건너, 꿈틀거리는 그분의 우주적 형상을 미지적 감각으로 표현한 나의 그림들.

피로 새긴 그림들이다. 나의 피로.

 

오늘도 손목을 가볍게 그어,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간다.

물론 이 그림 뿐만은 아니다.)

 

치하야 (mp3의 재생 버튼을 눌러, 그날 녹음된 것들을 다시 돌려본다.

끔찍한 비명소리, 그리고..기도문.

기도문을 반복해서 재생해가며, 음표 위에 그대로 옮겨 적어나간다.)

 

치하야 (우연일지, 필연일지,

내 핸드폰 안에는 그날 있었던 일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녹음되어 있었다.

그것을 통해서, 요즘 나는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있다.

그분을 부르는 주문이 담긴 음반을.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바보들은 그 주문을 특이한 BGM 정도로 받아들일 뿐이지만.

내 음악이 성공할수록, 그 분께서도 점점 가까워지신다.

그리고 내 음악은, 지금 모든 음반계를 석권하고 있다.)

 

치하야 (별들이 제자리를 찾아 태초 불변의 형태에 위치하는 그날,

그 병원에서 무의미한 살덩어리들이 벌였던 실패한 의식은

내 음악을 통해서 실현될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은 머지 않았다.)

 

치하야 (아아, 종말의 진리가 도래하리라.)

 

 

 

 

엔딩.-에필로그-

유키호 「이게, 제 이야기입니다!」

 

야요이 「..꽤나 무서웠네요. 웃우!」 

 

타카네 「실로, 파멸적인 이야기였습니다.」

 

타카네 「그나저나, 귀신은 나오지 않았군요. 후훗」

 

사무소 바깥에서는 아직도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어쩌면, 유키호의 이야기 속 종말이 이런 식일까? 하고ㅡ

타카네는 문득 생각했다.

 

마미 「아니.」

 

마미 「아니라Gu?」

 

유키호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마미?」

 

마미 「귀신은, 정말로 나왔다Gu!」

 

마미 「사실, 야요이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여기에 있었어.」

 

마미 「정말이라Gu?」

 

타카네 「후훗. 농담이 꽤나 그럴싸ㅡ」

 

순간, 번개가 하늘에서 내려쳤고

타카네는 온 몸을 차갑게 타고오르는 소름을 느꼈다.

그것은 비단, 번쩍이는 빛이 내리치고 얼마 안가 하늘을 찢어발길 듯 울려퍼지는 번개 소리 때문만은 아니였다.

다만, 그 빛 속에서

 

마미만이 그림자가 없었다.

 

공포가 만들어낸 침묵 속에, 마미가 말 없이 핸드폰을 건넨다.

리츠코의 번호였다.

얼마 안가, 화상 전화로 리츠코의 얼굴이 보인다.

그녀 뒤의 마미, 아미도 같이.

 

리츠코 「응? 마, 마미? 언제..

마미 도대체 어떻게ㅡ너는 지금 방송국에 아미랑 같이ㅡ」

 

리츠코 「너는 누구ㅡ삐이익」

 

유키호, 타카네, 야요이 「...」

 

 

마미 「...」(히죽)

 

 

마미 「이제, 믿지?」

 

 

ps. 더운날 기념 호러 문학이였는데

그렇게 호러틱하지는 않은 것 같네여.

어쨌거나 이번에도 행복한 헬피엔딩이라서 좋았습니다.

더 좋은 헬피엔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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