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유코 "저만 제외하고 모두에게 초능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1)

댓글: 0 / 조회: 757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7-02, 2017 18:57에 작성됨.

* 본 글은 창작댓글판에 있는 동명의 댓글판을 옮겨 오면서, 약간의 수정과 각색을 더한 글입니다. 한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데 대략 3일 정도 걸릴 거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여러분의 참여가 많아질수록 빠른 진행이 가능합니다.

 

 

호리 유코 - 무능력(추정), 랭크 불명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능력을 가장 동경하던 유코에게는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능력도 주어지지 않았다.

 

카타기리 사나에 - 즉결체포(인스턴트 어레스트), 랭크 S

사나에는 자신의 시야 안에 수갑을 생성시킬 수 있다. 수갑의 강도는 절대적이며 크기는 자유롭게 조정 가능하고, 개수의 제한도 없으며 사나에의 의지대로 해제, 또는 소멸시킬 수 있다. 기본적인 사용법은 사람을 묶는 데 사용하는 것이지만, 커다란 수갑으로 물체를 묶어 놓거나, 수많은 수갑을 연결시켜 쇠그물이나 쇠사슬을 만드는 등의 응용도 가능하다.

 

아리우라 칸나 - 감정동조(싱코파시), 랭크 A
칸나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 이 능력은 크게 세 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 첫 번째, 다른 대상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두 번째, 자신의 감정을 다른 대상에게 전할 수 있다. 세 번째, 상대의 감정을 제어해 자신이 느끼는 감정으로 바꿀 수 있다. 각각 독심술, 텔레파시, 마인드 컨트롤에 준하는 능력이지만, 대화나 단어를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직 감정만을 다룰 수 있다. 상당히 멀리 떨어진 대상에게도 작용한다.

 

나카노 유카 - 절대명령(얼티메이텀), 랭크 S

유카는 시야 내의 생명체에게 절대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발동 조건은 유카의 지시를 듣는 것으로, 명령의 내용을 인식한 순간부터 대상은 다른 모든 행동에 우선하여 유카의 명령을 따르게 된다. 단, 얼티메이텀으로 내릴 수 있는 명령은 한 번에 하나뿐이며, 다른 명령을 내리면 이전 명령은 취소된다.

 

 

시라기쿠 호타루 - 불행연쇄(언럭키 스파이럴), 랭크 C

호타루는 주변 사람들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도록 할 수 있다. 능력을 사용한 대상에게는 짧은 시간 안에 반드시 크고 작은 불행이 닥치지만, 그게 어떤 것일지는 호타루도 알 수 없다. 또한, 한 번 일어난 불행을 되돌릴 수도 없다. 진심을 낸다면 자연재해급의 피해를 일으킬 수 있으며, 주변 지형지물까지 휘말리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호타루 스스로 본능적인 리미터를 유지하고 있어, 평상시에는 발이 걸려 넘어진다거나 말하다가 혀를 깨문다거나 하는 정도까지만 가능하다.

 

 

============================================================================

 

1.

모든 일은 하루아침에 벌어졌습니다. 눈을 떠 보니 지금까지 익숙하던 일상이 모조리 뒤바뀐 거예요. 아, 그렇다고 해서 불평하는 건 절대로 아니에요! 아니아니, 불평할 리가 없잖아요, 없어! 정말로 신나고, 설레는 쪽으로 바뀌었으니까 말이죠! 지금까지 동경해 왔던 세계가 하루아침에 눈 앞에 펼쳐진 거니까요!

 

그 전 날... 사실은, 그 때의 기억은 별로 없어요. 시즈쿠가 말하기를, 감기에 걸려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다나. 만약 진짜로 그랬다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기에 걸린 셈이네요! 솔직히 아쉽기도 해요, 감기에 걸리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었는데 그걸 기억도 하지 못하다니. 어쨌든, 제가 일어났을 때, 감기 기운은 온데간데 없었고, 사이킥 파워로 일어나 평소대로 사무소로 나와 보니...

