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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치하야 「코토리씨가 실종되서 찾으러 떠났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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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4, 2017 20:37에 작성됨.

4.

하루카 「..이 사람들 뭔가 이상하지 않아?

..다들 어두운 데로는 절대 가질 않아.

그리고 자꾸 이상한 기도 같은 걸 중얼거리는 것 같아..기도문일까?」

 

치하야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같은 종교를 믿지는 않을꺼야.

그리고, 저런 기도문은 처음 들어보기도 하고. 사이비가 틀림 없어.

분명히 코토리씨도 여기 있을 거야. 아까 오토나시씨가 분명히 코토리씨를 언급했었어.」

 

요양원 앞뜰에 모여 있는 환자들을 한동안 바라보던 치하야가 입을 열었다.

 

치하야 「..그나저나, 그분이네. 저기 저 분」

 

하루카 「응?」

 

치하야 「저기, 저 할머니..처음부터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치하야 「오페라 가수였어. 10년전에 도쿄 홀에서 축제 때 공연하셨던..」

 

하루카 「아! 그러고 보니 저기 저 분..왜, 예전에 치하야가 연극할 때 나오셨던 원로 배우분인 것 같아!

저기 저 분은 유명한 고전 가요 부르시는 분이고..저분도..

그러고보니, 가수 분들이 많이 계시네?

에에? 저 분은..히다카 마이잖아! 히다카 마이!」

 

치하야 「..나도 알아. 예전에 유명한 아이돌 가수였었다고 하는데..

뭐지? 여기, 연예인 전용 요양원이라도 되는거야? ..이상해.」

 

ㅡ또각 또각 또각

 

원장 「자..저녁이 다 됬는데, 이제 식사하실까요?

차에 기름도 다 채워넣었답니다?」

 

치하야 「말씀은 고맙지만..그냥 가겠습니다.」

 

하루카 「예. 지금은 별로 배고프지가 않네요..」

 

원장 「여기서 안 드시면, 한참을 공복으로 가셔야 할 텐데요?」

 

치하야 「아뇨. 됬습니다. 하루카, 휴게소에서 먹자. 참을 수 있지?」

 

하루카 「..응. 알았어.」

 

원장 「..뭐, 그렇다면야..(으쓱)

다음에 또 뵙도록 하지요.」

 

간단한 명함만 받아들고,

치하야와 하루카는 차에 탑승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걸어본다.

 

하루카는 주변을 둘러싼 환자들의 시선에서 묘한 기분을 받았다.

그들이 보내는 시선은,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 혹은 의심 같은 것이 아니였다.

 

그들이 보내는 시선은, 동정의 시선이였다.

왜? 

 

시동이 걸리자 치하야는 안도했다.

뒤에서 원장과 환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지만,

치하야는 인사 한마디 없이 그대로 엑셀을 밟았다.

 

요양원은 순식간에 멀어져서, 나중에는 나무들에 가려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차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빠르게 내려갔다.

나올 때에는 황혼이였지만,

녹림으로 둘러싸인 산 길을 건너다 보니 해는 순식간에 저물어 어느새 하늘 위로 어둠과 별들만이 가득했다.

 

적막한 산 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길 한복판에서, 차가 멈춰버렸다.

 

 

 

5.

하루카 「치, 치하야! 무슨 일인거야 응?」(걱정)

 

치하야 「(콜록콜록)..엔진이 다 타버렸어.」

 

하루카 「왜! 한번도 이런 적 없었잖아?」

 

치하야 「..나도 잘 모르겠어..(당황) ..설마 그 병원에서 가짜 오일을ㅡ」

 

저 멀리서 차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은색의 대형 승합차 한 대가 병원 방향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하루카 「어, 어떻게 해 우리..나 무서워 치하야..(덜덜)」

 

치하야는 다시 차에 타서는,

핸드폰 잠금을 풀고 프로듀서와 경찰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하루카 앞에서는 최대한 대담한 척 하고 있었지만,

그녀 또한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잠겨 녹음 버튼도 누르고 엉뚱한 앱도 누르는 등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전화를 받지 않아, 원망과 함께 문자만 날렸을 뿐이였지만

다행히도 경찰 쪽은 가장 가까운 서와 연락되었다.

 

치하야 「걱정하지 마..일단 지역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될꺼야.」

 

그때 어둠 속에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였다.

 

ㅡ끼이익

 

원장 「아, 차가 고장나셨나 보네요?」

 

원장 「때마침 마을로 내려가려던 길인데, 도와드릴까요?」

 

치하야 「멀쩡하던 차였다고! 다 알고 있어, 당신이 꾸민 짓이잖아! (버럭)

당신, 분명히 후회할꺼야.」

 

원장 「이런..뭔가 오해가 있으신가 보네요.」

 

그때, 하루카의 눈에 멀리서부터 파란색과 붉은색 빛이 번쩍이면서 다가오고 있는게 보였다.

