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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와 아가씨와 조폭소녀 때문에 P의 멘탈은 아수라장!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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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4, 2017 12:48에 작성됨.

"그럼 야요이, 노래를 불러볼래?"

 

요즘은 아이돌한테도 실력을 요구하는 시대다. 아무리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나라도, 예전보다 지금이 아이돌의 능력을 더 요구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노래, 춤, 얼굴, 단 하나도 빠짐 없이 갖춰야만 데뷔가 가능한 세상이니까.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으려면 노래를 어느 정도 불러야겠지. 정말 잘 부르는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으니까 평타라도 쳐줬으면 좋겠어.

 

"네! 무슨 노래를 불러볼까요?"

 

"네가 제일 잘 부르는 걸 불러봐."

 

"웃우! 알겠습니다!"

 

야요이는 그리고 '곰 세 마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야요이의 목소리는 곰 세 마리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귀여운 노래에 귀여움이 더해지니, 귀여움이 폭주해서 뇌에 도파민이 분비되고 흥분되어서 마약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 뭔 개소린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훌륭했다.

 

하지만 아이돌이 곰 세 마리 같은 동요를 부르는 가수는 아니지.

 

"좋았어. 그럼 이제 '인연'을 네 음역대에 맞춰서 불러봐."

 

"웃우! 얼마든지요!"

 

그리고 들려온 것은 내가 아는 인연이 아니었다. 인연은 애절한 노래여야 하는데, 지금 내 귀를 간질이는 이 인연은 너무나도 쾌활하고 활기찬 노래였다.

 

뭐지 이거? 분명히 음정도 지키고 가사도 똑같게 부르고 있어. 가사만 따지면 애절한 노래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즐거운 거야.

 

설마… 노래에 감정을 이입하지 못하는 건가?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군.

 

"렛잇고를 불러봐, 야요이."

 

야요이의 렛잇고가 시작된 순간 저는 심장을 붙잡고 쓰러졌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심쿵을 겪어본 적이 없는 저를 쓰러트린 것은 사랑스럽게 귀여운 렛잇고였습니다ー

 

는 렛잇고가 이렇게 귀여우면 안 된다고!

 

"큰일이야… 야요이가 부르는 노래는 뭐든지 동요가 돼……"

 

뭐, 동요처럼 귀여운 노래를 컨셉으로 잡아서 밀고 나가면 괜찮을 수도 있어. 그런데 하루카와 이오리를 보라고. 쟤들이 동요처럼 귀엽게 부를 것 같아? 특히 하루카는 광기가 섞인 채로 소리를 질러대는 헤비메탈을 좋아할 것 같은 인간인데!

 

"프로듀서… 제가 뭘 실수한 건가요?"

 

야요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한테 물어왔다. 나는 뭐라고 말해야할지 감이 안 잡혀서 주변을 둘러봤다. 히비키는 알아먹을 수 없는 말로 떠들어대고, 아카바네는 난감하다는 듯이 식은땀을 흘리며 나랑 야요이를 번갈아 봤다.

 

그리고 미키가 나한테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자성 프로듀서는 노래를 잘 불러?"

 

……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군.

 

"아니.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프로듀서가 잘 부르면 야요이한테 노래를 가르쳐주면 되니까 물어본 거야."

 

"아니, 보컬 트레이너가 없어?"

 

"저런 야요이를 치료해줄 보컬 트레이너는 비싸다는 거야. 그런 돈은 우리 소속사에 없는 거야."

 

이런 거지 같은 프로덕션…

 

"아니, 이렇게 가난한 프로덕션에 너희 같은 거물들이 있는 이유는 뭔데?"

 

"그건 어두운 음모가 있는 거야. 모르는 게 건강에 좋은 거야."

 

"하, 하, 하, 그것 참 무섭네."

 

모르는 게 좋다니까 굳이 파고들지는 않을 거다. 그런 것보다도 야요이가 문제니까. 나는 절대 노래를 안 부르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럼 치하야한테 한 번 부탁해보라는 거야. 치하야가 노래를 정말 잘 부르는 거야."

 

"나도 노래 잘 부르는데."

 

히비키가 휴식을 충분히 취했는지 표준어로 말했다.

 

"히비키 너도 잘 부르지만 치하야는 못 따라잡는 거야."

 

"그건 그렇지."

 

흠… 치하야라면 하루카 앞에서 꼼짝도 못 하던 그 사람이잖아. 가슴 작은 파란머리 씨.

 

"치하야가 노래를 잘 부른다… 기억해둘게."