 

어떻게 된 건지, 다들 에스퍼가 되어 버렸잖아요! 룸에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새로운 능력을 시험해 보고 있었던 거예요.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제일 눈에 띄게 초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말했죠.

 

유코 "우와아아! 그거, 대단해요!"

 

2.

사나에 언니는 순식간에 허공에서 수갑 몇 개를 만들어내서, 짤깍짤깍 하고 풀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고 있었어요.

 

사나에 "그치? 다들 난리라고, 난리! 능력 시험해 본다고 옥상으로 뛰어올라간 사람들만 해도 열 명이 넘어! 근데, 유코, 너는 무슨 능력이니?"


유코 "에? 저야 평소에 트레이닝하던 대로 사이킥 숟가락 구부리기라던가... 투시라던가..."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주변이 완전히 변했는데 저 혼자 그대로라는 상황은. 그도 그럴 게, 저는 제가 뭐가 바뀌었는지 하나도 느끼지 못했거든요. 뭐, 그래도 초능력이라면 질 수 없지 하는 생각에 평소에 하던 대로 사이킥 시범을 보여 주려 했죠!

 

유코 "그렇죠! 보세요, 숟가락! 이번에는 확실히 구부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므므믓... 므믓!"

 

하지만, 제 초능력은 아직 수련을 더 해야 하나 봐요. 휘익 하고, 기역자로 꺾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냥 평소대로, 아주 조금 휘어졌을 뿐이죠. 네? 애초에 휘어지긴 했냐고요? 당연한 걸 묻고 계시네요! 여기 봐요, 지금 이 숟가락도 한 1.5도 정도 휘어졌잖아요!

 

유코 "봐요! 역시 휘어지죠!"

 

아직 꼿꼿이 서 있는 숟가락을 들고 그렇게 사나에 언니에게 자랑했어요. 뭔가 더 할 말이 있긴 했는데, 갑자기 말할 분위기가 아니게 된 것 같았어요. 에이, 사나에 언니, 신경 안 쓰셔도 된다니까요?

 

유코 "괜찮아요! 앞으로 트레이닝을 계속하면, 언젠간 구부릴 수 있게 될 테니까!"

 

사나에 언니는 한결 가라앉은 톤으로 어색하게 '그래' 한 마디만 하셨어요.

 

유코 "뭐, 저는 아무래도 좋아요! 그보다 에스퍼가 되신 것, 축하해요!"

 

앗! 말을 마치는 순간, 누군가가 또 저를 부르는군요! 누구일까요?!

 

3.

칸나 "유코, 괜찮아요? 평소답지 않은데..."

 

네? 제가 평소와 다르다니, 무슨 말일까요? 전 이렇게 전혀 문제 없이...

 

칸나 "그게, 그러니까... 화나고 원망스러운 게 있으면, 숨기고 있지 마세요. 러브 & 피스로! 탁 하고 털어버리세요!"

 

그러니까, 제가 원망 같은 걸, 질투 같은 걸 할 리가 없잖아요...

 

사나에 "유...코?"


유코 "칸나 언니, 사나에 언니, 괜찮아요, 전 괜찮으니까..."

 

어라? 언제 이렇게 눈가가 촉촉해졌죠? 음! 드디어 새로운 능력이 발현한 건가요? 게다가 살짝 시야도 흐려지고...

 

그리고 깨달았어요. 맞아, 나한테는 아무런 능력이 발현하지 않아서 질투하고 있었어. 내 초능력으로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동경해 오던 것을 모두가 가지게 되었는데, 나에게만 없게 되어서... 그래서...

 

어느새 저는 펑펑 울고 있었고, 사나에 언니는 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고... 신기하게도 마음속에서 위로가 되는 것 같았어요. 괜찮아, 초능력이 없어도, 우린 항상 함께 있을 테니까 하고. 아, 과연, 이게 칸나 언니의 능력이었군요.

 

====================================================================

 

4.