 

하루카 「경찰이 왔어!」(미소)

 

치하야 「당신들은 이제 끝이야! 나가면 이 미친 병원에 대해서 언론이랑 신문사에 다 뿌리겠어!」

 

원장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어차피 소용 없을텐데요.」

 

ㅡ끼이익

 

경찰 「잠깐만! 다들 가만히 계시지요?

..그나저나, 신고자 분이?」

 

하루카 「여기에요!」

 

치하야 「조심하세요! 이 사람들 뭔 짓을 할지 몰라요.」

 

병원 직원1 「참..이상한 분들이시네. 우린 그저 도와줄려고 그런 거라고? 아이돌이면 다야?」

 

경찰「자자, 거기서 멈추시죠..병원 직원이신 것 같은데, 참..뭐 이런데에 설마 병원이 있을줄은 몰랐네요.

저는 요런 데에 있는걸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뭐 어쨌거나 이 분들이 무서워하는데, 일단 서까지는 데려다 드려야겠습니다.

그쪽도, 그러면 됬죠?」

 

하루카 「예. 빨리 태워주세요!」

 

경찰차에 타고 나서, 치하야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원장과 병원 직원들이 멀어지는 경찰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게 보였고,

그 모습에 치하야는 문득 불길함을 느꼈다.

 

하루카 「감사해요! 지, 진짜 무서웠다고요? 그 사람들 분명 이상한 사람들이 분명해요!」

 

경찰 「확실히 무서우셨겠네요.

하긴, 아캄 병원의 위치가 좀 산 깊은 곳에 있는 데다가, 다들 이상하니까요.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정말로ㅡ」

 

문득, 조용히 말을 듣고 있던 하루카는 소름끼치는 공포를 느꼈다.

하루카의 두 뺨 위로 눈물이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치하야 「왜..?」

 

하루카 「...」

 

하루카 「아저씨, 아저씨 사실 저 사람들이랑 아는 사이였죠? (훌쩍)」

 

경찰 「예? 그게 무슨ㅡ」

 

하루카 「아무도, 병원 이름을 말한 적이 없잖아요..병원이 있는 줄도 몰랐다면서요..」(뚝뚝)

 

경찰 「...」

 

차 안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마침내 경찰, 아니 공모자가 입을 열었다.

 

경찰 「요즘 젊은 것들은 눈치가 빠르네.」

 

 

앞좌석 칸막이가 닫히고,

하얀 가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루카와 치하야는 한동안 비명을 지르며, 후미 유리창을 마구 두드리다가

이윽고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6.

치하야 (눈을 떠보니, 하루카가 옆에 묶여 있다.)

 

치하야 (시선을 돌리니, 코토리씨도 묶여 있었다.

코토리씨의 모습은 참혹했다.

오랫동안 의자에 묶여 있었는지 비쩍 마른 몸에,

씻지도 못한 몸에서는 역한 오물 냄새가 흘러나왔다.

파리가 달라붙어도 떼낼 힘조차 없었는지, 코토리씨는 쾡한 눈으로 치하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핸드폰은 간호사가 들고 있었다.

아마, 그녀가 여기 붙잡힌 동안 저 여자가 대신 문자를 날렸겠지.

...

역시 여기는 미쳤어!)

 

치하야 「코토리씨! 하루카! 사, 살려줘! 살려줘요!」

 

ㅡ지지직

 

스피커「왜 이러는지 알고 싶겠지요?」

 

치하야 「당신! 이 미친XX! 빨리 풀어줘! 이 미친 개X식아!」

 

스피커 「(지지직)..제 할아버지께서는, 본디 유명한 성악가이셨지만 어느날 우주적 진리를 깨달으셨죠.

예, 맞습니다. 바로 진리적 존재들에 대한 진실이지요.

허나, 저 너머 우주에 계신 그 분들을 영접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기도 따위로는 불가능했지요.」

 

스피커 「(지직)..그래서, 우리들은 진리의 음역대에 조금이나마 근접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치하야씨처럼, 당대 유명한..옛 시대의 가희들과 성악 가수들..

이들은 하찮은 살덩어리에 깃든, 나약한 정신을 치료해주겠다는 명분으로 불러모은 나약한 인간들이죠.

허나, 이 자들의 목소리로써, 우리는 진리의 문을 열 것입니다!

여기는 진리를 창조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무대인 셈이지요.」

 

치하야 「..미쳤어..」

 

스피커 「후훗..다들 진리의 티끌을 맛보기 전까지는, 다들 그렇게 말하지요.

하지만 진리의 끄트마리만 보게 되도, 저희들의 말이 진실이라는걸 알게 될 겁니다.

비록 우리들의 만남은 오토나시 모자로 이어진 우연이지만, 가는 길은 이제 하나가 될 것입니다!」

 

하루카 「..(울먹) 무, 무서워 치하야짱..」

 

치하야 「걱정마. 어떻게든..(끄응)」

 

하지만, 의자에 단단히 고정된 손은 풀리지 않는다.