 

야요이는 우리의 대화를 따라잡지 못하겠는지 멍하니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원래 자기가 부르는 노래가 어떤지는 파악하기 힘든 법이니까 그럴 만도 하지.

 

"야요이, 다음부터는 노래에 감정을 싣도록 노력해봐."

 

"웃우!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야요이한테 춤을 추게 시켰다. 춤은 그래도 야요이가 신체능력이 뛰어나서 그런지 흉내는 잘 냈다. 흉내내는 정도로는 성공하기 힘들겠지만 일단은 그 정도로 만족해두는 걸로.

 

"좋아, 능력 테스트는 이 정도로 해두고… 물어볼 게 하나 있어."

 

"뭐를요?"

 

…사장님께서 나한테 물었던 질문이 있었다. 아이돌을 프로듀스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조금만 비틀면 나한테 도움이 되는 답을 아이돌로부터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야요이에게 물었다.

 

"내가 너를 프로듀스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건 무얼까?"

 

그러자 야요이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슈퍼 세일목록을 외워두세요!"

 

……나도 침묵했고, 히비키도 침묵했고, 미키도 침묵했고, 아카바네도 침묵했고, 모두가 침묵하자 야요이도 엉겁결에 침묵했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깨트린 건 미키였다.

 

"야요이, 그건 프로듀서랑 전혀 상관 없는 거야.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를 말해야 하는 거야. 나는 주먹밥이 아주 좋다는 거야!"

 

미키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네요. 네.

 

"아, 그럼 가난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어본 바닷가재가 먹고 싶어요."

 

그런 거 사줄 돈 없다…가 아니라.

 

"그럼 야요이, 질문을 좀 바꿔서 물어볼게. 내가 너한테 어떤 프로듀서였으면 좋겠어?"

 

"웃우… 프로듀서는 지금 그대로가 그냥 좋아요."

 

"그래도 굳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거 없어?"

 

"그럼 바닷가재를 사주세요."

 

바닷가재를 사주는 프로듀서가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거냐. 이거야 원,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 바닷가재를 사줄 돈도 없단 말이야.

 

"아! 그럼 미키는 주먹밥을 사달라는 거야!"

 

그걸 왜 나한테 말하냐.

 

"나는 감저가 먹고 싶으네."

 

히비키가 방금 말한 감저는 감자일까요, 아니면 고구마일까요? 모르겠는데, 뭐 어쩌라고.

 

"너희가 먹고 싶은 건 너희 프로듀서한테 말하라고."

 

"아카바네P는 가난하다는 거야!"

 

와… 정말 순진한 얼굴로 강력하게 폭격해대네…

 

아카바네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진짜 가난한 걸까. 아이돌들을 위해 음료수를 그렇게 많이 사오는데 정말 가난할까? 그 진실은 빛의 저 편에…

 

내가 뭔 소리를 해대는 거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나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야요이, 바닷가재는 언젠가 사줄게. 오늘 상담은 여기까지 하자."

 

"웃우! 알겠습니다!"

 

그리고 치하야한테 야요이의 보컬 트레이닝을 부탁해야 한다. 그러려면 치하야의 일정을 알아야 하니까 아카바네한테 물어봤다.

 

"치하야의 일정은 어떻게 되지?"

 

"치하야의 트레이닝은 전부 오전에 있기 때문에 지금은 자유시간입니다. 어딘가에서 또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지 않을까요?"

 

정말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구만. 담당 프로듀서가 저런 식으로 말하니 믿음직스러워.

 

"좋아, 그럼 치하야를 찾아보자!"

 

"웃우! 알겠습니다!"

 

그렇게 야요이와 함께 나는 치하야를 찾아 나섰다. 쥐 잡듯 치하야를 찾기 위해 소속사를 뒤진 끝에, 소속사 옆에 있는 골목에서 치하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치하야는 하루카에게 키스를 당하고 있었다.

 

…키스를……

 

"웃우? 프로듀서, 제 눈을 왜 가리는 거예요?"

 

"네가 봐서는 안 될 게 눈앞에 펼쳐지고 있어. 좀 더 크면 봐야 할 게…"

 

"담배도 폈던 제가 보면 안 되는 게 있는 건가요?"

 

"담배랑은… 별개의 이야기라고 할까…"

 

그리고 나와 하루카는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하루카는 묘한 눈웃음을 짓더니, 보란 듯이 키스를 더욱 격렬하게 해댔다.

 

뭐, 대체 왜 그러는데. 왜 날 보더니 더 격렬하게 하는데. 진짜 종잡을 수가 없는 녀석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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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치하… 하루카의 무지막지한 공세에 치하야가 꼼짝도 못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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