시간이 조금 지나, 에스퍼 유코로 완전부활! 했을 때였어요. 저도 분발하겠다는 느낌으로 다시 초능력 수련을 시작하려 했는데, 칸나 언니의 얼굴빛이 새파래졌어요. 아무것도 없는 저조차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칸나 "유코, 사나에 언니. 누군가가 위험에 처했어요."

 

칸나 언니의 표정으로 봐서,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어요. 당장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칸나 언니를 조수석에, 저는 뒷좌석에 태우고 차를 출발시켰어요.


사나에 "너희들, 안전벨트 제대로 맸지?"


유코, 칸나 "네!"

 

칸나 "여기서 조금 왼쪽이에요! 그런데, 사나에 언니...?"


사나에 "왜애?"

 

으음. 사나에 언니 목소리가 심상치 않군요. 그런데 이 차, 속도가 약간 빠른 것 같지 않나요? 므므믓... 역시! 시속 110킬로였군요!

 

칸나 "이 차, 회사 것 아닌가요? 마음대로 써도..."


사나에 "괜찮아, 키를 책상에 던져놓은 프로듀서 탓이니까!"

 

과연, 사이킥적인 직감으로 보건대 사나에 언니는 폭주족의 적성이 있군요! 어쩌면 왕년에, 아니면 전생에 폭주족이었거나... 아니지, 사나에 씨의 전생에 자동차나 바이크가 있었으려나, 으음...

 

칸나 "여기서 코너를 돌면 바로예요!"

 

그리고, 코너를 돌자 거기에는...

 

5.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 호타루가 있었어요. 그리고, 호타루의 주위에는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듯, 소화전은 터져 있고 잡동사니란 잡동사니는 모조리 흩날리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이 상황을 보고 감상이 나오기도 전에, 앞자리에서 불길한 덜컥덜컥 소리가 났어요.

 

사나에 "어, 어? 잠깐만! 이거 왜 이래!"


유코 "에에? 무슨 일이에요?"

 

칸나 언니는 무슨 일인지 진작 알았는지, 공포에 빠져 입을 가리고 있었어요.

 

사나에 "브레이크가... 맛이 갔어!"

 

6.

사나에 언니는 사이드브레이크나 기어를 이리저리 만졌지만, 차의 속도가 줄어들지는 않았어요. 그러는 사이, 주차되어 있는 차와 위험할 정도로 가까워졌어요.

 

칸나 "꺄아아아아앗!"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음과 함께, 대포에서 쏘아올려지는 느낌이 들고는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어요. 그리고 푹신한 에어백에 머리가 세게 부딪히고, 안전벨트가 강하게 조여 왔어요.

 

아야야...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이곳저곳에서 통증이 느껴졌네요. 분명 푹신한 에어백이었을 텐데도 전속력으로 부딪히니 아프긴 아프군요. 벨트가 파고든 곳도.

 

바로 정신을 차리고, 앞의 두 사람을 확인했어요. 사나에 언니는 멀쩡해 보였는데, 칸나 언니는...

 

사나에 "칸나? 정신 차려!"

 

바... 반응이 없어요? 하긴, 정신 바짝 안 차렸다면 저라도 충분히 기절할 만한 충격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저하고 사나에 언니가 머리가 단단한 걸까요... 아니, 어쩌면 가슴이 천연 에어백 역할을 한 걸지도!

 

하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죠! 저기 있는 호타루를 어떻게 해야 하는데...

 

7.

깨진 앞유리창을 통해서 호타루의 모습이 보였어요. 정말 무시무시한 광경이었죠, 호타루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아비규환이 벌어지고, 온갖 잡동사니를 실은 폭풍이 휘몰아치는 건.

 

사나에 언니가 나서서 손이라도, 발이라도 묶어 준다면 저것을 어떻게든 멈출 수 있을까? 싶었죠.

 

아무런 초능력도 쓸 수 없는 제가 저기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오히려 아무것도 하기 전에, 폭풍에 휘말려 크게 다치게 되겠죠.

 

하지만, 왜였을까요?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데도,

 

정의의 에스퍼 호리 유코는 자신도 모르게 차 문을 열고 호타루를 향해 뛰쳐나갔던 거예요.