 

스피커 「(지지직)..코토리씨는 이미 맛보셨고, 이제 진리를 받아들이기 직전이랍니다.

이번 한 번의 의식이면 진리를 깨닫겠지요.

하지만 하루카씨와 치하야씨도 결국엔 깨닫고 저희와 함께하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마시길.」

 

어둠 속에서, 천장의 조명들이 일제히 빛을 발했다.

그 조명들은 한 곳으로 모이며, 앞에 거대한 석상 같은 것을 비추기 시작했다.

무슨 문어 같은 형상을 표현한 석상인데,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촉수의 형태였다. 

그 모습에서 치하야는 기이한 혐오감 같은 것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기이한 후드를 뒤집어쓴 환자들, 아니 광신도들이 촛불을 들고 나타나,

거대한 석상을 둘러싸고서는 똑같은 음역대로 기도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 턱 부분에 점이 찍힌 중년 여성이 보였다.

코토리씨의 어머니였다.

광신도들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의미의, 기이한 기도문이 아름다운 목소리들을 타고 흘러나온다.

 

ㅡPh'nglui Mglw'nafh Cthulhu R'lyeh Wgah'nagl Fhtagn...

 

치하야는 코토리씨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코토리씨는 무엇인가를 보고서는 입에서 거품을 물며 괴로워하고 있었고,

하루카는 동상 위로 무언가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을 보고서는, 압도적인 공포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치하야가 그녀의 어머님을 향해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치하야 「오토나시씨! 제발요, 어머님!」

 

치하야 「코토리씨는 당신 딸이잖아!」

 

그녀가, 석상 아래 제단에 놓인 칼을 들고 다가온다.

조명 빛 아래 칼날이 번득인다.

 

하루카 「꺄아악!」

 

ㅡ싹둑

 

코토리 어머니 「어서! 여기 칼이에요.

제가 막을 테니까, 제 딸이랑 같이 여기서 도망치세요. 입구는 저 뒤에 문 하나뿐이니까,

제가 막으면 어떻게든..빨리 나가요 빨리!」

 

스피커 「(지지직)..지금 뭐하는 겁니까 자매님!

그분을 거역하시려는 겁니까?」

 

치하야 「가, 같이 나가요! 어서 저희랑 같이ㅡ」

 

코토리 어머니 「..아아, 난 이미 끝났어!

무, 무서워..그분이..그분이 나에게 화가 나셨ㅡ꺄아악!!」

 

환자들 「그분이다!」「그분이 오셨어!」「Cthulhu Pat'an!」

 

치하야 (기이한 모습이였다.

한순간 모든 동작을 멈춘 오토나시씨는, 너무나도 평온하게 자리에 주저앉았다.

온 몸에서 검은 피를 흘리면서.

그녀의 두 눈동자는 검게 물들어 있었다.

 

거대한 무엇인가가 그녀를 통해 현세로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단순히 거대함이라는 단어로는 표현 불가능하리라.

거대함이라는 단어에는, 최소한 물리 법직적으로 측정 가능하다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이상이였다.

 

구태여 표현하자면, 무한대에 가까운 어떤 암흑의 존재가,

그러니까, 이 운동장만한 지하 신전조차도 미세한 티끌에 지나지 않을 정도의 어떤 존재가,

이 협소한 공간에 자신을 압축해서 나타나려는 것에 더 가까웠다.

 

그것은 크기에 한계도, 어떠한 의미로도 나타낼 수 없는 존재임이 분명했다.

 

촛불들이 하나 둘씩 꺼지며, 사이비 신도들이 공포와 신앙의 광기 속에서 기묘한 소리를 토해내고 있기를,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소리들이 지금껏 들어온 그 어떠한 음악보다도 더 진실되고 아름답다고 느꼈다.

음악이 진실의 표현이라면, 저들의 소리는 공포를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로 표현한 음악일 터였기에.

 

더 이상 보았다가는, 그대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기에

아직도 그것을 응시하고 있는 하루카의 시선을 억지로 돌렸다.

하루카의 두 눈에서 무언가 흘러나왔는데, 그것은 피였다.

그것은 내 눈에서도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실수로, 나는 오토나시씨의 두 눈을 다시 보고야 말았다.

그녀의 암흑으로 뒤덮힌 두 눈동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반짝이는 수백만개의 별들을 보았다.

그녀의 두 눈 속에서는, 우주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 우주 속에서 초월적 존재가 태동하고 있었다.

 

온 몸에서 피를 토하고 흘리며, 환자들은 흡사 중세의 미친 광신도들마냥 스스로에게 채찍과 매질을 날리며

발가벗고 춤을 추거나 스스로를 해치고 있었다.

가히 지옥도에 가까운 풍경이였다.)

 

치하야 「..어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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