 

8.

사나에 "유코! 야! 거기 멈춰! 위험하다고!"

 

네, 그냥 눈으로 보기에도 너무나 위험해 보였죠.

 

사나에 "너 거기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그래요, 지금 저는 평범한 16세 소녀. 조금은 초능력을 동경하고, 남들 앞에서 빛나고 싶을 뿐인 아무런 힘도 없는 여자아이.

 

하지만 말이에요,

 

저기 날아다니는 위험물이 아닌, 그 중심에 서 있는 작고 연약한 아이를 바라본다면,

 

그 아이가 온몸으로 도와달라고 부르짖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이 호리 유코!

 

9.

유코 "호타루! 들려요?!"

 

달려가면서, 폭풍을 뚫고 목소리가 전해지도록 큰 소리로 외쳤어요. 어엇, 전해진 것 같네요! 호타루가 이쪽을 보고 있어요!

 

유코 "괜찮아요, 호타루! 도와 줄 테니까!"

 

하지만 호타루 주변을 도는 폭풍은 더욱 거세졌어요.

 

호타루 "다가오지... 마세요!"


유코 "그런다고 이 참견쟁이 유코가 멈추진 않아요!"

 

아, 이거 진짜 위험한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죠! 아슬아슬하게 깡통 한 개가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간 걸 피하고 안도하는 순간, 문짝 하나가 통째로 이쪽으로 날아왔지 뭐에요!

 

아, 내 바보짓의 끝이 이거구나, 하고 체념하려는 순간.

 

10.

철컹!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쇳덩이. 한 쪽은 나무에, 다른 한 쪽은 아직 서 있는 전봇대 하나에 단단히 묶인 수갑이었어요.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문짝이, 딱 맞는 사이즈의 수갑에 묶인 거예요.

 

휴우우우, 십년감수했네, 고마워요 사나에 언니!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음 기회에. 뒤에서 사나에 언니가 바보라느니 어쩌니 쏟아부은 것 같긴 하지만, 뭐 지금은 상관없는 얘기죠!

 

마침내, 호타루에게 말할 수 있는 거리까지 왔어요!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답게 던져 보기로 했어요!

 

11.

호타루와 눈을 제대로 마주쳤어요. 호타루는 제 눈을 피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어요. 뭐어, 저라도 그랬겠지요.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수야 없죠! 마음속에서 바로 떠오르는 대로 부딪혀 본다, 그게 저다운 거니까요!

 

유코 "힘들었죠, 호타루?"

 

기분 탓일까요? 폭풍이 조금 잦아드는 것 같았아요.

 

유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을게요. 하지만 저도, 여기 있는 다른 동료들도 전부 호타루와 함께예요! 그건 잊지 말아 주세요!"


호타루 "..."


유코 "그리고 저, 무적의 에스퍼니까, 불행 같은 거엔 절대로 지지 않으니까요!"

 

어휴, 하마터면 바람에 휩쓸릴 뻔했네요. 아카네하고 한 러닝 훈련이 없었으면 꼼짝없이 휩쓸려 갔을 뻔했네요. 어찌됐든... 자, 호타루는 제 말을 분명히 들었어요. 이제 대답을 기다려야겠죠.

 

12.

자신만만하게 호타루의 반응을 살펴 본 순간, 이런, 뭔가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어요. 완전히 저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인 호타루. 그리고, 그 모습은 차디차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필사적으로, 피라도 토할 듯한 기색으로 호타루는 외쳤습니다.

 

호타루 "듣기 싫어요! 제발, 저리 가 주세요!"

 

어라...? 나름대로 멋진 대사라고 생각하고 말했는데. 그런 저를 덮쳐 온 것은, 냉혹한 현실이라는 바람이었습니다. 아니, 제 말 몇 마디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게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었겠죠. 어쩌면, 제가 호타루의 상처를 과소평가하고 혼자 들떠서 움직인 걸지도요. 하지만!

 

유코 "절대로 안 돌아가요! 절대로!!"

 

이렇게 된 거, 저도 고집이라면 둘째라면 서러워할 여자거든요?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두 번으로 안 되면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거라고요!

 

하지만, 두 번째 기회가 그렇게 쉽게 오지는 않을 것 같네요. 뭔가 날아오는 것 같아서 피하려다가, 그만 발을 잘못 디뎠어요. 아야야야, 아파라. 이상한 자세로 쓰러지고 말았죠. 그리고 이어서 날아오는 거센 바람에, 이름모를 가게의 철문까지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콰앙.

 

하하, 꼴이 말이 아니네요.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야 하는데...! 저 혼자서 너무 무모했던 걸까요...?

 

13.

폭풍의 중심에 서 있는 소녀가 보이네요. 그 소녀는 누구도 자기를 찾길 바라지 않아요. 자기 때문에 상처입었던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자기 때문에 불행을 겪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호타루는 너무 착한 나머지, 자의든 타의든 다른 사람을 상처입혔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어요.

 

으음, 저기 반대쪽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유카 언니인가요? 그렇군요. 사이킥 추측에 의하면, '남에게 불행을 주는' 능력이 발현한 호타루가 친구들에게 더 이상의 불행을 흩뿌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떠나려 했고, 그걸 막으려던 유카 언니가 저렇게 되어서... 자괴감에 빠져 능력을 제어할 수 없게 된 걸까요. 뭐, 어디까지나 바보같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 폭풍이 아까보다 훨씬 더 강해지네요. 헤헤, 그렇겠죠. 유카 언니에 이어 저까지 다치게 했으니. 저 안에서 호타루의 외침이 들려오는 것 같네요.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숨이 끊어져라 내지르는 비명 소리. 이 정도쯤은 별 거 아냐! 하면서 떨치고 일어나서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몸이 따르지 않네요. 역시, 제가 조금만 더 강했다면, 한 번 더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요?

 

사방에서, 아까보다 훨씬 더 무거운 물건들이 휘몰아치네요. 회오리가 조금만 더 넓어지면, 저나 유카 언니가 있는 곳까지 삼키는 것은 금방이겠죠. 우와, 저길 봐요. 나무가 뿌리채 뽑혔네요. 뭐, 그걸로 호타루의 마음 속 상처가 낫게 된다면 어찌되든 좋겠지만, 그럴 리는 없겠죠? 자신을 더 상처입히는 행위에 불과할 텐데.

 

회오리가 코앞까지 다가왔네요. 이 절망적인 상황 앞에서도, 저는 이상하게 좌절감이 들지도, 망설여지지도 않았어요. 그저, 회오리를 뚫을 각오로, 그런 말도 안 되는 희망으로, 한 번 더 힘겹게 몸을 일으켜 회오리 쪽으로 한 걸음 내딛었어요. 아마 이게 마지막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14.

그때였어요.

 

철컹! 철컹! 챙그랑! 챙강!

 

회오리의 소음은 휘파람 소리로 느껴질 만큼, 귀가 먹먹해질 듯한 시끄러운 쇳소리가 났어요. 그리고, 회오리에 휘말려 눈앞에 날아다니던 온갖 물건들이 하나하나 전부,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크기의 수갑에 수갑으로 엮여서 한 덩어리가 되어, 네 개의 거대한 수갑으로 지면의 전봇대에 단단히 고정되어 버렸어요. 정말, 눈 한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에요.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서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우리의 경찰 언니.

 

사나에 "이걸로 전원, 체포야!"


호타루 "!!"

 

유코 "사나에... 언니?"

 

게다가, 움직인 것은 사나에 언니만이 아니었어요!

 

칸나 "호타루 씨! 진정하세요! 피스!"

 

언제나 러브&피스를 외치던 칸나 언니가, 언제나의 표정으로 저 멀리 있는 단 하나의 관객에게 자신의 마음을,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서 있었던 거예요!

 

호타루의 자신을 내버릴 듯한 강렬한 자괴감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천천히 또 천천히, 휩쓸리는 물건 하나 없는 회오리의 반경이 작아지고, 마침내 바람소리가 완전히 잦아들었어요. 남은 것은 하나로 합쳐진 쓰레기더미 뿐.

 

15.

폭풍이 멈추고, 그 자리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호타루만 남았어요. 사나에 언니가 눈짓하자 수갑들의 그물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우르르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묶여 있던 물건들이 모조리 땅으로 떨어졌어요. 음, 이렇게 땅에 떨어진 걸 보니 생각보다 많이 없네요. 방금 전에 저것들이 공중을 날아다닐 때는 그렇게 많아 보였는데.

 

사나에 언니가 절 야단치네요.

 

사나에 "걱정했잖아, 욘석! 아무리 그래도, 다짜고짜 돌격하는 게 어디 있어? 죽고 싶었던 거야?"

 

조금 더 움직일 힘이 남아 있었으면 전형적인 호리 유코스러운 대답을 돌려 드렸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그러기엔 힘이 부족하네요. 그저 사나에 언니를 향해 데헷, 하고 웃어 줄 뿐이에요.

 

그 순간, 호타루가 저 길 반대편으로, 무작정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사나에 "야! 호타루!"

 

16.

저는 사나에 언니에게 외쳤어요.

 

유코 "어서 쫓아가죠!"

 

그리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더 이상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네요. 몸을 움직이기는... 틀렸을지도요. 으, 생각해 보면 자동차가 들이박았을 때 머리에 받은 충격부터 시작해서, 돌풍에서 이것저것 가벼운 물건들에도 여기저기 얻어맞았고... 컨디션 최고라고는 할 수 없는 상태였네요.

 

사나에 "유코, 어떻게 생각해? 지금 잡아야 할까? 당장이라도 발을 묶어서 체포시킬 수는 있어!"

 

17.

유코 "네! 사나에 언니, 부탁해요!"

 

조금만 기다려 줘, 호타루!

 

유코 "기다려요, 호타루!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 있으니까...!"

 

달려가던 호타루의 발에 수갑이 채워졌어요. 아니, 발에 걸었으니 족갑이라고 해야 되려나? 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거겠죠. 어쨌든, 수갑이든 족갑이든 뭔가가 채워진 호타루는 즉시 균형을 잃고 넘어졌어요.

 

꽈당.


호타루 "아흑!?"

 

굉장히 아파 보였어요. 뭐, 이쪽이 할 소리는 아니지만요.

 

힘겹게 일어나, 비틀비틀 호타루가 넘어진 곳까지 걸어갔어요. 뭐라고 말할까, 내가 말한다 한들 호타루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호타루의 상처를 저 혼자 치유해 줄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저 친구로서, 동료로서, 동기로서 호타루의 괴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걸 말해 주고 싶을 뿐이었어요.

 

그리고,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유카 "호타루!"


호타루 "유, 유카 언니? 괜찮은 거예요?"


유카 "응, 괜찮아! 그보다 지금부터, 유코가 하는 말을 확실히 들어 줘! 알겠어?"

 

눈을 피하려던 호타루의 태도가 그 말 한 마디에 확 하고 변하는 걸 보고, 아, 이게 유카 언니의 능력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심호흡을 한 뒤, 호타루에게 진심을 담은 말을 전했어요.

 

18.

유코 "호타루, 분명 처음에는 불행에 우리가 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 몰라요."

 

호타루의 눈동자를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어요. 슬픔을 품고 있는 듯한 새까만 눈동자는 도저히 중1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어요. 그간 얼마나 힘들었는지 새삼스럽게 전해 내려오는 것 같았어요.

 

유코 "하지만, 지금을 봐요! 우리, 괜찮잖아요. 호타루의 불행보다, 모두 같이 함께 있어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 더 크기 때문이에요."

 

활짝 웃으며, 말을 계속했어요. 호타루의 보석 같은 눈에, 반짝임이 돌아오는 듯했어요.

 

유코 "그러니까 제발, 도망치지 말아 주세요. 혼자 하기 힘든 일이라면, 함께 해 보는 거에요! 초능력을 제어하는 법도 힘을 합쳐 알아가 볼 수 있어요! 분명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 나답지 않게 너무 진지한 이야기만 계속했네요. 이 상황에도 잊으면 안 되죠, 제 캐릭터!

 

유코 "이 절대무적 에스퍼하고 함께, 그리고 모두와 함께라면 말이에요!"

 

19.
그 다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분명 마지막 말을 건네면서 호타루를 꼬옥 하고 안아 주었고, 갑자기 엄청나게 피곤해졌는데... 일어나 보니까 오후 5시였고,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허겁지겁 일어나서 무슨 일이었는지 물어 보니, 과로라던가 뭔가로 여기 실려 왔다고 하더라고요. 에? 과로? 분명 뭔가 더 심각하게 다친 줄 알았는데...?

 

어쨌든, 병원에서나마 푹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몸은 더할 나위 없이 가뿐했어요. 자는 내내 맞고 있었던 링거 때문에 그런가? 뭐, 어쨌든 금세 퇴원 절차가 진행되었어요. 저하고 병원은 영 인연이 아닌가 봐요. 그렇게 생각하던 중이었어요.

 

간호사 "들어와도 좋아요."

 

호타루 "유코 언니!"

 

문이 열리자 달려오는 호타루를 보고, 아, 모두 잘 해결됐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어요.

 

 

==================================================================

 

20.

그로부터 며칠은 정말로 빠르게 흘러갔어요! 프로듀서가 해 준 이야기에 따르면, 자동차라던가 피해 보상이라던가는 어떻게든 회사 차원에서 부담하는 걸로 됐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프로듀서가 몇 번이나 엎드려 빌었는지 모른다네요. 뭐, 어쨌든 잘 해결됐으니 다행이라고,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했어요.

 

유카 언니는 저보다도 빨리 회복되었대요. 정확히 말하면, 그 때 깨어난 이후로 혹시나 해서 병원에 들렀는데, 워낙 몸이 튼튼해선지 아무런 이상 없이 바로 퇴원했대요. 역시 유카 언니... 여하튼, 제가 잠시 자고 있는 동안 사나에 언니, 칸나 언니, 유카 언니가 호타루하고 이야기를 잘 했는지 호타루도 건강해 보였고요.

 

아 맞다, 호타루 말인데요! 오히려 능력이 발현하기 전보다도 더욱 밝아진 것 같아요. 어제는 말이죠, 자기에게 플라잉 그랩으로 날아오는 아츠미를 향해 능력을 사용해서 간호사 언니한테 딱 걸리게 만들었다던데... 역시 아츠미는 그렇게 당해도 할 말이 없긴 하겠죠. 뭘 하려 했는지는 뻔하니까. 생각해 보니 아츠미에게는 조금 힘든 세상이 되었을지도요?

 

이야기해 보니까, 오히려 호타루의 능력이 발현한 것으로 자신의 불행함을 남에게 퍼뜨리는 걸 제어할 수 있게 된 것 같기도 해요. 뭐, 저한테는 아직 꺼리고 있긴 하지만, 호타루가 또래들한테 소소한 장난으로 능력을 쓰고 있다는 걸 들으니까 뭔가 안심이 되네요. 자기 자신의 능력을 더 이상 꺼림찍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것 또한 자신의 개성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일 테니까 말이죠.

 

그리고 저는... 축! 위기를 통해 사이킥 대각성! 같은 일이 벌어졌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사이킥적으로는 별 진전이 없는 상태에요. 하지만 뭐,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하는 거죠! 최고의 에스퍼가 될 그 날을 향해! 지금은 비록 경쟁자들이 많아졌지만, 꿈은 이루어지는 거니까요!

 

자, 그러면 언제나 해 왔던 대로, 숟가락을 들고...

 


구부러져라, 므므믓!

 

 

1 여길 눌러 추천하기.